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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우리는 비슷한 의문을 갖습니다. 왜 김치찌개는 7천원만 해도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그 많은 파스타집의 스파게티는 1만5천원에서 2만원까지 하는데도 그냥 대강 넘어갈까. 물론 김치찌개를 파는 식당과 스파게티를 파는 레스토랑은 식사 분위기를 만드는 내장 비용에서부터 큰 차이가 나지만, 그 고정비용을 꼬박꼬박 음식값에 포함시킨다 해도 너무 비싼 건 아닐까.

'트루맛쇼'를 연출한 김재환 감독은 한국의 음식 문화에 대해 탄탄한 소견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극장용 '트루맛쇼'를 통해 이런 관심에 불을 붙인 김감독은 최근 JTBC에서 '미각 스캔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TV판 '트루맛쇼'의 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겨레21'에 에드워드 권의 문제에 대해 기고해 큰 반향을 일으켰을 정도로 글 솜씨도 만만찮은 분입니다. 이 분이 JTBC 홈페이지에 3월6일부터 제작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뭐 '미각 스캔들' 의 제작일기라고 봐도 좋고, 그 자체로서 먹을거리에 대한 훌륭한 칼럼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본인의 양해를 얻어 그 글을 이 자리로 퍼오고, 제 의견도 덧붙여 보겠습니다.

'미각 스캔들'에서 요즘 하고 있는 '한국판 수퍼 사이즈 미' 실험에 대한 포스팅을 보시려면 이쪽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김재환 감독님의 기고문은 여기부터입니다.



식자재 공급업체 체험기

<한겨레 21>에 기고하려고 쓴 글인데 에드워드 권 때문에 시끄러워져서 더 이상의 매체 기고를 포기했다. <미각스캔들> 홈페이지를 열었는데 너무 썰렁해서 일단 이걸로 스타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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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공급업체 체험기

                                                                        * 김재환

프랜차이즈 업자들 사이에 회자되는 조크가 있다. “당신이 어디서 정말 싼 식자재를 보았더라도 이 세상 어딘가에 그보다 더 싼 식자재는 반드시 있다!” 프랜차이즈는 정말 싼 식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메뉴 위주로 발달한다. 규모의 경제가 주는 혜택은 오직 본점만 누린다. 손님은 차라리 자신이 먹은 메뉴의 원가를 모르는 게 속 편하다. 알면 알수록 입맛만 떨어진다.

‘통큰치킨’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지불하는 음식의 원가를 의심해보게 만들었다.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마케팅이 영세 상인들을 죽이는 약탈적 가격전략인지 소비자들을 위한 가격 거품빼기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다양한 꼼수를 생각한다면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무감각증을 흔들어 놓은 건 잘한 일이다.

<트루맛쇼> 취재를 위해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자들을 만나 식재료비용에 대해 물어보았다.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식재료 원가와 식당이 실제로 지불하는 식자재 코스트의 괴리가 큰 메뉴일수록 뛰어드는 업자들이 많아지고 프랜차이즈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한다. 황교익 선생이 쓴 <대한민국 음식문화박물지>를 보면, 한 때 국수 프랜차이즈 열풍이 분 건 값싼 미국산 밀가루로 만든 실국수에 초저가 중국산 멸치와 화학조미료가 있어 가능했다고 한다. 피자 프랜차이즈가 난립하는 건 커피를 빼고는 피자만큼 마진이 큰 장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저렴한 원가 덕분이다. 다른 식당들보다 음식값을 더 받지 않으면서 프랜차이즈 본점도 돈을 벌고 가맹점도 이익을 남기려면,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든지 식자재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추든지 둘 중 하나다. 

식당을 직접 해보면 일부 식자재의 업자간 거래가격이 너무 낮은 데 놀라게 된다. 우리가 마트에서 포장 두부 한 모를 사려면 2~3천 원 정도 지불해야 하지만 일부 순두부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쓰는 두부의 공급가는 충격적이다. 손님들은 순두부를 비싼 웰빙 식재료로 알고 있으니 업자들 입장에선 사업성 있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다.  

