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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9월이 된걸 몰랐다구요~~~~!!!"

(아래 사진의 피터 핀치 같은 심정...)

 

 

 

 

10만원으로 즐기는 9월의 문화 가이드

 

9월이라고 갑자기 시원해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건 웬만큼 살았으면 다들 알았을 거야. 하지만 이러다 어느날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나면 파카 찾아 입기 바쁠테지. 요즘 점점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겁나기도 해.

 

8월의 대한민국은 대형 록 페스티발의 도가니였지. 그만한 대형 행사는 아니지만 쏠쏠한 행사가 있네. 예술의 전당에서 9 7일과 8일 열리는 예술의 전당 재즈 페스타. 자라섬에서 서재페까지 다양한 재즈 페스티발이 있지만 라인업이나 가격, 위치로 볼 때 특이한 공연이야.

 

 

 

 

출연진은 재즈파크 빅밴드 with 정엽, 빛과 소금, 박성연&말로(7), 웅산 with MC스나이퍼, JK 김동욱, 전제덕, 서영도&이순용&구본암(8) 등이야. 이 정도에 1일권 55천원이면 가격대 성능비가 훌륭하다고 봐. 물론 장소 특성상 이런 페스티발의 특전인 아무데나 주저앉아 먹고 마시기는 좀 힘들 지도 모르겠어.

 

 

 

전시 중에는 세종미술관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을 우선 꼽지 않을 수가 없네. 카파는 어느 스페인 병사의 죽음을 비롯해 20세기를 대표하는 종군 사진기자야. 카파가 누군지 몰라도 막상 사진을 보면 대개 , 이 사진할 사람이지. 그의 사진을 보다 보면 종군 사진기자란 누구보다 자신들이 실업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는 그의 말이 실감날거야. 1028일 까지. 12천원.

 

 

 

 

 

요즘 ‘mobile’이란 철자를 보고 모바일이라고 읽지 않으면 촌사람 취급을 받기 딱 좋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 전시장에선 모빌이라고 당당하게 읽을 수 있을 거야. 리움 미술관의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전이지.

 

,,고 미술시간을 경험한 사람에게 모빌이 뭔지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번 전시를 방문한 사람은 아마 칼더(미술시간엔 콜더라고 배운 사람도 있겠지)의 작품 중엔 움직이는 조각인 모빌과 안 움직이는 조각인 스태빌(stabile)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1020일까지. 8천원.

 

 

 

 

테드 창의 이름을 안다면 장르 문학에 꽤 관심이 있는 사람일거야. 국내에서 그리 지명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일단 읽어 본 사람들에겐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지.

최근 아주 오랜만에 테드 창의 신작이 번역되어 나왔어.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라는 제목이야. IT 쪽 전공이 아닌 사람은 한글 제목을 보나 영어 원제 The Lifecycle of Software Objects. 를 보나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걱정은 금물. 테드 창의 특기가 굉장히 과학적으로 보이는 설정을 전혀 전문적인 이해 없이도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거야.

 

그런데 이 책도 좋겠지만 먼저 테드 창 걸작선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보라고 권하고 싶어. ‘바빌론의 탑’, ‘네 인생의 이야기’, ‘지옥은 신의 부재등 그의 대표작들이 거의 다 수록돼 있어. 그리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거야. 대략 1만원 정도.

 

마지막으로 최근 영화 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가 흥행 대박이 나는 걸 보고 느낀 바가 많았어. 그래서 생각나는 작품들을 추천할게.

 

먼저 영화. ‘더 테러 라이브가 가졌던 문제의식을 36년 전에 더 신랄하게 짚어낸 시드니 루멧 감독의 네트워크.  1977년 아카데미 각본상, 남우주연상(피터 핀치), 여우주연상(페이 더너웨이), 여우조연상(베아트리스 스트레이트) 4개 부문을 수상한 수작이지.

 

치열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던 어느날, 스타 앵커가 생방송 중 자신의 자살을 공언하면서 벌어지는 얘기야. 물론 기술적인 면에선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상황의 박력이나 기상천외의 전개는 지금 봐도 놀라울거야.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직 1만원 이내에 구할 수 있어.

 

 

 

다음은 책. ‘설국열차팬들은 프랑스제 원작 만화를 사 보는 것도 좋겠지만 내가 떠올린 책은 배명훈의 연작소설집 타워. ‘설국열차가 기차 안에 온 세상을 쑤셔넣었다면 타워 674, 인구 50만의 거대 빌딩에 한 나라를 밀어 넣었어. 여기저기서 수시로 작렬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A, 유머는 S급이야. 수록작품 중 타클라마칸 배달사고는 언제 봐도 감동적이지. 2009년작이라 책값도 7000원 정도.

 

그럼 10월에 보자고.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

 

 

예술의전당 재즈페스타             55천원

로버트카파 100주년 사진전         12천원

움직이는 조각 알렉산더 칼더 전       8천원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1만원

배명훈, 타워                          7천원

영화 네트워크’ DVD                   1만원

 

합계                              102천원

 

 

 

음. 참 골라 놓고 보니 정말 주옥같군요.^^

 

배명훈 작가는 최근 '청혼'을 내놨군요. 아직 못 읽어 봤습니다. 그 사이 '신의 궤도', '은닉' 등을 내놨는데 지금까지 개인적인 선호로는 역시 '타워' > '신의 궤도' > '은닉' 입니다. '신의 궤도'는 장난기와 서정성의 조화가 가슴이 아린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만, '은닉'은 왠지 어딘가 너무 먼 곳으로 가 버린 듯 한 느낌.

 

지인 중 한 사람은 '타워'를 읽고 "언젠가 먼 훗날의 국어 교과서에 들어갈 작가"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로 된 클래식을 남길 작가'라는 의미로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작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유명 작가의, 아마도 제목이 '112'가 될 작품은 전혀 기대하지 않습니다.)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역시 예상대로 멋진 작품입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으신다면 이 책도 보지 않을 수 없을 듯.^^ 물론 개인적으로 평가할 때 그의 최고작은 아닙니다.

 

음악 소개를 안 했더니 영상으로 마무리할 게 없었는데 적절한 영상 발견.

 

알렉산더 칼더가 지인들을 상대로 자신의 철사 모형들을 갖고 진지하게 서커스 공연을 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무척 재미있습니다.

 

(PART1의 6분대에는 우리나라 '구구단 송'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멜로디가 들려옵니다. 아랍 쪽 노래인 듯 한데, 이 곡은 대체 뭘까요. 아는 분 계시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 영상물들은 1961년 제작된 것입니다. 칼더는 이런 공연을 수시로 펼쳤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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