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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한 형법상의 처벌 규정이 위헌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습니다. 물론 혼인빙자간음에 대한 헌법소원이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지만 이번에야말로 이 규정이 사라질 때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뭐라고 한마디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여기에 대해 한줄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시간에 쫓기다가 쓴 부끄러운 글이지만, 그러다 보니 좀 불친절한 글이 된 듯도 해서 거기에 대해 뭔가 해설의 성격을 가진 글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글의 출발점은 이것입니다. 혼빙간(이젠 그냥 이렇게 쓰겠습니다)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여자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이 법을 옹호해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진짜 '보호'가 이뤄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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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인빙자간음

최근 영미법의 이슈 중 하나는 ‘기만에 의한 강간(Rape by deception)’의 성립 여부다. 지난 2007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최고법원은 동생으로 가장하고 동생의 애인과 성행위를 한 남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했을 경우는 강간죄를 적용할 수 없으며, 동의가 기만에 의한 것인지는 법이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성계에서는 의사로 위장한 병원 직원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의 사례 등을 들어 ‘기만’도 강간의 수단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26일 한국에선 혼인빙자간음죄에 56년 만에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 사법행정학회가 2006년 펴낸 ‘주석 형법’ 교과서에 따르면 이 죄는 1953년 9월 대한민국 형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존재했다. 당시 일본도 유사한 법을 제정하기 위한 초안을 갖고 있었으나 실제 반영하지는 않았다. 현재는 미국의 일부 주와 터키·쿠바·루마니아 등에 유사한 죄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의 의미는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남성들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것이었지만 이 법 제정 2년 뒤에 일어난 박인수 사건을 볼 때 과연 그 취지가 받아들여졌는지는 의문이다. 55년 7월 미남의 전직 해군 대위가 20여 명의 여대생을 유린했다는 스캔들은 장안의 화제였고 결국 박인수는 2심에서 혼인빙자간음으로 1년형을 선고받지만, 대중은 도리어 피해자(?)인 여대생들에게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68년작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유부남 사업가(신영균)와 사랑에 빠진 여교사(문희)가 남자를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했다면 관객은 여주인공을 애잔한 마음으로 바라봤을까. 물론 세월이 흘러 지난해엔 남편(김주혁)을 둔 아내(손예진)가 미혼 남성과 또 한번 결혼한다는 파격 소재의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화제가 됐다.

이런 변화를 봐선 혼인빙자간음죄의 퇴장은 자연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 여성의 성적 결정을 존중하게 된 것일까. 지금이야말로 여성에게만 일방적인 정조를 강요하는 봉건적인 시선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자유로워졌는지를 자문해 볼 때다. 분명한 것은 ‘기만에 의한 강간’의 성립 여부를 논의하기까지엔 아직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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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의 박인수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을 때 판결문에 있었던 "법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조만을 보호한다"는 명언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본래의 취지가 어쨌든, 박씨를 혼빙간으로 고소한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미 법적인 보호대상이 되기에는 지나치게 타락해 있었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혼빙간'으로 여자가 남자를 고소한 경우 일반 대중의 비난의 시선은 '당연히 나쁜 놈'인 남자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여자 역시 '가볍게 행동한, 아무 생각 없는 여자' 취급을 받기 마련입니다. 전문가이든 아니든 누군가의 설레발에 넘어가 '천금같은' 정조를 함부로 아무게나 줘 버린 여자 취급인 것이죠.

또 '혼빙간'의 고소인이 되는 순간 여자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피해자를 보는 따뜻한 시선'에서 벗어나 버립니다. 윗글에서 '미워도 다시 한번'의 경우를 예로 든 것은 이 부분에 대한 얘깁니다. 이 영화가 당시의 관객들에게 먹혔던 것은 유부남을 사랑한 유치원 여교사가, 시골에서 남자의 본처와 아이가 상경했을 때에 그냥 조용히 물러날 마음을 먹고 혼자 아픈 가슴을 달랬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자가 '내 청춘을 물어내라'며 남자를 고소했다면, 많은 관객들은 오히려 이 극중 캐릭터를 '독한 년'이라고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혼빙간의 요소가 성립하려면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감췄어야 하지만, 고소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여자 쪽에서는 어쨌든 '나는 남자가 유부남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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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아직도 많은 여자들이 '사짜(의사, 변호사 등등)' 스펙을 들이미는 남자들의 '결혼하자'는 말에 몸을 던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표현이 어색하지 않은 것은, 결국 많은 여자들이 결혼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어쨌든 '조건'이라는 것이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게 현실일겁니다.

