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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열흘 전에 뭔가 하나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당연히 올해 최대의 화제를 주제로 골랐습니다. 그 다음날인 4일, 두 사람이 열애를 인정하는 걸 보고 원고를 마감했죠. 그리고 나서 일주일 동안, 정말 수도 없는 주장과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네. 유해진-김혜수 커플 얘깁니다.

입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한마디씩 언급을 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번 사태^^의 당사자인 두 사람의 말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분이 지금까지 생활해온 분위기를 볼 때 뭐든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거라는 기대는 거의 할 수 없었죠.

당사자들의 코멘트를 듣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쳤을 때, 제게 두번째로 궁금했던 코멘트는 과연 '개그콘서트'의 박성광은 뭐라고 할까였습니다. 이미 장동건-고소영 열애 때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쳤던 박성광인 터라...^^  그리고 박성광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지난 주말 '개그콘서트'에서 박성광은 "나 같은 놈도 1등과 사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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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상 질문과 대답이 이미 나와버린 글이지만, 주제는 아직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옮겨옵니다.


제목: 이젠 송승헌과 박지선이 나설 차례다.

요즘 '개그콘서트(KBS2)'에서 한창 뜨고 있는 코너 중에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 있다. 경찰 이광섭이 당직을 서고 있는 야심한 파출소에 끌려온 취객 박성광 허안나가 한바탕 주정과 한풀이로 웃음을 주는 코너다. 특히 박성광이 외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국가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냐!”는 발빠르게 유행어가 됐다.

이 코너에서 장동건-고소영 열애설 인정에 대한 박성광의 코멘트는 이랬다. “1등끼리만 연애하는 더러운 세상!” 그리고 그 적절함에 포복절도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해 벽두, 정말 놀라운 열애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에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섹시한 여자’라고 치면 저절로 연관 검색어로 뜬다는 김혜수가, ‘박지성’과 연관 검색어인 배우 유해진과 사귄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박성광이라도 할 말이 없어질 상황이다.

물론 여기서 유해진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또 이번에 새롭게 알려진 대로 그가 얼마나 지적이고 우아한 품성을 가진 사람인지, 촬영장에서 얼마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좋은 친구인지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어머니들도 이제 유난히 작은 눈과 검은 얼굴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 받는 어린 아들에게 위로 삼아 해줄 얘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너도 착하고 성실하게 자라면, 나중에 김혜수 같은 여자와 연애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런 아들을 둔 어머니조차 김혜수와 유해진의 열애를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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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답안지가 앞에 놓이면 ‘외모지상주의는 나쁘다’에 자신 있게 동그라미표를 치지만, 실생활에서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이 먼저 와 닿는다. 이것이 생각과 실전의 차이다. 게다가 사람이란, 특히 한국 사람이란 본래 주위의 눈치를 살피게 되어 있다. ‘이 남자(혹은 이 여자), 외모는 변변치 않지만 정말 끌려’라고 생각해도 ‘내가 이 남자랑 다니면 내 친구들(혹은 우리 엄마, 내가 그동안 찼던 남자들)은 나를 뭐라고 생각할까’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어 있다. 이게 바로 통념의 무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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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제대로 짚어냈던 영화가 패럴리 형제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다. 주인공 잭 블랙은 자고로 미녀가 아니면 사람으로 치지 않는 속물. 그런 그가 어느 날 심리치료사의 마법 덕분에 사람의 성품을 미모로 보는 눈을 갖게 되고, 미녀 기네스 팰트로(물론 그의 눈에만 그렇게 보인다)를 만나 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물색없는 친구의 쓸데없는 간섭 때문에 그 미녀가 성격은 좋지만 자신보다 두 배 이상 무거운 ‘뚱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 사랑을 깨뜨리는 것이 바로 ‘친구의 눈’이라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유해진-김혜수 커플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김혜수의 소신에 찬 선택(물론 본인에겐 당연한 선택이겠지만)이 이 땅의 소심한 남자들, 특히 ‘루저’라는 말뚝이 아직 가슴에 박힌 남자들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줬다면, 그 반대편에도 누군가 구원의 빛을 던져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사건만큼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애인이 생긴 장동건이나 현빈은 틀렸고, 송승헌이나 김현중이 박지선과 사귄다는 정도의 뉴스는 나와야 할 것 같다.

P.S. 물론 알고 보니 박지선네 뒷마당에서 유전이 나왔다든가 하면 무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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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 나온 잭 블랙은 누구보다 심한 외모지상주의 신봉자였죠. 하지만 그는 최면술의 효과 때문에 사람의 외모 아닌 내면을 보는 눈을 갖추게 되죠. 즉 진짜 예쁜 여자도 예쁘게 보이지만, 외모는 부실하되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짜 미남 미녀로 보이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사람됨은 아름답지만 엄청난 뚱녀인 여주인공이 잭 블랙의 눈에는 기네스 팰트로로 보이고, 두 사람은 행복해집니다. 다만 이걸 받아들일 수 없던 것은 잭 블랙의 친구죠. 그의 뇌리에 박혀 있었던 것은 바로 "저런 여자와 다니는 걸 보면 사람들이 내 친구를 어떻게 보겠어!"라는 것 뿐입니다. 이 얘기는 바로 지난번에 썼던 글과 이어집니다.

지난번 유해진/김혜수 커플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반응 중에는 '여자는 원래 인물 별로 안 따졌다' '남자들이나 여자 인물 따지지 말아라' 라는 내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뭐 충분히 공감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 언급할 필요가 없기도 했지만, 또 그때는 이 글을 써 놓은 다음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떤 반응을 보면 박성광의 "나같은 놈도..." 발언이 유해진에 대한 매도라고 분개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개는 한편으론 박성광에 대한 매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박성광이 유해진에게 무슨 악의를 갖거나, 유해진을 우습게 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부디 농담은 농담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주제와 상관없이 누가 더 아깝네 어쩌네 하는 얘기는 이제 그만 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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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커플은 이제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이젠 실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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