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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다 보면 비밀이 없어지는 법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정준호군으로부터 들을 때만 해도, 그는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그래서 한동안 혼자만 킥킥거리고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긴 세월이 흘렀고, 어느날 TV를 보니 정준호 본인과 신현준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더군요. 물론 방송용이기 때문에 살짝 달라진 부분도 있고, 또 본인 이외의 다른 사람이 본 시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냥 흥미거리로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나자나 정군, 빨리 장가를 가야 할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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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선택으로 <친구>를 날려 버린 정준호

캐스팅을 둘러싼 뒷얘기는 결국 연기자의 입장에선 '놓친 고기가 크다'로 요약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작품에 출연해 달라고 매달리는 제작진을 간신히 거절하고 자신이 평소 생각해온 작품을 선택했을 때, 공교롭게도 거절한 작품은 대박이 나고 고심 끝에 선택한 작품이 악평과 흥행부진 속에 묻혀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일은 그리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얼마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현준이 "영화 <친구>의 장동건 역할은 원래 정준호 거였다. 내가 반대해서 정준호가 그 작품을 놓친 것"이라고 얘기해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사실은 사연이 좀 더 길다. 이야기는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곽경택 감독과 <친구> 제작진은 처음부터 두 주인공을 유오성과 정준호로 점찍어 놓고 있었다. 당시 정준호는 MBC TV 드라마 <왕초>에서 50년대의 정치주먹 이정재 역할을 멋지게 해내며 곱상한 용모 이상의 배우임을 만천하에 인정받았던 터. 이 때문에 <친구> 팀도 정준호에게 선이 굵은 남성적 연기를 기대했고, 정준호도 90% 이상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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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친구>팀은 제작비 조달 문제로 촬영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고 정준호의 주변에는 <친구> 출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곽경택 감독이 <친구> 이전에 연출한 <억수탕>과 <닥터K>가 흥행은 물론이고 작품성에 대한 평가마저도 신통찮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준호는 절친한 후배 장동건으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았다. 술자리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고민을 얘기하다가 대본을 바꿔서 읽어 보기로 했다. 장동건이 정준호에게 건넨 시나리오는 <싸이렌>. 소방관들의 이야기로 역시 선 굵은 남성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품이었다.

'남의 떡이 커보인다'는 말이 맞았는지, 두 사람은 서로 바꿔 본 대본에 푹 빠졌다. 장동건은 장동건대로 자신의 꽃미남 이미지를 깨 버릴 수 있는 조폭 동수 역할에 끌렸고, 정준호도 <싸이렌>에서의 지적인 소방관 역할이 마음에 들었다. 이미 <싸이렌> 출연이 결정된 신현준도 "같이 하자"며 정준호를 부추겼다. 결국 정준호는 며칠 뒤 장동건을 만나 "작품을 맞바꾸자"는데 의기투합했다.

결단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2000년 개봉한 <싸이렌>은 곧이어 개봉한 <리베라메>와 함께 그해 최대의 재난영화(재난을 소재로 다뤄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재난이 된)로 기억되게 됐지만 이듬해 개봉한 <친구>는 8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장동건은 이 작품으로 '얼굴만 잘 생긴 배우가 아니었다'는 호평을 얻었고, 그가 연기한 동수 역은 지금까지도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대사와 함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싸이렌>의 실패때까지만 해도 그러려니 했지만, <친구>가 대박이 나자 정준호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불과 며칠만에 내린 '맞바꾸기'가 이렇게 큰 차이로 남을 줄이야. 울화를 달래기 위한 술자리가 잦아졌다.

이 무렵 정준호의 후배 하나가 혼자 술집에 앉아 있는 정준호를 발견했다. 본래 두주불사인 정준호였지만 이날은 꽤나 취해 수첩에 깨알같이 뭔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알 만한 사람, 모를만한 사람 합쳐 20여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형, 뭐 적어요?"
"응. 명단.
"무슨 명단?"
"<친구> 하지 말라고 말리던 놈들 명단."

