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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저 제목은 틀렸습니다. 사실 그동안 저런 여론이 일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번 지진 해일/방사능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의 욘사마 배용준이 10억원을 쾌척한 데 이어 수많은 한류 스타들이 거액을 기부했을 때부터 나온 일입니다. '외국인이 저렇게 많은 돈을 선뜻 내놓고 있는데 대체 기무라 타쿠야는 뭘 하고 있느냐'는 불만이 일본 일각에서 터져 나온 것이죠.

그런데 오늘 오전, 일본 데일리스포츠(전통의 닛칸스포츠가 아닙니다^^. 온라인인듯.  http://www.daily.co.jp/gossip/article/2011/03/28/0003900459.shtml ) 가 그룹 SMAP 멤버들이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거액을 내놓고 있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기무라 다쿠야를 비롯한 다섯 멤버들이 기부한 돈이 총 4억엔(약 55억원?)에 달한다는 내용, 그리고 자선 광고 등에 출연한다는 내용, 그리고 멤버들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기를 전혀 원하지 않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뒤늦은 얘기를 들고 나왔느냐...는 건 저번에 썼던 글과 관련해서 조금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왜 배용준은 기부를 하는데 일본 톱스타들은 기부를 하지않을까' 라는 의문은 얼마 전 술자리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니가 잘 취재해서 그걸 칼럼으로 쓰라'는 냉냉한 대접(!)만 하더군요. 할수없이 주섬주섬 주변 취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나서 쓴 글입니다. 2주쯤 되어 갑니다.

[분수대] 기부 한류

‘동일본 대지진’으로 불리는 이번 참사 이후 가장 빨리 움직인 것은 한국인들이었다. 어느 나라보다 먼저 구조대를 파견했고, ‘한류 스타’들은 앞다퉈 통 큰 기부에 나섰다. 김현중과 배용준을 비롯, 장동건·이병헌·송승헌·장근석·안재욱·최지우 등 알 만한 이름들은 모두 수억원씩을 쾌척했다.

 공교롭게도 이들의 움직임 때문에 난처해진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본의 톱스타들이다. 일본 내에서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외국인인) 배용준도 거액을 내놨는데 (일본의 톱스타인) 기무라 다쿠야는 뭘 하고 있느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일본 톱스타들이라고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 자니즈는 재해지역에 발전차를 파견했고, 기무라 다쿠야와 아라시 등 소속 스타들은 각자 이재민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 등 톱스타가 즐비한 아뮤즈 엔터테인먼트도 마스크 240만 개와 구호용품을 ‘금일봉’과 함께 기부했다. 하지만 한류 스타들의 일사불란한 거액 기부 행렬에 비하면 뭔가 궁색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문화적 차이’로 설명한다. 일본 연예계에선 오래전부터 돈의 힘으로 튀어 보이겠다는 시도를 ‘바이메이(賣名)’라고 부르며 경계하곤 했다. 과거에도 일부 연예인이 거액을 기부하겠다고 나서며 이목을 끌면 오히려 “바이메이를 하자는 것이냐”는 비판적 여론이 일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가수 각트(Gackt)는 일본적십자사의 성금 모금운동에 앞장섰다. 하마사키 아유미도 티셔츠를 팔아 기부금을 마련하는 등 직접 돈을 내지 않는 활동에 나섰다. ‘슬램 덩크’의 이노우에 다케히코 등 수많은 스타 만화가도 돈보다는 이재민을 격려하는 만화로 성의를 표현하고 있다.

 재일동포 방송기획자 홍상현씨는 최근 “한류 스타들의 발 빠른 기부가 일본의 기부문화를 바꿔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기 걸그룹 AKB48이 눈치 보지 않고 5억 엔의 거액 기부를 밝혔고, 대형 기획사인 에이벡스도 1억 엔 규모의 기부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7년 서해안 원유 유출 사고 때, 한국 연예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해안으로 달려가 기름 묻은 바위를 닦는 봉사활동에 나섰다. ‘한류 기부문화’가 정착되면 일본 톱스타들도 지진 복구 현장에서 헬멧을 쓰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끝)

 

위에 나오는 일본 만화가들의 정성입니다. 일단 이노우에 다케히코. 등장하는 어린이들은 모두 지진 피해 지역의 이름을 유니폼에 붙이고 있습니다. 피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나라는 의지가 돋보입니다.


