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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행복자판기] 새로운 회사,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융단폭격하듯 이미지를 쏟아내는 방법이겠지만 그게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그 널리 알려야 할 새로운 브랜드가 방송사인 경우에는 참 난처합니다.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는 지상파 4개 채널입니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노력을 해도, 지상파 3사에서 다른 채널 홍보를 위한 콘텐트를 방송해 줄 리는 없겠죠. 그러다 보니 신생 방송사는 스스로를 알릴 방법이 참 마땅치 않습니다.

 

특히나 그 브랜드가, 별 이유 없이 몇몇 사람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있다거나, 실제 담고 있는 콘텐트와는 달리 뭔가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을 피하고 싶을 때 참 할 일이 막막해집니다.

 

그래서 별별 생각을 다 해 본 끝에 나온 게 'JTBC 행복자판기'였습니다.

 

 

 

처음 봐선 뭐라 하기 힘든 기계입니다.

 

 

이렇게 생긴 기계가 지난 1월19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1층 광장에 나타났습니다.

 

(물론 끝난게 아닙니다. 26일과 2월2일에도 같은 장소에 서 있을 겁니다.)

 

 

 

일반 음료수 자판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크기. 그리고 컨셉트는 맨인 블랙입니다. 요원들의 보호를 받는 비싼 기계죠.

 

(사실 기계를 보호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계 앞에 모이실 분들의 안전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행사 전반을 간단하게 보시려면 이 동영상이 도움이 될 겁니다.

 

청소 아주머니를 당황하게 한 기계의 정체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담고 싶은 생각은 아주 간단합니다.

 

"저희는 여러분과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기존의 방송사들이 하지 않는 참신한 방법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분 곁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런 메시지를 위해 직접 유동인구 많은 공간으로 나섰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저렇게 성황이었던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좀 눈치 보는 시간이 필요하죠. 그러다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건 터칭 게임. 화면에 나타나는 숫자만큼 정해진 시간 동안 버튼을 두들기면 상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머리? 감각? 전혀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건 체력과 끈기. 두들기면 두들기는 만큼 상품이 나옵니다. 상품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죠?

 

동남아 2인 여행권이 최고상품입니다. 그리고는 2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 역시 20만원 상당의 목걸이(여자용), 5만원 상당의 외식상품권, 장미꽃다발, 그밖에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위한 무릎담요, 보온병, 장갑, 목도리, 그리고 핸드폰 거치대에서 (간신히 꽝을 면한 분들을 위한^^) 뻥튀기까지 다양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대다수 이벤트와는 달리 제세공과금도 저희가 부담합니다. 도전자들은 몸만 있으면 됩니다.

 

아, 몸으로 하실 일은 참 많습니다.

 

 

 

제기를 차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몸을 쓴다면 춤을 빼놓을 수가 없겠죠?

 

 

 

 

이런 외국인에서,

 

 

 

이런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이 도전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프로 수준의 열정!

 

 

 

 

 

이런 어린이들은 저희 맨인블랙 요원들이 나서기도 합니다.

 

 

물론 커플들이 도전하시면 더 할 일이 많습니다.

 

연인 안아 올리기는 기본이죠.

 

 

아, 물론 모든 남자친구가 연인들을 솜사탕처럼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안전요원들을 긴장시키는 분도...^^

 

 

 

 

뭐 풍선 터뜨리기 게임은 어린애 장난 같을 수도 있겠죠?

 

 

 

 

 

약간 과격한 분들.... 아, 커플댄스 현장입니다.^ (저 아래 동영상 3편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많은 어린이들은 단체로 댄스 경연대회를 펼치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TV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대박 터뜨리기' 게임이 현장에서 대 히트였는데, 사진상으로는 보여드릴 방법이 없군요. 저 위에 있는 동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벤트 첫날 진행 후 가장 많이 놀란 것이 젊은이들의 거침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댄스나 미션 도전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커플 미션 가운데 가장 쉬운 것(?)이' 키스 10초' 미션이더군요. 당당하고 깔끔하게. 음;;; (개인적으로도 좀 늦게 태어나 볼 걸 하는 아쉬움이...^^)

 

그리고 이번 주, 다음 주 이어질 2, 3차 이벤트 때에는 또 어떤 모습들이 나올 지 기대가 더욱 커졌습니다. 물론 행사에 참여한 분들이나, 구경하는 분들이나 모두 웃음을 띄우고 계셨다는 점에서, 이런 행사를 하는 보람이 더욱 커졌습니다.

