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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은 레이첼(메기 질렌할)의 새 연인인 고담 시의 새로운 지방검사 하비 덴트(아론 에커트)가 범죄에 맞설 수 있는 강한 의지와 인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습니다. 배트맨과 덴트, 그리고 고든 반장(게리 올드만)은 조직범죄를 싹쓸이하기 위해 힘을 합칩니다.

한편 고담시에는 유례가 없는 대악당 조커(히스 레저)가 등장, 시민들뿐만 아니라 조직 보스들도 공포에 떨게 합니다. 배트맨과 덴트가 조직들의 자금줄을 죄자 보스들은 마침내 조커에게 배트맨을 제거해 줄 것을 부탁합니다.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이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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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팀 버튼의 '배트맨'으로 시작된 네 편의 영화는 그나마 음침함을 유지하고 있던 팀 버튼이 손을 떼면서 완전히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런은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이 시리즈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었죠. 보다 그럴듯 하고, 보다 성인용인 배트맨의 세계 말입니다.

아무래도 '다크나이트'를 얘기할 때는 조커를 제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대단히 유니크한 범죄자입니다. 그는 단순한 범죄자의 차원이 아니라 악마 자체죠. '순수악'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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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영화라면 칙칙한 밤 장면이 많이 나오는게 당연하지만, 조커의 존재는 이 영화를 더욱 어둡고 무겁게 만듭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조커는 수세기에 걸친 악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담은 캐릭터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현자들이 정리한 선과 악에 대한 정의들을 종합하면 결국 선은 '타자와의 공존을 지향하는 의지', 악은 '타자의 생존 가치를 부정하는 이기적인 의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세상에 순수선과 순수악만 존재한다면, 결국 세상은 사라져버리고 말 겁니다. 이론적으로 선이란 악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때로는 전체의 선을 위해서 소수의 악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이른바 '필요악'이 등장합니다. 이것 바로 정의라고 불리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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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들은 '이 정의라는 필요악이 지나치게 거대해져서 그것이 사람들을 억압하는 존재가 되어 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늘 걱정합니다. 특히 정의가 어떤 특정 이념을 신봉하는 세력에 의해 운영될 때 그렇습니다. 실제로 어떤 가치나 신념도 전제하지 않은 정의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악명 높은 인종 청소를 하는 사람들도 나름대로는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 문명일수록 절차와 합의를 중시하고, 정의의 실현에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나 사사로운 정의의 실현(예를 들면 부모의 복수)은 엄격한 경계의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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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와 배트맨의 대결은 이런 전제를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조커는 순수악의 상징, 배트맨과 하비 덴트는 건전한 정의의 상징입니다. 이 상징이란 사람들의 믿음의 대상이기도 하죠.

영화 속의 세계로 들어가 설명하면 배트맨과 덴트가 있어 고담 시민들은 세계가 안전하고 정의롭게 운영될 수 있다는, 또는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쪽을 지향하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조커는 그런 상징을 파괴하려 끊임없이 시도합니다. 결국 어느 정도는 성공하게 되죠.

'다크 나이트'는 바로 악과 싸우는 정의라는 필요악의 존재, 그리고 이 필요악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 냉엄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흔한 블록버스터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놀런의 솜씨는 대단합니다.


아울러 월 스트리트 저널이 이 영화의 배트맨을 부시 대통령과 비교한 칼럼을 게재한 것도 전혀 얼토당토 않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영화의 요점을 꿰뚫어 봤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죠. (그 글의 방향이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슨 얘긴지 잘 모르시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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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일반 관객들이 영화의 뒷면까지 속속들이 이해하고, 놀런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생각할까요. 그걸 기대하기는 힘들 겁니다. 이 영화의 흥행 기록을 날로 갱신하고 있는 미국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일테구요.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영화의 나머지 절반, 즉 순수 블록버스터로서의 '다크 나이트'입니다. 그리고 이쪽 절반 역시 대단히 훌륭합니다.

사실 '다크 나이트'의 액션에는 두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주인공 배트맨의 강력한 의상으로 인해 스턴트맨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죠. 배트맨의 주연 배우가 그렇게 자주 바뀐 건 우연이 아닙니다. 누가 입어도 구별이 안 되는 의상이 그렇게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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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주인공의 특성상 대부분의 액션 신이 밤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죠. 상대적으로 덜 정교해도 됩니다. 사소한 실수가 발견돼도 그냥 CG로 슥슥 검게 지워버리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도시 한복판에서 콘테이너 트럭을 직각으로 뒤집어 버리는 차원의 액션은 입이 떡 벌어지게 합니다. 홍콩과 고담(극중에선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한 시원시원한 액션 역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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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 얘기로 넘어가면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지죠. 크리스천 베일과 히스 레저는 동급 최강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조커는 매우 연기하기 쉬운 역할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저의 연기력은 발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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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의 배우들, 게리 올드만, 모건 프리맨, 마이클 케인, 아론 에커트의 진용은 '오션스 11'이 부럽지 않죠. 이 영화의 배우 남용은 엄청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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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에선 주역이었던 킬리앙 머피가 스케어크로 역 그대로 카메오 출연합니다. (왼쪽에서 두번째 앉은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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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단 한 신 나오고 마는 은행 경비원 역으로 윌리엄 피트너가 나올 정도라니 말 다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이 메기 질렌할이라는 건 좀... 제작비 절감 차원이라고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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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축복받은 영화라고 부를 만한 '다크나이트'지만 한국에서의 흥행 성적에 대한 예측은 그리 밝지만은 않습니다. 지난 글에서 얘기했다시피, 이 영화의 배트맨은 너무나도 '한국적인 슈퍼 영웅'과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배트맨의 본질적인 성격과 관련이 깊죠. 배트맨은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가 아닙니다.

(배트맨의 답답성 본질(^^)에 대한 내용은:)




배트맨은 악당은 물론이고 자기를 깨무는 개조차도 죽이지 못합니다. 이건 그의 원칙에 따른 것인데(물론 '다크나이트'에는 배트맨 외에도, 기회가 왔을 때 조커를 죽이지 못하는 캐릭터가 또 있습니다), 이런 그의 원칙에 따른 행동거지가 과연 한국 관객들의 구미에 맞을지, 그건 확인해 보기 전엔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벌써 '속터져서 못 보겠더라'는 관객이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남 얘기가 아닙니다. 보면서 마음속으론 조커를 열두번도 더 죽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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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히스 레저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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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영화 리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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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이동이 안되는군요. 긁어다 주소창에 붙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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