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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에서는 두 끼(첫날 점심과 저녁)를 밖에서 먹고 한 끼(이튿날 아침)를 민박집에서 해결했다. 민박집 식사는 총각 혼자 운영하시는 민박집 사정을 생각하면 딱히 뭐라 따질 수준은 아니었으나, 아무튼 광고대로의 '푸짐하고 영양가 넘치는 식단'은 결코 아니었다. 뭐 한끼 정도야 그러려니 하는 거다.

 

첫날의 두 끼는 모두 타파스로 해결했다. 일단 점심. 세비야에 도착하자 마자 짐을 두고 나가는 길에 식사를 해결했다. 민박집-카테드랄은 도보 5~10분 정도. 그 중간의 골목길에 Pimenton 이 있다.

 

 

 

주소는 Calle Garcia de Vinuesa 29, 41004 Seville, Spain. 트립어드바이저에 El Pimenton 이라는 이름으로 리뷰가 올라와 있다.

 

http://www.tripadvisor.co.kr/Restaurant_Review-g187443-d3742726-Reviews-El_Pimenton-Seville_Province_of_Seville_Andalucia.html

 

위 주소로 구글 검색을 해 보면

 

 

 

주위를 둘러볼 때 분명 같은 곳인데 다른 가게가 나온다. 생긴지 얼마 안 되는 가게인 모양이다. 민박집에서는 '새로 생긴 집인데 잘 한다고 소문이 났다'고 추천했다. 가게로 들어갔다.

 

 

 

 

 

 

 

 

그러니까 차가운 타파스와 뜨거운 타파스 메뉴가 있고, 여기서 1인당 3가지를 고르면 음료와 빵, 커피를 포함해 8.95 유로에 준다는 착한 가게다. 당연히 두 사람이므로 차가운 접시 3개와 뜨거운 접시 3개를 시켰다.

 

 

실내. 그냥 깔끔하다. 으리으리하지 않고 실속을 차렸다는 느낌.

 

현지인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들어와 마냥 깔깔거리고 떠드는 품이 나쁘지 않다.

 

뭐, 현지인이 아니고 세비야에 오래 눌러 앉은 장기 여행자들일 수도.

 

 

가지 튀김과 크렌베리 소스 

 

 

 

야채 튀김. 한국식 야채 튀김과 매우 흡사한데 씹히는 맛이 좋다.

 

 

새우가 들어간 감자 샐러드. 왠지 '안전한 맛'을 위해서 시켰는데 다른 메뉴들도 전혀 입에 맞지 않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해도 좋았을 듯한 라따뚜이. 정작 메뉴에는 스페인어로는 Pisto Al la Italiana (이탈리아식 잡동사니 요리), 영어로는 Ratatouille 라고 써 있다. 아무튼 맛이 좋았다.

 

 

이게 아마... 버섯 크림으로 덮은 쇠고기 요리였던 듯. 아무튼 맛있었음.

 

 

Questo fritto con arandanos. 치즈 튀김과 크렌베리 소스.

 

흡족한 점심식사였다. 가격대 성능비로 보나, 냉정한 맛 평가로 보나 맛집으로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음.

 

저녁은 조금 더 넉넉하게 먹기로 했다.

 

그래서 간 곳이 대성당의 뒤편이 있는 이 집.

 

아무리 봐도 이름이 딱 써 있지 않다.

 

Bar La Catedral. 주소는 Calle Mateos Gago 5.

 

 

사실 처음부터 이 집으로 들어간 건 아니고, 맨 처음엔 카테드랄이 보이는 광장 한 구석의 꽤 운치있는 카페의 야외석에 자리를 잡으려 했다. 해가 막 기우는 시간.

 

 

 

그래서 이렇게 앉아서 관광객용 사진도 찍고 하면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일단 웨이터의 자세부터 '그 테이블이랑 의자랑 니들이 쉬라고 내놓은 거 아니다. 거기 앉으면 식사를 해야 한다' '우리는 코스만 취급한다. 단품은 안 판다' '와인 시켜라. 와인 좋은 거 있다. 와인을 안 마셔? 왜?' 뭐 이런 식이다.

 

게다가 살펴본 메뉴도 이건 '특제 슾' '세비야 식 스테이크' '새우를 곁들인 샐러드' 등 그냥 세계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기본 양식 정찬이다. 이런 걸 먹으려면 대체 왜 여기까지 왔겠나. 물론 가격이나 싸면 모르겠는데 1인당 30유로.

