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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의 새 드라마 '닥터챔프'가 1,2회 방송에서 모두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성공작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9시대 드라마는 MBC, KBS1의 메인 뉴스와 경쟁해야 하는 시간대이지만 SBS가 올해들어 이 시간대를 집중 공략한 결과,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이 점차 변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대로 가면 한국에서도 8,9,10대가 모두 드라마로 채워지고 11시대에 가서 메인 뉴스가 방송되는 미국 TV를 따라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닥터 챔프'(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는 초반부터 늘어지지 않는 진행과 호감가는 주인공들을 배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는 김소연은 이번엔 지방대 출신으로 서울 명문대 대학병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주인공을 맡았고, 역시 개인적으로 후기지수의 선두 그룹으로 생각하는 정겨운은 여유넘치는 씩씩한 유도선수 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엄태웅입니다. 이 캐릭터를 생각하면 왜 극 초반에 갑자기 키스신이 나왔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엄태웅이 연기하는 이도욱 박사는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재활의학을 전공, '박찬호와 박지성이 부상으로 신음할때 재기를 가능하게 했던 스포츠 전문의'입니다. 그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태릉선수촌의 의무실장으로 부임하면서 드라마가 시작되죠.

그가 등장한 첫 장면, 별로 의사같아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흰 바지에 지팡이를 짚고, 까칠한 표정으로 공항 출국장을 걸어나옵니다. 사람들이 지팡이를 의식하며 "선수 진료에는 지장이 없겠느냐"고 묻자 "내가 재기시킨 박찬호 박지성은 선수가 아니었느냐"며 곧바로 맞받아칩니다. 그리고는 바로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내죠.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사람이 없다면 미드 팬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바로 휴 로리가 연기하는 닥터 그레고리 하우스. '하우스'의 타이틀 롤인 그 사람이죠.

부스스한 머리와 언제 갈아입는지 알 수 없는 푸른색 셔츠, 회색 재킷과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지팡이와 언제든 주머니에서 꺼낼 수 있는 진통제(바이코딘) 약통이 바로 하우스 박사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시각 요소입니다. 여기에 상대방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듣는 이의 속을 뒤집어놓는 독설이 있어야 진정한 하박사님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엄태웅이 연기하는 이도욱은 약통에서 약을 꺼내 입에 넣습니다. 옆 사람이 "다리가 많이 아프신거냐"고 묻자 "아뇨. 비타민인데요? 씹어먹는 거라 물 없이도 드실 수 있는데, 좀 드시겠습니까?"합니다.

한마디로 노골적인 '하우스' 패러디입니다. 저 지팡이는 바로 '천재적으로 유능하지만 까칠한 성격과 신랄한 화술 때문에 대인관계가 썩 원만하지 않은 의사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있어 우리가 지금부터 그려내는 캐릭터는 하우스 박사를 참고한 것입니다'라는 뜻을 전달하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죠. 한마디로 하우스 박사의 크리에이티브 마크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도욱 박사는 왕년에 국가대표 스피드 스케이터 활약하다 부상과 '뭔가' 깊은 사연 때문에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의사가 된 사람으로 설정돼 있습니다. 스포츠 스타 출신의 의사란 좀 어색해 보이긴 하지만, 전례가 없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떠오르는 또 하나의 인물은 바로 미국의 빙상영웅 에릭 하이든입니다. 지난 1980년 레이크 플래시드 동계올림픽에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관왕에 오른 전설의 빙상왕 하이든은 빙상에서 더 이상 오를 자리가 없다고 판단하자 과감하게 의대에 진학, 제 2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스포츠 재활의학에서도 일가를 이뤄 올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미국 대표팀의 팀닥터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죠. 한마디로 대단한 인간승리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이도욱 박사의 캐릭터가 스케이터로서 최고의 선수는 아니었고, 부상으로 진로를 변경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어쨌든 스피드 스케이터 출신의 재활전문의라는 면에서 하이든의 캐릭터가 어느 정도 녹아 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밖에도 진짜 현장을 지킨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의 도움이 이 드라마에 녹아 있을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20년 동안 발만 생각해왔습니다. 남은 20여년도 발만을 생각하겠습니다." 노원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과장 이경태 박사(49)가 인터넷 블로그에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적어놓은 글이다. 그의 별명은 '발 박사'다.>> 라는 오늘 아침 신문 보도에서 보듯 스포츠의 발달에 전문 의학인들의 도움은 필수적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도욱 박사를 형상화하는 외피로 하우스 박사가 사용된 것은 흥미로운 적용 사례입니다. 이건 슬쩍 베끼는 것과는 좀 차원이 다른 인용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유사성이 너무나 선명한 만큼, 앞으로는 두 캐릭터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강조될 것인지가 중요하겠죠.


 
아마도 초반에 차예련과의 강렬한 키스신이 배치된 것도, 그런 면에서 확실히 선을 긋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걸로 보입니다. 닥터 하우스에 비해 닥터 이도욱은 훨씬 멜로드라마의 성격이 강한 캐릭터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죠. 이것이 아마 그 키스신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튼 '닥터 챔프', 관심 가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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