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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김연아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방송사간의 혈전이 한창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단독 중계를 하게 된 SBS는 입이 찢어져서 자사 홍보에 여념이 없고, 공동 중계를 관철시키지 못한 MBC와 KBS는 연일 흠집내기에 골몰하다가 결국 '취재도 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SBS가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가운데 KBS와 MBC는 취재진도 보내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죠. 양사의 주장은 거의 같습니다. (중계도 못 하게 된 이상)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할 예정이었지만 SBS는 주요 경기 장면 촬영 등을 불허하고 하루 2분 분량의 방송용 화면은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그럴 바엔 아예 안 가고 말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MBC는 성명까지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SBS 직원도 아니지만 참 웃음이 나옵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비도덕적인' '합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등등의 문구가 등장하더군요. 그런데 과연 MBC와 KBS는 이런 얘기를 할 자격이 있을까요?

[상당히 긴 글입니다. 인내심이 부족한 분들은 중간을 건너뛰고 맨 끝부분이라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목만 보고 엉뚱한 얘기를 하시는 분을 최소한으로 줄여 보려고 드리는 충언입니다. 물론 세상 모든 얘기를 석줄로 요약할 수는 없다는 걸 아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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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되어 온 지상파 3사간 주요 스포츠 중계권 분쟁의 역사가 생각나서입니다. 그 역사는 바로 배신과 반목, 뒤통수 때리기와 공허한 합의의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지난번 WBC 대회의 지상파 중계가 무산 위기에 있었을 때 한번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 분들이 많을테니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WBC, 결국 실속은 방송사 몫  http://fivecard.joins.com/330

물론 이 내용은 야구에 대한 부분만 정리한 겁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경기까지 합하면 배신의 역사는 뎌욱 화려해집니다. 어느 때건 세 회사는 모여서 합의를 하고, 그중 누군가는 합의를 깨고 뒷거래를 성공시킨 다음 혼자 샴페인을 터뜨리고, 나머지 두 회사가 만나 그 보복조치를 강구하고... 끝없이 되풀이된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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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중계권에 대해 최근 썼던 글입니다.

제목: 올림픽 중계권:

손기정의 마라톤 금메달로 기억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은 기록 영상 면에서도 두 가지 신기원을 이뤘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던 여류 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만든 기록영화 '올림피아' 2부작은 지금까지도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교과서로 꼽힌다. 게다가 이 대회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TV를 통해 중계방송된 올림픽이기도 하다. 당시 독일 제3제국은 좀 더 많은 국민에게 올림픽의 열기를 전달하기 위해 폐쇄회로 TV를 이용해 베를린 시내 곳곳으로 경기 영상을 내보냈다.

이렇게 시작된 올림픽의 TV 중계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6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쿼밸리 겨울올림픽 때 마침내 올림픽 중계권의 거래가 시작됐다. 당시 미국 CBS는 독점의 대가로 5만 달러를 지불했다.

50년 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독점 중계를 위해 NBC는 20억 달러의 거액을 베팅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하지만 NBC는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했고, NBC가 위축된 사이 ABC와 ESPN의 모기업인 월트 디즈니사는 2014년 겨울올림픽과 2016년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해 '올림픽은 NBC'라던 아성에 흠집을 냈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 국내 중계를 SBS가 독점하면서 KBS와 MBC는 SBS의 부도덕함을 목소리 높여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여 년간 주요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중계권과 광고 수입을 둘러싸고 3대 지상파 방송사가 보여준 배신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피해자들'이라고 그리 떳떳해 보이지는 않는다. 독점 중계는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에 대한 위협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공동 중계를 한답시고 똑같은 메달 유망 종목만을 온 채널에서 중복 중계하며 시청률 경쟁에 매달렸던 전력을 감안하면 다양한 시청자의 기호 충족이란 명분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도 느끼게 된다.

시청자들은 지난해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회를 앞두고 광고 물량을 기대할 수 없다며 지상파 3사가 일제히 중계 불가 방침을 내세웠던 사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내세우는 국민의 시청권이란 방송사의 수익이 동반될 때에만 고려 대상이 된다는 것을 지나간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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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MBC가 SBS의 독점 중계를 규탄한다며 발표한 성명입니다.

