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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마지막 카드를 다 펼쳤습니다.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김춘추 역의 최종병기 유승호군이 예고편에 살짝 얼굴을 내밀었군요. 많은 분들이 지난주에서 이번주로 넘어오는 '삼한일통' 에피소드의 실망감을 씻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김춘추는 신라는 물론 한국 역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엄친아 왕으로 거론됩니다. 미남 귀공자로 학식과 덕망, 그리고 현실 정치 능력을 고루 갖춘 인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유승호라는 차세대 꽃미남이 청소년기의 김춘추 역으로 일찌감치 캐스팅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김춘추는 정말 미남이었을까요? 혹시 요즘의 시각으로 볼 때 전혀 미남이 아니거나 오히려 특이한 용모는 아니었을까요? 의혹을 추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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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가 김춘추 역에 캐스팅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김춘추가 미남이라는 기록은 여기 저기 펼쳐져 있습니다. 일본서기의 기록에 따르면 김춘추가 일본을 방문한 것은 고모도쿠(孝德)왕 시대. '김춘추는 잘생기고 말을 아주 잘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삼국유사'의 기록을 봐도 그렇습니다.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당나라 황제가 김춘추의 용모를 칭찬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왕위에 오르기 전 태자(동궁) 자격으로 고구려 정벌을 위해 청병차 당나라에 들어갔다. 당나라 임금이 그 풍채를 칭찬해 '신성한 사람'이라고 하고 굳이 자기 곁에 머물러 주기를 원했지만 애써 설득시켜 돌아왔다. (在東宮時 欲征高麗 因請兵入唐 唐帝賞其風彩 謂爲神聖之人 固留侍衛 力請乃還)

뭐 물론 다른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아무튼 대표적인 귀공자의 풍모를 가진 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사인 '삼국사기'도 짧지만 왕의 외모와 총명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왕은 의표가 뛰어나고 어려서부터 세상을 다스릴 뜻을 지녔다(王儀表英偉, 幼有濟世志)

이런 기록들을 훑어볼 때 외모가 출중했던 것만은 분명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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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의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그것은 '삼국유사'에서 위에 서술한 '신성지인' 바로 앞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왕은 하루에 쌀 서말과 장끼 아홉마리씩을 먹었다. 백제가 망한 뒤에는 점심을 거르기 시작했지만 이때도 하루에 쌀 여섯말, 술 여섯말, 꿩 열마리를 먹었다. (王膳一日飯米三斗 雄雉九首 自庚申年滅百濟後 除晝膳 但朝暮而已 然計一日米六斗 酒六斗 雉十首)

그러니까 백제 멸망 이전까지는 한끼에 밥 한공기(한 말 크기)와 꿩 세마리 씩을 드시다가 백제 멸망 후에는 아침과 저녁만 먹는 대신 한끼에 쌀 세말과 꿩 다섯마리를 드신 모양입니다. 오히려 백제가 멸망하고 나서 한끼에 드시는 양은 더 많아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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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꿩의 크기를 닭과 비슷하다고 친다면, 한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덜 먹을 때 하루에 치킨 아홉마리(혹은 삼계탕 아홉 그릇), 좀 더 먹을 때에는 치킨 열 마리를 드시는 분은 과연 어떤 체형을 갖고 있을까요. 이건 일반인의 식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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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게 한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양은 절대 아닙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다른 숫자들(예를 들어 지철로왕의 체격이나 진평왕의 키 같은)에 비하면 대단히 현실적인 숫자입니다. 요즘도 웬만한 고등학교 씨름부 학생이라면 저 정도는 거뜬히 먹을 겁니다. 즉,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체형은, 요즘의 꽃미남들과는 상당히 달랐을 거란 점입니다. 저렇게 먹고 얼마나 운동을 했을 지 모르지만, 아마도 모델보다는 씨름 선수에 가까운 체형이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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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냉정하게 보자면, '의표가 출중하고', '용모가 신성하다'는 것이 반드시 요즘의 시각에서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위에 나오는 마신 부우 같은 체형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비명을 지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시대엔 저런게 미의 상징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시대가 있다면 그때 태어났어야 했는데...)

물론 저 식사량 얘기가 아예 '왕을 신비롭게 그려내기 위한 조작'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튼, 보시는 분들은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얼굴을 강호동이나 개그맨 유민상에 맞추기보다는 유승호로 상상하시는 것이 여러 모로 정신건강에 좋겠죠. 뭐 누가 실제로 만나보고 온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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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져서 태종무열왕의 능력치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추천이 공짜라는 건 다들 알고 계시죠? 팍팍!

비담의 활약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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