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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주간에 그래미상과 서울가요대상이 함께 열렸습니다.

'소 핫'과 '노바디'의 원더걸스가 대상이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물론 두 다른 그룹의 모습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도 인지상정이죠.

이 자리에 우주의 기원을 이름으로 삼은 그룹은 등장했지만 무협지적인 이름을 가진 그룹은 왜 나타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시상식의 여파는 과연 어떻게 미칠까요. 서울가요대상 3일 전에 쓴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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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국에 그래미상이 생긴다면

국내 팝 시장의 몰락과 함께 그래미상 시상식 결과에도 별 관심이 쏠리지 않던 차에 올해는 뜻밖에도 반가운 이름의 수상 소식을 들었다.

로버트 플랜트. 전설의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의 리드 보컬인 그가 만 61세에 5개 부문을 휩쓸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동방예의지국에서라면 다른 상은 제쳐두고 레드 제플린의 결성 40주년(이들의 데뷔 앨범은 1969년에 나왔다)인 올해, 공로상부터 드려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을 지도 모른다.

문득 생각해본다. 만약 이번 그래미상이 한국에서 열린 행사였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까. 그리 유쾌한 일만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미상의 최고 영예는 싱글을 대상으로 한 '올해의 레코드', 앨범을 대상으로 한 '올해의 앨범', 그리고 작곡자에게 주어지는 '올해의 노래'로 압축된다. 이 3개의 상은 모든 장르를 통틀어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이다. 단 이 3개 가운데서 우열을 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누가 1등인지 가려야 하기 때문에, '올해의 노래' 부문 수상자로 내정된 콜드플레이는 "우리의 수상 순서가 마지막이 아닐 경우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어거지를 쓴다. 어쨌든 마지막에 주는 상이 가장 중요한 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우수 남성 R&B 보컬의 2개 부문을 수상한 니요는 대중성에서 최고인 자신이 3개의 대상 중 하나도 차지하지 못한다는 건 주최측의 농간이라고 주장하며 역시 해외 투어를 떠나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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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남성 팝 보컬상을 받은 존 메이어의 광적인 여성 팬들은 메이어의 싱글 '세이'가 왜 올해의 앨범상(?)을 받지 못했느냐고 대대적인 인터넷 댓글로 그래미상 흠집내기에 나선다. 여기에 싱글과 앨범의 개념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자칭 기자들까지도 팬들의 편을 들고 나서 혼란을 가중시킨다. 최우수 헤비메탈 가창/연주상을 받은 메탈리카는 그 상은 벌써 다섯 번이나 받았다며 불참을 선언해 버린다.

말도 안 된다고?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공신력있는 한국의 빌보드 차트와 한국의 그래미상'을 신설해 음악산업 진흥에 이바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상식이 없어서 음악시장이 침체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가요계 종사자들 자신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미 가요계는 지난 2004년 지상파 3사의 연말 가요 시상식에 불신을 표명하고, 독자적인 시상식을 만들겠다고 주장해왔다. 이 시상식은 아직 한번도 치러지지 못했다. 국내에 몇 남지 않은 다른 시상식에 대해서도 '내가 받으면 좋은 상, 못 받으면 나쁜 상'이라는 가요계의 기본적인 인식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 세상의 어떤 시상식이든, 상의 공신력은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가요계와 문광부가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누가 심사를 하든, 어느 기관이 주관을 하든 '한국판 그래미'의 앞날도 그리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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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단의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강조를 위한 표현입니다. 물론 주는 사람이 잘 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시상식이든, '주는 사람'의 몫은 30% 미만입니다. 나머지는 받는 사람들이 그 상을 어떻게 인정하고, 예우하는지에 달린 겁니다.

