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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 델 마르 광장에서 점심시간을 보낸 뒤 본격적인 고딕 지구 탐방이 시작됐다. 그런데 줄지어 있는 기념품 매장 가운데 똑같은 포즈의 인형들이 즐비한 진열장이 눈길을 끈다.

 

 

 

 

 

 

잘 보면 알만한 세계적인 인물들인데, 포즈가 약간 이상한 느낌을 풍긴다. 조그만 인형 하나에 16유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뒤쪽을 보면 헉 소리가 난다. 피케, 파브레가스, 푸욜, 사비, 메시 등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앉아서... 대변을 보고 있는 인형이다. 위 사진의 근엄한 세계적인 인물들도 모두 마찬가지.

 

 

 

 

 이 인형은 바로 바르셀로나의 전통적인 명물 까까네로 Cacanero 인형이다. 한국어로는 과자를 가리키는 까까가 스페인어로는 바로 대변이란게 좀 뜨악하다. 아무튼 이 까까네로 인형은 액운을 막아 준다는 행운의 상징으로,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관광 상품이라고 한다.

 

 

 

사이즈도 다양하다.

 

 

맨 왼쪽은 누군지 모르겠고(캐머런 영국 총리...?) 카스트로, 사르코지, 올랑드, 엘리자베스 2세 까지 다양한 세계 각국 명사들도 모두 뒤를 돌려 보면 엉덩이를 까고 덩어리를 낳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우리의 싸이도 (아마도) 밥 말리와 함께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략 훑어본 바에 의하면 한국 사람으로 이 까까네르 인형의 반열에 오른 건 이 싸군 한 사람 뿐인 듯 하다.

 

 

 

저게 싸이야? 하시는 분들, 만든 사람이 곰손이라 그렇지 싸이 맞다. 나름대로는 이 모습을 만들고 싶었던 거다. 이해하자.

 

 

 

그리고 다시 찾아온 왕의 광장 Placa del Rei. 밝은 날 보니 약간 낯설다.

 

 

 

지도 위의 파란 줄이 바르셀로나의 핵심 거리인 라 람블라 La Rambla 다. 그 라 람블라를 중심으로 이 글에 나오는 명소들이 죄다 위치해 있다. 위 지도 한복판, 붉은 원 안에 '1' 표시가 있는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 카테드랄과 왕의 광장 Placa del Rei 가 있는 곳이다. 복습하면 왕의 광장은 콜럼버스가 1492년 신대륙 발견을 처음으로 이사벨라 여왕에게 보고한 역사의 현장.

 

그리고 그 오른쪽의 X표 쳐진 곳이 피카소 미술관. 시내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서 그렇지 다 거기서 거기다.

 

 

 

계단에서 골목 입구 방향을 바라보면 이런 구도가 나온다. 역시 바르셀로나답게 광장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뒷마당 정도의 크기다. 아무래도 밤에 오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 이 상태에서는 저 멀리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시민들의 환영 속에 달려오고, 이 계단에 이사벨라 여왕이 서서 맞아들이는 장면의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역사적인 대사건의 무대 치고는 좀 초라한 게 사실.

 

 

뭐니뭐니해도 관광객에겐 이런 모습이 제격 아니냔 말이다. 역시 밤이 낫다.

 

 

 

왕의 광장의 유명한 계단을 올라가면 문이 하나 있다. 시립 바르셀로나 역사 박물관 Museu d'Historia de Barcelona 로 통하는 문이다. 땅 위에도 볼 것 천진데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별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무척이나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우선순위를 따지다 보니 막상 시간이 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처음 건설된 것은 페니키아 계열의 지중해 해양 민족이었다고 하고, 로마의 진출과 함께 이 지억에 첫번째 전성기가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가 아는 '스페인 제2의 도시', 혹은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 이전에 '로마의 고대 도시'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

 

들어가 보진 않았고, 내부에서 사진 촬영이 허락되지 않아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아무튼 바르셀로나의 외피로 덮여 있는 고대 로마 지배하 스페인의 모습(히스파니올라라고 불리던)이 담겨 있다는 전언이야. 다른 구경도 많이 했지만 다녀 오고 나면 이런 게 제일 화가 나지.

 

 

 

 

이건 계단에서 바라볼 때 바로 오른쪽으로 뚫린 입구 안쪽. 바르셀로나 문화청 건물인데 예전 귀족 저택을 개조한 거라고 한다. 그래서 바로 문 안쪽으로 파티오 Patio(中庭)가 보인다.

 

 

 

 

 

이것이 신대륙을 발견한(물론 당시의 인식으로는 서쪽으로만 계속 가도 인도 동쪽에 있는 지팡구로 갈 수 있다는 신항로를 개척한) 콜럼버스의 공적을 인정해 그를 그가 도달한 땅의 총독으로 임명한다는 약조 원문. 뭐가 그리 조항이 많은지 책으로 한 권이다. 신영토를 개척한 콜럼버스와 그의 자손들에게 내리는 특전, 그리고 그가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될 일에 대한 내용이 꼼꼼하게 정리됐다고 한다.

