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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지요. 일단 리조트의 꽃인 아침식사부터 시작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베다나 리조트의 레스토랑은 한 곳입니다. 여기서 아침 점심 저녁을 다 처리합니다.

 

 

베트남의 아침은 베트남 커피로 시작합니다. 전 세계 모든 호텔에서는 아침식사를 위해 자리에 앉은 손님에게 "Tea or Coffee?" 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아이스커피를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워낙 덥기도 했고, 베트남 커피가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아, 물론 베트남의 아이스커피는 기본이 연유 추가 상태입니다. 그냥 블랙 상태의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려면 반드시 'no sugar, no milk' 라고 말을 해 줘야 합니다.

 

 

저는 커피든 아이스 커피든 평소엔 거의 마시지 않습니다. 시고, 쓰고, 속이 아프고, 오히려 갈증을 더 부추기기 때문인데 처음 가본 베트남에서 마신 커피는 달랐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두잔까지도 마실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설탕을 조금 넣어도 좋고, 아예 베트남식으로 연유를 타도 좋습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 자리에 bucket of ice 는 필수. 아침부터 푹푹 찝니다.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놓칠 수 없는 것은 즉석에서 요리해주는 이 쌀국수. 제가 별로 먹어 본 게 없어서 그렇긴 한데, 지금까지 먹어 본 쌀국수는 쌀국수가 아니더군요.

 

 

저렇게 생긴 누들 바에서 아침마다 취향대로 국수를 만들어 줍니다. 일반적인 쌀국수와 당면처럼 생긴 버미셀리 국수 중 선택, 그리고 쇠고기/닭고기/해산물(새우) 육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닭 육수에 새우 꾸미를 얹고 숙주와 야채, 고수를 듬뿍 넣은 다음, 베트남에서 느억맘 Nuoc Mam 이라고 부르는 피시 소스에 엇 Ot 이라고 부르는 쥐똥고추를 썰어 넣은 장(태국에서는 똑같은 배합을 삑 남쁠라라고 부르죠)을 살짝 두릅니다. 여기에 다진 고추 양념을 조금 풀고 라임을 쭉 짜 넣으면 - 여기까지만 해도 침이 꼴딱 넘어갑니다. 후루룩 후루룩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더위와 매운 고추 맛으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 콧등을 슥 문지르는 맛. 달콤하면서도 시고 매운 국물을 쭉 들이키고 얼얼해진 혀를 아이스커피로 달래는 데 까지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본 동작입니다.

 

(그런데 대체 왜 한국에선 저런 베트남 국수를 먹을 수 없는 거냔 말입니까. 무슨 이유로 어디 가나 똑같은, 베트남 다시다 국물에 얇은 쇠고기 수육 말아넣고 억센 숙주 말아넣는 국수만 팔고 있는 것인지.)

 

 

 

아무튼 저렇게 테라스 같은 자리가 있고, 실내의 선풍기 아래 자리가 있는데, 비록 아침이라도 혹서기에는 감히 밖에 앉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쌀국수의 유혹은 이길 수 없으니 참.

 

 

 

가짓수가 아주 많은 편은 아니지만,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쌀국수도 있습니다. (밥 종류도 미리 주문만 하면 해 준다는...)

 

 

 

아, 주스 종류는 확실히 다양합니다. 오렌지, 파인애플, 수박, 패션푸르트, 믹스 푸르트 주스가 기본입니다. 모두 직접 간 것.

 

 

 

열대의 낙원답게 과일 테이블을 볼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망고스틴은 기본 제공은 아니고 - 아마도 잘 상하기 때문인지 - 미리 말만 하면 준비해 줍니다. 개인적으로 망고스틴을 굉장히 좋아하는 터라 이번에도 50개는 먹고 온 듯...

 

계절 탓인지, 베트남의 식생이 원래 그런지 망고와 드래곤프루트가 유난히 맛이 좋습니다. 수박은 요즘 지구상에 한국산 수박보다 맛있는 수박이 사라진 듯.

 

오른쪽에 나란히 있는 작은 항아리들에는 리조트에서 만든 잼이 담겨 있는데 파인애플 잼과 패션 푸르트 잼을 추천합니다. 특히 파인애플 잼은 오렌지 마말레이드를 밀어 내고, 크루아쌍의 no.1 파트너가 될 만 합니다.

 

 

 

아침 식사는 이 정도로 해 두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먹어 본 현지식을 일단 소개합니다.

 

 

 

이번에 베트남에서 만난 인생의 음식 중 하나인 분 띳 느엉 Bun Thit Nuong. 한국의 소면 비슷한 국수에 숯불에 양념해 구운 돼지고기를 얹고 약간의 야채, 느억맘과 베트남 고추장을 넣고 비벼 먹는 음식인데 날 덥고 입맛 떨어질 때 정말 딱입니다.