 

이건 바로 우라사와 나오키. 생소하신가요? '몬스터', '마스터 키튼', '20세기 소년'..

그리고 이름은 잘 몰랐지만 건담의 작화가인 오오카와라 쿠니오. '힘내라 일본'.

여러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문을 구했을 때 두 분이 '바이메이(賣名)'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한 분은 윗글 안에 있는 분이고, 다른 한 분은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대표입니다. 일본 연예계 사정에 누구보다 밝은 분인데 '감히 내가 그런 이야기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며 극구 거절해 코멘트의 출처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분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가까이는 고베 대지진 때에도 일부 무명(?) 연예인들이 거액을 기부하는 행위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는 시도를 했는데, 한국 같으면 그래도 칭찬은 받았을 행위가 일본에서는 빈축을 사는 행동이 되었다는 겁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을 끼워 넣으면 '바이메이를 통한 메이와쿠' 인 셈이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저 글은 1160자라는 제한에 걸려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담기엔 역부족이고, 압축하다 보면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왜 일본 연예인들은 이런 역사적인 피해 상황에서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느냐'는 질문을 드렸을 때 홍상현씨 @kou_syougen 가 대답해 주신 내용을 전재해 보겠습니다. 이해에 상당한 도움이 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그 배경에는 일본의 문화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욘사마가 10억을 냈는데 그게 결국 7,200만엔이거든요? 그런데 이를테면 일본의 대표적 메가뱅크 중의 하나인 미츠이스미토모 은행이 낸 돈이 1억엔이예요. 개인으로썬 상상도 못할 액수인 거죠.

그런데 여기서 참 재미있는 것은 일본에는 기부행위 등을 하는 데에도 체면 등의 문화가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유명인이 "나 얼마 낸다"하면서 기부를 하는 것은 정말 사람을 도우려고 하는 것이라기보다 일종의 상술로써 매명행위(편집자 주=이것이 바로 위에서 소개한 '바이메이'를 말하는 것입니다)를 하기 위해 내는 것이라는 그런 차가운 시선에 직면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름과 이름을 밝히며 돈을 기부하거나 하기 보다는 익명으로 남을 돕는 문화가 일반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국에는 기부 프로그램도 상당히 많지만 일본에서 보면 그거 참 신기한 거거든요.

그렇게 결국 "기부행위를 하면서도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문화가 일반적인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부를 하더라도 익명으로 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자선바자, 혹은 이번 쟈니즈가 하고 있는 것처럼 회사 이름으로 재해현장에 발전차를 보낸다든가 아니면 자선바자를 하던가. 그러던 것이 이번 동북의 지진재해 같은 경우 재해규모가 워낙 방대하고 사태의 심각성이 워낙 크니까 그런 문화자체도 다소 변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당연히 한류스타의 기부관련 보도도 자극제가 되었지요.

사실 연예기획사들의 시스템(K-Pop 가수들의 경우 거의 사무소 이름으로 돈을 내고 있잖아요)과 관련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본 연예기획사의 경우, 한국의 회사들처럼 회사쪽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갈 수는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한꺼번에 큰 금액을 움직일 수가 없어요. AKB의 경우는 왜 달랐냐면 걔넨 일종의 고교생의 部活(한국으로 치면 특별활동 정도?) 같은 개념으로 활동을 시키고 일반적으로 다 학교생활도 하게 하면서 사무소가 돈을 거의 다 관리하고 있거든요.

그렇다고 하면, 일단 AKB같은 계약방식으로 일하지 않는, 이른바 목돈 버는 애들은 왜 돈을 풀지 않느냐는 질문이 남는데, 그것은 바로 일본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관련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전부터 일본사회가(버블 이후 심화되었지요) 고질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바로 워낙 고령화 사회인 데다, 연금만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기에 결국 죽는 순간까지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이기 때문에 결국 착실히 저금을 해 놓지 않으면 나이 먹어서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된다는 인식이 만연하여, 사람들이 죽도록 저금만 하고 쓰지를 않는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내수경제가 침체되고, 디플레도 오게 된 것이고. 



게다가 한국처럼 나이 좀 들고, 은퇴하면 집에서 손자손녀들이나 봐주면서 자식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일본에서는 여간한 집이 아닌 경우 힘들고, 사실 성인이 되면 자기 삶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 여기 문화이니까... 그렇다 보니 연예인도, 평범한 사람들도 보통 여간한 일에는 돈을 풀지 않고(물론 자기 결혼식에 몇 억엔 쓰는 연예인도 있고 하지만) 죽도록 저금만 하는 것이 사회의 전반적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겁니다.

