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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이 국내외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고환율이 첫번째 이유겠죠. 일단 시간 나면 일본으로 향하던 사람들이 연초 데뷔 1.5배 이상 오른 일본 돈 때문에 포기를 했겠고, 그래도 어딘가 쉬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제 1감으로 떠오르는 곳이 부산일겁니다.

서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제주도만 해도 한참 오른 항공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바다를 건너 가는 건 좀 부담스럽죠. KTX 덕분에 서울-부산간의 심리적 거리가 3시간 이내로 줄어들었기도 합니다. 물론 오해도 있죠. '따뜻한 남쪽'이라는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사실 부산은 바람이 셉니다. 그리 '따뜻한 남쪽'은 아닙니다.

제 경우에 부산을 가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바로 풍부한 먹거리죠. 사실 부산을 생각하면 머리 속에 온갖 해산물이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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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회 말고도 좋은 먹거리가 널렸습니다. 전국 주요 도시는 꽤 다녀 봤지만, 미향으로 소문난 전주나 광주보다 부산의 먹거리들이 제게는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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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분들에 비하면 어림없겠지만, 제 경우에는 지난 2002년 아시안게임 때 한달 동안 지옥의(^^) 합숙생활을 한 것이 부산의 맛에 익숙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장돌뱅이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부산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그래도 일정 기간 동안 거주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더군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라면 '부산의 맛'으로 꼼장어와 복어를 가장 먼저 꼽겠습니다. 꼼장어라면 제가 경험해 본 걸로는 일단 자갈치 시장 주변의 꼼장어구이, 동래의 돌판 꼼장어, 기장의 짚불구이 장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래의 돌판 꼼장어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어는 조리법이 정말 다양합니다. 우선 복국은 서울에도 분점을 낸 유명한 복국들보다 해운대 끄트머리 미포에 있는 할매복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뭐랄까, 좀 소박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복국보다 우선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은 복불고기입니다.

'복불고기 서울에도 많은데...'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일단 부산에 가서 드셔 보시면,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서울이나 여타 지역의 복불고기집들은 대개 돼지고기를 요리하듯 고추장 범벅이 된 복불고기를 내놓습니다만, 진짜 복불고기의 맛은 간장 양념에서 찾아야 합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16년 동안 복불고기만 먹어 온 알독 김병만 선생은 말합니다. "간장 복불고기 먹어 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마."

제가 찾는 집은 부산 연산동의 '제일복집(051-851-3263)'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제일복집은 어디론가 사라진 듯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장사를 그만두셨을 것 같지는 않고, 혹시 부산 사시는 분들 가운데 이 제일복집이 어디로 갔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로 소식 좀 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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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동역 6번출구로 나와 반도보라아파트쪽으로 100m 정도만 가면, 아파트 담벼락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이 집에 처음 갔을 때는 크로바 호텔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안 보이는 오른쪽이 바로 반도보라아파트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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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본 게 2004년. 놀랍게도 2002년과 대략 거의 비슷한 가격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인장은 한술 더 떠서 "10년 전과 똑같은 가격"이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10년 전에도 왔었는데 그때는 25000원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뭐 아무튼 착한 가격입니다. 복불고기는 3만원에 2인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개 기사를 보면 복샤부샤부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집을 대표하는 메뉴는 간장 복불고기라고 생각합니다. 소불고기 양념과 거의 흡사한 소스에 팽이버섯과 미나리, 양파 등 각종 야채를 넣고 솥뚜껑같은 번철에 구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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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간에 이렇게 되죠.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소주보다는 맥주가 더 어울립니다. 껍질 무침과 콩나물 무침을 안주로 홀짝홀짝 맥주를 들이키면서 복살이 익기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다 익으면 차가운 맥주로 혀를 식히면서 야들야들한 복살과 미나리를 씹는 맛... 침샘이 터질 것 같군요.

당장 KTX 표를 끊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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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복죽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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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일정이라면 복불고기로 한 끼, 저녁은 적당한 곳에서 회로 한 끼 정도 때워야겠죠. 횟집도 횟감과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일테니 그건 알아서 고르셔야 할 겁니다.

10년 전 회사 선배에게 소개받아 동래의 신화정이라는 횟집에 갔습니다. '이 집에서 양식 회가 발견되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자신만만한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때 이 집에서 먹은 돌도다리(이시가리)회와 광어 서더리를 넣고 끌인 미역국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어디 횟집을 가도 광어 뼈로 끓인 미역국이 있는지 물어보게 되더군요.

최근 갑자기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니 여전히 번창하고 있더군요.

밤에 술을 드신 분이라면 다음날은 더더욱 복국을 드셔야 합니다. 숙소가 해운대 쪽이라면 위에서 말한 할매복국이나 서울에서 더 유명한 금수복국이 좋겠죠. 뭐 여행지의 아침이니 아점 정도의 시간대가 되겠지만.^

리듬이 깨져서 점심을 걸러야 하거나, 아니면 집으로 향하는 차편 시간 때문에 뭘 먹기가 애매하신 분들에게는 부산 역전의 신발원 만두를 추천하게 됩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서면 가야밀면도 좋겠죠.

부산역 바로 길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세계 어디서나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붉은 바탕의 황금색 용문이 서 있습니다. 물론 이 골목은 차이나타운+러시아타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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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에서 몇미터 안 되는 곳에 신발원(新發園) 간판이 보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곳이지만, 의외로 가게와 간판이 작아 잘못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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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명성을 듣고 처음 간 사람은 테이블이 세개밖에 없는 초간편 매장 규모에 놀랍니다. 대다수 중국집과는 달리 매장보다 주방이 더 크죠.^

메뉴에도 짜장면 탕수육은 없습니다. 신발원은 그냥, 너무도 순수하게 '만두집'이자 '빵집'이기 때문입니다. 고기만두와 물만두를 빼면 나머지는 단팥빵, 커빙(중식 식빵), 꽈배기 등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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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신발원이 자랑하는 고기만두. 돼지고기와 생강 마늘 부추 맛이 나는 전형적인 중국식 만두입니다. 제갈공명이 남만의 원귀들을 달래기 위해 만들었을 바로 그 만두 맛이라는 생각이 절로 날 정도.

돼지고기를 평소 선호하지 않는 마나님과 순식간에 한 접시를 해치우고, "이거 포장해서 기차에서도 먹을까?"했더니 0.1초만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면서, 신발원 만두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전혀 담백하지 않습니다. 진짜 그 고기만두 맛입니다. 그리고 일품입니다. 기차 안에서 냄새를 풍기면서 만두를 먹으면 옆 자리 사람들이 큼큼거리며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아마 그 분들도 침을 삼켰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챙겨 먹는 사이사이에 뭘 하냐구요? 그런건 각자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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