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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돈 관련 일을 하는 후배와 식사를 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그동안 잘 살던 돈 관련 일들을 하는 친구들이 아주 죽을 맛인 모양이더군요. "그러게 돈이란 건 원래 땀 흘려서 벌었어야지!"라고 농담을 했지만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영국 시간에 맞춰 업무를 보고, 뉴욕 시간에 맞춰 오후 11시에 회의를 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참 저러고 어떻게 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이야 저보다 훨씬 많이 벌겠지만 그래도...

4월이면 벚꽃, 벚꽃하면 4월이죠. 이놈의 벚꽃이라는 꽃은 의외로 수명도 짧습니다. 2주 정도 활짝 피었다가 슬쩍 져 버리는게 일이더군요. 이게 일본의 국화라는 이유로 뜻없이 미움도 받지만, 뭐 영국 식민지였던 나라 중에서 장미를 미워하는 나라는 못 본 듯 합니다. 그걸 나라 꽃으로 고른 사람들이 문제지 뭐 꽃에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본래 없던 꽃도 아니고.

아무튼 다른 뜻 하나도 없이 좀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뜻으로 경주를 휙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네. 돈은 좀 깨집니다만...ㅠㅠ 그래도 활짝 핀 벚꽃 터널에서 산보도 해 보고 하니, 그래도 사람이 이런 맛에 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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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문단지에 벚꽃 보러 처음 간 건 지난 3년 전입니다. 그때는 4월중순쯤이었는데 이미 벚나무들이 저런 모양이 되어 있더군요. 물론 저건 좀 심한 가지를 찍은 거고, 대부분 꽃이 볼만큼은 있었지만 언제고 한번쯤 꽃이 확 피어 있을 때 한번 가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드랬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날짜를 좀 빨리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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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렇게 한풀이를 했습니다. 꽃이 아주 탱글탱글 꽉 차 있더군요.

벚꽃이라는 게 한껏 피어 있을 때는 흰 색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질 때가 되면 붉은 빛으로 보이더군요. 위 사진도 있지만, 저게 꽃 자체가 붉은 빛으로 바뀌는지, 아니면 꽃이 지고 난 대궁이 붉은 색이라서 비쳐 보이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꽃 구경 하실 여유 없는 분들, 구경이라도 하시기 바랍니다. 사진은 클릭하면 더 크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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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걸어도 싫증나지 않는 꽃길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문단지 주변에는 북군동이라고 식당이 모여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이 동네의 지존은 유명한 맷돌순두부. 하지만 최근에는 게장순두부집이 출현해 화제라는 소문이 있더군요.

가 봤습니다. 북군동 식당가로 진입해 바로 왼쪽 골목으로 죽 들어가야 합니다. 그럼 맷돌순두부를 지나 골목 끝쪽에 게장순두부 간판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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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순두부 + 비빕밥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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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순두부의 게장이란 간장에 게를 재운 그 게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대게의 껍데기 속에 들어 있는 게장을 가리키는 겁니다. 게장과 게살을 갈아서 국물을 내고, 그 국물에 순두부를 말아 냈다는 것이죠.

콤콤한 게 국물 맛이 나긴 합니다만, 결국은 순두부 맛입니다. 대단한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게 좋겠지만, 아무튼 한끼 식사로는 만족스럽습니다. 가격이 7000원이라는 거야... 관광지니까.


저녁은 경주 시내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경주 북쪽으로 달리다 보면 아화리라는 동네가 있고, 거기에 서면식육식당(054-751-1173)이 있습니다.

경주 시내에서 북쪽으로 다리를 하나 건너면 김유신장군묘와 태종무열왕릉으로 가는 사거리가 나옵니다. 그 길에서 왼쪽, 무열왕릉쪽으로 사정없이 달리다 보면 고속도로 같은 길이 나오고, 한 30분 지나 아화리 이정표가 보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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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를 직접 키운다고 하는데, 사실 맛도 맛이지만 일단 가격표를 한번 보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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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저 '갈비살'이 서울에서 파는 그 길쭉길쭉한 수입 갈비살이 아니라 '꽃등심+갈비살'이라는 데 있습니다. 갈비살 2인분을 시켜 봅니다.

고기 좀 드셔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저 때깔이 그냥 나오는게 아니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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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절반은 이미 불 위에 올려 놓은 다음입니다. 고기를 보자 이성을 잃어서, 나오자마자 사진 찍는 걸 잊어버렸습니다.

아무튼 이 가격이 이런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건 서울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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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에게 아양도 떨어 봅니다.

"하도 맛있다길래 서울서 여기까지 왔어요. 잘 좀..."
"네. 존 데로 드릴께예."

고기맛은 눈으로 보는 대로 g.o.o.d. 양이 좀 적다고 엄살 컴플레인을 해 봅니다.

"무슨 말씀? 서울 손님들 다 와서 싸고 양 많다고 좋아하던데."

어라? 예상했던 반응과는 좀 다릅니다. 아니나다를까.

"작년에 인터넷에 떴다면서 서울 손님들 엄청나게 왔다 갔어요."

...안 통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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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맛도 맛이지만 이 물김치 엄청나게 시원합니다. 소면 삶아서 여기다 바로 말아 먹으면 일품이겠건만... 메뉴판에도 있는 소면, 국수가 없다며 주문 불가를 외치십니다.

아. 여기 경상도였지.


아무튼 경주 요맘때면 참 좋습니다. 이번엔 가보지 않았지만 감포 앞의 저 파란 바다도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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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지 않게 다들 나들이 한번 짜 보시죠.

하기야 올해 아니면 어떻습니까. 내년에도 벚꽃은 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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