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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트랜스포머'를 처음 보고 마음 속으로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외친 것이 벌써 4년 전의 일입니다. 물론 다 큰 분들게 2007년은 바로 어제같겠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는 관객 중에는 그 4년이 인생의 30%나 40%, 심지어 50%인 분들도 있을 겁니다.

온 주말 내내 3D 상영관과 2D 상영관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극장이 매진에 가깝다는 놀라운 환경에서(심지어 개봉관이 적은 것도 아닌데!) 간신히 심야를 틈타 '트랜스포머3'를 보고 왔습니다. 뭐 장사하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보고 나서 괜히 볼멘 소리 할 거면 안 보는게 낫다고 할테고, 사실 보기 전부터 이미 '트랜스포머3'의 품질에 대한 기대는 매우 낮았지만 그래도 안 볼수는 없다는 묘한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물론 결과도 예상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단 줄거리.

1961년, 인류는 달에 뭔가 외계물체로 추정되는 것이 충돌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 물체의 정치를 파악하기 위해 우주계획에 박차가 가해지고,

두번의 모험 뒤에도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는 실업자가 되어 있습니다. 무슨 곡절인지는 모르겠지만 샘은 이미 미카엘라(메건 폭스)를 차버리고 새로운 여자친구(슈퍼모델인 로지 헌팅턴 위틀리)와 동거중입니다. 나라가 샘에게 해준 보상은 장학금과 훈장이 전부. 직장은 자기가 잡아야 합니다. 당연히 샘에겐 울분의 나날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옵티머스 프라임은 러시아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문명의 편린을 발견하고, 이것이 달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들이 달에서 발견한 것은 오토봇들의 행성이 멸망하기 직전 간신히 탈출한 우주선. 그리고 문명의 부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다리'의 부품입니다.



'트랜스포머3'는 평론가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특히 유명 평론가 로저 이버트로부터 심각하게 욕을 먹었는데 사실 전혀 놀랄 일은 아닙니다. 이버트는 이미 2009년의 시리즈 2편도 박살을 내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1, 2편을 모두 보신 분이라면 이런 평가가 상식에서 벗어난 얘기는 아니라는 데 동의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의 흐름을 경험했습니다. (이버트도 1변은 호평했다가 2편에서 개실망을 드러냈죠.)

트랜스포머, 마음속 소년이여 일어나라    http://fivecard.joins.com/453
트랜스포머2, 2년새 애정이 식었나?    http://fivecard.joins.com/454



사실 3편에 대해 평론가들이 혹평을 쏟아 붓는 걸 보면 새삼스럽게 뭘 또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미 2편에서 플롯이라는 요소는 완전히 무너져내렸고, 그 2편이 흥행에서 온전히 대박을 기록하면서,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보는 관객층은 플롯 따위는 발가락의 때 만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게 증명된 셈입니다. 그럼 굳이 그렇게 2편을 만든 마이클 베이가 3편이라고 논리에 충실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리는 만무하겠죠.

(뭐 그런 식으로 얘기하다보면, '수십톤에 가까운 로보트들이 소리도 안 내고 2족 보행을 하거나, 아스팔트를 망가뜨리지 않고 도로를 질주하는게 말이 되냐'는, 애당초 이 영화의 근간을 흔드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에 '말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그 영화 안에서의 논리가 일관성이 있느냐는 것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무슨 수로 광선을 갖고 칼싸움을 한다는 거냐'고 주장하실 분은 아예 '스타워즈' 시리즈를 보지 않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영화든 '1편에선 저게 됐는데 2편에선 왜 안돼?'라는 소리를 들어선 안된다는 것이죠.)



