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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늦은 휴가를 발리로 다녀왔다. 발리 얘기를 하면 다들 "해변에서... 좋았겠다" 라고 얘기하지만 이번엔 바다 짠 내음도 맡지 않고 돌아왔다. 발리 섬 한 복판의 우붓(Ubud) 지역에 있는 마야 우붓 (Maya Ubud resort & spa) 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언젠가 마야 우붓을 가리라고 마음 먹은지는 꽤 됐지만 이번에 마침내 실행에 옮기게 된 것. 그리고 마야 우붓은 기대를 전혀 저버리지 않았다. 지금껏 가 본 리조트 호텔 가운데 당당 최고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었다.

 

마야 우붓의 메인 수영장. 한달 가량 지났는데 벌써 그립다.

 

 

 

 

이번에는 발리의 우붓 지역을 가겠다고 했더니, 현재 발리에 거주하며 발리 지역 탑클래스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발리 전문가 K씨는 "형, 우붓을 누가 가요? 한국 사람 아무도 안 가요. 거기 너무 멀고 별로야" 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정도에 마음이 흔들려선 안된다. ;;  

 

 

지도상의 위치는 보는 바와 같다. 아래쪽, Kuta라는 지명 바로 아래,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곳이 발리 웅우라이 국제공항의 위치다. 한국에서 발리로 가는 관광객의 90% 이상은 그 아래, 그러니까 South Kuta라고 써 있는 작은 반도 지역으로 간다. 공항에서 가까운 이 지역에 누사두아, 짐바란, 쿠타, 레기안, 스미냑 등 중요한 해변 관광지대가 몰려 있고, 어마어마한 크기의 유명 리조트 호텔들도 거의 다 이 지역에 있다.

 

하지만 처음 발리에 갔을 때 누사두아의 인터콘티넨탈을 갔고, 두번째는 짐바란 부근의 풀빌라를 갔기 때문에 이번엔 색다른 발리를 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말로만 듣던 우붓 지역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위 지도에서 보듯, 우붓 지역은 공항에서 북북동으로 꽤 떨어져 있다. 물론 절대 거리가 먼 것은 아니나 발리의 교통 사정이 썩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멀게 느껴진다.

 

 

 

구글맵으로 때려 보면 공항에서 마야 우붓 리조트까지 40km 내외. 택시를 이용하는데 갈때는 약 70분, 귀국 길에는 50분 정도 걸렸다. 갈 때 시간이 오후 6시 정도로 퇴근시간이 막 시작될 때라는 점을 생각하면 양호한 듯 하다. 하긴 공항에서 출발할 때 택시 기사가 "노 트래픽, 노 트래픽" 하면서 기도하는 시늉을 한 걸로 볼 때, "발리에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전언으로는 공항에서 우붓 갈 때 90분 쯤 걸렸다는 주장도 있었다.

 

말 난 김에 얘기하자면 공항의 택시 서비스에서 우붓까지는 25만 루피아로 가격이 매겨져 있었지만, 목적지인 마야 우붓은 우붓 외곽이므로 35만 루피아를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하지만 지도상으로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으므로 단호하게 "30만 루피아"를 주장했고, 관철시켰다.

 

(환율이 거의 일직선상으로 놓인 시점의 여행이었으므로 대략 1USD = 1,000원 = 10,000 루피아로 계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싼 가격도 가능. 한국어 상담이 가능한 우리발리 www.uribali.com 를 이용하면 25달러에 공항 픽업 또는 송영을 받을 수 있다. 5천원 차이가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발리에서는 꽤 큰 돈이다.

 

 

 

 

우붓이 뭐하는 데냐고 묻는 사람에게는 대개 이런 사진을 보여 준다. 처음 보면 감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머, 이 호텔로 가시는 거에요?" 라고 말하면 조금 머쓱해진다. 이 사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붓의 행잉 가든(Hanging Garden) 리조트 사진이기 때문이다.

