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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라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제목은 처음 듣는 사람에게 그리 썩 세련됐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은동이'가 여자 아이의 이름이라는 것도 쉽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 제목을 처음 들은 사람은, "'사랑하는 운동화'? 스포츠에 대한 드라마야?"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대본을 읽다가 저는 제 정체성을 살짝 의심했습니다. 저는 본래 '가을동화'나 '겨울연가'류의 드라마를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참고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대본은 사람을 푹 빠져들게 하더군요. '내가 이상해진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해서,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CP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간략하게 정리하면,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랑 하나를 갖지 못한 남자가, 20년간 사랑해온 여자를 잊지 못해 일어나는 이야기' 입니다. 어찌 보면 '위대한 개츠비'와 닮아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2015년 현재. 30대 톱스타 지은호(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입니다)가 어느날 자서전을 쓰겠다고 발표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하루도 잊어 본 적이 없는 진정한 자신의 사랑을 찾겠다는 겁니다. 여자를 묻는 질문에 은호는 .

 

지은호가 은호라는 예명을 쓰기 전인 20년 전(1995),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고1 박현수(지은호의 본명입니다)는 열 세살 소녀를 처음 만납니다. 부모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왠지 씩씩하고 구김살 없는, 맑은 눈망울을 가진 은동이. 현수는 은동이를 보면서 '가슴에서 쥐가 나는' 느낌을 갖게 되지만, 불행히도 뭔가 어떻게 해 보기도 전에 둘은 헤어집니다.

 

10년 뒤(2005), 현수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잘생긴 얼굴에 비해 연기 재능은 별로라는 평을 들었지만 어느날 길에서 은동이를 만납니다. 10년 만에. 아무 예고도 없이. 둘은 그대로 불타오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쩐 일인지, 은동이는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현수에겐 아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다시 10년 뒤인 현재(2015). 현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가 되어 있습니다. 부와 명성을 모두 차지한 남자. 누구나 부러워하는 남자.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한 남자. 그래서 그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은동이가 살아 있다면, 나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도 은동이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은 이미 죽었거나, 내가 자신을 찾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은호가 된 현수는 책을 씁니다. 자신과 은동이가 만난 많지 않은 날들의 기억을 담은 책을.

 

그렇지만 생전 글을 써 보거나 한 적이 없는 은호. 그래서 주위의 알음알음으로 대필작가 정은을 구합니다. 은호는 자기의 사연을 말로 녹음해 전달하고, 정은은 그걸 풀어서 글로 쓰는 역할이죠. 정은은 은호의 육성을 통해 현수와 은동이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기 얘기처럼 공감하면서 글로 사연을 정리합니다.

 

 

 

 

 

이 대본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역시 '신선함'이었습니다. 무슨 소리냐. 어린시절부터 시작하는 순정 스토리가 어떻게 참신할 수 있느냐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통적인 멜러드라마의 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감각을 줄타기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다릅니다. 고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지나친 순수함과 맹목적인 정열 때문에 자신도 망치고 상대도 망치는 민폐성 인물들이었다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적당히 이기적인, 실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드라마들에 비해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 표현이 있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대본을 쓴 백미경 작가는 비록 신인으로 분류되지만, 필력은 결코 신인이 아닙니다. 작가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결국 한 남자의 변함 없는 사랑입니다. 일찌기 개츠비가 그랬듯, 한 남자의 심지 굳은 사랑은 때로 '위대한 사랑'으로, 어떤 때에는 집착에 가까운 '지독한 사랑'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이 드라마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 돈, 명예, 명성, 대중의 사랑을 모두 가진 한 남자가 어떻게 사랑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랑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지금까지의 비슷한 드라마들과는 달리 엄청나게 경쾌한 템포로' 보여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며칠 전 경기도 모처(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은 드라마의 판타지를 깰 수 있기 때문입니다)에서 '사랑하는 은동아'의 도입부를 이루는 기자회견 장면의 촬영이 있었습니다. 은호가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은동이의 존재를 알리는 그 장면입니다. 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주진모의 첫 촬영이기도 했죠.