주는 사람이 자기 몫을 다하지 않는다면 그 상은 당연히 없어져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주는 사람이 최선을 다해도, 받는 사람들이 외면하면 그 상은 아예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처럼 대형 기획사와 톱스타들이 모든 시상식을 "우리야, 쟤네야? 우리가 아니면 안 가"라는 식의 파워 게임의 장으로 생각하는 한, 문광부 아니라 청와대가 시상 주체로 나서도 '한국의 그래미'는 존재하기 힘듭니다. 아, 차라리 문광부 아닌 국세청이 주관 기관으로 나서서 '이유 없이 불참하는 기획사에는 당장 세무조사를 실시한다'는 엄포를 놓는다면 이런 식의 파워게임이 종식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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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로버트 플랜트와 앨리슨 크로스의  Please Read The Letter 입니다. 플랜트의 사자후를 기대하셨던 분이라면 무척 실망하시겠지만, 이런 창법도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모든 다른 상이 그렇겠지만, 그래미상은 특히나 '그간의 공로(60) + 이번 음반의 성과(40)'를 기준으로 수상자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릭 클랩튼도 그래미에서는 대부분 중년 이후에 상을 받았죠. 중년 이후의 음악이 탁월해서라기보다는 '젊어서 못 준 상'을 미뤘다 줬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날도 꿀꿀한데 Led Zeppelin의 대표작 중 하나인 Immigrant Song입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Chic 헉..혹시 저도 1빠가 된건가요?
    비오는 날 잠깐 들렸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09.02.13 10:16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넴- 2009.02.13 10:39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님 아쉽네요 단순 개인적인 사고와 가치관으로 마냥 대중적인 글 처럼 보이게 하는 건 안좋아 보이네요. 2009.02.13 12:36 신고
  • 프로필사진 발란타인 '개인적인 사고와 가치관'말고 개인 블로그에다 뭘 써야되는지 좀 말해보쇼..어디 신문 스트레이트 기사나 퍼나를까? 2009.02.14 12:45 신고
  • 프로필사진 여기를[클릭]하세요 드라마, TV방송, 영화, 애니, 음악, YADONG,게임,유틸 기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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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2.15 14:44 신고
  • 프로필사진 정말 한국에서는 상을 받아도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거 같네요 2009.02.13 10:23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상 받은 사람중에 안 좋아하는 사람은 못 본것 같은데요? 2009.02.13 10:39 신고
  • 프로필사진 뽁뽁이 역시 레전드.
    콜드 플레이는 표절 시비에도 3개 부문이나 가져가더군요.

    서울가요대상은 하는지도 몰랐어요.
    과연 한국판 그래미, (백상이 있다지만) 한국판 에미 가능할까요?
    시상식은 많고 주는 사람, 받는 사람들 잔치.
    보는 사람은 그리 달갑지 않아요.
    2009.02.13 11:16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각 방송사의 시상 외에 3대 지상파를 통틀어 주는 상은 '사실상' 백상 뿐입니다. 2009.02.13 18:21 신고
  • 프로필사진 그래미상도 그렇지만 빌보드같은 공신력있는 순위차트도 없다는것도 문제인것같습니다.
    1,2등이 누군지 보단 그냥 공정한 순위를 보고싶은 마음때문입니다.
    지금은 다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인지라
    다 자기들이 1등이랍니다.

    분명 노래히트는 원걸이 많은것같고 음반은 동방신기가 젤 많이 팔렸다는데 인기는 빅뱅이 제일 많은것같고....
    그리고 셋다 음악성보단 비주얼에 더 비중두는것같고....

    10여년전에 서태지와 아이들 보며 좋아했을때 그래 우리나라도 한 10년 지나면 빌보드나 그래미같은 안정되고 누구나 인정하는 시상식과 차트가 생길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요즘이 시스템면에서는 퇴보하는 느낌이네요...
    2009.02.13 11:21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렇게 기준이 많기 때문에 공정한 순위는 더 힘듭니다. 빌보드 순위라고 트집 잡을 데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한국처럼 기획사들이 물고 늘어지면 빌보드 할아버지라도 살아남지 못할 겁니다. 2009.02.13 18:22 신고
  • 프로필사진 orcinus 국세청 좋은 의견인 것 같습니다...ㅠㅠ 2009.02.13 11:30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g 2009.02.13 18:23 신고
  • 프로필사진 가을남자 혹시 엊그저께 김장훈이 상받은 가요제 인가요?
    마지막 잠깐 본것 같은데.... 대형 기획사 들의 모임같은것 없는가요? 그런데서 주최를 하면 어떨까하는데...
    아뭏든 사촌이 땅을 사면 배아픈 나라는 아마 우리나라밖에 없을겁니다/
    2009.02.13 11:34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위에도 있지만 그런데서 2004년에 하겠다고 공언을 했었죠. 2009.02.13 18:24 신고
  • 프로필사진 땡땡 로버트 플랜트는 조금 아까운건 록 앨범이 아닌 컨트리 앨범이라는게 좀... 2009.02.13 11:36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vb 2009.02.13 18:24 신고
  • 프로필사진 교포걸 처음 읽었을때 우주기원과 무협지 이름의 그룹들이 무슨뜻인가 했습니다 (우주기원 그룹의 이모팬임에도 불구하고). 나 왜 이렇게 둔한거야.

