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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한판 승부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한국의 16강 향방을 가늠하게 됐습니다. 비관과 낙관이 교차했지만, 아무튼 역대 월드컵에서 조별 예전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놓았을 때의 상황들과 비교해 볼 때 상당히 나은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수영복 챙겨서 휴가 떠나듯 가벼운 마음은 아니겠지만, 무리하게 긴장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깝게 2006년, 첫 두 경기에서 한국은 1승1무를 기록해 전적면에선 1승1패인 올해보다 나았지만 당시의 상황은 지금보다 무척 나빴습니다. 2패를 기록한 토고가 최종전에서 2무였지만 외형상 최강인 프랑스를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1승1무인 스위스와 비겨도 조 3위로 탈락하는 묘한 상황에 놓였었죠.

아무튼 그건 그렇고, 한국은 최종전에서 맞붙을 나이지리아와 5년 전에 치열한 명승부를 펼친 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결에서 박주영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죠. 왠지 그 경기가 재현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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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U-20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은 정말 역대 최악의 조편성을 맞습니다. 같은 조의 멤버들이 바로 브라질, 나이지리아, 스위스였기 때문입니다.

브라질은 뭐 말할 것도 없고 슈퍼 이글 나이지리아는 특히나 청소년 레벨에서 강한 나라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었죠. 그나마 스위스가 '해볼만 한 팀'으로 꼽혔는데, 결국 이 대회에서 두각을 보인 센데로스, 바르네타, 볼란텐 등이 스위스를 2006년과 2010년 잇달아 스위스를 바늘구멍같은 유럽 예선을 뚫고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는 주역으로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상대 세 팀 모두 후덜덜, 조편성을 놓고 보면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이때 한국에도 박주영이라는 기린아가 있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들이 너무 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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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스위스-나이지리아-브라질 순으로 대진이 짜여졌는데, 첫판인 스위스에게 1대2로 패하자 분위기는 상당히 흐려집니다. 그나마 해볼만하다던 팀에게 진 거죠. 그런데 2차전인 나이지리아전에서 기적이 일어납니다.

나이지리아에 0:1로 끌려가던 상황. 여기에 믿었던 박주영은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며 기회를 날려 버립니다. 패색이 짙던 한국. 하지만 종료 2분전인 후반 43분, 박주영은 상대 진영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절묘하게 왼쪽 구석으로 차 넣으며 동점을 이끌어냅니다.

이어 인저리타임에는 박주영의 슛을 골키퍼가 놓친 사이 백지훈이 달려들어 강슛, 나이지리아 선수들을 모두 운동장에 쓰러지게 만듭니다.

(그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 좀 긴데 박주영의 동점골과 백지훈의 역전골 장면은 5분 이후에 나옵니다. 뒤쪽으로 돌려 보시길.)

비록 한국은 예선 최종전에서 브라질에 0대2로 패하고, 나이지리아가 스위스를 3대0으로 대파하며 예선탈락하지만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는 준우승의 좋은 성적을 거둡니다. 이 대회에서 나이지리아를 이긴 팀은 한국과 우승국인 아르헨티나, 두 팀 뿐이었으니 이 대회에서 한국의 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대회 4강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모로코로 그중 두 팀이 한국과 같은 조였다는 게 한국의 불행이었던 셈이죠. (이 대회 우승국인 아르헨티나의 핵이 바로 우리가 치를 떤 그 메시였습니다.^^)

어쨌든 한국과 나이지리아는 23일 맞붙게 됐는데, 묘한 우연이 또 등장합니다. 2005년 당시 U-20이었던 선수 중 3명이 현재 나이지리아 대표로 뛰고 있죠. 그중 주전급은 둘인 셈인데 그게 바로 그리스전에서 퇴장당한 공격수 카이타, 그 경기에서 부상당해 한국전에 나서지 못할 걸로 보이는 수비수 타이워입니다(다 회복됐다는 설도 있던데 아직 알수 없군요). 세번째 선수인 오바시는 나온다면 교체 멤버.

이대로라면 2005년 멤버 셋은 한국전에는 선발로 나오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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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당시의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이 다시 전면에 나설 예정입니다. 비록 이번 대회 들어 그리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만약 그가 없었어도 한국 축구가 지금 월드컵 본선까지 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제든 제 몫을 해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당시 한국 선수단 가운데선 주전 차기석에 밀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GK 정성룡이 주전으로 성장했고, 당시 후보였던 이근호가 마지막까지 월드컵 본선 대표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밖에 당시의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동참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리마리오'로 불렸던 김승용, 미남 미드필더 백지훈, 창의력 뛰어난 수비수로 불렸던 이요한이나 투지가 돋보였던 이강진 같은 이름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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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23일 경기에서 박주영이 다시 살아나 2005년의 명승부를 재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다시 한번 어깨를 펴고 질주하는 박주영의 골 세레모니를 보고 싶습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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