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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눈이 내리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겨울 하면 눈이죠.^^

물론 제멋대로 고른 리스트입니다. '눈이 소재인 영화 10선'도 아니고, '눈이 소재인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성을 가진 영화 10선'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눈발이 날릴 때면 그냥 저 혼자 생각나는 영화 10편일 뿐입니다. 대략 1위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이긴 하지만, 1위부터 10위까지의 순위가 크게 의미가 있는 숫자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 놓고 시작해도 반드시 왜 그 영화가 있냐, 이 영화는 왜 없냐, 뭐 리스트가 이따위냐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그냥 직접 리스트를 꼽으시라는 말밖에 드릴 수가 없을 듯 합니다. (네. 많이 겪어 봐서 하는 얘깁니다.)

아무튼 시작합니다. 좀 예상을 뒤엎어 보고도 싶지만, 1위는 너무나 뻔한 영화 -


네. 오겡키데스카 맞습니다. 바로 그 영화. 다른 영화가 떠오른다 해도 솔직히 이 영화보다 먼저 떠오르지는 않더군요.

이 영화와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때문에 저 먼 홋카이도의 오타루라는 도시가 관광 명소로 떠올랐습니다. 물론 다녀오고 나서 만족하신 분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참 뭐 이런걸 보러 여기까지 왔나 하는 곳이었습니다. 관광 명소로 꼽히는 오타로 운하, 오타루 유리 박물관 등등은 뭐 그냥 예쁜 동네 레벨.

개인적으로 홋카이도의 겨울 관광은 눈, 온천, 식도락 외에는 전부 무시하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눈이 오면 러브레터가 생각납니다.



그런데 2번은 좀 튑니다. 국내 제목은 '존 카펜터의 괴물'. 영어 제목 'The Thing'이라야 좀 더 아실 분이 늘어나려나요.

북극 기지에 갑자기 개 한마리가 나타나고, 그 개의 뒤를 쫓아 미친듯이 총을 쏴 대는 사람이 보입니다. 어찌 어찌 해서 북극 기지에서 그 개를 키우게 되는데, 그 뒤로 자꾸만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 개 안에는 산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외계에서 온 괴물이 숨어 있었던 거죠.

눈과 얼음으로 고립된 기지. 그 기지 안에서 필사적으로 외계 괴물과 싸우는 인간들. 특히 누가 괴물이고 누가 진짜 인간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황. 지금 보면 특수효과가 좀 유치할 지 모르겠지만, 당대에는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내용으로 보면 1951년작인 'The Thing from Another World'의 리메이크라고 해도 좋을 듯 한데 리메이크라는 표현은 쓰지 않더군요. 물론 줄거리는 흡사하지만 내용은 훨씬 정교합니다.

구해서 보실 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으면 보셔도 좋을 듯. 재미납니다.




하얀 자작나무 숲을 보면 이 영화가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를 신화처럼 떠받드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아무튼 충분히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흡혈귀 소녀의 종이면서 보호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했던, 그리 유능하지는 못한 옆집 아저씨의 운명이 매우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안 보신 분은 한번쯤 보셔도 후회하지 않을 영화입니다.


다음 세 편의 영화는 좀 얼굴을 찌푸리실 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일단 일본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입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배우들과 함께 1년간 산촌에서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도 하고, 극중 할머니 역의 여배우는 자해 장면을 위해 일부러 돌에 이를 부딪혀 부러뜨리는 연기 아닌 연기를 했다고도 전해집니다. 이쯤되면 열정을 넘어 광기의 수준이죠.

이런 부분에서는 참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영화입니다만, 마지막 시퀀스에 나오는 어머니와 아들의 고려장 장면은 참 가슴이 미어지는 명장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생각하고 나면 떠오르는 영화 두 편이 있습니다.



국내 극장에서 개봉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왕년의 '명화극장'에서는 '바렌'이란 제목으로 방송된 작품입니다. 원제는 'The Savage Innocents', 1960년작입니다. 앤서니 퀸이 에스키모 청년 이누크 역을 맡았고 일본 여배우 타니 요코가 그 아내, 그리고 지성파 배우 피터 오툴이 이들을 이해하는 문명인 역으로 등장합니다.

'바렌'이 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황무지를 뜻하는 barren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은데, 어쩌다 저런 '한글 제목'이 붙었는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줄거리를 잠깐 소개하자면, 주인공 이누크는 빙원의 황무지에서 아내와 장모를 모시고 살아갑니다. 가끔씩 사냥한 바다표범 가죽 등을 가져가 백인들이 만든 교환 상점에서 쓸만한 물건으로 바꾸는 것이 이들에겐 유일한 문명과의 접촉 기회입니다.

그런 이누크가 어쩌다 살인 혐의를 쓰게 되고, 사법관인 피터 오툴은 이누크를 체포하기 위해 빙원을 건너 옵니다. 그러다 사고가 나고, 오툴은 오히려 이누크 부부의 보호를 받는 처지가 됩니다.