 

 

 

이 작품을 위해 5kg를 감량한 주진모의 날쌘 턱선이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의 기자 여러분들은 물론 진짜 기자가 아니지만, 중간 중간 진짜 기자보다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와 주진모씨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복근 관리' '얼굴 사이즈' '이상형'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습니다.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사실 저렇게 멀쩡히 앉아 있지만 이날 주진모는 땀을 1리터는 흘렸을 겁니다. 일단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문을 닫고, 에어콘 소리도 막아야 했기 때문에 저 자리는 엄청 더웠습니다. 조명 아래 앉아 보지 않은 분들은 그 고초를 모르죠.)

 

 

 

이 장면이 현재 공개된 '사랑하는 은동아'의 첫번째 티저가 됐습니다.

 

 

 

앞으로 [사랑하는 은동아]라는 말머리를 단 글은 실제 제작 일정과는 좀 다른, 저만의 제작 일지로 써 볼 계획입니다. 드라마 현장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드라마 촬영장이란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 글은 '영화같은 티저를 만들어라'가 될 겁니다.^  저 길은 어디일까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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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필사진 관찰자 참 인생을 다양하게 사시는군요. 님의 안목이 궁금합니다. ^^ 2015.05.08 14:51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재미있을겁니다. 2015.05.12 09:56 신고
  • 프로필사진 후다닥 오호라..
    드라마 CP 축하드려야할일 맞겠지요?
    그나저나 스토리가 어쩐지 대필 작가가 혹시 은호는 아니겠죠?
    ㅎㅎㅎㅎ
    2015.05.08 15:15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은호의 자서전을 대필하는건데 대필작가가 은호라니요 ;;; 2015.05.12 09:56 신고
  • 프로필사진 Chic 저도 이런류의 드라마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멀리서나마 믿고 응원합니다 ^^ 2015.05.11 15:26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글쎄 다를 거라니까요 ㅋ 2015.05.12 09:56 신고
  • 프로필사진 라일락향기 드라마 CP를 하게 되시다니...^^ 축하드려요~~
    기대만큼 관심갖고 응원하겠습니다. 물론 주위사람들에게 홍보도 함께 ^
    2015.05.11 18:51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믿겠습니다. ^ 2015.05.12 09:56 신고
  • 프로필사진 nclb 딴건 모르겠고,일단은 김사랑때문에 전 볼겁니다.헤헤~축하드리고 대박나시길~~!!! 2015.05.21 19:59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5.05.31 17:15
  • 프로필사진 송원섭 감사합니다. ㅜㅜ 2015.06.02 14:50 신고
  • 프로필사진 신디 넘 재밌어요~ 진부할 수 있는 제목이지만 내용을 알고보면 진짜 구구절절한 제목이에요 이만한 제목 갖다붙이기 힘들듯해요~^^ 볼때마다 티슈 여러장 적시는 간만에 심쿵한 드라마~^^ 2015.06.28 02:17 신고
  • 프로필사진 곰삥 진짜 드라마 대박이예요!
    요즘 주말드라마 재미없어서 안보다가 우연히 재방송으로 보게되었는데 반했어요!작가님이 누구신지궁금할정도로 빨려들어봤어요 진짜너무 굿이예요!
    케이블이라 사람들이 잘모르시는건지 시청률이 좀낮은데 굉장히 이해안갈정도로 재미있고 추천해주고싶은 드라마!4회밖에안봤는데 말다했죠뭐 믿고보세요다들 드라마 대박이니
    2015.06.06 22:05 신고
  • 프로필사진 완전팬 이드라마 완전팬 됐어요 ^^ 정말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시청률 신경쓰지 말고 원하시는 의도대로경쾌한 템포!! 로 계속 쭉 이어갔으면 좋겠어요.
    시간대와 공중파가아니라 조금 아쉬운데 재밌게 보고 있는 팬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
    2015.06.08 22:33 신고
  • 프로필사진 서연sty 진짜재밋게보고있어요..ㅎㅎㅎㅎ 금.토일이 기다려져여ㅜㅜ궁금해죽겟어용ㅜㅜ 2015.06.09 02:20 신고
  • 프로필사진 매너신 은동이 아들이 지은호 아들일듯~