 

아무튼 다양한 도전자들이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은 동영상 한 편에 다 담기엔 모자라더군요. 아래 동영상들이 더 재미있습니다.

 

 

 

다양한 커플들의 키스 퍼레이드가 담긴 2탄...^^

 

 

 

 

그리고 화려한 댄스 위주로 편집된 3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지.

 

JTBC 행복자판기 이벤트는 이번 26일(토), 그리고 2월2일(토)에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펼쳐집니다. 대략 피크 타임은 낮 12시에서 오후 5시 사이 쯤 될 듯 합니다. 물론 상품이 다 떨어지면 시간 전에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한번쯤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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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그물건]이라는 제목을 보면 많은 분들이 김정운 교수의 저서 [남자의 물건]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가 숨어 있습니다.

 

상품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광고만 보고 물건을 고르는 시대가 아니죠. 많은 사람들이 광고 대신 블로그 후기나 상품평을 읽고 구매를 선택합니다. 그것도 뭔가 판매자의 입장을 대변한 듯한 사용후기는 외면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중에도 진짜 소비자의 입장에서 쓴 상품 후기(판매자의 지원을 받지 않은)는 드물기 때문에, 더욱 영향력이 커지는 경향입니다.

 

[남자의 그물건]은 바로 그런 심리를 꿰뚫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 그 첫회, 대한민국의 4대 휴대폰을 비교하는 실험이 이뤄졌습니다. 4대 휴대폰이란: 다들 이름만 대면 아시는 전화기들입니다.

 

프로그램에서는 실명을 감추기 위해 갤선생, 아선생, 옵선생, 베선생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아마 각각 어떤 전화기를 가리키는지 알아보시기가 무척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가지 전화기는 세 번의 가혹한 테스트를 거칩니다. 세 차례의 실험을 통해 어떤 전화기가 최강의 성능(...이라기보다는 내구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자, 첫번째 실험. 전화기를 사용하다가 수세식 변기에 빠뜨렸다는 경험담은 꽤 흔히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전화기를 주머니에 확실하게 넣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황에서 소변을 위해 바지를 풀다가 풍덩 빠뜨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변기 안에서, 그러니까 물에 빠진 폰의 입장에서 바라 본 모습입니다.^^)

 

실험 조건은 10초간 변기에 빠뜨린 전화기를 건져 내 (1) 깨끗한 물로 세척한다 (2) 분리시킨 뒤(물론 분리할수 없는 폰도 있죠) (3) 1시간 동안 건조시키고 (4) 다시 전원을 넣는다는 과정입니다. 전원이 켜져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OK, 아니면 실패죠.

 

 

 

 

상식으로는 '물에 빠뜨리면 스마트폰은 끝장'이라고 되어 있지만 이 실험은 4개의 대표 폰 모두 통과했습니다. 10초간 물에 빠뜨렸어도 제대로 말리기만 하면 다시 작동시키는 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는 측정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당장은 문제가 없어도 남아 있는 습기 때문에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여지는 있을 듯도 합니다만, 그건 방송이라는 환경에서는 측정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두번째 실험. 상당히 가혹한 조건입니다. (1) 빵 굽는 오븐의 온도를 섭씨 100도로 맞춰 놓고 (2) 1시간 동안 가열해 '구운' 다음 (3) 1시간 동안 다시 식히고 (4) 다시 작동해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보겠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미친 실험 조건이지만(실제 전화기의 사용 온도는 섭씨 0~50도로 규정돼 있다고 합니다), 이런 가혹한 조건을 통과해 작동되는 전화기가 있는지는 솔직히 궁금합니다. 사실 위 자막에서 보듯, 전화기를 사용하다 보면 거의 100도에 가까운 환경에 전화기가 노출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고온 때문에 기계 외면은 다들 조금씩 변형(우그러지거나 들뜨거나) 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4개 중 3개가 제대로 작동됐습니다.

