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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의 수'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을 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면밀한 진단이 일반적인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인데, 누군들 화끈하게 그냥 실력으로 이겨서 올라가는 걸 원치 않겠습니까.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16강 경우의 수는 꽤 낙관적이라는 겁니다.

몇가지 분석 기사도 나온 듯 한데 매우 실망스러워서 직접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분명 1대4로 대패했으면 뭔가 큰 타격이 있을 법 한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의 대미지는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당초의 계산'에 아르헨티나에게 한국이 진다는 것은 이미 들어 있었던 상황이고, 가능하면 좀 적은 점수차로 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후반 초기에 분위기를 탄 것이 오히려 병이 됐다는 건 뭐... 지금 와서 한탄해봐야 소용없는 일이죠.

아무튼 '대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꽤 높은 편입니다. 물론 그리스의 도움을 받은 결과죠. 세상은 원래 혼자 잘나서만 살 수는 없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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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냥 순차적으로 정리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시작해 3차전의 가장 좋은 경우부터. 일단 현재의 득실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국은 -1로 그리스와 득실차에서 동률이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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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겼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이 경우 나이지리아가 3패가 되므로 그리스가 최종전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으면 세 팀이 2승1패 동률이 됩니다. 물론 이 경우라도, 그리스가 조2위가 되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에게 1대0, 2대1로 이겨선 탈락입니다. 최소한 2대0, 또는 세 골 이상을 득점해야 합니다. (한국과 득실/다득점을 고려하면 이렇습니다.)

물론 숫자상으로는 이렇지만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현재 드러난 전력으로 볼 때, 이미 2승인 아르헨티나가 꽤 느슨한 경기를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리스에게 이렇게 대패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나이지리아에게 이기는 순간 대세는 확정이라고 믿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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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비겼을 때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아무튼 이 경우에도 우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건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에 기댄 것입니다.

한국이 최종전에서 비기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면 한국은 무조건 탈락입니다.

현재 전력을 볼 때 한국도 비기고 그리스도 비기는 그림이 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때는 당연히 골득실-다득점-승자승의 순서로 순위를 매깁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일단은 유리합니다. 현재 득실차는 -1로 같기 때문에, 둘 다 비긴다면 득실차는 그대로 -1로 유지됩니다.

그럼 다득점. 현재 한국은 3골이고 그리스는 2골이므로 두 팀 모두 0대0으로 비긴다면 한국의 승리입니다. 한국이 0:0으로 비기고, 그리스가 1:1로 비기면 다득점에서도 동률이 되지만, 이 경우에는 한국이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이겼으므로 승자승으로 한국이 올라갑니다.

따라서, 둘 다 비길 경우 그리스는 최소한 한국보다 2골을 더 넣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든 지든, 한국-나이지리아전의 향방을 모르는 상황이라면(두 경기가 같은 시간에 열립니다) 그리스는 무조건 2골 이상은 넣어야 가능성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그리스는 초반부터 엄청난 공격 일변도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얘긴데,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가진 팀을 상대로, 수비가 특기인 그리스 같은 팀이 다득점을 노린다는 건... 그리 좋은 결과를 낼 걸로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결론:

한국이 0대0이면 그리스는 똑같이 비겨도 1대1로 비겨선 떨어집니다. 한국이 0대0일때 그리스는 2대2, 한국이 1대1이면 그리스는 3대3까지는 가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는 그리스로 하여금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최대한 공격적인 전형을 취하게 만들기 때문에, 그리스보다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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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졌을 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는 순간 탈락이 결정됩니다. 이 경우라도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게 진다면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세 팀이 1승2패 동률이 되지만, 득실차에 의해 한국은 탈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이 0대1로 진다고 가정하면, 한국은 득실차가 -2, 나이지리아는 -1이 됩니다. 그럼 한국은 그리스-아르헨티나 경기의 결과와 무관하게 조 3위 이상은 올라갈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나이지리아는 절대 한국과 맥풀린 경기를 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이기려고 들 것입니다. 누가 봐도 아르헨티나가 최종전에서 그리스를 이겨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게 정상이기 때문에, 나이지리아는 한국을 꺾고 득실차로 올라가는 방법을 노릴 것입니다. (물론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이기거나 비긴다면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자동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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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는 참고용. 본문 내용이 더 자세합니다.)

그래서 제 결론은, '한국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고 기대할 수 있다'입니다. 역시 처음에 말한 대로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기는 쉽지 않다는 전제하에 내린 결론입니다. 물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에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결코 없지 않기 때문에, 100%는 아닙니다.

아무튼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그리스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다득점을 노릴 수밖에 없고, 나이지리아 역시 한국에게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이런 상황은 한국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습니다. 어느 팀이든 이기려고 달려드는 상황에서 허점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가 '비기면 끝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고, 그리스가 나이지리아 주전 선수 2명을 벤치로 보낸 상황에서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거의 올라간다'는 다소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면, 아무래도 우리 쪽이 유리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전 초반처럼 극도로 어색한 수비 치중보다는 최소한 반격은 가능한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합니다. 까짓 나이지리아가 잘 해봐야 어디 아르헨티나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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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메시와 이과인이 그리스전에서도 한국전처럼 해 주길 기대합니다. 이상이 절대 아마추어인 저의 분석입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환영합니다.

아무튼 구호로 정리하자면 가자! 16강!

또는 아르헨티나 화이팅!

P.S. 간밤에는 많은 분들이 이해하지 못하셨지만,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왜 어제 그리스-나이지리아전에서 무승부가 최선이었는지 이제 이해하셨을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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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아쉬운 패배는 트위터로 꽤 히트했던 나라도나와 오베스 사진으로 달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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