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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입니다만...

 

그러니까 여행도 좀 다녀오고 하느라고 11월을 건너 뛴 걸 잊고 있었다는.

 

아무튼 한 분도 '왜 11월은 없냐'고 재촉해 주시지 않은 점도 약간 원망스럽습니다.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

 

뭐, 지나갔지만 아 11월엔 이런 것들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으로 봐 주시길.

 

대신 12월엔 정상적으로 퍼 올리겠습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1월의 문화가이드

 

잠시 훑어보니 클래식 쪽의 11월 라인업이 정말 화려해. 2~3일 모스크바 필, 11~12일엔 베를린 필 내한공연. 솔로이스트로는 정경화와 랑랑. 오페라의 해답게 예술의 전당에서만 네 편의 오페라가 올려지더군.

 

물론 베를린 필 공연(45만원짜리 R석은 약간 남아 있는지도) 7만원 짜리 C석은 아예 구하는게 불가능한 상황이야. 재수 좋게 구한다 해도, 과연 그런 공연에 7만원을 투자하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일까. 이게 바로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이 칼럼의 출발점이야.

 

그래. 45만원짜리 2장을 예매하면서 싸잖아. 베를린까지 가는 왕복 비행기표와 숙박료를 생각해 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틀린 말은 아니야). 단지 차는 안전이 최고라는 이유만으로 벤츠 S600을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물론 훌륭한 이유지).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좀 적은 비용으로 높은 문화적 효용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나눌 필요가 있겠지. 그래서 이런 칼럼도 필요한 거고.

 

그런 의미에서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체나(공연 포스터에 코제나라고 되어 있는데 체코 출신에 Kozena니까 코체나가 맞을 거야)의 첫 내한 공연에 한번 투자해봐. 사이먼 래틀 경을 못 보니 대신 그 부인을 만나 보라는 얘기만은 아니야.

 

코체나는 래틀과의 사이에 두 아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늘씬한 미모라는 점 때문에 더 유명해진걸 부정할 순 없겠지만 가창력으로도 세계 정상급이야. 특히 이번 공연의 주 레퍼토리인 초기 바로크 시대 음악엔 더욱 강점이 있지. ‘카르멘류의 선곡으로 관객에게 아부하려는 공연이 아니라는 점에서 가산점. 좌석을 확인해 보니 2층 사이드가 5만원짜리 B석이야.

 

 

그 다음엔 112, 예술의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리는 바흐, 피아졸라를 만나다를 추천하고 싶어. 두 작곡가 모두 시공을 초월한 팬덤을 갖고 있지만 이렇게 하나의 무대로 엮는 건 그리 보편적인 접근은 아니야. ‘브라질 풍의 바흐를 작곡한 빌라 로보스도 아니고 피아졸라?

 

주최측의 설명은 “17세기 클래식 음악계에서 바흐가 했던 역할과 피아졸라가 그 시대에 했던 역할을 비교한다는 건데, 무엇보다 두 개의 세계 모두, 혹은 둘 중 어느 한 쪽에만 익숙해 있는 청중이라면 이런 식의 조합이 음악적 소양을 넓히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거야. 특히나 전문가 해설이 덧붙여진 경우라면. 55천원과 33천원인데, 전에도 얘기했지만 IBK홀은 그리 큰 공연장이 아니므로 33천원이면 충분하다고 봐.

 

 

 

 

아낀 돈으론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를 보러 가.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1228일까지. 사실 그 자리에 늘 있는 환기미술관이니 100주년 기념 전시라 해서 특별히 다를 게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회에 부암동 나들이도 하고 그러는 거야.

 

마지막으로 책. 사실 11월의 책이라면 뭔가 좀 사색적인 내용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정작 권하고 싶은 책은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개인적으로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여러 권의 책들 가운데 가장 바르셀로나에 가 보고 싶게 만든 책이기도 해. 물론 주의할 점은, 실질적인 가이드 북으로서의 역할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아. 몇 군데의 포스트를 소개하고 있긴 한데 정말 가 보라는 건지, 아니면 난 이런 데도 알고 있다고 자랑하는 건지 약간 경계가 불분명한 정도라고 보면 돼. 아무튼 책이 나온게 2006년이고 내가 산 2009년 이미 18쇄를 찍었으니 지금은 엄청나게 더 팔려 있겠지만, 일러스트만 봐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야. 1만원 내외.

 

사실 연극 당통의 죽음도 관심이 가긴 하는데 뷔히너의 원작을 읽어 본 것도 아니고, 이자람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추천하는 건 좀 부담스럽더라고. 다행히 하루 이틀에 끝나는 공연은 아니니까 본 사람들의 평을 눈여겨 보도록. 그럼 연말에 봐.

 

막달레나 코체나 내한공연    B 5만원

바흐, 피아졸라를 만나다      B 33천원

김환기, 영원을 노래하다   1만원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1만원

 

합계             103천원

 

 

 

 

막달레나 코체나의 노래 중 유명한 노래를 먼저 들어 봅니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 Lascia ch'io pianga'. 어떤 분은 이 노래의 제목이 '파리넬리'라고 알고 계시기도.^

 

 

 

 

 

 

다음은 코체나의 주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바흐의 곡. 'B단조 미사(BWV 232)' 가운데서 '주님께 찬양 Laudamus Te' 입니다.

 

 

 

 

 

마지막은 래틀과의 협연.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베를린 필하모니와 함께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카르멘'을 공연한 적이 있는 듯 합니다. 그중 흔히 '집시의 노래'로 잘 알려진 '신나는 트라이앵글 소리 Les tringles des sistres tintaient' 부분입니다.

 

 

 

 

이걸로 11월은 조용히 건너 뛰고, 12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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