좋은 조건을 이용해 '혼인을 빙자'해서 여성의 몸을 농락하는 것과, 윗글 맨 위에서 소개한 '기만을 통한 강간(Rape by deception)'은 꽤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두 경우 모두 여자가 남자에게 속아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는 사회적인 징벌이 있어야 한다는 시선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과연 '피해자'인 여성을 순수한 의미에서 피해자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논의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지각 능력을 보는 수준에서 전자와 후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과거의 '혼빙간' 규정이 여자를 보는 시선은 금치산자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시선이 제 높이로 올라오고 나서야 비로소 '기만에 의한 강간'을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여성계가 혼빙간의 폐지에 적극 찬성하고 나선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혼빙간이라는 죄가 존재하건 안 하건, 한 여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한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헤픈 X' 취급을 받는 사회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를 해 두고 싶습니다. 1955년의 박인수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1심에서 박씨를 무죄로 풀어 준 재판부의 '놀라운 명판결'이 아니라, 판결이 어떻든 이미 대중의 여론은 그 사건의 고소인들(혹은 피해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 지난해의 아이비 사건만 돌이켜 생각해 봐도 이 부분에서 한국 사회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순진찌니 주말에만 출근해야 일빠를 할수 있다는..
    ㅋㅋ
    전 적극 동감..
    형님 의견에..
    2009.11.28 09:32 신고
  • 프로필사진 하나마나한말 한국은 더 개판이 될 준비를 하고 있나 봅니다.. 2009.11.28 10:01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신가요? 2009.12.01 10:04 신고
  • 프로필사진 뭔 헛소리야;; 혼자만 쌍팔년도 사는사람인가;;;; 2009.11.28 11:43 신고
  • 프로필사진 본문이나 읽고 본문을 안 읽으니 이런 댓글을 달지... 2009.11.28 12:10 신고
  • 프로필사진 echo 혼빙간 뿐만이 아니라 미성년 강간 사건도 피해자가 "생물학적 처녀"가 아니였다는 이유로 화간으로 보는 시각도 있더군요.

    아직 갈 길이 멀지요.
    2009.11.28 12:13 신고
  • 프로필사진 상징성 그간 법학계에서는 혼빙이나 간통 모두 위헌이 됐어야 할 조항이라고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위헌이 나오지 않았던 이유는 뭐...짐작하실 겁니다.

    민법에서의 호적법이 사라지게 됐을 때도 유림들이나 보수단체에서 말들이 많았죠. 반대로 여성권익을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환영했구요.

    송원섭님 말씀처럼, 위 조항들이나 호적법 등이 사라지거나 정비된다고 한들, 국민들 의식수준이나, 법집행을 하는 나랏님들의 수준이 바뀌지 않는이상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작업이 갖는 상징성 마저 없다면, 그런 변화된 모습의 가능성을 꿈꿀수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2009.11.28 12:13 신고
  • 프로필사진 길고양이 음,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내린 판결이니 존중하는 바이지만, 우리나라 실정을 봤을 때. 보완할 점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성적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다고 해도, 혹시라도 피해를 보는 것은 여자 쪽이 더 많지 않나요?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의 성에 대해선 보수적인 우리나라. 하지만 남성의 성에 대해선 그럴 수도 있단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많지 않나요?

