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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얼굴없는 가수'였던 브라운아이즈, 란(위 사진입니다), 지아 등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사실 얼굴없는 밴드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캐나다 출신의 클라투(Klaatu)도 2년만에 정체가 드러났죠. 정말 드러나지 않는 얼굴없는 가수란 없다고 봐도 됩니다.

조성모나 스카이(최진영)으로 대표되는 얼굴없는 가수의 역사는 얼마나 오래됐을까요. 놀랍게도 70년이 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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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가수'의 역사

얼굴없는 가수의 원조격인 조성모가 곧 가요계로 복귀한다. 입대 직전 만난 조성모는 "어차피 공익(근무요원)인데요"라며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만 2년간 사회와의 인연을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운 듯 했다(그런데 벌써 2년이 지났다니!). 그런 조성모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제가 왜 얼굴없는 가수가 됐는지 아세요?"

<투 헤븐>이 한동안 인기를 얻을 때까지 조성모는 매스컴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 방송사 PD의 말 한마디 때문. 당시 연예계의 실력자로 불렸던 이 PD는 조성모와 소속사 사장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방송(TV)은 하지 마. 노래 실력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얼굴로 방송 나가면 음반이고 뭐고 다 망해"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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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속사는 이병헌 김하늘 정웅인 등이 등장했던 <투 헤븐>의 뮤직비디오를 앞세운 홍보전을 폈다는 얘기. 요즘은 '왕년의 꽃미남 가수'로 분류되는 조성모가 이런 수모(?)를 겪었다니 말이 안 되는 얘기인 듯 싶지만 본인이 털어놓은 얘기인 바에야 의심의 여지가 없다.

<투 헤븐>이 공전의 인기를 끈 덕분에 조성모는 '얼굴없는 가수' 전략의 성공사례로 지금까지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만 사실은 원조와 거리가 멀다. 진짜 원조를 찾자면 193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가요 연구서인 장유정의 <오빠는 풍각쟁이야>에 따르면 지난 34년 경성에서는 '미스 코리아'라는 이름의 가수가 인기를 얻고 있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이 가수는 앨범 재킷에까지 눈을 검게 가린 사진을 넣어야 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가수 활동이 용납되지 않는 신분의 인물이 아니었나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조성모 이후 가장 큰 주목을 끈 얼굴없는 가수로는 SKY라는 이름으로 일세를 풍미한 최진영을 꼽을 수 있다. 그가 이름과 얼굴을 감추고 <영원>이라는 노래를 히트시킬 무렵, 방송가에서는 해프닝이 하나 있었다.

모 방송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새로 맡게 된 PD A씨는 SKY의 정체가 최진영이라는 사실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 이 흥분은 살짝 '뒷북'이었다. 일반인들은 몰랐지만 방송가에서는 처음부터 SKY가 최진영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베일에 가려진 가수 SKY…"라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지만 이를 몰랐던 A PD는 촬영팀을 앞세워 최진영이 있던 기획사 사무실을 덮쳤다.

갑자기 나타난 ENG 카메라에 당황한 기획사 측은 즉시 문을 걸어 잠궜다. '얼굴없는 가수 전략'의 핵심은 '언제 얼굴을 공개하느냐'하는 것. 아직 공개의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기획사 사장에게 있어 분위기를 모르고 특종을 요구하는 A PD는 훼방꾼일 뿐이었다. 두 사람은 이날 멱살잡이 직전까지 갔다고 전해진다.

이들 얼굴없는 가수군단의 공통점은 '결국 언젠가는 스스로 정체를 밝힌다'는 것. 그러나 아직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팀도 있다. 지난 90년대 초, 헤비스라는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김원준의 히트곡 <모두 잠든 후에>를 코믹한 가사로 편곡한 <모두 출근 후에>,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이의 꿈>을 패러디한 <어떤이의 땅> 등을 히트시키며 "도대체 누구냐"는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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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헤비스의 핵심 멤버가 <너에게 난, 나에게 넌>으로 롱런하고 있는 포크 그룹 나무자전거의 강인봉이라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다. 당시 제일기획 광고음악 프로듀서로 일하던 강인봉은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을 모아 헤비스라는 얼굴없는 그룹을 조직, 패러디 음반을 발표한 것이다. 헤비스는 예상외의 반향을 얻으며 2집까지 발매하는 호황을 누렸다.

가요계에는 요즘도 얼굴없는 가수들이 나오고 있고, 이런 얼굴없는 가수들은 재활용 가수들(아, 걔가 그때 걔었어?)의 새로운 포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얼굴없는 가수라는 것이 전혀 특이하게 여겨지지 않는 상황이고 보면, 가요계는 뭔가 좀 더 새로운 홍보 기법을 개발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끝)



사실 이런 가수까지 나왔었는데 이제 더 이상 새로운 걸 짜내라는 것도 무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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