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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와도 여전히 무덥습니다.

 

사실 당연한 겁니다. 입추 지나고 한참 더 더운게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추석도 지나치게 빨라서 뭔가 계절의 균형이 깨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주긴 합니다. 세월이 하 수상한데 날씨라고 멀쩡할 리는 없겠죠. 9월 가이드 들어갑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9월의 문화가이드 (2014)

 

올해는 추석이 빨라서 가을이 더 빨리 온 것 같아. 해가 쨍쨍 내리쬐는 불볕 더위가 언제 왔다 사라졌는지 잘 기억이 안 나네. 산과 바다로 여행이라도 다녀들 오셨는지?

 

9월의 주요 볼거리들을 살펴 보다 보니 국악 관련 이벤트들이 눈길을 끄네. 가장 큰 무대는 추석을 맞아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블루문 페스티벌이야. 달맞이를 하듯 세 사람의 국악인들이 각각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꾀하는 공연을 펼치는 거지.

 

96일은 양방언, 7일은 이자람과 송소희가 공연자로 나서. 그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건 이자람이야. ‘눈대목이란 이름으로 판소리 다섯마당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고, 자신이 브레히트의 사천의 선인을 개작한 판소리 사천가를 공연해. 한번 직접 눈으로 보면, 왜 이 가이드가 이자람 얘기만 나오면 입에 거품을 무는 지 알 수 있을거야. 티켓 값이 아주 싼 편은 아닌데, 33천원으로 2층 뒷자리 A석을 사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여담이지만 현재 한국 국악계가 내세울 만한 톱스타로 양방언, 이자람을 꼽는다면 거기에 이론을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아. 그런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톱스타가 여고생 송소희라는 건(티켓 가격도 제일 비싸)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네. 하긴 뭐 송소희를 보고 있으면 나부터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냥 넘어 가기로 해.

 

보다 정통 국악의 느낌을 원하면 927, 서울 국립극장의 완창판소리를 찾아 봐. 송재영 명창의동초제 흥보가 공연이야. 송재영 명창은 동초 김연수에서 오정숙을 거쳐 이일주에게 전해진 동초제의 정통 후계자지. 전석 2만원.

 

완창판소리 공연을 본 사람 중에 시간이며 돈이 아까웠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꼭 가사집을 사서 그 자리에서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어. 판소리는 사설의 다양한 표현을 보고 알아듣는게 중요한데, 아무리 전달력을 강조하는 동초제라고 해도 듣는 소리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이야. 가사를 눈으로 보면서 들으면 100.

 

다음은 쉽게 볼 수 없는 합창 공연. 칼 오르프의 까르미나 부라나(Carmina Burana. 대개 카르미나 부라나라고 쓰는데 이번 공연엔 좀 액센트가 세더군)’를 국립합창단이 930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려. 제목만 들어선 모를 사람이 많겠지만, 이 합창모음곡의 1번인 운명의 여신이여(O Fortuna)’를 유튜브 같은 데서 검색해서 들어 봐. 다들 ~ 이 곡?’ 하는 반응이 나올 거야.

 

곡에서 느껴지는 원초적인 강렬한 에너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중세 이전의 곡으로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 까르미나 부라나 1937년에 만들어진 현대 음악이야. 물론 꽤 오랜 시간 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한 곡이었지만 1980, 존 부어맨 감독의 영화 엑스칼리버에 사용되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지. 그 뒤로 각종 시상식, 광고, 패션쇼 등을 통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멜로디가 됐어. 최근엔 드라마 연애의 발견첫회에 에릭과 정유미가 재회하는 장면에도 나왔지. 아무튼 직접 전곡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으니 색다른 경험이 될 거야. R석이 5만원으로 꽤 저렴한 편이고, 2만원 짜리 A석도 제법 좋은 자리야.

 

 

 

9월에도 연휴가 꽤 길지? 매일 TV만 보는 것도 지루할 테니 재미있는 책을 추천할게. 하정우가 직접 감독을 맡아 영화 허삼관 매혈기를 찍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 국내에 소개된 게 1999년이고 그동안 수없이 좋은 책으로 소개됐으니 많이들 보셨겠지만 그래도 안 보신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 잘난 척을 목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신간 아니면 큰 일 나는 줄 알지만, 책이란 건 자기가 좋자고 보는 거거든. 그러니까 왜 나온지 12년이나 된 책을 새삼 소개하냐고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이런 책을 알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하길 바라. 신간이 아니라서 8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내친김에 위화 선생의 다른 작품도 같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 제목은 형제’. 사실 허삼관 매혈기형제는 중국 문화혁명이라는 같은 배경을 담고 있어. 하지만 허삼관 매혈기에서 문화혁명을 다소 장난기있게 훑고 지나간다면 형제에서는 그 사건이 얼마나 큰 비극이었는지를 정면으로 응시한다고나 할까. 주인공인 두 형제 아닌 형제 중 이광두는 G2까지 성장한 중국인의 배금주의와 사업 역량을 상징한다면 송강은 중국인 고유의 정신문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한 지인은 책 한 권으로 진정 중국을 알 수 있다면 그건 바로 형제’”라고 극찬하기도 했어. 사실 이 책이 세 권이라는 점을 빼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 세 권 합쳐 인터넷 가격으로 23000원 정도.

그럼 다들 등화가친하시고, 10월에 만나.

 

 

블루문 페스티벌 이자람   A 33000

국립합창단 까르미나 부라나  A 2만원

완창판소리 송재영의 동초제 흥보가    전석 2만원

위화, ‘허삼관 매혈기      8000

위화, ‘형제 1,2,3’          23000

 

합계       104000

 

 

 뭐 말로 길게 할 것 없이 이자람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시기에 한국에 내려진 축복이라고 할만한 재능입니다.

 

 

물론 이 소녀도 이 시기 한국에 내려진 기쁨으로 손색이 없죠.

그리고 '카르미나 부라나', 역시 이 영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자, '아 이거!' 하셨습니까?

정작 이 영화에서 이 곡이 나오는 장면은 성을 빠져나온 아서의 기사단이 꽃잎이 나부끼는 숲속을 일렬로 질주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당시 그 장면을 극장에서 본 사람 치고 그 장면에 빠져들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카르미나 부라나' 신의 미적 충격은 압도적이었죠. 물론 지금 DVD 화질로 그 장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충격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유튜브를 찾아 보면 그 장면의 영상도 있습니다만, 앞뒤 맥락을 다 잘라 버리고 그 장면만을 봐서는 어떤 감흥도 없을 겁니다.)

 

이 영화의 이전과 이후로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를 소재로 수없이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만큼 완성도를 인정받은 작품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시 관객들은 아동용 판타지와 신화가 된 전설의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 내고 있는 존 부어맨의 연출에 혼이 녹아드는 충격을 받았지만, 불행히도 존 부어맨은 남은 영화 인생 동안 이 작품에 비견할 만한 성취를 다시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브리엘 번, 리엄 니슨, 패트릭 스튜어트, 그리고 헬렌 미렌의 파릇파릇하던 시절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오늘날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화질의 벽이 참 크게 느껴집니다. '반지의 제왕'과 '왕좌의 게임'의 시대에. 아무튼 여담이고, '카르미나 부라나'는 한번쯤 들어 보실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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