반대로 2편에서 스토리에 대한 기대를 싹 걷어낸 결과, 개인적으로 3편은 꽤 재미있는 영화로 기억될 듯 합니다. 다른 분들도 아마 크게 다르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 장면과 뒷 장면의 논리적인 연속성, 어떤 인물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냥 꽤 길고 잘 설계된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생각하시는게 가장 좋은 태도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접으면 장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교한 그래픽과 생동감 넘치는 로봇들간의 전투는 박진감이 넘칩니다. 특공대원들이 날개를 달고 도시 상공으로 낙하하는 장면은 심지어 CG가 아니라 실사라는 말에 놀랄 수밖에 없는, 멋진 장면입니다. 한동안 3D 값을 제대로 못하는 찌질한 영화들에 질린 분들은 제대로 박진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낙하하냐고 물어보시면 절대 안 됩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건 트랜스포머3를 감상하시는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딱 하나, 제대로 이치에 닿는 부분이 있다면 '인간 전투력의 성장'입니다. 1편에서 디셉티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던 인간들이 2편에선 제법 저항을 하고, 3편에서는 어떻게 디셉티콘에게 인간의 화력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지를 깨달은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논리적으로 보면 디셉티콘을 상대하는 인간의 능력이 점점 성장한다는 게 당연한 거겠죠. 아마 4편이 나온다면(마이클 베이는 손을 떼겠다고 얘기했지만 영화사가 이런 돈나무를 그냥 베어 버릴 리가 만무하겠죠) 오토봇 없이도 디셉티콘들은 인간과 감히 맞서기 힘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3편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메건 폭스의 결장입니다. 이미 온갖 언행을 통해 '내가 왜 남들의 눈치 따위를 봐야 하나'라는 인생관을 노출한 처자인 터라 예상은 했지만, 베이 선생님과 스필버그 선생님까지도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잘 아시는대로 폭스는 3편의 캐스팅에서 제외됐고, 영화 내용상으로도 샘에게 한방에 차인 꼴이 돼 버렸습니다. (심지어 꼬마 오토봇들로부터는 "걔 정말 밥맛이었어"라는 말까지 듣죠.)



그 대안으로 나타난 로지 헌팅턴 위틀리도 팔등신 미인인 건 분명하지만, 1m76의 라보프와 1m63의 폭스가 괜찮은 비례를 보여준 데 비해 위틀리는 너무 큽니다(수치상으로 라보프가 1cm 큰 걸로 되어 있지만, 영화 속에서 라보프가 위틀리를 안아 올리는 장면에서 위틀리의 발은 여전히 지면에 붙어 있는 굴욕적인 장면도...). 게다가 연기력은 아직 초보 수준이라는 약점도 그대로 노출됩니다. 뭣보다 용모만 놓고 보면 폭스에 비해 많이 처진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개인 취향이 반영된 주장입니다.)



결론입니다. 속도감과 화려한 액션, 박진감만으로도 '트랜스포머3'는 재미있게 볼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1편이 갖고 있던 주인공의 성장에 대한 기대, 꽤 볼만했던 유머, 그리고 로맨틱한 느낌은 영영 사라져버렸습니다. 네. 이제 더 이상 '소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영화는 아닌 것이죠.



사실 샤이아 라보프가 미래의 톰 크루즈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 외에, 이 영화에 나오는 다른 인간 배우들에 대해선 별로 할 얘기가 없습니다. 엄청난 배우들이 엄청나게 낭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편 리뷰 때 '유일하게 연기할 거리가 있는 역할'로 존 터투로가 연기하는 시먼스 요원 역할을 얘기했는데 그건 3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나 존 말코비치같은 관록의 명배우들이 카메오처럼 별 의미 없는 역할로 흘러갑니다. 특히 말코비치는 대체 왜 나왔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스타 패트릭 뎀시가 정말 찌질한 역으로 나와 굴욕을 당하는 건, TV 스타들에게 좋은 역할을 주지 않는 할리우드의 전통을 이어가는 듯도 하지만, 역시 TV 시리즈 '라스베가스'의 스타 조쉬 두허멜이 이 영화를 통해 영화배우로 성장할 계기를 마련한 걸 보면 베이에게 그런 편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P.S. 샘의 부모 역할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자자 뱅크스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볼수록 짜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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