 

 

  

 

 

 

갤선생과 아선생, 베선생이 작동에 성공한 겁니다. 아선생은 약간 액정의 가장자리에 손상이 가고 화면의 선명도가 좀 떨어지는 변화가 있었지만, 아무튼 작동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명하신 것은 옵선생. 변기 테스트에서도 배터리를 다시 충전하는 과정을 통해 살아난 옵선생이었지만 이번엔 한번 잠들어 다시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세번째 테스트는 더 무식합니다.

 

 

스쿠터, 중형차, 5톤 트럭을 갖고 차례로 전화기를 깔고 지나가는 겁니다. 일단 첫번째 스쿠터는 큰 무리 없이 모두 통과.

 

 

 

 

중형차에서도 대부분 통과. 하지만 세번째 트럭은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일순간에 액정이 산산조각나는 갤선생.

 

 

그래도 전원은 이상 없이 들어옵니다. 기능도 제대로 작동됩니다.

 

한번으로는 승부가 가려지지 않아 2차 승부에 들어갑니다. 트럭으로 '한 놈만 살아남을 때까지' 깔아뭉개는 순서인 것이죠.

 

 

5톤 트럭에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뭉개짐을 당하고는 당당한 갤선생, 아선생, 베선생이 모두 불귀의 객이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주자인 옵선생. 특히나 가열 실험에서 탈락한 불명예를 안은 터라 더욱 긴장되는 상황!

 

 

 

놀랍게도 트럭으로 두번이나 밟고 지나간 옵선생의 전원이 들어옵니다.

 

이로써 충격에는 가장 강한 휴대폰이란 사실이 밝혀집니다.

 

 

이렇게 해서 '남자의 그 물건' 첫회가 끝났습니다.

 

해외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이렇게 '무식하게' 실제 상품을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첫회 전화기가 던진 충격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지금부터 발열내의, 패딩 등 계절 상품부터 수만가지 상품들과 유명 브랜드들이 맨몸으로 실험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애당초 상품 협찬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서지는 전화기들은 모두 제작비로 산 것들입니다. 사실 누가 꼴찌가 될지 모르는데 협찬은 쉽지 않겠죠.^^ 결과가 1등이라면 모르지만 줄줄이 꼴찌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아무튼 '남자의 그 물건'의 실험이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상품 선택에 기준으로 작용하는 날이 올지, 한번 기다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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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대로 2013년 1월 문화생활 가이드를 내놨습니다.

 

사실 이쪽에 조금 더 빨리 공개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만, '매거진 M'이 나오는 것이 1월4일이다 보니 너무 여기에 빨리 옮겨놓는 것도 약간 예의가 아닌 듯 하고, 뭐 그런 아쉬움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살짝 매월 초반보다는 후반 쪽의 행사에 집중하게 될 듯도 합니다. 뭐 어차피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걸 다 즐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1월의 문화생활 가이드'입니다.

 

 

 

 

2013 1월 문화생활 가이드

 

아직도 새해 계획 같은 거 짜고 있나? 혹시 자기계발서와 부동산 투자 관련서 잔뜩 사서 쌓아 놓고 인생역전을 노리는 중? ‘월 문화 예산 10만원같은 기특한 계획도 한번 생각해 봐.

사실 이번 달에 가장 추천하고 싶었던 공연은 118일 서울시향이 김선욱과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교향곡 5‘5+5’ 공연이었는데, 바로 매진이네.

 

지난 달에 이어 서울시향을 또 거론하니까 뭐 얻어먹은 거라도 있나 의심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도 돈 내고 표 사서 공연 보는 사람이야. 김선욱의 황제와 정명훈의 운명을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면 그건 당연히 강추지. 혹시 임박해서 취소되는 표가 있을 지도 모르니까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www.sac.or.kr)를 자주 방문해 봐.

 

 

그 다음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20일 서울 홍대 앞 롤링홀에서 열리는 롤링홀 18주년 기념 콘서트 vol.7’ 이야. 원래 그 주간 내내 기념 콘서트가 열리는데, 이날 출연진이 유독 화려하더라고. 노브레인, 트랜스픽션, 갤럭시 익스프레스, 브로큰 발렌타인이 하루에 다 나온다는 거야. 예매가는 25000. 혹시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표가 있는지는 각자 알아보도록.