 

발리 남쪽의 해안가 호텔들이 자랑하는 것이 오션 뷰라면, 우붓 지역의 리조트들은 저 밸리 뷰(Valley View)를 자랑거리로 갖고 있다. 사진만 봐선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저 수영장과 건너편의 원시림 사이에는 거대한 계곡이 있고, 수영장 끄트머리에서 건너편 원시림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특히나 행잉 가든은 수영장을 2단으로 배치해 사진을 찍었을 때 밸리 뷰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즉 사진발이 최고인 리조트다.

 

행잉 가든은 이 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졌고, 오늘날에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1) 우붓 시내에서도 차로 20분 이상 떨어진 외진 곳에 있고 2) 이름 값을 하느라 비싸고(전체 룸이 풀빌라고 1박 최하 500불 수준), 3) 직원들의 수준이 떨어져 불친절하고 4) 음식이 그저 그렇다는 평도 얻고 있었다(tripadvisor에 나온 내용들이니, 행잉 가든 관계자가 혹시 항의하시려거든 그 쪽으로 하시기 바란다).

 

반면 마야 우붓은 1) 우붓 시내에서 차로 5분(3분?) 거리고, 2)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고(계절에 따라 조식 포함으로 230~300불 정도), 3) 음식 및 서비스가 최고라는 평이었다. 여기 하나 보태자면 사실 행잉 가든은 저 밸리 뷰 하나 뿐이지만 마야 우붓은 광대한 대지 위의 조경 하나하나가 예술적이라는 평도 있었다.

 

(숙박비의 차이는 행잉 가든은 룸 전체가 풀빌라고, 마야 우붓은 풀빌라 외에도 일반 객실이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방이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풀빌라끼리만 비교한다면 행잉 가든이 훨씬 더 비싸다고 하기는 힘들다. 물론 개인적으로 풀빌라라는 형태의 방이 왜 선호되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절대 다른 사람과 섞이고 싶지 않은 셀렙이거나, 수영복 알러지가 있어서 수영을 반드시 알몸으로 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비싼 풀빌라에 묵는 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마야 우붓으로 마음을 정하고 호텔 예약에 들어갔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호텔 홈페이지보다는 익스페디아나 호텔스닷컴이 더 싸야 정상인데 마야 우붓은 메인 홈페이지가 더 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국 사람이 사기에 가장 싼 곳은 국내 사이트인 트래블발리(http://www.travelbali.co.kr/) 였다. 무슨 비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발리에 대한 한 분명히 가장 싸다"고 자부하고 있는 사이트다. 비교해 본 결과 확실히 그렇다.

 

 

 

 

위성사진으로 확인한 마야 우붓의 모양. 남북으로 엄청나게 길다. 사진 위쪽, 그러니까 북쪽에 메인 출입구가 있고, 출입구에서 차로 1분 정도 더 들어 와야 로비와 메인 빌딩이 있다. 사진에서 보이듯 왼쪽(서쪽)은 논, 오른쪽(동쪽)은 강이 흐른다. 강이 있다는 것은 깊숙한 계곡이 있다는 뜻.

 

 

마야 우붓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위성 사진. 왼쪽이 우붓 시내 중심가, 오른쪽이 거기서 동쪽으로 쭉 가면 있는 마야 우붓이다. 왼쪽 중간의 네모 칸이 우붓 한복판의 운동장(아마 우붓에 가 보신 분이라면 반드시 보셨을 그 운동장이다). 호텔 하나가 우붓 다운타운 거리의 크기와 맞먹는다. 직접 가 보면 그 규모에 일단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호텔 한 복판의 메인 빌딩 확대 사진. 1번이 웨스트 윙, 2번이 로비, 3번이 이스트 윙이다. 4번은 레스토랑과 라운지 등 부속 건물, 5번 위치에 메인 풀이 있다. 웨스트 윙과 이스트 윙은 일반 객실이 있는 3층 건물. 사진 아래 쪽으로 이빨같이 풀빌라들이 박혀 있다.

 

 

 

웨스트 윙 2층의 일반 객실(수피리어 룸)은 평범한 동남아 지역의 호텔 객실이다. 당연히 에어콘이 빵빵하게 나온다. 별 장식 없는 미니멀한 인테리어가 좋았다.

 

 

침대 쪽에서 본 화장대와 기타 집기들. 왼쪽 문을 열고 나가면 작은 발코니가 있다. 물론 마야 우붓에서 발코니에 앉을 일은 별로 없을 듯 하고, 주로 빨래 너는데 사용한다.

