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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예대상 최고의 관심사는 당연히 대상입니다. 그리고 대상 수상자는 이경규였습니다. 올해의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는 강호동 유재석 이경규 신동엽 김병만이었고, 바로 전 글에서 예상한 바와 같이 대상 수상자는 강호동과 이경규의 대결이었다는 것을 거의 모든 사람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만큼 대상 자체의 긴장감은 별로 없었죠.

그런 반면 대상 후보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많이 모은 사람은 김병만이었습니다. 사실 다섯명의 대상 후보 가운데 엄밀히 말해 앞의 네 사람은 MC, 김병만은 개그맨입니다. 다섯 사람 모두 코미디언 출신(...강호동도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한동안 활동했으니 그렇다고 치죠)이지만 현재 코미디를 하고 있는 사람은 김병만 하나 뿐이죠. 

그래서 '언뜻 처져 보이는' 김병만이 과연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는 꽤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김병만은 코미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각 지상파 방송사가 주최하는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은 그 대상이 '얼마나 진행을 잘 하는지', 혹은 '얼마나 코미디를 잘 하는지', 내지는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지'에 따라 주어지는 상이 아닙니다. 시청자들이 이 점을 착각하기 때문에 가끔 논란이 일어납니다.

이 상들은 그 방송인이 상을 주는 방송사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느냐'와 '앞으로 얼마나 큰 공헌을 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됩니다. 물론 공헌이란 수입이고, 그 수입은 광고를 통해 얻어집니다. 광고는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의해 생기죠. 결국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방송사에 많은 돈을 벌어 준' 스타들에 대한 사은 행사입니다.

연예대상의 경우 시청자들이 보는 '훌륭한 예능인'과 이 시청률이 대개 일치하기 때문에 별 말이 없지만 연기대상의 경우에는 'A가 진정한 연기자인 B를 제치고 연기대상을 받는게 말이 되느냐'는 항의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건 뭐 그렇다 치고...



왜 강호동이 아니고 이경규냐 하는 것은 아마도 기대치의 차이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강호동과 이경규는 모두 KBS에서 1개 프로그램만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냉정하게 얘기한다면, 강호동이 2011년에 2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KBS에서 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그렇다고 '1박2일'에서 하차할 가능성 또한 거의 없죠.

하지만 이경규는 현재 케이블TV에 치우쳐 있는 활동 영역을 KBS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KBS로서는 2011년을 위한 활용의 폭을 생각할 때 이경규에게 대상으로 선심을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또한 이경규 뒤에는 이윤석 김구라 윤형빈 등이 소속된 라인엔터테인먼트가 있죠.

아무튼 "이미 30년, 앞으로 20년"과 "후배들을 위해 길을 닦겠다"는 이경규의 수상 소감 역시 선배로서의 태도를 잃지 않은 훌륭한 소감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비즈니스 구조를 보면 왜 김병만이 다른 네 후보에 비해 수상 가능성이 낮은 후보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김병만은 한 프로그램을 자신의 역량으로 끌고 간다고 보기 힘들죠. '개그 콘서트'의 주요 출연자이긴 합니다만, 오직 김병만의 '달인' 때문에 개그콘서트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올해 뿐만 아니라 김병만은 2008, 2009년에도 대상 후보였습니다. 역량과 가능성은 예전부터 높이 평가되어 왔지만 누구도 그가 대상 수상자가 될 거라고 기대할 수는 없었죠.

올해도 김병만은 최우수상에서 멈췄습니다. 본인도 아마 그 이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거기서 김병만이 빛난 이유는, 자신이 할 말을 정확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김병만은 "MBC SBS 사장님들, 코미디에 투자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한때 SBS의 '웃찾사', MBC의 '개그야'가 '개그 콘서트'의 인기를 위협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미디의 장신 정신이랄까요, 코미디에 대한 진지한 투자와 마이너리그형 개그 프로그램들을 통한 신인 개그맨들의 육성 구조에서 모두 '개그 콘서트'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과감하게 끊어 버리는 것이 한국 방송의 현실입니다. MBC와 SBS 모두 개그 프로그램들은 사라지고, '웃찾사'와 '개그야' 출신 개그맨들은 버라이어티 쇼에서도 자취를 감췄죠. MBC 출신으로는 김경진, SBS 출신으로는 정주리와 김숙 정도가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대신 MBC와 SBS 프로그램에도 KBS 출신 개그맨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유세윤, 박휘순, 이수근, 장동민 등은 채널 경계가 없어졌죠.

이런 현실을 김병만이 지적한 것입니다. 그가 받은 최우수상은 대상보다 작은 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지적한 한마디의 가치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하겠습니다. 그가 '달인'을 통해 보여주는 연구와 노력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다면 당장 대상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겠지만, 그 혼자의 영광이 아니라 '바닥'의 확산을 위한 의견을 잃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개그 프로그램 하나로 개그맨들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때문에 많은 개그맨들이 개그 프로그램을 떠나 버라이어티로 전환하곤 하지만, 그 역시 한쪽에서의 성공이 다른 쪽에서의 성공을 보장해주는 구조는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언젠가는 연예대상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려가 상을 통한 격려로 나타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P.S. "똑똑한 광대가 아니라 진정한 광대가 되겠다"는 박지선의 말도 오래 기억될 듯 합니다.


한번쯤 왼쪽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누르셔도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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