    노바디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비디오 보셨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aN6gkegChQI 이 아가씨 알리샤 키이스 필이 나네요.
    2009.02.13 13:50 신고
  • 프로필사진 후다닥 우리나라는 상을 너무 남발하는 것 같습니다
    시장 규모에 걸 맞지 않게 상이 다양하다 보니
    한해에 상 못 받는 가수들이 거의 없더군요
    차라리 모든 시상식 주최측에서 돈을 모아서
    기금을 설립하고 정말 빡시게 심사해서
    상 주면 상의 권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2009.02.13 14:04 신고
  • 프로필사진 halen70 옳은 의견이십니다.. 저도 동갑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상이 많죠.. 2009.02.14 02:19 신고
  • 프로필사진 수다 물론 원더걸스를 좋아하지만 가요대상은 아니지요
    인기상이라면 모를까
    2009.02.13 16:26 신고
  • 프로필사진 echo 저렇게 받는 쪽에서 튕기다 보니 섭외하는데 애로가 많으시겠습니다. 기획사 관계자들 유재석한테 특강이라도 받아야 할 듯......

    p.s.빅뱅하고 동방신기말고는 갸우뚱. 한국에서 상을 다섯번이나 받고 튕긴 최우수 락밴드가 누구죠?
    2009.02.13 23:13 신고
  • 프로필사진 메모리즈 대중문화 전반에 공신력있는 축제나 시상식이 한두개씩은 있죠. 영화에 좀 잘 자리 잡혀 있구요. 백상예술상 마냥 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구요.
    가요만 영 너무 미비한것 같습니다.
    등수를 매기는 시상식보다는 축제식으로 했으면 합니다.
    2-3주에 걸쳐 공연을 하고 다같이 모여서 즐기는 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누가 상을 받아야 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기획사 나부랭이들이 찍어 만든 싸구려 딴따라들은 그냥 시장의 성공으로 위안받으면 되는 거구요.
    상업적인 성공이 시상의 절대적 기준이 된다는 것은 좀 황당하죠.
    젖소부인 극장에 걸어보세요. 대박납니다.
    그럼 황금사자상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때로 흥행과 수상가치는 별개의 문제일수도 있다는 거죠.
    2009.02.14 05:29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글쎄요, 그렇게 쉽게 '누가 상을 받아야 하는지 알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아예 처음부터 '상업적인 성공을 기준으로 한 상'도 있습니다. 일본의 골드디스크나 한국의 골든디스크상 같은 경우가 그렇죠.
    2009.02.14 10:10 신고
  • 프로필사진 안씨. 하여간 그래미 어워즈에 녹아있는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은 '그래도 상은 실력을 위주로' 인데 이런것은 좀 우리가 따라해야해요.. american idol 출신 가수가 이번에 컨츄리부분에서 탔던데.. 솔직히 외모상으로 별로 아니죠?? 한국이었으면 가능했을까?? 먼저 살빼라고 하거나 이런저런이유등등 음악외적으로 평가하는것도 너무 심하죠. 아이돌 음악,노래방문화를 겪은 아이들에게 대중음악에서 수준을 찾는다는 건 좀무리이죠. 2009.02.14 09:49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런데 그 나라는 '못생긴 비 아이돌 가수'의 음반도 꽤 팔린답니다. 2009.02.14 10: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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