 

야. 야. 사진 다 찍었으니 됐다. 니네 집에서 밥 안 먹을란다, 하고 옆 골목으로 들어갔다.

 

 

 

하고 가다 보니 눈에 띄는 웨이터 형. 실물은 이것보다 잘 생겼다.

 

옆에 보이는 메뉴처럼 줄줄이 이런 타파스가 한 접시에 3유로에서 12유로까지 다양하다. 이런 데를 가고 싶었다.

 

영어 메뉴와 스페인어 메뉴. 이제 여행 일주일에 접어드니 영어 메뉴만 보는 게 더 헷갈린다. 스페인어 메뉴와 영어 메뉴를 같이 보는게 훨씬 주문하는 데 편리하다.  

 

 

 

그리고 바쁜 웨이터 불러다가 이것 저것 물어보면서 주문하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물론 바쁘니까 짜증을 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관광선진국 웨이터는 그러지 않더라는 거지. 게다가 이것 저것 물어봐서 시키려고 노력하는게 가상한지 추천도 막 해 주고, 재료를 집어다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게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

 

 

 

뭐 길가 바로 옆 테이블이라 그렇게 우아하지는 않다. 인도에 나와 있는 테이블이기 때문에 행인들이 옆으로 지나다니기도 하고.

 

그래도 저 골목 안의 가로수가 모두 라임이다. 뭐 그렇게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서인지 떠다니는 공기결에 라임 냄새가 묻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라임들은 다 익어 땅에 떨어져 밟혀도 구린내가 나진 않겠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봤다.

 

상그리아도 당연히 한잔.

 

 

 

치즈와 토마토가 들어간 신선한 샐러드 한판. 뭐 이건 괜히 시켰다 싶기도 했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음식을 너무 많이 시킨 것 같아서.^^

 

 

또 음식마다 야채가 조금씩 딸려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아무튼 첫 접시는 Chocos fritos con ali-oli. '마늘 소스 오징어 튀김'이다. 스페인에선 초코 Choco 즉 그냥 오징어와 세피아 Sepia, 뼈오징어가 매우 흔히 식재료로 쓰인다. 스페인 사람들은 세피아를 흔하게 먹어서 이번 여행 내내 세피아는 두세번 먹은 듯 하다.

 

이 오징어는 얼마나 큰 놈인지 모르겠으나 세피아에 비해 식감이 쫄깃했다. 오른쪽에 있는 마늘이 들어간 드레싱에 찍어 먹으면 맛이 아주 그만이다.

 

 

Langostinos Salsa tartara gratinados 큰 새우 타르타르 소스 볶음.

 

흔히 새우는 그냥 Gamba, 랍스터가 Langosta 라고 하는데 Langostino는 중간 정도 되는 큰 새우를 말한다고.

 

뭐 대하 수준으로 큰 새우는 아니고 아무튼, 저런 애가 몇마리 들어 있다.

 

 

 

이건 뭐 이름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요약하면 '메추리알을 곁들인 하몽 토스트' 정도 되겠다.

 

그래도 하몽은 하나 시켜야 스페인 관광객 아니겠어?

 

 

 

Solomillo Catedral (Salsa Sevillana Antigua) - 전통 소스로 조리한 카테드랄식 소 등심

 

여기서의 카테드랄은 이 식당의 이름을 말한다. 보기에 좀 저래서 그렇지 육질이며 육즙이며 흠잡을 데가 없는 맛이다. 스페인 쇠고기의 질에 대해서는 거듭 감탄하게 된다. 맛있다. Solomillo는 영어의 Sirloin에 해당하는 듯.

 

 

 

Turbante de Pimiento con Carne Picada y Salsa de Piquillo

터번            피망               간 고기             매콤한 소스

 

이 집의 대표 메뉴라고 불러도 좋을 음식. 피망의 속을 간 고기로 채우고 그 상태에서 구워 매콤한 소스를 뿌린 음식이다.

 

아마도 완성된 형태의 모양 때문에 투르반테(터번)이라고 불리는 모양이다.

 

 

 

Champinones Plancha. 버섯 구이. 집어 먹다 찍어서 좀 갯수가 적어 보이는데 원래 그렇게 많이 나오진 않았다.