 

역시 영토 정복 사업도 해 본 자들이 잘 한다. 하긴 바로 이웃에 온 세계를 다 쓸고 다니며 정복하고 있던 포르투갈이 있었으니 그 전례를 많이 모방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연히 카테드랄 앞에서 마주친 거리 축제. 이른바 '시장 축제'다. 바르셀로나 각 지역 시장들이 나와서 벌이는 판촉 행사인 셈이다. 주로 먹거리 위주의 판매이므로, 안 그래도 점심시간이 긴(어림잡아 오후 2시~5시) 이곳 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시끌벅적 벌인 판이 제법 볼만하다.

 

 

 

밤과는 사뭇 달라 보이는 구시가의 골목들. 노란색과 빨간색의 깃발이 바로 카탈루냐주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잘 알려진대로 스페인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카탈루냐주는 지속적으로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중앙 정부는 절대 놔 줄 생각이 없다.

 

 

 

 

토요일의 람블라 거리. 차가 다니는 1차선 도로인데도 관광 마차가 다닌다. 승용차 운전자들로선 복장 터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주말에 람블라 거리로 차를 갖고 나오는 건 애당초 만용이란 생각도 든다.

 

 

 

람블라 거리는 기본적으로 도보 통행을 위한 거리기 때문이다. 양쪽으로 차도가 있고, 가운데에는 서울의 광화문 광장처럼 섬 같은 인도가 죽 이어진다. 그냥 인도가 아니고, 그 위에 카페와 레스토랑, 꽃가게 같은 점포들이 이어진다. 물론 노점상은 전혀 없다.

 

 

 

지나다 보면 갑자기 2층에서 깜짝쇼가 펼쳐진다.

 

 

 

뭔가 했더니 에로틱 박물관의 자체 홍보 활동이다. 눈길은 확 끈다. 성공적이다.

 

그 에로틱 박물관의 바로 앞에 유명한 식료품 전문 시장인 보케리아 시장 Mercado de la Boqueria 이 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셰프가 '보케리아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대서 더욱 알려졌다.

 

 

기념물 내용을 제대로 읽을 능력은 없으나 대충 때려맞춰 보면 올해가 개장 100주년인 듯.

 

 

 

관광객을 제일 먼저 반기는 건 역시 스페인의 상징인 하몽 Jamon. 돼지 다리를 저렇게 통으로 숙성시켜 만드는데 돼지의 질과 숙성 기간, 산지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혹자는 이 하몽을 한국의 홍어에 비교하기도 하는데, 홍어에 비해 너무나 보편화된 대중식이란 점이 좀 다르다. 처음엔 살짝 비릿하고 구릿한 맛이 날 수도 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말린 고기 특유의 감칠맛이 난다. 한국에서 육포를 먹듯 살짝 불에 구우면 더 맛이 좋아질 것도 같은데, 체류기간이 짧아서 막상 그렇게 먹는 법은 보지 못했다.

 

그냥 얇게 저며 생으로 먹거나, 그대로 빵 사이에 끼워 다른 재료 전혀 없는 '하몽 샌드위치'로 먹는게 가장 흔한 방식이다. 그 외에는 수만가지 요리에 재료로 쓴다고 한다.

 

 

 

 

스페인 하면 과일. 태양의 나라답게 오만가지 과일이 알록달록 아름답다. 보케리아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객 유치 수단은 과일 주스인 것 같기도 하다. 가격은 1.5~2.5 유로 정도. 안쪽이 더 싸다.

 

여기서부터 다소 엽기적인 사진이 등장할 수도 있으니 심약하신 분들은 그만 보셔도 좋을 듯.

 

분명히 경고합니다.

 

 

 

사실 그냥 식재료만 마구잡이로 파는 게 아니라 비주얼도 매우 훌륭하다.

 

멋대가리 없이 10개 20개씩 포장된 한국 마트의 계란쌓기와는 좀 차원이 다른 디스플레이. 그럴싸하다.

 

 

여기서 등장하는 '좀 다른' 식재료는 토끼 고기. 시장에서 이렇게 손질된 토끼고기를 생닭 팔듯 판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 토끼는 식용 동물이라기보단 애완용 동물의 이미지가 강한 데 비하면 참 원초적인 느낌이다. 하체 곡선이 좀 징그럽기도 한데, 아무튼 이 사람들에겐 이 누드 토끼가 누드 닭만큼 자연스럽다고 한다. 특히나 빠에야의 본산 발렌시아는 항구 도시이지만 해물보다 일단 토끼고기가 들어가야 진정한 빠에야라고 쳐 준다는 설이 있다.

 

아. 가끔 가게에 따라선 닭을 주문할 때 따로 얘기하지 않으면 대가리까지 붙여 준다고.

 

 

 

물론 시장의 재미는 이런 즉석 먹거리. 시장 맨 안쪽에 이런 식의 바 들이 성업중이다. 시장에서 파는 먹거리들을 즉석에서 살짝 살짝 조리해 바로 음식으로 만들어 판다. 여기에 맥주나 와인 한잔을 곁들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들끓는다.

