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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오랜만에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하늘에서 달을 따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라는 CM송에 귀가 쫑긋 움직이는 듯 했습니다. 그 오랜만이라는게 너무 반가웠는지, 동아제약(동아 오츠카?) 측에서 시의적절하게 보도자료를 잘 내보냈는지 온갖 매체에서도 일제히 보도에 나섰더군요.

이쯤 되면 고질병인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아주 오래 전, TV에서 '오란씨 걸'이라는 아가씨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쯤의 일이었죠. 오란씨 CF가 그렇게 인기였는데도 이 아가씨는 드라마든 예능이든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어서 어찌 보면 신비주의 마케팅을 실천하는 셈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궁금증에 여기저기 서핑을 해 보다가 그 아가씨의 이름이 '김윤희'라는 걸 알아냈습니다. 왼쪽이 김윤희, 오른쪽이 요즘 새로운 오란씨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김지원입니다. 어딘가 비슷한 느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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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궁금증이 났을 때 달려간 곳은 유튜브. 본래 1977년 '하늘에서-'로 시작하는 오란씨의 원조 모델은 임권택 감독의 부인이신 채령씨로 알려져 있지만, 그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한국은 자료 보존에 대한 한 19세기와 20세기의 차이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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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 시기의 느낌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사진 한 장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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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오랜 광고는 그 몇년 뒤로 추정되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 분이 채령씨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 CF의 주인공은 70년대말-80년대초의 하이틴 스타였던 이옥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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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천 감독의 '시집가는 날' 등에 출연했던 배우로 당시 '포스트 임예진'을 다퉜던 배우였죠. 어찌 보면 '고교얄개'의 강주희와 라이벌이었던 셈입니다.
 


이렇게 해서 '하늘에서 달을 따다-'라는 노래는 온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노래가 됐습니다.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이나 '첫번째 그맛 고소한 그맛' 과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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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0년대 중반,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집중시킨 '오란씨 걸'이 탄생합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이 광고물 이전에 좀 더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광고가 있었고, 이 광고는 거기서 조금 더 발전된 변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현재 구해볼 수 있는 광고 중에는 이것이 가장 원형에 가깝습니다.



전형적인 미인형은 절대 아니었지만, 귀엽고 꾸밈없는 모습 때문에 이 '오란씨 걸'(이름을 몰랐기 때문에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은 등장하자마자 일약 화제가 됐습니다.

이 모델의 인기가 올라가자 아예 '하늘에서 별을 따다' 말고 이 모델 용의 CM송이 새로 등장합니다. 아마도 직접 부른 것은 아닐테고, 이 노래는 그닥 기억이 선명하지 않지만 어쨌든 모델의 인기를 대변해주는 현상입니다.



이 김윤희라는 모델과 광고 전략의 힘으로, 그다지 메이저 음료라고 할 수 없었던 오란씨는 콜라와 사이다를 제외한 과즙 음료 중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상품으로 부각됩니다.



그리고는 겨울에도 마실 수 있는 음료라는 광고까지 생깁니다.



기록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정확한 것은 전혀 알 수 없지만, 김윤희라는 모델은 1985년이나 86년부터 88년 무렵까지 활동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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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인기 높았던 모델이 왜 갑자기 사라졌고, 왜 다른 활동에 나서지 않았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그 시절은 지금처럼 연예 뉴스가 활성화된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오죽 대중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오란씨 회사 사장의 딸'이라는 소문까지 났을 정도입니다. 일설에는 해외 교포라서 국내 활동이 힘들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마케팅의 힘을 알아차린 동아제약 측은 좀 더 판을 키웁니다. 이 인기를 몰아 갈 새로운 모델을 공모하기에 이른 것이죠. 이것이 바로 그 선발대회 광고입니다.



신은경, 음정희 등 꽤 낯익은 얼굴들까지 등장합니다. 아무튼 여기서는 송혜령이라는 모델이 발탁됐고, 이 모델은 오란씨 CF를 통해 꽤 활동합니다만 - CF를 봐도 별 느낌이 없습니다. 아마 당시에도 별 느낌이 없었던 듯 합니다.

사실 대단한 미인이라고 할 얼굴이 아니었던 김윤희라는 모델이 크게 성공한 것은 어딘가 열대의 느낌, 그리고 꾸미지 않은 듯한 신선하고도 발랄한 웃음, 무엇보다 건강미 넘치는 모습이 파인애플 과즙이 들어간 음료의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송혜령에게선 이중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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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김지원을 발탁한 새로운 담당자들은 왜 김윤희가 성공하고 후속 모델은 실패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한 듯 합니다. 새로 오란씨 모델이 된 김지원은 어딘가 살짝 동남아시아의 느낌을 풍기는 외모에 밝고 건강한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굴이 닮지는 않았지만, 80년대 김윤희가 당시 사람들에게 주었던 느낌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몇번 들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말 궁금한 것, 대체 저 김윤희라는 모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지금 그 모델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혹시 아시는 분 있으면 좀 귀띔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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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오란씨 자료를 찾다가 이 분에 대한 기억도 다시 한번 해보게 됐습니다. 80년대 음료 광고 한 편으로 무명신인에서 벌떡 일어선 톱스타 한분이 있었죠. 바로 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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