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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MBC TV의 '스타 오디션 - 위대한 탄생'이 마침내 TOP 20을 뽑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신승훈 김태원 이은미 방시혁 김윤아 등 다섯명의 멘토들이 자신의 제자로 4명씩을 생존시키고, 그 4명씩을 집중 지도해 대결하게 한다는 시스템입니다.

'위대한 탄생'의 초기에 쏟아졌던 수많은 비난은 방송이 궤도에 오르면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슈퍼스타 K' 따라할 걸 왜 하냐, 공개 오디션에 3천명밖에 안 왔다더라, 출연자들이 우중충하다, 멘토들이 이상하다...뭐 등등 있었습니다만 결론은 '역시 한국에 노래 잘 하는 사람은 끝없이 많더라' 정도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 역시 아직 갈 길은 멉니다만, 이미 '슈퍼스타 K'와 완전히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슈퍼스타 K' 시즌 2의 심사위원진을 가장 오래 유지한 건 이승철-엄정화-윤종신이었고, 본선 직전까지는 박진영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심사위원단에게는 상당히 엄정한 심사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건 '가수로서의 희망이 보이되 나쁜 버릇이 몸에 배지 않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쁜 버릇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이미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가수의 스타일을 거의 모창에 가깝게 모방하는 경우, 혹은 불필요한 기교나 콧소리, 바이브레이션 등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경우 등등입니다. 과도한 몸짓이나 눈을 까뒤집는 버릇 등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준은 가끔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의 완성도와는 동떨어진 결정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분명 A가 B보다 '지금은' 노래를 더 잘 한다. 하지만 B가 '제대로 길러진다면' A를 능가할 수 있다, 뭐 이런 식의 과정을 통해 B가 선발되곤 했던 것이죠. 아무튼 이런 기준 자체에 누가 이견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슈퍼스타 K'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면 그건 누구나 인정해야 할 일입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안타까움을 샀던 것이 바로 김보경입니다. 당시 '너무 창법이 올드하다'는 평을 들었죠. 이미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서 활동하던 경력이 있다 보니 흔히 라이브 카페의 통기타 가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창법의 흔적이 보였다는 게 감점 요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의 참가자들을 보면 이런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위대한 탄생'에서도 몇몇 심사위원들이 "모창은 곤란하다"는 식의 지적을 하곤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위대한 탄생'은 성장의 가능성 보다는 현재 해내고 있는 퍼포먼스에 좀 더 우위를 두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현재까지 선발된 많은 출연자들을 보면, 앞으로 90점이 될 수 있는(물론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70점보다는 이미 되어 있는 80점을 더 높이 산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차이가 보이는 이유를 꼽자면 아무래도 '슈스케'에서는 박진영과 윤종신이 육성자(프로듀서) 마인드에서 선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 중 과반수가 가수들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멘토들 가운데서 누군가로부터 전문적인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은 없죠. 다들 혼자 연습해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김경호 모창이냐'는 비판을 받은 백청강이 버티고 있는 것도 그런 경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현재까지 선발된 내용을 보면 김태원 사단이 주로 그런 편이군요^^). 이런 분위기에서, 만약 김보경이 '슈스케' 아닌 '위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쪽이라면 훨씬 더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권리세라면, '슈스케'에서는 좀 더 장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현재의 성취냐, 장래의 가능성이냐 하는 것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기 힘듭니다. 야구로 치자면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2군의 차이와 비슷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야구는 폼, 특히 투수의 투구 폼에 예민하고, 어느 단계에서든 신인 투수의 폼 교정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현역 투수들 가운데에도 별별 폼이 다 눈에 띕니다. 프로야구 초기 한국 코치들이 미국에 가서 '올바른 투구 폼'에 대해 묻자 대다수 지도자들이 '자기가 편하게 던지는 게 최고의 폼'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 마이너리그의 기준은 어떤 폼이든 지금 잘 던지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고, 일본 프로야구 2군의 기준은 원석을 좋은 폼에 맞춰 '육성'하는 것이라는 말이 야구계에선 정설로 되어 있습니다.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해하기 힘든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슈스케'와 '위탄'의 또 다른 차이라면 멘토와 심사위원의 차이입니다. 결과적으로 사제간의 관계를 갖게 될 멘토들이 '슈스케'의 심사위원들보다는 훨씬 인간적으로 보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구나 신승훈이나 김태원은 이 프로그램이 '오디션'보다는 '예능' 쪽으로(특히 '휴먼 예능' 쪽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깐깐한 독설 담당으로 포지셔닝했던 방시혁도 서서히 제자를 받는 멘토로 변신하고 있다는게 눈에 띕니다. 초기의 안경과 재킷 차림이 '엄격한 선발자'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점점 곰인형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살벌한 대결장 보다는 인간적인 교육현장 쪽으로 끌고 가는데 멘토들의 영향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런 초기 모습에서


                                   다소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ㅋ

'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 K'의 방향이 달라 보인다는 건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프로그램이 장수한다는 것을 가정할 때 보다 다양한 가수 지망생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쪽의 안목이 더 뛰어났는가 하는 것은 먼 훗날, 어느 쪽 길에서 더 훌륭한 가수들이 배출됐는가로 판가름날 것 같습니다.


P.S. 그런데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다음달부터 방송된다는 '나는 가수다'... 당장은 흥미로운 기획이지만 참 씁쓸합니다. 어떻게 이런 기획이 이뤄질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P.S.2. 멘토들 중 한명은 여전히 평가도 이상하고... 자신이 어떻게 노래하는지 전혀 모르는 듯 합니다. 처음 선발될 때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P.S.3. 저는 '위대한 탄생'을 볼 때마다 윌 스미스가 떠오릅니다. 이유를 아시는 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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