평범한 감독이 만들었다면 매우 서정적이고 슬픈, 문명이 순수한 야만을 파괴하는 이야기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반항'의 니콜라스 레이 감독은 이 영화를 문명과 야만에 대한, 놀랍도록 뛰어난 통찰이 담긴 코믹 터치의 걸작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이 영화 이야기는 나중에 또 길게 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뭐 아무튼 에스키모 영화이니 당연히 눈과 얼음이 넘쳐 납니다.^^)



그 세번째 영화는 일마즈 귀니 감독의 '욜' 입니다. 1980년대 그래도 영화에 대해 한마디 하려면 반드시 봐야 했던 영화죠. 한때 '매춘'의 개봉에 즈음한 외국 문화의 일제 해금기에 어쩌다 이 영화도 개봉관에 걸렸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 영화 전편을 즐겼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에피소드, 남편과 부정을 저지른 아내, 그리고 아들이 눈 덮인 들판을 건너는 에피소드는 정말 집중하고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본 거의 모든 관객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 에피소드가 주는 설득력은 앞부분의 지루함을 충분히 잊게 할만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나라야마 부시코'에서 시작된 세 편의 자유연상은 여기까지.


눈 덮인 환경과 인간의 비극을 그린 작품들을 건너 다시 눈의 서정이 강조된 작품입니다. 바로 '에드워드 가위손'.

뭐 설명이 필요 없겠죠. 특히 마지막 시퀀스에서 에드워드가 만들어 내는 인공 눈(?)을 맞으며 그를 그리워하는 위노나 라이더의 청순한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네. 솔직히 이 영화가 생각났지만 너무 뻔해 보일까봐 참고 있었던 거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프란시스 레이의 그 유명한 음악과 함께, 이 영화의 눈 장난 장면은 그야말로 클래식이 됐죠.

너무 젊어서 제목을 모르는 분들에게 서비스하자면 제목은 '러브 스토리'입니다. 네. 정말로 영화 제목이 '러브 스토리'라니까요. 그런 영화가 있었습니다. 스토리는... 부잣집 아들이 가난한 집 여자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서, 갖은 고생 끝에 남자가 변호사가 되자 여자가 백혈병으로 죽는 이야기입니다.

네. 정말 그런 뻔한 영화가 있었다니까요. 거 참... ;;


뭐 굳이 설명이 필요할까 싶습니다만, 안 보신 분이 의외로 많은 영화입니다. 코엔 형제의 재능이 발휘된 수많은 걸작 중 하나(물론 모든 영화가 걸작이라고 생각지는 않습니다^^)죠. 저는 이 영화와 '밀러스 크로싱'을 최고로 칩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눈 덮인 벌판에서 범인을 추적하는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인상이 너무도 강렬했던 영화. '파고' 입니다.

 

이 영화에서 대체 눈이 뭐 중요하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래도 눈에 대한 영화를 생각하다 보면 이 영화가 떠오르는 걸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이 영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1편의 배경도 크리스마스였지만 공간이 LA였기 때문에 눈발은 날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편은 그야말로 눈밭에서 개고생하는 브루스 윌리스의 분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이 하드 2'는 1편 못잖게 재미있었던 2편의 예로도 부족함이 없을 듯 합니다.

물론 제아무리 항공유라고 해도, 불이 번지는 속도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의 속도에 비해 비교도 안 되게 느리다는 과학적인 상식 따위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은 잠시 꺼 두시는게 좋습니다.



 마감 때가 되면 효율이 높아지듯 이미 열 편은 찼지만 왠지 이 영화도 꼽고 싶어집니다. '쿨 러닝'. 이 영화에서 언제 눈 내리는 장면이 있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이 선수들이 밟고 있는 건 모두 눈 맞습니다.

물론 그런 기준이라면 '국가대표'도 꼽고 싶어지는데... 아무튼 패스.


아울러 이 영화도 꼽고 싶어집니다만, 이 장면에서 날리는 것은 보시다시피 눈이 아니라 종이 테이프입니다. 그럼 대체 이 영화에서 눈이 나오는 장면은 어디일까요? 스케치 북 넘기는 고백 장면의 뒷 배경이 눈 덮인 길이었던가...?

기억이 안 나서 패스.



개인적으로는 위 영화, '프랑켄슈타인, 더 트루 스토리'도 꼽고 싶었지만 너무 마이너해서 빼기로 했습니다.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이었던 레너드 휘팅(화이팅?)이 프랑켄슈타인박사 역으로 나오는 TV판 영화입니다.

1973년작으로 역시 오래 전 베타 VTR과 TV 방영을 통해서만 봤지만 지금까지 본 프랑켄슈타인 영화 중에서는 단연 최고입니다. TV 영화라지만 본드걸 출신인 제인 세이무어, 제임스 메이슨, 데이비드 맥컬럼 등 호화 출연진이 눈길을 끌죠.

이 영화에서도 박사에 의해 창조된 '아담'이 처음 자살을 기도하며 눈밭 위에 뿌리는 검붉은 피가 너무나 인상적입니다....만, 패스.



좀 로컬한 퀴즈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여러분은 이 그림을 보면 어떤 영화가 생각나시나요? 하긴 이건 퀴즈라기보다는 공감도 테스트 같군요.^^ 힌트는...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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