 

지난달에 이어서 하는 얘기지만,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한번 큰 돈 내고 보러 가기 전에 그 작품을 충분히 익혀야 본전을 뽑을 수 있어. 아무래도 그중에서 오페라는 심리적으로도 진입 장벽이 높을 테니 우선 뮤지컬부터.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를 통해  작품과 친해지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달에 추천할 작품은 고전 중의 고전 그리스. 개인적으로 저는 뮤지컬이란 걸 보면 연기하다 노래하다 하는 게 좀 웃기고 어색해요. 뭘 보면 뮤지컬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이런 사람 의외로 많아) 나는 꼭 이 영화를 추천해. 특히 영화 그리스는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래볼타라는 황금의 캐스팅이 압권이야. 좀 과장된 듯한 출연진의 헤어스타일이며 분장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작품의 배경이 1950년대 미국 고등학교니 그러려니 해. 그리고 다운받지 말고 DVD . 6600원밖에 안 해.

 

 

 공연 중인 뮤지컬 중에 딱 하나 고르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어쌔신이야. 20세기를 대표하는 뮤지컬 작곡가를 꼽을 때 앤드류 로이드 웨버, 클로드 미셸 숀버그(‘레미제라블’), 알란 멘킨(거의 모든 디즈니 뮤지컬)과 함께 반드시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손드하임이지. 하지만 스위니 토드’ ‘컴패니등 손드하임의 작품들은 한국 취향은 아니라는 평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 않아.

 

 

 

 

만약 당신이 보려는 공연이 그리스지킬 앤 하이드라면 그건 언제라도 몇 달 안에 새 프로덕션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하지만 어쌔신을 볼 기회는 이번 아니면 5년은 있어야 할거야. 바쁘니까 어떤 작품인지는 각자 찾아보도록. 4장을 사면 1장은 공짜(그러니까 25% 할인) 등 이벤트도 많은 것 같아. 보고 나면 후회는 없을 거야.

 

 

 

 

돈이 남았으니 이런 겨울날 읽으면 좋을 단편집 하나 추천할게.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이야. 이 사람의 글을 읽어 보면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라는 게 어떤 건지 실감이 날 거야. 하지만 읽고 나면 미묘하고 섬세한 잔향이 며칠은 가더라고. 9500.

 

마지막으로 이달의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이야. 인상주의? 그런데 프랑스가 아니고 미국? 그게 볼만 할까?

 

 

. 한번 생각해 봐. 서울에서 열리는 반 고흐 전이나 바티칸 박물관전에 과연 A급 작품들이 오긴 할까? 암스테르담이나 바티칸을 찾는 관람객들을 외면하고?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를 서울에서 공연할 때 브로드웨이의 현재 출연진이 오는 경우가 있을까?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중국의 변검 시범단이나 일본의 가부키 극단이 서울에 온다면 진짜 최강의 공연진이 오겠지.

 

바로 그런 이유로 이 전시를 추천하는거야. 차일드 하썸, 라일라 캐봇 페리 등 이 장르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대표작이 망라되어 있고, 작품수도 130여개나 돼. 같은 돈으로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모조품을 보러 가는 것보단 훨씬 나을 거야.

 

이번 달은 여기까지. 그럼 2월에 만나는 걸로.

 

 

요약

120, 홍대 롤링홀 개관 18주년 기념 공연 vol.7                          25000

뮤지컬 어쌔신         S 4만원, R 6만원(4인 관람시 1인당 각 3만원, 45000)

영화 그리스’ DVD                                                                   6600

제임스 설터 단편집, ‘어젯밤                                                       9500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                                                           12000

소계                                                                83100~113100

 

 

 

 

보충 사항 1. 일단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이미 '차세대'라는 말이 무색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 피아노 협주곡 5번' 공연은 당초 예정됐던 18일 공연이 이미 매진됐고, 이 때문에 추가로 마련된 17일 공연(같은 출연자, 같은 레퍼토리)도 매진 직전입니다. 지금이라도 서울시향이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남은 표가 몇 장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연말 서울시향의 레퀴엠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매진을 기록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 특히 연말의 '베토벤 교향곡 9번'같은 공연이 아닌데도 매진(이틀 연속 매진)이 이뤄진다는 건 아마도 이런 문화를 즐기는 저변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인 것 같아 왠지 뿌듯합니다. (...이봐, 그런데 당신이 왜?)

