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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에 알함브라 이외의 볼거리가 많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어차피 평생 스페인에서 보낼 게 아니라면 선택은 불가피했다. 아무튼 그라나다에서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그것도 아침 일찍 기차에서 내려 좀 휴식을 취하고 나니 대략 오전은 다 지나갔다.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바로 호텔을 나섰다.

 

 

 

호텔 정문을 나서 바로 왼쪽 산길로 접어들면 이런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앞에서도 말했듯 알함브라는 시내의 가장 높은 고지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식당-호텔 등이 몰려 있는 누에바 광장 Plaza Nueva 까지 가려면 약 1Km 정도 산길을 내려가야 한다. 위의 경로와 대략 일치한다.

 

지도가 커서 멀어 보이지만 약 10~15분 정도 산길을 걸어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리막길이란게 매우 중요. 오르막이면 힘들다.)

 

 

 

산 위쪽을 바라보면 알함브라의 성벽 끄트머리가 숲 사이로 슬쩍 슬쩍 보이는 정도.

 

 

 

내리막이라 그렇지 만약 오르막이라면 꽤 힘들게 올라왔을 길이다. 경치는 참 좋지만 내리막으로 활용하는게 좋을 듯.^

 

 

 

시내까지 거의 내려오면 급수탑(?)이 나타난다.

 

산 위에서 내려오는 길 안쪽에선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알함브라 처럼 산 위에 대단위 요새를 구축하려면 물이 필수였을 터. 헤네랄리페를 봐도 알 수 있지만 고지이면서 물이 풍부하다는 점이 알함브라의 가장 핵심적인 입지조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타나는 것이 알함브라의 메인 게이트.

 

 

밖에서 성을 향해 가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이 문을 통과하면 그때부터 알함브라 영역이다.

 

물론 진짜 알함브라 성문은 이 문을 통과해 산길을 1Km 정도 올라가야 나타난다. 

 

 

 

플라멩코 기타의 장인(?)이 운영하는 기타 샵.

 

사진으로는 별 느낌 없지만 이 거리에 있으면 굉장히 운치 있어 보인다.

 

 

 

그리고 계속되는 내리막길. 저 골목 끝으로 보이는 곳이 누에바 광장이다. 위의 기타 샵 처럼 골목 곳곳에는 고전적인 냄새가 풀풀 풍기는 다양한 가게들이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플라멩코의 발상지는 흔히 세비야라고 하지만 스페인의 온 도시에 파에야 가게 없는 곳이 없듯 플라멩코 공연장 없는 곳도 없다.

 

특히 그라나다는 집시들의 거주지역인 동굴 내에서 플라멩코를 공연하는 곳들이 유명하다고 한다. 동굴 플라멩코는 아니지만(그건 구 시가의 알바이신 지구에 있다고 들었다) 어쨌든 플라멩코 공연장이 여기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큰길 도착.

 

 

 

이것이 누에바 광장의 상징인 분수대. 그리고 그리 넓지 않은 광장은 이미 각종 레스토랑들이 전진배치해 놓은 식당들의 야외 좌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목 좋은 곳에 있는 식당의 메뉴는 너무나 관광객용이다.

 

물론 지난번에 말했듯 프라이드 치킨, 햄버그 스테이크 등 관광객들이 고민하지 않고 먹을만한 메뉴 델 디아 의 향연이다. 뭔가 좀 전통 스페인식으로 보이는 음식을 시키려 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메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그 음식은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메뉴 델 디아가 뭔가 싶은 분: 그란비아, 그리고 메뉴 델 디아란 무엇인가 http://fivecard.joins.com/1181 )

 

 

적당한 식당이 없어 그란비아까지 걸어 내려왔다.

 

 

 

그라나다 그란 비아의 이면 도로. 호텔에서, 그러니까 알함브라 궁전에서 누에바 광장을 거쳐 여기까지 걸어오는 데도 한눈 팔지 않고 걸으면 20분이면 충분하다. 서울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정말 아담한 도시다.

 

 

 

그리고서 바로 모퉁이만 돌아 골목을 빠져나가면 그라나다의 유명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 왕실 예배당 Capilla Real de Granada 이 나타난다. 그라나다라는 도시의 사이즈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라나다에선 모든 것이 가깝다.^^

 

 

 

이렇게 생긴 왕실 예배당. 바로 뒤에 그라나다의 카테드랄이 보인다.

 

거대한 카테드랄 옆에 있으면 소박해 보이지만 그래도 이사벨라 여왕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여왕 자신이 그라나다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는 얘기. 아무래도 콜럼버스의 영광보다는 스페인 땅의 마지막 이슬람 영토였던 그라나다 정복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혹은 새로 정복한 땅 그라나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자신이 이룩한 국토 통일을 헛되게 하지 말라는, 후손에 대한 경고의 의미일 수도 있을 듯 하다. 아무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는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카테드랄도 마찬가지. 그래서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골목 안에 식당 하나. '세비야'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왠지 식당 간판의 느낌이 좋아서 바깥에 앉았다. 골목 안에 테이블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골목에서 바로 밖으로 나오면 바닥까지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세비야 샐러드 Ensalada de Sevilla(뭐 이런 이름의 샐러드가 어디 가나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냥 식당 이름을 단 샐러드)'와 기본 파에야 주문. 음료까지 25유로 정도.