 

웨스트 윙에 객실을 잡으면 서쪽의 논 뷰(Rice Field View), 이스트 윙에 묵으면 밸리 뷰가 보인다는 설명인데, 이 말만 들으면 이스트 윙이 좋아 보이지만 불행히도 이스트 윙은 울창한 숲 때문에 밸리 뷰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반면 웨스트 윙은 논 뷰..가 제법 쓸만하다.  

 

 

 

 

도착 첫날 밤을 지새고 다음날 아침 창밖으로 펼쳐지는 논 뷰. 평화롭고 정겹다.

 

 

 

자연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풍경. 가슴이 설렌다.

 

아침 식사!

 

 

레스토랑은 메인 빌딩 1층에 하나, 그리고 남쪽 끝에 있는 리버 카페에 하나 있다. 메인 빌딩 2층엔 바가 있다.

 

 

개방형 구조가 아름답다. 특이한 건, 이런 개방형 구조인데도 레스토랑 안에서 벌레를 거의 볼 수 없다는 점.

 

 

음식의 가짓수가 엄청나게 많지는 않지만, 맛은 매우 훌륭하다. 오믈렛도 잘 부치고, 특히 빵 종류의 수준이 높다.

 

 

 

물론 우리는 처음부터 과일에 탐닉했다. 특히 망고스틴. 조식 때마다 10개씩은 먹었다.

 

...그리고 바로 딴 망고스틴은 개미의 서식지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저 윗부분의 녹색 이파리를 뜯어내면 개미가 20마리씩은 나온다. 유독 망고스틴을 개미가 좋아하는 듯.

 

 

 

식당에서도 바로 밸리 뷰가 보인다.

 

사실 사진으로 이 밸리 뷰를 설명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말로 설명하자면, 사진 아래쪽의 연한 녹색 식물군과 사진 위쪽의 진한 녹색 식물군 사이에 바로 페타누 강이 흐르는 큰 협곡이 있다.

 

그러니까 이 뷰가 협곡을 끼고 있는 건너편의 밀림지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호쾌한 뷰인데, 사진상으로는 그 효과를 표현할 재간이 없다. 아무튼 직접 보는 뷰는 이 사진보다 1,000배 이상 멋지다.

 

 

 

레스토랑 바로 옆에 있는 메인 풀 역시 마찬가지.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끄트머리로 가면 일망무제의 원시림이 눈앞에 펼쳐진다. 밀림 속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줄 정도.

 

하지만 일단 메인 풀보다 먼저 남쪽의 리버 카페 앞 수영장을 가 보기로 한다.

 

 

호텔 남쪽으로 향하는 길. 야자수가 펼쳐진 아름다운 길이다.

 

 

남쪽 끝. 리버 카페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그 엘리베이터 타워 앞에서 이 계곡 뷰는 절정을 이룬다. 물론 이런 사진으로 보는 뷰는 실제 풍경의 1,000분의 1 수준이다.

 

직접 가서 보신다면 절대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남쪽 수영장을 내려다 본 모습.

 

이 두번째, 남쪽 수영장은 메인 빌딩이 있는 지대에서 약 5~60미터 가량 낮은 지대에 있다. 즉, 강이 굽이치는 계곡 아래 쪽에 있다는 말이다.강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밀림 속에 폭 파묻힌 느낌을 준다.

 

 

 

수영장 바로 밑으로 강이 굽이쳐 흘러간다.

 

 

 

내려와서 보면 이렇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고 선베드도 5~6개 뿐이므로, 오전인데도 경쟁이 치열하다. 숲과 계곡에 폭 파묻힌 곳이므로, 오전에는 사실상 수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물이 차다. 당연히 물속에는 아무도 없다.

 

 ....지만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오후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수영장 바로 아래로 저렇게 강이 흐른다. 셀카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각도 조절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음;;;

 

 

 

에라. 쉬자.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문제는 이게 이미 과거 시제라는 것... ㅠㅠ. 돌아가고 싶어요.)

 

 

http://fivecard.joins.com/1286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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