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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X파일 냉면 육수의 불편한 진실] 냉면 육수에 대한 맛집 검증 프로그램이 화젭니다. 채널A의 '먹거리 X파일'에서 2주 연속으로 냉면 육수에 대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첫번째 방송 내용은 '소위' 냉면 전문점들의 냉면 육수 가운데에는 진짜 쇠고기가 1%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내용이라 많은 공분을 샀습니다. 설탕과 식초, MSG와 쇠고기맛 조미료(즉 다시다)만을 배합해서 쇠고기 육수 맛을 낸다는 것이었죠. 워낙 신뢰도 높은 방송이라 반향도 컸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방송, 이번에는 냉면 한 그릇에 만원 안팎을 받고 있는 냉면계의 명가들은 어떤지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검증 결과는 '사실상 MSG를 전혀 쓰지 않는 집은 없다'. 여기에 대한 실망감도 제기됐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이런 반응이 정말 온당한 것일까요?

 

 

 

 

자칭 냉면 마니아로서, 방송 내용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냉면 육수의 문제는 JTBC '미각 스캔들' 에서 먼저 다룬 바 있습니다. 지난 7월15일 방송이 나간 '칡냉면의 비밀' 부분입니다.

 

 

 

 

 

 

위의 재료 표에서 '모도'라는 것은 닭고기 맛이 나는 분말 재료를 말합니다. 아마도 '아지노모토'의 '모토'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아무튼 이 내용에서 그치지 않고 '먹거리 X파일'은 칡냉면 아닌 그냥 냉면집에서도 고기 한점 들어가지 않은 육수로 냉면을 말아 낸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이 검증 대상에는 서울 시내 곳곳에 널려 있는 수천군데의 일반 냉면집 뿐만 아니라, 이름만 대면 미식가들이 환장하는 유명 냉면집들도 포함됐습니다.

 

그리고 두 차례의 방송에서 내려진 결론은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냉면을 하는 집은 없는 것 같다'입니다.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서울 시내의 유명 냉면집 가운데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고 맛을 내는 집은 애당초 없었습니다. 만약 이런 사실을 부정하거나, 그동안 '이집은 미원 같은 거 쓰지 않는 집이야'라고 자신있게 냉면집으로 다른 사람들을 데려가 온 사람들이 있다면 냉면 마니아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아니면 인공 조미료를 넣은 맛과 넣지 않은 맛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일 겁니다.)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도 꽤 있겠지만, 일단 우리가 냉면 육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차원을 나눠 생각해봐야 합니다.

 

1) 냉면에 전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는 집

2) 좋은 재료를 써서 육수를 내되 맛을 내기 위해 조미료를 사용하는 집

3) 명목상 고기를 쓰기는 하지만 맛의 핵심은 조미료에 있는 집

4) 고기 0%에 조미료를 육수의 주재료로 사용하는 집

 

1차 방송은 4)의 비양심 업소들을 집중 고발하는 것이었고, 이 집들은 욕을 먹는 정도가 아니라 문을 닫아야 할 겁니다. 정말 나쁜 놈들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방송 내용이 '아예 고기를 쓰지 않는 집'에 맞춰지는 바람에 3)의 업소들까지 '억울하다'고 나섰죠.

 

그리고 2차 방송까지 보고 나니 두 편의 방송 결과로 볼 때에는 2)의 집도 '문제 있는 집'으로 표현됩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 그러니까 2)의 업소들과 3)의 업소들이 똑같이 도맷금으로 넘어간 건 좀 억울하다고 생각합니다.

 

2회 끝에 소개된 '진짜 좋은 맛이 나는 집'(동두천의 평남면옥으로 추정됩니다. 저도 이 집은 가 본 적이 없습니다)도 마지막에 주인이 '육수에 조미료를 조금 넣는다'고 말을 해서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지 못합니다.

 

 

 

 

이를 포함해 두번째 방송에서는 서울 시내 세 곳의 유명 냉면집을 방문합니다. 첫번째 집은 처음엔 주인이 "냉면엔 안 쓴다"고 주장하다가 주방에서 조미료가 발견되자 당황하며 얼버무립니다. 두번째 집은 매장에선 안 쓴다고 하지만 육수 공장에서는 "한통에 420g정도 쓴다.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조미료를 안 쓰면 '육수에 물을 탔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아예 분량까지 말해줍니다. 세번째 집에서는 아예 "어떻게 안 쓰냐. 쇠고기맛 조미료는 안 쓰지만 백색 MSG 분말(미원)을 쓴다. 손님들이 이 맛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뭐 많이 가시는 분들은 외관만 봐도 금세 알아차릴테니 그냥 실명으로 씁니다. 첫집은 봉피양, 둘쨋집은 을밀대, 세째집은 우래옥입니다. 예전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특히 우래옥은 인공 조미료 사용을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안 쓰면 손님들이 외면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입니다. 가끔씩 소위 맛집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우래옥 냉면에 대해 '조미료 냄새 전혀 없는 육향' 어쩌고 할 때 보면 웃음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이 그렇게 문제일까요.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은 재료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조미료로 비싸고 좋은 재료를 대신하려는 태도입니다. 넣어야 할 비싼 재료를 다 넣었다면, 그 맛을 더 화려하게 하기 위해 조미료를 넣은 것은 있을 수 있는 일 아닌가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유는 두가지.