 

어찌 보면 국내에서도 가끔 먹는 분 보 싸오 Bun Bo Xao라는 음식과 흡사한데,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분 띳 느엉은 넓게 펴서 구운 고기를, 분 보 싸오는 다져서 볶은 고기를 꾸미로 얹는다는 데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건 뭐 그닥 크게 두드러진 게 없었던 구운 새우+야채 볶음.

 

참. 새우는 베트남에선 톰 tom 이라고 부릅니다. '똠 얌 꿍'에도 '똠'이 들어가 태국어와 혼동하기 쉽지만, 태국어의 똠은 그냥 '국물'이란 뜻이고 새우는 꿍 Koong 입니다. 그래서 새우 국물이 '똠 얌 꿍'이 되는 것이더군요.  

 

 

 

일종의 퓨전식인 듯한 해산물 샐러드. 오징어, 새우, 견과류, 야채, 망고, 말린 국수 등등을 느억맘에 비벼 먹습니다. 무난하고 맛있습니다. 다만 전통 베트남 식은 아닌 듯.

 

 

 

국내에서도 많이 먹는 새우 쌈 전채 요리 고이 꾸옹 톰 Goi Cuon Tom. 고이 꾸옹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라이스페이퍼 쌈 요리의 통칭입니다. 한국과의 차이라면 야생 파 같은 식물을 저렇게 길게 뽑아 준다는 것. 물론 한국에서 먹을 때처럼 땅콩장이나 느억맘에 찍어 먹습니다. 역시 실패하기 힘든 음식.

 

 

 

해산물 볶음밥 Com Chien Hai San. 밥이 꼼 Com 이라서 볶음밥은 꼼랑 Com Rang 혹은 꼼찐 Com Chien 이라고 쓰는데 그 뒤에 밥 외의 부재료 이름이 들어갑니다. Hai San 은 글자 그대로 해산물. 거의 베트남을 대표하는 국민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 것 같고, 어디 가나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음식입니다.

 

물론 느억맘을 뿌려 먹는 게 포인트.

 

 

나가서 먹는 게 귀찮아 룸 서비스를 차려 봤습니다.

 

어쨌든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은 리조트 특성상 한국에서 음식을 적당히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합니다. 컵라면이나 봉지 김치는 기본 중의 기본. 전자렌지가 없어서 햇반을 못 드신다는 분들은 욕조나 세면대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욕조에 더운 물을 받아 적당히 담가 두면 밥이 됩니다. 각종 레토르트 식품도 같은 요령으로 드실 수 있습니다.  

 

물론 여행 비용도 상당히 절감되겠죠.

 

베다나 리조트도 절대적으로 비싼 리조트는 아니지만 식비는 꽤 듭니다. 주변에 식당이 없기 때문이죠. 호텔 식당에선 요리 1개 당 20만 동, 한화로 1만원 정도는 책정해야 하니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편입니다. 아무튼 요리 2개에 음료면 50만, 3개면 70만 동 정도는 한끼 식사 비용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다음은 바깥 식당.

 

훼 시내 레스토랑 중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꽤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유명 맛집 Les Jardins De La Carambole 를 들렀습니다. 불어는 일자무식이지만 카람볼레는 거리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카람볼레 거리의 정원' 뭐 대략 이런 뜻이 되겠죠. 한때 프랑스 식민지였던 만큼, 여기저기에 프랑스 문화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 있는 느낌입니다.

 

 

 

뭔가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연상시키는 아담하고 조용한 분위기.

 

 

에어콘을 틀어 달라고 요청하면 대략 한쪽을 막아 놓고 틀어 줍니다. 하지만 지역 특성인지 얼음같은 냉풍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맥주 이외의 음료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도 아직은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느낌.

 

(의아해 하실 분들을 위해: 베트남에서는 맥주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게 대단히 일반화 되어 있습니다.

 

 

베트남 중부를 대표하는 요리인 반 베오 Banh Beo. 찹쌀가루 반죽에 양념한 새우 소를 넣고 바나나 잎으로 싸서 찐 음식.

 

 

그런데 이것이 기대 이상으로 맛이 좋습니다(새우찰떡?).

 

양도 많지 않아 순식간에 홀라당.

 

 

 

동남아 지역에선 국가를 막론하고 흔히 먹을 수 있는 볶음 국수. 이 식당에선 유난히 버터 향이 강했습니다.

 

 

 

구운 새우와 밥(은 따로 시키지 않았는데 그냥 딸려 나옵니다). 익히 아시는 구운 새우 맛. 위에 얹힌 것은 고추와 파...같이 생겼지만 파가 아니고, 질겨서 씹히지 않는 그 동남아 특유의 야채입니다.

 

음식은 꽤 정갈하고 맛있는 편인데, 이렇게 세 가지 요리를 시키면 이 식당도 대략 70~80만 동 정도의 계산서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영어 메뉴판이 있고, 종업원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깔끔하고 아담한 분위기의 관광객 용 레스토랑은 이 정도가 평균 가격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끼니딩 최소 한화 2만원 정도 소요.