후배도 뭔가 서늘한게 느껴졌지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런데 이걸 왜 적어요?"
"다시는 아는 척도 안 하려구. 내가 앞으로 이 놈들이랑 어울리면 성을 간다."

그러나 사람 좋은 정준호에게 이런 원한이 오래 갈 리 만무한 일. 게다가 <친구>를 놓친 대신 그해 <두사부일체>, 이듬해 <가문의 영광>으로 한국 영화계 최고의 달러 박스로 우뚝 일어섰으니 한때 그토록 가슴아팠던 <친구>얘기도 이제는 웃으며 할 수 있는 추억담이 돼 버렸다는 얘기다. 이처럼 '순간의 선택'으로 배우의 운명이 갈리는 건 연예계에선 그야말로 비일비재한 일이다. (End)





그러니까 그림으로 재구성하면 이런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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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친구' 동수 역 제가 하는게 맞을거같지 않슴까? 이렇게 연습까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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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동건이가 건달 연기를? 하지만 사랑하는 후배를 위해 그 정도는 양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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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나도 현준이형이랑 '싸이렌'을 하는게 나을거 같으니까."
"그래. 역시 우리는 같이 가는게 어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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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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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연기? '해안선'에서 하던 대로 하니깐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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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싸이렌... 헉, 그런데 왜 다들 날 외면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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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감사합니다. 인기랑 돈이랑 상이랑 제가 다 가져갑니다.
"..."
(주위: 웅성웅성 "우리가 잘못 권한 모양인데..;;" "당분간 피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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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대체 왜 날 꼬신거야. 왜 그랬어, 응? 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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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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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언제나 그렇듯, 그냥 그랬다는 얘깁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갑돌이집 뭐, 고마 장가 가줬으면 하는 사람은 세 명 다죠. ㅋㅋㅋ
    흠; 정준호가 했으면 어땠을까나.
    그래도 전 장동건이 하길 다행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어쩐지 느낌이 확 틀릴거 같아서 말이죠.
    2008.07.05 13:00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최소한 셋중 하나는 여자분들이 장가 안 가길 바라는 것 같은데요.^^ 2008.07.05 15:28 신고
  • 프로필사진 하이진 저도 친구 따라 갔다가 인생이 바뀐 적이 있어요. 대학 4학년 때 친구가 어느 대기업 원서 내러 간다기에 따라갔다가 같이 원서를 냈는데, 저만 되고 친구는 떨어졌어요. 하지만 원래 저는 그 회사가 아니라 그 회사 계열의 광고 회사를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회사의 면접 과정이 어찌나 길던지 다시 면접 보기 싫더라구요. 그냥 비슷한 회사려니 하고 그냥 입사했지요. 같은 대기업이니 옮길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했구요. 나중에 후회했어요. 비슷한 회사도 아니고 옮길 수도 없더군요. 인생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했었는데... 어려서 그랬나봅니다. 2008.07.05 13:21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이상하게 친구를 시험보는데 데려간 친구들은 다 떨어지는 것 같더군요. (교훈: 중요한 시험볼땐 절대 친구를 따라오지 못하게 할것.) 2008.07.05 15:29 신고
  • 프로필사진 헣허헣허 재미있네요 2008.07.05 14:20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 2008.07.05 15:29 신고
  • 프로필사진 무플환영 연예계 뒷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재밌는것 같네요.
    잘 보고 갑니다~ ^^
    2008.07.05 15:35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2008.07.05 16:41 신고