 

 

 

 

첫째. 저 위에서 거론한 세 집을 가 보신 분들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냉면집들을 처음 방문했을 때 보이는 반응을 아실 겁니다. 시중의 일반 냉면집에서 흔히 '갈비집 냉면' 혹은 '분식집 냉면'이라고 불리는 시큼달콤한 냉면에 중독된 사람들은 위의 집들을 가서 쉽게 '맛있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특히 젊은 층일수록 거부감이 심하더군요. 가장 대표적인 반응은 '값은 더럽게 비싼데 밍밍하고 맹물같다'는 것입니다.

 

자, 좋은 재료를 투입하고 '조미료 많이는 안 쓴다'는 집들이 일반적인 손님들로부터는 '밍밍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럼 사람들로부터 '밍밍하지 않다'는 느낌을 줬던 집들의 경우는 과연 어땠을까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답은 뻔합니다. 다른 집보다 훨씬 덜 쓰고 있다는 게 확인됩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냉면을 만들어도 손님이 오지 않아 망하면 사실 식당을 한다는게 의미가 없겠죠. 우래옥이건 하동관이건, 분명히 조미료만 가지고 그런 맛을 낼 수는 없습니다. 조미료만 써서 똑같이 따라할 수 있다면 두 집 모두 이미 오래 전에 지금의 독보적인 위치를 잃었을 겁니다.

 

 

그 다음 두번째. 위에서 거론된 봉피양과 을밀대의 경우 제작진에게 "앞으로는 전혀 인공 조미료를 쓰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을밀대에서 육수 기술자는 "지금까지 우리는 다시마를 대량으로 써 왔다. 그래도 거기에 조미료를 조금 더 썼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쇠고기 육수에 다시마를 왜 쓸까요? 바로 다시마의 MSG 성분 때문입니다. 조개, 다시마, 새우, 게 등에 다량 함유된 MSG 성분이 음식 맛을 확 살아나게 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죠. 하다 못해 라면 한개를 끓여도 새우 몇마리나 게 다리 하나가 들어가면 국물 맛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가끔 '그건 천연 MSG'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게 바로 함정입니다. MSG는 다 같은 MSG입니다. 어디서 추출하건, 사람 몸에서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사용하는 양의 문제인데, 이미 FDA는 MSG가 유해물질이 아니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뭐 그래도 불안해 하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굳이 맛을 돋구기 위해 소량 사용하는 걸 불안해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금과 비교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소금도 많이 쓰면' 몸에 해롭죠.

 

앞으로 '먹거리 X파일'에서 조미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인공 조미료'에 대한 이상한 결벽증을 씻어 내는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처음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로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이쪽

당신은 MSG 없이 살 수 있습니까? http://fivecard.joins.com/990

식객 맛집은 정말 MSG를 쓰지 않을까 http://fivecard.joins.com/1029

 

세줄 요약

 

1. 냉면 육수, MSG 사용 여부보다 고기 재료를 제대로 안 쓰는게 문제다.

2. 비싼 재료를 쓰는 냉면집들도 MSG를 넣는 건 손님 입맛 때문이다.

3. 재료를 제대로 쓰고 맛 때문에 MSG를 좀 넣는 것까지 반칙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P.S. 아울러 2편의 유명 냉면집 탐방에 참여한 두 명의 '전문가' 분들(어디 교수님이라는 한 분과 자연음식 연구가라는 분)에 대해서는 제작진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시는게 좋겠습니다. 다른 음식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냉면 맛을 보시는 두 분의 자세는 정말 실망 그 자체입니다. (아, 나머지 한 분은 진짜 전문가 맞습니다. 제가 압니다.)

 

특히 아무개 교수님이 평남면옥에서 "냉면 육수가 투명해서 특이했다"고 하시는 대목에서 빵 터졌습니다. 명가 중의 명가인 평양면옥, 을지면옥, 필동면옥을 단 한번도 가 보지 않으신 모양이더군요.^^

 

P.S.2. 'MSG가 들어갔다'는 말에는 무슨 큰 일이 난 것처럼 반응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MSG 안 써 보려고 했더니 맛 없다고 손님 끊어져서 식당 망할 뻔 했다'는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이건 마치 설문조사 응답할 때에는 '교양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이 좋다. 요즘 TV 너무 저질이다'라는 답이 1등이지만 실제로는 막장 드라마 시청률만 하늘로 치솟는 현실과 거의 똑같다는 느낌입니다. 이런게 인지상정이겠죠.

 

P.S.3. 위에 나오는 4개의 냉면 사진은 각각 어느 집 냉면일까요? 냉면 마니아라면 그릇과 고명만 봐도 아실 겁니다.^^

 

P.S.4. JTBC '미각스캔들'과 채널A '먹거리 X파일' 모두 사랑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답공개: 위에서부터 봉피양 - 한일관 - 을지면옥 - 평양면옥입니다.

              3번을 '필동면옥'이라고 하신 분도 정답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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