 

하지만 현지 식당 에 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놀랍게 싸고, 놀랍게 맛있습니다.

 

 

Nhà Hàng Bà Chanh (나항 바찬. 나항은 베트남어로 식당)

117 Bà Triệu, Xuân Phú, tp. Huế, Huế, 베트남

 

훼를 다녀오신 분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보고 찾아갔습니다.

 

다만 주소는 조금 불안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식당의 페이스북에는 주소가 9 Truong Chinh 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위의 117 Ba Trieu 로 찾아갔을 때 택시 기사가 '저 주소는 여긴데 여기는 식당이 아니네...?' 하더니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 다른 지점으로 찾아갔습니다. 이런 사연으로 짐작해 볼 때 어쩐지 실제 주소는  9 Truong Chinh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시 물어 찾아간 장소도 원래 장소에서 멀지는 않았습니다. 어쨌든 Ba Trieu 주변에 있는 것은 분명한 듯.

 

 

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소인 빅C(큰 쇼핑몰...이라기 보다는 마트)를 바라보고 오른쪽 길이 Ba Trieu 입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쨌든 나항 바찬이 나오는 건 분명합니다.  

 

 

 

들어가 보면 한국에도 아직 많은 해변 가건물 횟집이나 서울의 염가 횟집 같은 느낌입니다.

 

 

 

수저 통과 땡땡무늬 컵이 정겨운 느낌.

 

 

 

일단 기본적으로 이따시만한 얼음통이 테이블마다 기본 제공됩니다. 저희는 외국인 식(?)으로 저 얼음통 속에 맥주와 음료를 담가 먹었는데 현지인들은 기본적으로 저 얼음으로 잔을 가득 채운 다음 맥주를 따라 마십니다.

 

일단 야채 요리가 먹어 보고 싶었습니다.

 

 

베트남어로 라 무엉 Rau Muong, 흔히 우리 말로 공심채, 혹은 물시금치라고 불리는 이 식물은 본래 나팔꽃 종류라 영어로는 그냥 Morning Glory라고 불립니다. 아무튼 저 공심채를 마늘을 넣고 살짝 볶아주면 아주 맛있는 나물이 됩니다. 이 볶은 음식을 라 무엉 싸오 토이 Rau Muong Xao Toi 라고 부릅니다. 한 접시에 3~4000원 정도. 그런데 반찬처럼 먹기에 딱 좋습니다.  

 

(물론 중국 음식이나 태국 음식 등에도 이 공심채 볶음은 자주 등장하는 메뉴죠)

 

 

 

뭐 봐도 알듯 말듯 한 메뉴판. 좌하단의 CAC MON KHAC 코너를 보면 맨 위의 Com Chien Hai San은 해산물 볶음밥, Com Chien Tom은 새우 볶음밥을 뜻한다는 정도만 알아도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밥 종류는 대개 3000~4000원 수준.

 

 

 

게 종류는 베트남에서도 아주 싼 편은 아니라서 저 게 1Kg이 50만 동이었습니다. 알 밴 암케는 60만동. 게는 베트남어로 꾸아 Cua 라고 합니다.

 

꽃게는 아니고 미국 서해안에서 먹는 던전 크랩과 비슷한 모양과 맛입니다. 조리 방식은 찜, 튀김, 팬 구이 등이 있는데 그냥 찌는 편을 선택했습니다.

 

 

크기 판단을 위한 손 등장.

 

 

단면입니다. 알과 살이 꽉 차 있어 한 사람이 한 마리 먹기가 힘들 정도.

 

 

...과 새우 볶음밥. 볶음밥도 베트남 특유의 불면 날아가는 '안남미'가 위력을 발휘하는 제대로 된 볶음밥입니다.

 

이렇게 배 터지게 먹고 65만 동. 이런 놀라운 가격이야말로 베트남 여행의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료.

 

태국을 대표하는 거리 음료가 흔히 땡 모 반 이라고 부르는 수박 주스라면,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료는 이 넉 미아 Nuok Mia. 바로 사탕수수 주스입니다. 물론 베트남이라고 수박 주스를 안 파는 건 절대 아닌데, 거리를 지나다 보면 '넉 미아'라고 써 있는 가판대가 수없이 서 있습니다. 

 

 

이런 환경. 옆에 있는 사탕수수 수수깡을 그냥 착즙기에 꽂으면 요란한 커억 소리와 함께 즙이 아래로 흘러나옵니다. 거기에 얼음을 가득 넣고 마시면 끝. 사실 환경을 생각하면 상당히 비위생적인 불량식품임에는 분명합니다만, 현지 기분을 내고 싶다면 넉 미아 한잔 정도는 마셔 주는게 좋을 듯 합니다.

 

(몇번 시도를 해 봤지만 그럴듯한 레스토랑에서는 절대 넉 미아를 팔지 않습니다. 오직 거리에서만!)

 

 

 

물론 먹는게 인생의 목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구경도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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