 

 

먹다가 찍어서 좀 지저분하긴 한데, 이렇게 테이블 가득 시켜 놓고 아구 아구 먹어댔다.

 

 

 

그렇게 해서 가격이 세금 포함해 34.1 유로. 전망좋은 광장 카페에서 먹었더라면 절대 느낄 수 없었던 포만감과 정신적인 만족감을 포함해서, 그 광장 카페 정식 가격의 딱 절반이다. 웨이터들이 번갈아 나와서 눈이 마주치면 '맛있어? 맛있지?' 라고 눈빛으로 물어본다. 좋다.

 

어느새 해가 져 깜깜해지고,

 

 

가게 안에는 불이 들어온다.

 

 

 

가게 안 곳곳에 소 머리가 장식돼 있다.

 

 

 

아마도 왕년에 투우에 나갔던 소들이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가게 바로 앞에서 찍은 각도. 히랄다 탑과 대성당의 동쪽 면이 바로 보인다.

 

 

 

구글맵에서 본 이 식당의 위치.

 

 

 

지도에서 보면 이렇다.

 

 

 

밤에 보면 더 훌륭한 카테드랄. 금박을 씌운 듯한 조명도 훌륭하다.

 

 

 

 

 

카테드랄 앞의 번화가에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부른 배를 안고 플라멩코를 보러 간다.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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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4월입니다.

 

이러다 곧 연말 공연 안내가 나갈 듯한 속도감...ㅠ

 

 

 

 

 

 

 

10만원으로 즐기는 4월의 문화가이드(2014)

 

4. 내한공연이 별들의 전쟁일세. 수잔 베가(42)도 오고 제프 벡 영감님(427)도 또 오시지만 다들 너무 비싸. 베가 공연은 제일 싼 표가 66000, 벡 영감님은 88000. 능력 있는 사람들에겐 볼만한 공연인 게 분명하지만 이 칼럼의 취지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 528일 폴 매카트니 옹의 내한공연 계획이 발표됐으니 거기에 맞춰 저금을 해야 할 사람도 있겠지?

 

현존하는 최강의 기교파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내한공연도 눈길이 가는데 레퍼토리가 너무 가곡 위주네. 물론 취향에 따라 이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불만이 없겠지만, 그래도 드세이가 공연을 한다면 오페라 아리아 위주로 리스트를 짜 주면 더 좋았을텐데 말이지.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다른 공연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이렇게 저렇게 다 빼고 추천할 공연은 따로 있어. 41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교향악 축제가 시작돼. 대한민국의 내로라 하는 교향악단들이 모두 회심의 역량을 선보이는 기회지. 예당 홈페이지에서 연주 곡목들을 살펴본 뒤 맘에 드는 곡을 고르는게 아마 제일 간편할 거야. 제일 비싼 티켓이 4만원. 이럴 때 예당 콘서트홀의 중앙 자리에 앉아 보는 거야. 물론 같은 돈으로 1만원 짜리 표를 사서 4개의 공연을 보는 것도 추천. 개인적으론 419일 열리는 부천 교향악단과 서울대 최연소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의 협연이 궁금하네.

 

국립극장은 3월부터 셰익스피어 관련 공연이 한창인데, 3월에 이미 시작해 413일까지 공연되는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도 좋을 것 같지만 가장 눈길이 가는 공연은 425일부터 27일까지 공연되는 한여름밤의 꿈이야.

 

 

 

 

공연 주체는 핸드스프링 퍼펫 컴패니라는 이름의 남아프리카 극단. 이름을 보면 눈치채겠지만 인형극단이야. 그게 뭘 어쨌느냐고 하는 사람들에겐 영국 국립극단(National Theatre)워 호스라는 연극을 검색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 표정까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말 인형을 무대에 등장시켜 기적이라는 평을 받았던 팀이지.

 

당시 워 호스를 연출했던 톰 모리스가 연출을 맡아서 더 기대가 돼. 티켓은 4만원에서 5만원. 정교한 인형들의 움직임을 잘 보려면 과감하게 5만원을 투자하라고 권하고도 싶어.

 

돈을 많이 썼으니 4월의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Aimez-vous Brahms ’. 요즘 드라마나 영화 뿐만 아니라 현실 세상에서도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게 쏟아지고 있는데, 이 소설은 1959년작이니 그야말로 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 셈이야.