  • 프로필사진 하늘아름 친구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인생의 한가운대 역정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 ^^ 2008.07.05 16:06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2008.07.05 16:41 신고
  • 프로필사진 가을남자 며칠전부터 우리동네 케이블 TV에 OBS 가 나오기 시작햇읍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기다려 6시 OBS를 켰는데 뉴스를 하고 있더라고요. 퀴즈프로는 어떻게 되었읍니까/ 2008.07.05 16:17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 2008.07.05 16:41 신고
  • 프로필사진 한방블르스 조금은 부풀려진 이야기 같습니다. 장동건이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하여도 같이 출연한 아나키스트의 캐스팅 과정 등을 보면 좀 만히 부풀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ㅎㅎㅎ 두사부일체이후나 정준호라는 이름이 티켓파워를 가지게 된 것 아닐까요. ㅎㅎㅎ 2008.07.05 21:11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물론 생각하시는 건 자유죠. 2008.07.06 01:11 신고
  • 프로필사진 내가 알기로는 원래 김민종이라던데;; 2008.07.05 21:20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 2008.07.06 01:11 신고
  • 프로필사진 우유차 장동건 부인은 누가될지 몰라도 참 험난한 삶을 살지 않을까요. 전에 비슷한 내용으로 글이 돌아다닌 적도 있었고 말입니다. ^^
    (원문 블로그는 비공개 처리 되어 있군요: http://blog.naver.com/a75banny/130002380570)
    http://kr.blog.yahoo.com/bluewater114/1369344.html?p=1&pm=l&tc=129&tt=1211469332
    2008.07.05 23:19 신고
  • 프로필사진 하이진 예전에 인터넷에 떠돌 때도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재미있네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짜증이 많이 났는데, 잠시 웃었어요. 역시 평범한 게 최고죠. 지금 편안하게 자고 있는 남편에게 감사를... 2008.07.05 23:52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아아, 정말 대단한 분이란 생각이. 2008.07.06 01:12 신고
  • 프로필사진 그린티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잠깐잠깐 연예오락프로에서 언급되는 것만 들었지, 이렇게 구체적인 내용은 처음이네요... ^^ 두식 아저씨 (전 정준호씨를 이렇게 부르는데요)가 술집에서 수첩에 이름 적어내려가는 모습, 상상만 해도...LOL이네요. 글 감사드려요! 2008.07.06 02:45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앞으로 그런 장면을 영화에 넣어야겠죠.% 2008.07.06 11:32 신고
  • 프로필사진 echo 하하 센스 넘치는 재구성이군요.
    근데 전 단 한번도 장동건이 잘 생겼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답니다.
    이정재나, 이성재처럼 외꺼풀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아마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거겠죠.
    2008.07.06 05:46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모든 사람이 no라고 할때 혼자 yes라고 하는 용기! 2008.07.06 11:33 신고
  • 프로필사진 라일락향기 전 장동건은 인정하겠으나 조인성, 원빈, 강동원씨등은 제 기준에서는 전혀 아닌걸요. 그리고 알렉스같은 남자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던데... 다 각자의 취향이 아닐까싶네요. 2008.07.08 09:10 신고
  • 프로필사진 조석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스샷 들이 더 잼있네요. 구성이 어쩜 그렇게 다 맞아떨어지는지 대단하십니다. 잘보고 갑니다. 2008.07.06 06:23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하다 보면 금방 됩니다.^^ 2008.07.06 11:34 신고
  • 프로필사진 Luffy 시험문제도 답바꾸면 꼭 틀리죠 2008.07.07 15:57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2008.07.08 10:59 신고
  • 프로필사진 푸우 여기는 댓글이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아래 재구성해놓은 것을 보니 뭐랄까...이전의 프라이빗하고 다소 매니아적 느낌이이었던 피라미드와는 달리 좀 더 대중적인 느낌이 드네요. 19금과도 왠지 안녕이 될 거 같아 서글프기도 합니다..흙
    2008.07.07 20:11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성인 사이트로 가랏 2008.07.08 10:59 신고
  • 프로필사진 쎄이 정준호랑 신현준이랑 방송에서 저얘기 해서 이미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준호가 저거 했더라면 정준호야말로 진짜 선굵은 남자연기자로 우뚝 설 수 있었을것같은데, 정준호 볼때마다 본인이 이끌어낼 수 있는 이미지에 비해서는 너무 야리야리 유들유들하게 가는것같아 좀 아쉽습니다. 두사부일체나 최근 최진실과 찍은 드라마처럼 코믹컨셉도 잘 어울리기는 합니다만.. 2008.07.08 12:38 신고
  • 프로필사진 하이 좋은 정보 잘보고 갑니다 2016.06.11 13: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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