 

보충 사항 2. '어쌔신'에 대한 글은 예전에 이렇게 쓴 적이 있습니다. 참고가 되실 듯 합니다. ( http://fivecard.joins.com/131 )

 

보충 사항 3. 미국 인상주의 특별전을 소개하면서 잠시 들먹인 'A급 이론'은 꽤 오랜 시간을 문화적 변방에서 살아온 경험이 말해주는 교훈입니다.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의 출장 전시회에 그 박물관이 자랑하는 A급 전시품이 오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최고'라고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특히 '피에타'를 비롯한 유명 작품들의 복제품(물론 복제품에도 '공인된 복제품'이라는 라벨이 붙기는 하겠습니다만)을 내놓는 전시회에서 '바티칸 박물관의 정수'를 느낀다는 건 좀 넌센스죠.

 

세계적인 연주 단체들의 내한 공연 때에도 늘 비슷한 이야기들이 따라다닙니다. 이들이 내한 공연을 한번 치르고 나면 '이번에 온 단원들은 2진'이네 '사실상 3진'이네 하는 말들이 돌곤 합니다. 두 사람만 가도 100만원이 넘는 엄청난 티켓 가격에 비하면 참 아쉬운 일이죠. 매번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굳이 그렇게 비싼 공연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을 바에는 '실속있는' 공연 위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한 소비가 아닐까요.

 

이 칼럼은 앞으로도 '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문화 소비를 지향합니다.^^

 

보충 사항 4. 이 글을 쓰면서 오랜만에 '그리스'를 다시 봤습니다. 고등학교를 무대로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이야기는 언제 봐도 사람을 유쾌하게 합니다.

 

유명한 'Glee'에서 이런 소재를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겠죠. 아예 에피소드 하나를 할애해서 사실상의 리메이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뭐, 아무래도 저 위에 소개한 오리지널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죠.^^

 

이건 좀 더 볼만 합니다. 글리 멤버들이 재현한 Greased Lightning 입니다.

 

 

 

물론 이쪽도 영화 원작 만은 못하다는 느낌. 혹시 궁금하실 분을 위해 영화판의 Greased Lightning도 붙여 봅니다.

 

 

 

그럼 1월도 즐겁게들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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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를 보기 전부터 엄청난 호평이 밀려왔습니다.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일제히 입을 모아 이안 감독은 정말 최고다, 그 중에서도 이 영화는 최고다,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가 없다.... 이 정도로 호평 일색인 평가는 그야말로 오랜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은근히 불안하기도 하더군요. 스스로 그리 일반적이지 않은 취향인 것도 잘 알고 있는데다 지나친 호평은 기대를 낳고, 역시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대는 항상 실망을 낳는다는 것도 이미 익숙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불허전. '라이프 오브 파이'는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로 꼽기에 조금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특히나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3D IMAX, 최소한 반드시 3D로는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그 말에 동의합니다. 수많은 액션 대작들, 심지어 '호빗'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 영화만치 3D가 효과적인 작품도 드물 듯 합니다.

 

 

 

 

일단 줄거리. 영화는 얀 마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략 크게 벗어나는 내용은 없는 듯 합니다.

 

소재 고갈에 시달리던 작가는 인도 폰티체리에서 만난 노인의 조언에 따라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인도인 파이(이르판 칸, 연령대에 따라 여러 배우가 연기합니다)를 찾아갑니다. 거기서 파이는 '신의 존재를 믿게 할만한 이야기를 해 주겠다'며 자신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폰티체리에서 동물원 주인의 아들로 태어난 파이의 본명은 피신 몰리토 파텔. 파리의 한 수영장 이름에서 따 온 것이지만 피신(pscine: 프랑스어로 '수영장'이란 뜻이더군요)이란 이름이 영어의 오줌싸기(pissing)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원주율을 뜻하는 파이로 개칭합니다.

 

힌두교와 기독교, 이슬람까지 모든 종교에 빠져들던 소년 파이는 부모의 캐나다 이주 계획에 따라 일본 화물선을 타고 긴 항해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배는 필리핀을 지나 태평양 한복판에서 침몰해 버리고, 우여곡절 끝에 파이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함께 구명보트에서 위험천만한 동거를 시작하게 됩니다.