좋은 식당은 요리사가 직접 그 날 새벽에 당일 사용할 재료만큼만 장을 본다. 처음 오픈할 땐 누구나 그런 식당을 꿈꾸지만 한 달만 해보면 그게 얼마나 실천하기 힘든 꿈인지 알게 된다. 객 단가와 주류 매출 비중이 높고 재료의 신선도가 식당의 성패를 가르는 고급 스시집 주방장이라면 새벽마다 직접 장보러 다니는 게 당연하겠지만 저가의 대중음식점 사장님들로선 무척 힘든 일이다. 결국 식자재 공급업체를 찾게 되는데 겪어보면 정말 가관이다.



여러 업체들을 체험해본 결과, 처음 1~2주는 지불하는 돈에 합당한 꽤 괜찮은 식자재를 공급하다가 조금만 틈을 주면 이내 최하 품질의 식자재를 가져다준다. 때깔은 그럴싸한데 향이 하나도 없다. 어지간한 식당 주인들은 그 등급의 차이를 잘 식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하니 식자재 납품의 세계는 가히 꼼수의 경연장이다.

심지어 공산품을 납품 받아도 암수가 등장한다. 우리가 오픈한 식당 ‘맛’에서 쿨피스를 서비스로 제공한 적이 있었는데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았더니 유통기한이 당일 끝나는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충격을 받았다. 알고 보니 유통기한이 다된 물건만 처리하는 땡처리 블랙마켓에서 초저가에 가져다가 제값 다 받고 납품한 것이다. 싸구려 식자재를 공급받아도 주방에서 분노하지 않는다면 납품의 대가로 요리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관행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구석구석 리베이트 공화국이고, 세상은 알면 알수록 절망적이다. 

이태원에서 ‘이스트빌리지’라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오너셰프 권우중 씨에 따르면 상업적으로 성공한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음식재료비를 25% 내외로 맞추게 된다고 한다. 직접 농사를 짓거나 고향에서 부모님이 물고기를 잡아 보내주시지 않는 한, 싼 가격에 좋은 재료를 구하는 방법은 거의 없다. 결국 대부분의 ‘싸고 푸짐한 집 = 좋지 않은 재료 + 다양한 조미료 사용’이란 말이다. 권 셰프가 밝히는 일반적인 레스토랑의 영업구조는 이렇다.

매출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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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자재 코스트 25~30%
인건비 20%
식당 임대료 10%
공과금 7~10%
기타 운영비 10%
마진 25% 내외

마진이 25%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테리어, 등의 투자비와 금융비용을 생각하면, 25% 마진에 웬만큼 손님이 들지 않고서는 오너가 가져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자기 음식에 프라이드가 강한 오너 셰프들은 보통 매출의 40~60%를 식자재 코스트로 지출하다 보니 몇몇 대박 난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적자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여기에 요리사들의 딜레마가 있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선 식자재 코스트를 낮춰야 하고 코스트에 맞추면 좋은 재료를 쓸 수 없다. 게다가 일반적인 손님들의 혀는 식자재의 퀄리티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 오너 셰프는 늘 시험에 빠진다. 

식자재 코스트 스트레스에서 살짝 빗겨나 있는 복 받은 메뉴들도 있다. 대표적인 게 파스타다. 이탈리안 요리로 유명한 어느 셰프에게 파스타의 매력에 대해 물어보니 재료비는 얼마 안 들어가는데 음식 값은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시니컬한 답변을 내놓았다. 동네마다 파스타 집들이 들어서고 프랜차이즈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건 그만큼 음식값에 바가지가 심하기 때문이란다. 김치찌개 하나만 봐도 기본 반찬 네 가지는 나가야 하니 파스타보다 원가는 더 든다. 게다가 한식 반찬은 손이 많이 가고 오래 보관할 수도 없다. 김치찌개는 7천 원 받으면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피클 하나 주는 파스타는 1만 8천 원 받아도 비싸다는 말 안 한다. 말린 국수에 통조림 토마토소스, 냉동 해산물을 주로 쓰는 파스타 집이라면 식재료 코스트 2천 5백원도 안 나온다. 일부 프랜차이즈 파스타 집은 음식값을 지금의 반으로 낮춰도 버틸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음식값은 참 이상하다. 어떤 음식은 가격이 너무 낮고 어떤 음식은 완전 바가지다. 한식 가격은 상대적으로 너무 싸고 소비자들의 가격저항은 만만치 않아 식재료에 꼼수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식당 주인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 비싼 임대료 부담과 권리금 관행, 식당들의 과당 경쟁은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 <불만제로>와 <소비자 고발>이 장수하는 이유다.