그리고 일단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는 인식은 비슷할 지도 모르지만, 일단 여기 연예인 애들은 꿈, 팬들의 사랑 등과 같은 추상적인 목적이 아니라 스타가 되는 것도 좋지만 일단 "일"로서 "돈"을 벌기 위해 배우도 하고 가수도 하고 탈랜트도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천명하고 있기 때문인 거예요. 내가 능력 돼서 돈 버는 건 버는 거지만 그것과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 게다가 기부를 한다는 것은 매명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고 한국처럼 기부를 하지 않았다고 짠돌이라 부르지도 않으니 그냥들 사는 거죠.

그런데 이번 동일본대지진의 경우는 좀 다를 듯 합니다. 일단 한류스타들이 워낙 액수자체도 크고 적극적이면서도 빠르게 기부들을 해 줬고, 실제로 일본의 연예인들은 무얼 하고 있는가 하는 얘기도 나왔거든요. 실제로 어찌 보면 아무리 국민브랜드라고는 하지만 소니라든가, 미츠이스미토모 은행 같은 데와는 게임도 안 될 지 모르는 유니클로가 10억엔과 또 몇 억엔 어치의 현물기부까지 했고, AKB(어찌 보면 너무 어리다 보니 업계 눈치를 안 볼 수도 있는)가 5억엔을 기부하기도 했으니까요. 그 외의 흐름을 보자면 자기 돈을 털어서 내기보다는 자기 얼굴을 걸고 모금을 주도하는 형식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그것이 어제 1억엔을 돌파했다는 Gackt의 "Show your heart" 홈피를 통한 모금입니다.

일본적십자사와 협조해서 진행했죠. 결국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눈치들을 보고 있다가 사태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여기저기서 돈들을 내는데, 그걸 보니까 진짜 장난이 아닌 것 같아서 다른 액션들도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동북지역이 고향인 니혼햄의 다르빗슈는 이치로의 다섯 배로 알려진(항간에 이치로는 천만엔을 냈다고 함) 오천만엔을 냈고, 연예계의 대모격인 와다 아키코(한국계로 알려진)씨 등이 소속되어 있는 홀리프로도 일단 기금을 설립해서 우선 5,750만엔 정도를 내놨지요. 연예계 앗코씨(여기선 그렇게 부릅니다)의 사무소가 그렇게 나섰으니 다른 후배들도 무척 많이 동참하게 될 겁니다. (이하 생략)

상황을 보다 보면 홍상현씨의 지적이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SMAP 소속사 자니즈는 결국 '4억엔 기부'를 선언했고, 수많은 톱스타들이 SMAP에 앞서 실질적인 도움을 내놨습니다. 대재해가 일본의 기부 문화를 바꾼 셈이지만 거기에는 한류 스타들의 통 큰 기부가 큰 역할을 한 듯 합니다.

재해 초기, 일본인들의 질서 준수 문화가 알려지면서 '이런 선진국이 있나!'라는 경탄의 목소리가 한국을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무질서한 한국인들에 대한 반성이 잇달았죠. 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르면서 복구나 구호 조직의 움직임이 느린 것이 일본 특유의 '매뉴얼 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졌죠. 그 걸과, 문제가 생겼을 때 복구의 신속성이나 거액을 선뜻 내놓는 기부 문화, 그리고 내 일처럼 앞장서서 피해 복구에 나서는 '가슴의 뜨거움'은 어쩐지 한국이 더 앞서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론은 그렇습니다. 한국 연예인들이 일본에 앞다퉈 거액을 쾌척한 것은 아무래도 일본 시장으로부터 큰 덕을 보아 온 한류스타들로서는 당연한 일일 듯 합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일본 연예인들보다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를 더 걱정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죠. 

이처럼 한국 문화에는 한국만의 장점과 단점이, 일본 문화에는 일본만의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문화든 좋은 점만을 모두 갖출 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번 지진 사고때 가장 두드러졌던 것이 '한국 문화에 대한 자아비판'들이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두 나라 사이의 다름이 그저 '우열'이 아니라 '다름'이었다는 균형잡힌 시선들이 나오는 게 다행이란 생각입니다.

P.S. 그나자나 해방 이후 드물게 보는 한/일간의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또 다시 역사 교과서 파동 국면이라니. 아무래도 평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듯 하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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