 

 

 

 

예고편에서도 보여지듯, 영화의 3/4 정도는 망망대해 위의 배 안에서 파이와 호랑이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기 전 궁금해합니다. 대체 좁디 좁은 배 안에서 어떻게 호랑이와 소년이 공존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호랑이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지? 당연히 드는 생각일 겁니다. 물론 그 내용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이기 때문에 굳이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한 지인은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바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보고 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였죠. 영화 속의 바다는 그야말로 환상의 대우주입니다. 특히 수천마리의 해파리가 이뤄내는 바닷 속 장관, 고래의 등장, 해뜰 때와 해질 때의 수평선, 날치떼의 습격 등은 그야말로 CG의 영상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장면들입니다. 이런 장면들만으로도 '라이프 오브 파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안 감독의 영화답게, '라이프 오브 파이'는 표면적인 이야기 속에 또 한 층의 이야기를 깔아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정교하게. 다만 이 이야기는 아직 안 본 분들의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따로 떼어 놓고 하고자 합니다. 나머지 부분은 반드시 영화를 보신 뒤에 와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경고!

 

 

 

 

 

 

 

 

 

소설가가 파이를 찾아가 만나는 첫 장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입니다. 폴 오스터의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모태로 하고 있는 바로 그 영화죠.

 

물론 소설가들은 언제나 소재를 찾아 해메기 마련이고, 소설가가 누군가로부터 독특한 이야기를 듣는 데서 시작하는 스토리는 매우 흔합니다. 그런데 '스모크'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설가는 오기 렌에게 말하죠. "자네는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야." 그리고 '라이프 오브 파이'의 엔딩 역시 이 장면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마지막 장면,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실제로 '그 자리에서 생각해 낸 그럴싸한 이야기'로 위기를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상황은 이렇죠. 멕시코의 병원에서 파이는 사고 수습을 위해 찾아온 일본 해운회사 직원들에게 시달립니다. 이들은 "호랑이나 식인 섬이 등장하는 황당무계한 이야기 말고, 납득할만한 '진짜 이야기'를 해 달라"며 파이를 괴롭히죠. 파이는 이들에게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파이가 '그냥 생각해 낸 이야기' 일까요?

 

지금까지 관객이 본 영화와는 달리 이 이야기에는 동물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리 다친 얼룩말은 실제로도 다리를 다친 선원으로, 오랑우탄은 파이의 엄마로, 하이에나는 배 위에서도 파이 가족을 괴롭혔던 주방장으로 묘사됩니다.

 

원작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안 감독은 이 대목에서 의도적으로 제2의 해석을 열며 관객의 의심을 자극합니다. 파이는 정말 배 위에서 동물들과 살았던 것일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구명 보트 위에서 서로 죽고 죽인 것은 실제론 사람들이었지만 차마 인간들이 이런 짓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파이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그들을 모두 동물로 바꿔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대체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누구일까요. 파이 자신이 아니라면 답이 있을 수 없습니다. 미친 주방장이 선원과 엄마를 죽이자 파이는 내면의 야수성이 폭발하며 주방장을 죽여 응징합니다. 하지만 파이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을 죽인 자신을 호랑이로 삼아 본래의 자아와 떼어놓습니다.

 

파이의 분열된 자아는 배 안과 배 밖에 있습니다. 참극이 일어난 배를 떠나 구명대 위로 피신한 파이는 자신의 야수성을 배 안에 남겨두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찾기 싫은 파이는 '보트로 돌아가면 호랑이가 나까지 해칠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합니다.

 

(이안 감독은 이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해석'임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를 여기 저기 깔아 두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하이에나가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살해하기 전까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히 숨어 있습니다. 심지어 같은 공간에 하이에나와 공존하기도 하죠. 진짜 호랑이라면 하이에나가 '죄'를 지어 응징해야 할 때까지 가만히 살려두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파이가 배 안의 식량과 물을 모두 구명대 위로 옮겨 놓을 때까지 잠자코 기다릴 이유 또한 없겠죠.

 

물론 이안 감독은 '실제로 일어난 일은 이거였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의도도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은 그냥 암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 심지어 파이 자신도 - 분명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모든 것은 그냥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집착하는 것은 이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대로 감상하는 태도가 아닙니다. 어쨌든 이야기는 계속.)