공영방송 MBC는 상업방송 SBS의 독단적 동계올림픽 중계 결정으로 중계방송을 포기한다. 또 SBS의 비협조적 보도 영상 제공 계획으로 인해 올림픽 보도 역시 완벽한 뉴스 보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MBC는 비록 중계방송은 할 수 없더라도 국민의 알권리, 볼 권리를 위해 올림픽 뉴스 보도에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 취재팀 2개를 꾸릴 수 있도록 SBS측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SBS 스포츠국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보도와 관련해 KBS와 MBC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SBS는 일체의 협의 없이 "올림픽 영상 1일 2분 제공, 현지 취재 ID 3장"으로 제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이는 15일간 열리는 올림픽 뉴스 보도를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게 하는 것으로, 이정도 영상 분량으로는 하루에 뉴스 아이템 하나 이상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SBS도 주지하는 일이기에 노골적 타 방송사 방해 의도가 명백하다고 본다.

 SBS는 외부로는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면서 내심 MBC와 KBS에 뉴스조차도 협조할 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에 MBC는 공영방송사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국민 축제인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관해 중계방송에 이어 어쩔 수 없이 뉴스 보도조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MBC는 한국 대형 스포츠 중계 사상 유례없는 이같은 사건의 원인제공자는 SBS이고 그동안 방송사 합의사항을 처음부터 준수할 생각 없이 무성의한 협상 태도로 일관한 의도적 결과라고 판단한다.

 MBC와 KBS는 공동으로 마지막까지 SBS와 협상 타결을 위해 방송법 및 방송법 시행령에 의거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의뢰했으나 이마저도 SBS가 분쟁조정 자체에 참가하는 것을 거부해 협상은 무산되었고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신고”에 따른 조사만 하고 있다.

SBS의 이러한 비도덕적인 행태에도 불구하고 MBC는 여전히 올림픽, 월드컵이 국민 관심이 지대한 국가적 행사로서 다른 지상파 채널에서도 공평하게 방송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후 남아공 월드컵 방송권 재분배에서는 SBS가 합의 위반과 책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성실하게 협상에 응해 합동방송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MBC도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한국 방송계에 SBS처럼 방송3사 사장단의 합의와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며 또한 국민 축제인 올림픽과 월드컵이 보편적 시청권을 외면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민영방송사의 수단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 그럼 이번엔 지난 2000년 KBS는 어떤 입장이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매일경제신문의 2000년 11월 9일 보도 내용입니다. MBC가 박찬호가 등판하는 메이저리그 야구경기 독점중계권을 확보했다는 데 대한 KBS의 분노 넘치는 반응을 다루고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9&aid=0000065320)

MBC의 박찬호 경기 독점중계권 계약에 대해 막대한 외화낭비라는 방송가의 비난이 높다.

KBS는 9일 이규창 스포츠국장 명의의 'MBC의 미 프로야구 독점계약에 대한 KBS의 입장'이란 제목의 공식성명을 내고 "MBC가 3200만달러 (한화 약 384억원)라는 많은 외화를 지불하면서 미 메이저리그 경기 중계권을 독점계약한 것은 방송사간 과열 경쟁을 막기위해 공중파 3사가 합의·시행하고 있는 스포츠 합동방송 시행세칙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KBS는 또 "방송 3사가 합의한 시행세칙 중 합동방송대상 6항에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리그도 포함돼있다"면서 "지난 97년에도 합동방송대상인 월드컵 축구 지역예선전을 단독 방송했던 MBC가 이번에도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은 합동방송세칙을 백지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KBS가 이같이 공식성명까지 내게된 것은 지난 7일 MBC가 7일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주관하는 MLBI(Major League Baseball International)와 내년부터 4년간 지상파 케이블 위성을 포괄하는 독점 중계권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계약관행이라며 MBC측가 정확한 계약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방송가에서는 대략 3200만달러(한화 약 3840억원)선으로 이야기 되고 있다.

지난 97년 KBS가 박찬호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연간 30만달러를 지불했고 이듬해iTV가 중계에 나서면서 100만달러(98년)로 올려놓은 이래 99년 150만달러, 2000년 300만달러를 지불한 점을 감안하면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셈이다.