    헤어지자마자 은동이가 교통사고로 그당시 남편도 불구되고 은동이는 임신중이었으며 10년이 흐름 아들이 10살~
    2015.06.11 19:12 신고
  • 프로필사진 시청자 은동이 블로그 다 읽었습니다.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이렇게 드라마가 촬영되군요. 최고의 드라마인데 시청율이 따라와주지 않군요. 다음 평점 9.9입니다. 해외 팔면 잘 팔릴듯요. 지상파에서 했음 30%는 찍을듯요. 2015.06.14 15:02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ㅠㅠ 2015.06.18 20:35 신고
  • 프로필사진 아놀드 와우.. 좋은글입니다.
    계속 계속 좋은글 써주시고
    좋은드라마 잘 만들어 주세요^^
    2015.06.14 21:57 신고
  • 프로필사진 eun 아 정말 저 이런사람아닌데
    은동이 글 찾아 이리저리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다 여기까지 찾아왔네요ㅜㅜ
    멀리 아프리카 나이로비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친구까지도 이 드라마에 빠져 허우적대고
    가는 싸이트들마다 이 드라마얘기로 꽂을 피우네요
    자부심 가지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남초,여초 싸이트 모두 사랑하는 은동아로 대동 단결입니다
    지난주 케이블 재방송보고 낚여서 주말에 몰아서 보고 또보고
    주변사람들에게 강추라고 말하고자니기시작했는데 이미 다들 빠졌다고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현수랑 은동이가 서로를 보며 설레는 마음을
    가슴에 쥐가 난것 같다고 표현하는데
    시청자들이야말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에 쥐가난듯 벅차오르고 터질것같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어찌할줄 몰라하는듯 합니다..
    정말 작가님의 필력,더할나위없는 음악,세련된 연출, 그리고 완벽한 배우들 덕에
    드라마를 보며 충만함까지 느끼는 호사를
    누립니다..
    이런드라마를 선택하신 cp님의 안목에 감사를 드리며
    아무쪼록 이 느낌 그대로 잘 이끌어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운 여름 힘내시고!
    심상치않은 분위기게 덩달아 흥분한
    5일된 시청자가 긴 댓글 남깁니다
    2015.06.24 01:51 신고
  • 프로필사진 저도 써도 되나요 사랑하는 은동아 글 제목만 보고 저도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잘 보고 있습니다.
    사람 냄새 나는 스타와 매니저도 좋고, 두 배우를 새롭게 보게 된 것도 좋네요.
    좋은 글, 드라마, 암튼 계속 부탁드려요^^...
    2015.06.26 11:27 신고
  • 프로필사진 김나연 최고의드라마 너무 잘보고있어요.보다가 울고 끝나면 끝났다고 우니 27개월 아들이 하는말 엄마 운동이 끝났대?^^ 2015.06.28 00:40 신고
  • 프로필사진 박수인 모든게 메말라가는 요즘인것같은데 단비를 주는 드라마예요. 이런 감성을 꺼내어준 분이 어떤분인지 궁금해 찾아보게되었어요. 좋은 글 이쁜 드라마 감사합니다. 2015.07.04 13:33 신고
  • 프로필사진 고광록 요즘 같은 세상속에서 은동이란 드라마의
    작가분 역시 아픔이란걸 아쉬는분 같네요.
    사람은 아플수록에 양면성을 띄는 성향에
    무한반복적인 미련과 후회로 일삼기 마련인데
    마음에 고향같은 향수에 젖게하는것
    같네요ㅎ~~ 치유되는 마음에 고향을
    주신 작가님 변함없이 또 다른 도약을
    꿈꾸는 사회모순 타도하고 회유하는것도
    부탁 드립니다ㅋㅋ
    2015.07.12 01:50 신고
  • 프로필사진 마카롱 주말에 우연히 보고 빠져서 4편 몰아보기 했는데 오늘도 일이 손에 안잡힐 정도로 계속 생각나네요. 앞부분은 줄거리만 보고 중간부터 보기 시작했는데도 어찌나 푹 빠지던지 눈물바다가 되었어요. 말씀하셨듯이 제목에서 주는 약간의 촌스러움(?) 같은게 있긴 하지만... 막상 보고나니 왜 이런 제목을 선택하셨는지 잘 알것 같아요! 그리고 이 드라마 정말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2015.07.13 09:38 신고
  • 프로필사진 비밀댓글입니다 2015.07.29 12:42
  • 프로필사진 이승용 3일동안 일하고퇴근해서 밤새가면서 정주행했습니다.

    좋은 드라마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슷하게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데.. 저도 현실이 되면 좋겠네요..
    2015.08.11 05: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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