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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가 골든글로브 극영화부문 작품상과 감독상을 쓸었군요. 이렇게 되면 아카데미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합니다. 이번엔 "나는 황제다!"라도 나오려나요?

'아바타'는 역대 최고 흥행 영화 순위에서도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지난 주말까지 '아바타'는 전 세계에서 16억달러, 한국 돈으로 약 1조 8천억원의 흥행 수입을 기록했죠. 이로써 제작비가 5억달러라서 어지간한 흥행으로는 영화사가 망할 지도 모른다는 쑥덕거림도 물건너간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이미 미국 국내 흥행만으로도 본전은 뽑을 전망입니다.

사실 미국 국내 흥행으로 4억9천만달러를 번다는 건 아무리 감독이 제임스 카메론이라도 쉽게 기대할 수 없는 수치였습니다. 왜냐하면 이 숫자는 역대 미국내 흥행 영화 가운데 3위에 해당하는 숫자였기 때문이죠. 미국 국내 흥행만으로 5억달러 수입을 넘긴 영화는 지금까지 단 두편 뿐입니다. '타이타닉'과 '다크 나이트'가 그 영화들입니다.

16억달러로 세계 흥행 순위 2위에 오른 '아바타'보다 앞서 있는 영화 역시 '타이타닉', 단 한편 뿐이죠. 현재 기록은 18억달러로 2억 달러만(?) 더 벌면 순위가 바뀔 전망입니다. 물론 지금까지의 기세로 보면 카메론의 기록을 깰 사람은 카메론 뿐인 듯 합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영화는 왜 이리 돈을 긁어 모으고 있는 걸까요. 흥행 성적을 보다 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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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흥행 순위 톱에 올라 있는 영화들은 물론 미국 시장에서도 빅 히트를 기록한 작품들입니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큰 성적을 내지 못하고 세계 순위에 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전체 흥행 성적에서 미국내 흥행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자료는 boxofficemojo.com의 것을 이용했습니다.

worldwide
1 Titanic Par. $1,842.9 $600.8 32.6% 1997
2 Avatar Fox $1,602.2 $491.8 30.7% 2009
3 The Lord of the Rings: The Return of the King NL $1,119.1 $377.0 33.7% 2003
4 Pirates of the Caribbean: Dead Man's Chest BV $1,066.2 $423.3 39.7% 2006
5 The Dark Knight WB $1,001.9 $533.3 53.2% 2008
6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 WB $974.7 $317.6 32.6% 2001
7 Pirates of the Caribbean: At World's End BV $961.0 $309.4 32.2% 2007
8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WB $938.2 $292.0 31.1% 2007
9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WB $929.4 $302.0 32.5% 2009
10 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 NL $925.3 $341.8 36.9% 2002^

(표 보시는 법: 영화 제목 - 영화사 - 세계 흥행 - 미국내 흥행 - 비율 - 제작 연도)

이 영화들이 역대 흥행 순위 탑 10에 오른 작품들입니다. 현재까지 미국내 흥행에서는 '아바타'를 앞서고 있는 '다크 나이트'가 세계 흥행 순위에서는 5위로 처져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미국내 흥행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 흥행의 비율입니다. 세계 흥행 톱10에 들기 위해선 아무래도 미국내 흥행의 비율이 40% 이하라야 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유일한 예외가 '다크 나이트'입니다. 미국 내 흥행이 전체 흥행의 53.2%나 됩니다. 이는 상대적으로, 미국 밖의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이 영화에 덜 열광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탑10의 영화들을 보다 보면 어떤 영화들이 국제적인 흥행 대작이 될 수 있는지 쉽게 보입니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3편,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2편,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2편이나 포함됐다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이면서 판타지적인 소재, 그리고 온 가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나 '아바타'의 경우는 저 영화들 가운데서도 가장 미국내 흥행 비율이 낮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30.7%로 20%대까지 떨어질 지도 모를 상황입니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 영화 관객들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환호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뭐 CG가 뛰어나니, 3D가 예술이니, 개량 서부극의 스토리이니, 뻔한 얘기는 일단 빼겠습니다. 지난번에도 관련된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하실 분들은 '아바타를 보는 네가지 방법'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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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독교 중심 세계관으로부터의 탈피

겉으로 중시하고 있든, 속에 깔려 있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은 모두 서구 중심의 세계관을 깔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바타'는 제목부터 인도 신화를 염두에 두고 있고, 미국 중심의 가치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주인공을 맡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추구하는 미국 내 식자층의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도덕적으로 충실한 영화인 셈입니다.