 

보기엔 만원인데 가이드의 설명으론 '아주 잘 되는 집은 아닌' 것 같단다. 이유는 바닥이 너무 깨끗하다는 것. 이 지역의 문화는 이런 바 바닥에 포장지며 땅콩 껍질, 생선 가시, 닭뼈 등을 버리는 게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거다. 그래서 바닥에 뭔가 사람이 먹고 마신 잔해가 흩어져 있으면 그게 '잘 되는 가게'의 상징이라나.

 

 

 

하다 하다 보니 한국 점포도 있다. 이름은 마싯따(마드리드에 있는 한식집 마시타와는 무관^^). 한국산 라면이며 고추장 등 먹거리를 팔고, 메뉴를 보면 알 수 있듯 간단한 한국 음식을 낸다. 한국 관광객들이 꽤 오는 듯 했다.

 

바로 아래 사진의 다음 사진을 보기 전, 마음의 준비들을 해 두시길.

 

 

 

시장 한 켠에 있는 코치니요(El Cochinillo) 전문점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세고비아 지역의 명물인 새끼 돼지 통구이 요리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 전문점이라는 설명이다.

 

그 원조라는 세고비아에서 한번 먹어볼까 했는데 세고비아를 가 보지 못해 그냥 통과. 

전에 상해에 갔을 때 카우루주(烤乳猪)라는 지역 특산 새끼돼지 통구이를 먹은 적이 있는데 바삭바삭한 껍질이 정말 일품이었던 기억이 난다. 맛간장으로 양념해 굽는 중국식과는 다르겠지만 스페인식도 대략 훌륭한 맛일 듯.

 

 

 

 

 

 

자, 이제 진짜 충격적인 사진이 나온다.

 

 

 

 

 

 

무슨 사진인데 그렇게 뜸 들이냐는 분들, 난 책임 못 진다.

 

그럼.

 

 

 

카베사스 코르데로 Cabezas Cordero, 새끼 양의 머리다.

 

생선 대가리가 아니고 염소 대가리를 이렇게 시장 정육 코너에서 판다. 이 분들이 염소탕을 집에서 많이 끓여 드시는데, 대가리를 안 넣으면 국물 맛이 제대로 안 난다는 거다. 뭐 우리도 유명한 설렁탕집에선 소머리가 안 들어가면 맛이 안 난다고 한다. 이분들, 맛 제대로 아신다.

 

 

 

바로 옆에선 내장을 이렇게 판다. 영/미권에선 바로 버리는 내장인데 스페인에선 수프의 주 재료로 쓴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카스티야 지방의 대표적 음식인 카요스 마드릴레뇨스 Callos Madrilenoz 라고 하는데, 드셔 본 분들의 말에 따르면 토마토 소스로 끓인 곱창전골 맛이 나서 한국 사람들도 꽤 좋아할 만 하다고.

 

아무튼 이 분들, 음식문화가 참 마음에 든다.

 

 

 

여전히 화려한 디스플레이의 향연.

 

라 람블라를 동남방으로 죽 걸어내려오면 바르셀로나의 바닷가가 나온다. 그렇다. 바르셀로나는 항구였던 것이다.

 

 

 

그리고 바닷가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위업을 기리는 기념탑이 서 있다. 엄청나게 높다. 단 저 콜럼버스가 가리키는 방향이 자신이 발견한 신대륙의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그냥 웃자는 얘기다.

 

 

 

잡아당겨 보면 이런 포즈. 아무튼 유럽 역사, 특히 스페인 역사에서는 잊을 수 없는 영웅이다. 물론 스페인 사람이 아니고 이탈리아 제노바 사람이라는 게 함정. 실제로 제노바에 가면 콜럼버스가 살았던 집이 관광 명소라는데, 급조된 것이니 절대 가 볼 필요가 없다는 제보가 있었다.

 

 

 

콜럼버스의 동상에서 해변으로 나 있는 구름다리를 건너 면 고래등같은 쇼핑몰 하나가 갑자기 등장한다. 마레 마그눔 Mare Magnum. 바르셀로나의 모든 쇼핑몰과 거의 대부분의 상점들은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한국 백화점이 기를 쓰고 일요일에 문을 열고 월요일에 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이 마레 마그눔만은 일요일에 문을 연다고 한다.

 

그리고 저 APP라는 글자 바로 밑, 그러니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층 올라간 자리에 스타벅스가 있다. 저 자리가 할일없이 해변을 바라보고 앉기에는 최고의 명소라는 평이 있다. (사진은 못 찍었다. 미안하다.)

 

이렇게 해서 피카소 미술관 이남의 고딕 지구에 대한 간략한 탐방 끝. 다리는 아프지만 뿌듯하다.

 

다음 코스는 그 이름도 유명한 몬주익 언덕이다. 몬주익 언덕에 뭐가 있냐고?

 

 

바로 1992년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대한 건아 황영조의 부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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