이에따라 방송가 안팎에서는 MBC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으로 계약해 결과적으로 막대한 외화 손실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방송사들은 중계권 확보 과열경쟁에 따른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98년부터 KBS MBC SBS 방송3사가 메이저리그 경기등을 합동중계키로 합의, 시행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MBC가 이를 무시하고 단독 중계키로 했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비난뿐만 아니라 공영방송인 MBC가 많은 돈을 지불해가며 굳이 독점적 중계권을 확보해야 했는가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이에따라 KBS는 "MBC의 합동방송 참여를 제한하는 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할 것도 없이 대회 이름만 바꾸면 정말 쌍둥이같은 성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주요 국제경기가 벌어질 때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원인은 간단합니다. 스포츠 중계가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아무리 중요성이 큰 경기라도 돈이 되지 않으면 누구도 중계방송에 선뜻 나서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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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은 한 방송사가 출혈을 각오하고라도 단독 중계를 감행한다면, 누구도 그걸 저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된 것 뿐입니다. SBS는 설사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방송이 그 자체로서는 이익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 장기적으로는 큰 소득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여기에는 방송사 이미지나 위상의 제고라는 무형의 소득도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에 깨졌다는 3사 사장 합의를 볼 때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문서상으로 볼 때, 만약 3사 중 어느 하나가 합의를 깼을 경우에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하다못해 가수 한 명의 전속 계약에도 약속이 깨졌을 경우에는 위약금을 문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세상이란 점을 감안할 때 참 순진한 일입니다. 더구나 이미 몇번씩 서로 배신하고 배신당한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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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는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147388.html )

그러다 보니 이번에 '배신당했다는' MBC와 KBS가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 역시 '누가 깨도 깼을 합의'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만약 그 합의가 전제하고 있다는 '월드컵/올림픽 특별위원회'가 약속을 깬 방송사의 중계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어도 이런 식의 배신이 가능했을까요. 설마요. 거액의 중계권료를 내고도 방송을 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면 누가 무리를 하겠습니까.^^

네. 저도 설마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보지만, 지금까지 배신의 역사가 워낙 장구하다 보니 이런 의심까지 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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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결론입니다.

정리하겠습니다. 가능하면 싼 값에 중계를 사다 보여준다면 국민에게도 좋고, 그 이전에 방송사의 수지를 위해 좋은 일일 겁니다. 일각에선 경쟁으로 중계권이 올라가면 국부 유출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싸게 사고 싶은 것은 누구도 아닌 방송사들입니다. 그런 방송사들이 출혈경쟁이라며 돈을 '지를'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걸 업계 밖에서 아무리 경쟁하지 말고 싸게 사라고 강요한들, 실제로 심각한 징벌 방안(예를 들면 방송 중계권 무효화와 같은)이 없는 한 '배신'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솔직히 좋은 콘텐트가 있고 그걸 확보하려는 경쟁자가 있는 누가 그 경쟁을 막을 수 있을까요.

[물론 정말로 비판자들이 '국부유출'을 경계하는 거라면, 각 방송사들이 'IOC(혹은 FIFA)가 너무 비싼 돈을 요구하기 때문에, 적정 중계권료로 중계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올해 월드컵 중계방송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국부 유출을 막으려는 저희 방송사들의 충심을 시청자 여러분들이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성명을 발표할 때 온 국민이 박수를 보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건 그리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듯 합니다. 오히려 '시청료까지 걷어가면서 (혹은 광고도 죽어라고 틀어대면서) 월드컵 중계도 안 하냐, 이 돈먹는 하마같은 놈들아'라는 욕설이 나오겠죠. 참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공동 중계랍시고 캐스터와 해설자만 다른 방송을 세 채널을 통해 중계하는 꼴은 제발 그만 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 '해설자와 캐스터'의 선택이 '시청자의 선택권'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보다 더 큰 시청자의 선택권은 "올림픽 중계를 볼 것인가, '개그 콘서트'를 볼 것인가,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볼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월드컵 시즌이라고 월-화-수-목 드라마가 올스톱되는 걸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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