2. 현실에 대한 충실한 반영

세계 대부분의 문명국가들이 경험하고 있는 진짜 자아와 사이버 자아 사이의 불균형에 대한 절묘한 반영이 더욱 공감대를 크게 합니다.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이 주변에 있는 사람이라면, 억지로 '가상 세계'로 부터 떼어 놓아야 한다는 경험, 목욕이나 식사, 면도 등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위해 필요한 행동을 가끔씩 강요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상 세계에 대한 동경 등의 현상들에 대해 그리 낯설지 않을 겁니다. (미디어에 의해 자주 보도되는 내용이기도 하죠.^)

이런 두 가지에 대해서는 중앙일보 '분수대'에 이미 써 놓았던 글이 있습니다. 그냥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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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바타

세계 모든 신화에서 신들은 인류 역사에 개입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때로 인간의 형상으로 변신하거나 인간 여인들과 관계를 갖고 수많은 반신(半神)과 영웅들을 낳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비해 힌두 신들은 아예 독자적인 성격을 가진 인간이나 동물로 다시 태어난다. 이를 가리키는 산스크리트어가 아바타(avatar), 혹은 아바타라(avatara)다. 특히 3대 주신 중 하나인 비슈누의 아바타들은 인류를 위해 정의와 평화를 수호해왔다. 영웅 라마도, 무적의 전사 크리슈나도 비슈누의 아바타다.몸은 인간이되 권능은 신 그대로이므로 평범한 인간은 감히 상대가 될 수 없다.

힌두 최고의 전쟁 서사시인 '마하바라타'에서도 크리슈나의 동료나 적수들은 대부분 다른 주요 신의 아바타다. 물론 그중에서도 최고신인 비슈누의 아바타를 이길 존재는 없다.이런 어원을 가진 아바타는 오늘날 사이버 공간에서 수많은 네티즌의 분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싸이월드 같은 소셜(social)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리니지 등의 게임 속 세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바타가 인간 주인과는 별개의 모습과 인격으로 존재한다.'타이타닉'의 거장 제임스 캐머런이 11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바타'도 결국 제2의 자아에 대한 이야기다.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 화면이 6대4 정도로 배합된 '아바타'는 새로운 형식과 시각적인 완성도로 찬탄을 자아내는 동시에 현실을 빗댄 우화로서도 풍부한 함의를 갖고 있다.

주인공 제이크(샘 워딩턴)는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지만 원주민 아바타에 접속해선 용감한 전사로 변신해 비룡을 타고 모험을 펼친다. 그에게 이런 이중의 삶은 롤 플레잉 게임에 푹 빠진 오타쿠의 상황과 흡사하다. 인간으로 있을 때에도 목욕이며 식사를 내팽개친다든가, 현실과 게임 속을 혼동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게임 중독에 대한 직설적인 풍자이기도 하다.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가 지구인이면서 아바타의 정체성을 선택해 인간과 싸운다는 설정은 자아와 제2의 자아가 반드시 순행하지는 않는다는 현실과 묘하게 맞물리는 느낌을 준다. 애당초 신화에서도 모든 아바타가 인간에게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비슈누의 아바타는 10개라고도 하고 22개라고도 한다. 공통적으로 마지막 아바타인 칼키(Khalki)는 약 43만 년 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종말을 선고할 존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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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3. 합법적인 반미 영화로서의 가능성

지구상 어디를 둘러봐도 미군(?)을 학살하면서 관객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는 영화는 없습니다. 물론 미국 국내에서는 더욱 당연한 얘기일 겁니다. 하지만 '아바타'는 그걸 해내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상으로는 애매하게 이들은 정규군이 아니며 기업에 의해 구성된 용병이라는 설정이지만 그렇다 해도 '미국어'를 쓰는 병사들이 퍽퍽 죽어 나가는데 관객이 반대편을 응원한다는 것은 참 있을 수 없는 일이었죠.  카메론의 영화 세계로 표현하자면, 에일리언과 지구인이 사투를 벌이는데 관객이 에일리언을 응원하고 있는 격입니다.

어찌 보면 교묘한 속임수이기도 하지만, 미국 바깥의 관객들이 볼 때 이런 설정은 '우리가 항상 참일 수는 없다'는 미국내 지식인들의 반성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이미 미국 내의 보수층은 이 영화가 '매우 위험한 선전물'이라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죠. 물론 이런 반응은 제작사나 카메론의 의도와 일치하는 것일테고, 영화의 흥행에는 훨씬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특히나 전 세계적으로 욕을 먹고 있는 미국 내의 보수집단이 이 영화에 대해 저주를 하면 할수록, 전 세계 흥행 성적은 더욱 솟구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P.S. 그런데 '아바타'의 속편이 같은 설정으로부터 이어진다면 과연 이런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을 따른다면 인류와 나비족의 전면전이 예상되는데, 대체 카메론 선생은 과연 어떻게 이 줄거리를 풀어나갈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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