 

 

 

작은 감자 샐러드를 먼저 전채 요리처럼 준다. 빠에야가 오래 걸릴 테니 기다리는 동안 맛보란 배려.

 

 

 

이 나라 사람들은 올리브유의 사용이 매우 자연스럽다. 신선한 올리브유와 흩뿌린 치즈,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잘게 썬 하몽이 샐러드 재료들과 어우려져 좋은 맛을 낸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씹히는 짭짤한 하몽이 포인트. 통 올리브가 들어 있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쉬웠다.

 

 

 

샐러드를 해치우고도 한참을 더 기다려 오너 셰프(?)가 직접 프라이팬을 들고 나와 보는 앞에서 각각 접시에 덜어 준다.

 

토마토 소스에 조갯살, 닭가슴살, 오징어, 새우, 그리고 각종 야채가 들어 있는 볶음밥이다.

 

 

 

흔히 리조또와 비교되는 것이 빠에야인데, 해외에서 먹은 리조또는 사실 맛있다고 하기가 힘들었다. 기본적인 리조또의 상식은 쌀을 반 정도만 익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리조또는 한국식으로 푹 익혀 조리하지만, 해외에선 그렇지 않다. 특히 이탈리아 본토에서의 리조또는 오독오독 쌀이 씹힐 정도로, 한국 사람의 입장에선 설익은 밥의 수준을 넘어 절반 정도는 생쌀의 느낌이다.

 

왕년에 라스베가스에서 한국인 손님 유치를 위해 식당에 한식을 배치했는데, 이탈리아 출신 주방장에게 밥 하는 법을 '설득'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을 많이 붓고 쌀을 완전히 익혀야 한다'는 말을 해도 계속 설익은 밥을 가져오더라는 거다. '더, 더'하고 요구하니 '아니 그럼 그걸 어떻게 먹어'라는 식의 반응이더라는 얘기.

 

반면 빠에야는 몇번 먹어볼 때 한번도 쌀이 설익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즉 한국 복집에서 복 지리를 먹고 난 뒤 남은 국물에 볶아 준, 약간 죽 비슷한 볶음밥의 느낌. 밥 상태가 아니고 쌀 상태에서 조리를 시작하는 것은 리조또와 마찬가지지만 '쌀을 충분히 물에 불려 둔다'는 것이 중요한 레서피라고 한다. 이 쌀의 익힘 정도가 리조또와 빠에야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위 부분은 일천한 제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는 겁니다. 이 구별이 정확한 것인지 검증을 구합니다. '나는 설익은 빠에야도 많이 먹어 봤다' 하는 분,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빠에야가 만족스러워서 아저씨와 사진 한 컷. 잘 먹었어요~~.

 

 

혹시 찾아 가실 분을 위한 주소. 그냥 왕실 예배당 옆구리 골목을 찾으시는게 나을 수도.

 

 

 

 

못 들어가는 왕실 예배당 한 컷.

 

 

카테드랄 옆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색색깔의 상가가 이어진다. 꽤 정감있는 뒷골목이다.

 

 

카테드랄 안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작품화 한 듯 한 관광객용 소품.

 

 

 

 

그라나다는 본래 '석류'라는 뜻이라는데 석류는 아닌 희한한 가로수가 자주 눈에 띈다.

 

 

 

여기가 아까 식당 앞에 있던 왕실 예배당의 정문. 카테드랄과 나란히 붙어 있다.

 

 

고개를 돌려 보면 모습을 드러낸 카테드랄.

 

 

 

아까 그 노란 열매가 익으면 이렇게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전히 정체 불명.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그라나다의 카테드랄. 세비야보다 작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웅장하다.

 

 

 

그런데 스페인의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거대한 카테드랄을 지어 놓고 건물 앞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은 것은 그라나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뒤로 물러설 수 있는 데까지 물러서 봐도, 이 정도 뷰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무튼 독특한 양식. 짓기 시작할 때에는 그냥 고딕 양식으로 설계했다는데 막상 완상할 때에는 아랍 풍의 느낌이 추가되며 약간 희한한 모습이 됐다. 내부도 상당히 화려하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쨌든 카테드랄의 개관 시간까지 기다리다간 알함브라를 못 볼 상황.

 

 

 

아프리카 대륙과 가깝다는 것을 상징하듯 아랍풍의 말린 과일과 향초 등을 파는 가게들 천지다.

 

 

 

 

야자수 가로수가 매우 인상적이다.

 

구경을 하자면 두세시간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 시간이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알함브라로 향했다. 그란 비아 어디에서나 미니버스 32번을 타면 알함브라로 가게 되어 있다. 물론 그라나다처럼 작은 도시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이런 서비스는 매우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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