    아무튼 결국은....알아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네요.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단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고요.
    2009.11.28 12:18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만약 '피해'를 걱정한다면 스스로 더 조심해야겠죠. 세상의 눈을 바꾸기 위해선 여자들이 밥을 사는 그날이 더 빨리 와야 할지도...^^ 2009.12.01 10:06 신고
  • 프로필사진 skywalker 아직 여성의 권리를 위해서는 혼빙간이 존속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역시 이제 변명할 여지 없는 꼰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글만 오르면 조중동 기자가 어떠니 찌라시가 어떠니 하는 분들이 이글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군요.
    2009.11.28 13:07 신고
  • 프로필사진 정답 걔들은 이런글 패쓰합니다. 독해가 안되니까. 2009.11.28 18:41 신고
  • 프로필사진 우기 도대체 이글과 조중동 운운하는 정치얘기가 왜 꼭 관련지어져야 할까요. 2009.11.30 11:59 신고
  • 프로필사진 ㅁㅁ 자기의 아랫도리는 자기가 알아서 지키라,

    국가가 더이상 간섭하지 않겠다.
    국가가 간섭해봐야 국가를 경영하는 작자들에게 이익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2009.11.28 15:13 신고
  • 프로필사진 이럴루기 그게 아니고..

    아랫도리는 더이상 지켜야할 그 무엇..이 아니라는 것.
    2009.11.28 20:30 신고
  • 프로필사진 후다닥 저도 뭐 별로 저랑 상관 있는 법이라 큰 신경은 안쓰지만
    저도 동감입니다.. ^^;;
    "마지막으로, 혼빙간이라는 죄가 존재하건 안 하건, 한 여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한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헤픈 X' 취급을 받는 사회에서는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를 해 두고 싶습니다."
    부분은 확실히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네요
    2009.11.30 09:16 신고
  • 프로필사진 사랑과평화 백모씨와 오모씨가 그래도 Tv활동을 할수 있는것만해도 저는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봅니다.

    의식의 변화는 세대가 바뀌어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이런말도 있지 않습니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을바꾸어야 한다."
    2009.11.30 16:26 신고
  • 프로필사진 구현 법이 터치할 의무까지만 없앤다는 의미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군요, 그 법을 없앤다고 혼빙간이 없는것도 아니요, 그 법을 놔둔다고 여성들이 보호받을수 있는 근간이 되지도 못한다면 없애는건 당연,,, 부수적 의미를 본인들 맘대로 따지지들 마셨으면... 2009.12.01 22:00 신고
  • 프로필사진 대포 법적 분쟁에는 항상 싸우는 양쪽이 있고 이를 당사자라고 합니다. 어제 매스컴을 장식했던 개발가능성을 흘려 부동산을 쪼개판 사람들이 일부는 구속되고 일부느 수배되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그 경우 물론 그런 사기를 친 사람들이 비난받아 마땅하고 엄한 처벌을 받아야 겠지만 다른측면에서 보면 투자자들도 잘 알아보고 투자했어야하지 않았나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물론 사기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입니다.
    혼인빙자간음죄의 경우 시대의 흐름에 뒤져 없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사실 성풍속에 대한 죄 즉 혼인빙자간음 또는 간통죄는 강간과는 달리 여성이 간음에 자발적으로 응합니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것이죠. 그런데 혼인빙자간음죄의 경우 남자가 결혼을 미끼로 간음에 응하도록 했다가 나중에 결혼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인데 실제로 실무적으로 조사를 해보면 정말로 거짓으로 결혼하자고 한 경우도 있고, 간음할 당시는 결혼을 하려했으나 사정에 따라 마음이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는 처벌이 되고 후자는 처벌이 곤란합니다. 그런데 두가지 경우 모두 이를 조사하여 처벌하고자 할 때 정말 애매합니다. 그래서 혼인빙자간음죄로 고소해도 대부분 무혐의 결정이 났습니다.
    여성의 측면에서 혼인빙자간음죄가 있든 없든 남자가 결혼을 전제로 성교를 요구하는 경우 신중하게 이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혼인빙자간음죄가 있으니 이를 믿고 대충 남자의 요구대로 응할 수는 없는 문제라는 것입니다.
    혼인빙자간음, 간통죄 모두 성풍속범죄로 너무 사적인 영역에 국가의 형벌권이 간섭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성교라는 사적인 결정에는 본인이 그 책임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2009.12.10 11:5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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