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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피아르라는 꽤 잘 알려진 조사기관이 지난 3월1일부터 31일까지 전국 5대 도시 13~65세 남녀 1천3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한국 최고의 인기 남녀 배우는 장동건 - 김태희라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조사에서 최고 인기 개그맨은 유재석-신봉선, 최고 인기 스포츠 스타는 박지성-김연아, 가수는 빅뱅-소녀시대라는군요. 모두 수긍이 가는 조사 결과고, 어쩌면 당연한 정답인 듯 합니다.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조사 기준에 붙은 '2009년 상반기 최고'라는 기준이 약간 의아합니다. 2009년 상반기에 장동건, 김태희는 대체 어떤 활동을 했을까요? 그리고 한국인이 생각하는 '배우'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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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비비디 바비디 부'를 제외하고 마지막으로 장동건씨가 연기하는 모습을 본 게 언제인지 한번 기억을 되살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2004년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니었을까요.

물론 그 뒤로도 2006년 진개가 감독의 '무극', 2005년 곽경택 감독의 '태풍'이 있었지만 그리 많은 관객들이 보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최근 3년간, 대다수 시청자들에게 장동건씨는 CF 모델 혹은 가수(히트곡이 두개나 있습니다. '생각대로 송'과 '비비디 송')였던 셈입니다.

그런데도 최고 인기 배우로 꼽히는 건 대한민국 국민들이 CF를 심각하게 대중문화 장르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는 뜻일까요. 아무튼 3년째 아예 출연작이 없는 배우가 '인기순위 1위'라는 건 참 뜻밖이기도 합니다.

아, 물론 조사에 응한 1천여명의 '일반 국민'들이 이런 응답을 한 것이니까 결과는 인정해야 합니다. 인기라는 건 일반 대중이 '인기 있다'고 인정하면 있는 겁니다. 관객 동원 수나 TV 시청률보다, 이런 직접 조사 결과가 훨씬 더 확실한 의미를 갖고 있다는 건 분명합니다.

단지 다른 배우들, 그 5년 동안 열심히 활동하고 히트작을 낸 배우들은 참 자존심 상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인기 배우'는 드라마나 영화(더 나아가 연극, 뮤지컬...) 등 작품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또 한번 증명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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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김태희씨까지 돌아봐야 할까요? 단역으로 나온 걸 빼면 이 분의 활동 경력에는 5편의 드라마와 2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을 찾아보자면, 권상우와 최지우가 주연했던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김태희는 꽤 중요한 역이었지만 주인공은 아니었죠.

주연작 중 최고의 히트작이라면, 빅 히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화제작이었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 있습니다. 그리고는 더 꼽기가 어렵습니다. 영화 '중천'이나 '싸움'은 뭐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튼 이번 조사에 응한 분들의 확실한 생각은, '어쨌든 배우는 잘생기고 예뻐야 한다'는 것인 듯 합니다. 아무리 많은 관객을 동원하든, 아무리 연기를 잘 하든 미남 미녀가 아닌 한은 최고 스타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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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고의 미남 미녀가 최고 인기 스타가 되면 안된다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실적' 없이도 인기는 유지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얘기일 뿐입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일본 최고의 스타는 기무라 다쿠야죠. 그를 '일본 최고의 미남'이라고 불러도 어폐가 없겠지만, 그의 인기를 뒷받침하는 건 일본 역대 시청률 톱10을 거의 모두 차지하고 있는 그의 드라마 출연작 리스트입니다.

홍콩/중화권은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사대천왕'이냐고 물어볼 분들도 있겠지만, 성룡/ 이연걸과 사대천왕(유덕화, 여명, 곽부성, 장학우)은 여전히 음반이며 영화며 나오는 족족 히트하며 그 위명을 잇고 있습니다. 결코 한때 전성기를 누리고 그 위세로 버티고 있는 배우들은 아닙니다. 오히려 남자 배우로는 후배들이 아직도 그 기세를 넘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죠.

그렇다면 또 하나 궁금해집니다. 대체 왜 한국인들은 '최고 인기 배우'의 출연작을 외면하는 것일까요? 정상적인 사고방식에 따르자면, '최고 인기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당연히 대박이 나야 하는 게 아닐까요?

함께 조사한 다른 세 분야에서는 이런 상관관계가 분명합니다. 유재석, 신봉선, 빅뱅, 소녀시대, 박지성, 김연아, 모두 흥행의 제왕들이죠. 유독 '연기자'의 경우에만 이렇게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이유는 대체 뭘까요?  농담을 하거나 비아냥거리는게 아니라 정말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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