싼 음식 가격에도 식당들이 망하지 않는 건 MSG와 중국 덕분이다. 사실 우리는 중국이 가까이 있다는 점에 감사해야 한다. 값싼 중국산 식자재가 없다면 지금 가격으로 김치찌개를 즐기는 건 불가능하다. 싼 가격에 싸구려 식자재로 만든 음식을 먹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다.

과당 경쟁과 높은 식자재 코스트에 지친 식당주인들을 위로하는 건 역시 화학조미료다. MSG는 식재료의 쌩얼을 숨겨주는 짙은 싸구려 화장술이다. 황교익 선생님은 그의 저서 <미각의 제국>에서 우리나라 식당들이 싸구려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도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는 MSG의 마법 덕분이며 좋은 음식을 먹자면 화학조미료부터 버려야 한다고 단언한다. 화학조미료 몇 숟갈이면 재료의 질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고 소비자들은 쉽게 구별하지 못하니 양심적인 식당 사장님들로선 미칠 노릇이다.

박찬일 셰프는 “요리사란 결국 재료를 다루는 사람이고, 자신이 만드는 요리 재료가 산지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좋은 걸 먹으려면 어떤 식당 음식의 맛이 식자재의 본성에서 온 것인지 화학조미료에서 온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이래저래 MSG가 문제다.

맛의 세계는 너무 어렵다. 책을 읽어도 잘 모르겠다. 우리 평범한 혀들을 위해 대단한 혀를 가진 분들이 수고해 주셔야 한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블로그에 좋은 정보를 올려주시는 선한 분들은 복 받을 것이다.

God bless you~^^

(원문은 http://home.jtbc.co.kr/Board/Bbs.aspx?prog_id=PR10010072&menu_id=PM10012549&bbs_code=BB10010137 )

                (유명 김치찌개 프랜차이즈 장호왕곱창의 제작 사진입니다.)

사실 영화 '트루맛쇼'를 통해 여러가지 메시지가 전해졌지만 그 중에는 '한국 사람들이 선진 식문화를 누리지 못한다면 그건 대중의 입맛 때문이다. 좋은 귀를 가진 청중이 많은 나라에서 음악이 발달하듯, 좋은 혀를 가진 사람이 많은 나라가 식문화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있었습니다.

뭐 이건 사실 돌고 도는 챗바퀴 같은 얘기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는 어려서부터 좋은 음식과 재료를 판별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실제로 어려서 이것 저것 많이 먹어 본 아이들이 커서도 미식가가 될 가능성이 높죠^^), 그게 대대 손손 물림을 하기 마련입니다.

음식문화가 바뀌는 것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면 생선 요리, 특히 회 문화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만만찮아 보입니다. 반면 육류 가운데서 일본의 쇠고기 문화는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오래 전부터 쇠고기가 가장 고급 음식으로 대우받아온 한국에 비해 일본에서는 고대 이후 수백년 동안 쇠고기가 식재료에서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일본 평론가들도 "일본은 근대 100년 사이에 쇠고기 먹는 법을 새로 익혔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물론 모든 정보가 널리 공유되는 인터넷 시대는 이런 변화를 상당히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윗글에서도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블로그에 좋은 정보를 올려주시는 선한 분들은 복 받을 것"이라고 했는데 여기에는 절대 동감입니다. 뭐 개중에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혀를 갖고 있는 분들도 분명 계시지만^^... 그래도 진정한 전문가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절대 다수인 듯 하여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MSG에 대해서는 참 개인적으로 애증이 엇갈립니다. 유명한 맛집에서 진정 침이 넘어가는 이 국물에 분명히 다량에 MSG가 포함되어 있을 거라는 심증은 가지만, 까짓거 이 맛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 어떠랴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얘기는 나중에...

아무튼 글을 통해서든, 매주 일요일 밤 10시 JTBC에서 방송되는 '미각 스캔들'을 통해서든 김재환 감독과 그 일당들은 앞으로 때론 충격적으로, 때론 유머 넘치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분들의 혀를 자극해 갈 듯 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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