 

 

 

 

그러던 어느날, 파이는 우연한 사고로 보급품을 모두 잃고, 마침내 '리처드 파커'와 공존해야 할 필요를 깨닫습니다. 채식을 포기하고 야수성을 받아들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그래서 파이는 자신 안에 존재하는 파괴적인 본능을 달래기 시작합니다. 고기 한점 한점을 먹이며(먹으며) 말이죠.

 

식인의 섬은 참 기묘한 상징입니다. 특히나 미어캣으로 가득 찬 섬이라니... 파이의 환상 치고는 참 희한합니다. 정답이라는 근거는 없지만(다시 한번 말하지만, '정답'이라는 말 자체가 이 영화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한가지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어쩌면 파이는 바다 위에서 또 다른 표류자를 만나거나, 인간이 살고 있는 어떤 섬에 도착했었는지도 모릅니다. 굳이 그 존재들이 미어캣으로 표현된 것은, 자신에 의해 희생된 - 자신의 먹이가 된 - 존재들이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의 발현일 수 있습니다.

 

그 존재를 인간이라고 보는 것은 미어캣 - 두 다리로 걷는 동물 - 이라는 형상에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어린 아이였는지도 모르지요.

 

 

 

 

여기서 파이는 꽃인지, 과일인지 모를 덩어리 안에서 인간의 이빨을 발견합니다. 끼워 맞추자면 이건 파이 자신의 용변일 수도 있습니다(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에 용변을 매화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자신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와 마주치는 순간입니다만, 파이는 역시 현실을 직시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섬(식인이 일어난 공간)이며, 그 섬을 떠나면 자신은 더 이상 자신의 죄악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는 섬을 떠나는 배 안에 '리차드 파커를 위한 식량(미어캣)을 챙기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인간이 사는 문명의 땅에 도착한 파이. 이제 더 이상 야수성과 공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파커는 밀림 속으로 떠나갑니다. 다시는 볼 일이 없겠죠. 파이가 또 한번 야만의 환경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다면 언제든 호랑이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되고 나면 '파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많은 한줄 평들은 '자연과 소년의 아름다운 조화' '공존의 미학'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이면은 무시무시한 이야기거든요. 마지막 장면, 파이가 평범한 가장으로 단란한 가정을 꾸민 장면은 인간이 얼마나 다층적인 존재인지를 드러내 주는 장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여전히 채식주의자인 '온화한 파이'의 모습도.

 

인간은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 비유와 상징이라는 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 사건을 그대로 서술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 보다는 실제 일어난 일을 다른 사물이나 동물에 비유해 우회적으로 표현하곤 했죠. 넓게 보면 인격화된 신의 존재도 결국은 이런 비유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영화 '파이 스토리'는 인류가 어떻게 해서 우화라는 것을 탄생시켰는지, 혹은 어떻게 해서 비유법과 과장법을 발달시켜 왔는지에 대한 깔끔한 설명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아름답다기보다는 소름끼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대자연 전체를 대상으로 볼 때 삶이라는 것은 항상 우아한 행위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파이의 교훈은 오히려, '삶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사소한 교훈이나 도덕, 가치나 율법 따위보다 항상 상위에 있다'는 준엄한 가르침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문명은 낳은 자와 태어난 자, 부모와 자식 간의 유대와 섬김에 대해 가르치지만 여왕개미는 위기에 놓이면 자기가 낳은 알과 애벌레를 먹고 생존하라는 본능에 따릅니다. 이것은 선악 이전에 존재하는 생명의 법칙이죠. 자연은 본래 도덕 이전에 존재합니다. 이른바 노자가 말한 천지불인(天地不仁)의 가르침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파이가 망망대해에서 야수의 공포를 길들이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물아일체의 경지(크리쉬나의 입안에 있는 우주처럼..) 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어느 한켠에서는 그 이면에 엄연히 존재하는 치열한 생존의 원칙을 - 인간들이 문명을 앞세워 가끔 부정하곤 하는 - 일깨워주기도 하는 매혹적인 작품입니다. 어쩌면 이런 감춰진 이야기가 없었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는 흔한 어린이용 영화에 지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감동적입니다. 이른바 '우화의 탄생에 대한 우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S. 인도 철학...까지는 몰라도 인도 신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본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 온갖 신들을 주워섬기던 파이는 정작 번개를 보면서 인드라를 떠올리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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