 

 

 

당시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고, 그해 연말 한국에서도 출간됐어. 당시 한 신문에 실린 책 광고를 보면 싸강양() 쾌심(快心)의 일대역작(一大力作)’이라는 카피와 함께 크리스마스와 새해 선물로 추천하고 있어.

 

서른아홉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폴라는 부유한 애인 로제와 연애중이지만 그의 사랑을 진지하게 믿고 있지는 않아. 아니, 그 자신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지. 그런 폴라가 스물다섯살의 순수한 견습 변호사 시몽을 만나 느끼는 새로운 감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야.

 

당시에서는 서구에서도 남녀간 열 네살의 차이가 대단히 크게 느껴졌던 모양이야. 요즘은 한국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이 극중 스무살 차이가 나는 남녀 사이의 감정을 다루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

 

사강은 1960년대와 70년대, 전 세계 젊은이들의 감정선을 지배했던 여류 작가의 대명사야. 그런데 정작 서른 아홉 독신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던 사강의 당시 나이가 24세였다는 건 어쩐지 뭔가 속는 기분이 들기도 해. 아무튼 지금 그의 문체를 다시 읽어 보면 어딘가 흑백 영화를 보는 듯, 마음이 촉촉하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거야. 이 소설은 1961년 할리우드에서 잉그리드 버그만과 이브 몽탕, 앤서니 퍼킨스 주연으로 영화화됐어. 지금은 구해 보기 힘든 영화가 돼 버렸지만.

 

봄바람이 살살 불면 주말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 가. 마침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전이 열리고 있어.

 

 

 

이타미 준의 본명은 유동룡. 재일교포야. 유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고인이 유품으로 남긴 스케치, 모형, 영상, 회화 등 500여점을 기증했고, 그 덕분에 이 전시가 열리는 거지. 참고로 고인은 평생 귀화하지 않을 정도로 민족의식이 강했던 분이고, 이타미 준은 귀화명이 아니라 예명이야. 제주도를 제2의 고향으로 여겨서 방주교회, 포도호텔 등 대표작들을 제주도에 지었지. 여기서 영감을 받으면 제주도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 날씨야. 다음달에 봐.

 

 

 

그 다음은 덧붙이는 이야기들.

 

 

톰 모리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연극 '워호스'는 전 세계에서 벌써 240만명이 직접 봤다는군요. 영화라면 별 것 아닐 수 있겠지만 연극이라면 대단한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직접 공연이 아닌, 무대 공연을 촬영한 영상물로 볼 수 밖에 없었지만(그것도 단 3일 동안 국립극장에서 개봉), 좀 기다리면 '워 호스'에 이은 충격이라는 '한여름밤의 꿈'은 직접 공연 팀이 옵니다.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워 호스의 말 인형들 - 馬形 이라고 쓰는게 맞을런지도^^ - 들이 준 충격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 정교한 제작 기법과 조종술의 조화란.)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BBC의 소개 영상을 보는 것이 이해가 빠를 듯. 톰 모리스 인터뷰와 '워 호스', 그리고 '한여름밤의 꿈'을 다룬 내용입니다. 인형극과 연극의 경계를 넘은 환상적인 세계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영화화한 할리우드 영화 '굿바이 어게인'이 나온 1961년 기준으로 잉그리드 버그만은 46세, 앤서니 퍼킨스는 29세였습니다. 실제 나이 기준으로 하면 현재 '밀회'에 나오고 있는 김희애-유아인과 거의 비슷한 차이지만, 사실 사진상으로는 그리 큰 차이가 나 보이지 않습니다.

 

 

 

 

퍼킨스에 비하면 유아인은 심하게 동안인 셈이죠.

 

 

요즘 밀회 때문에 피아노 다시 배우러 나가는 분들이 많다는 소문도. 아무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다시 보시면서 '밀회'를 즐기시면 더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P.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끝 점 세개는 사강이 꼭 그렇게 해 달라고 고집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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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가 방송되기 전, 방송을 예고하는 기사에는 허튼 악플들이 많이 달렸습니다. 이모와 조카 같다느니, 저질스러운 불륜 드라마는 공해라느니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딱 첫주 방송이 나간 뒤부터 이런 식의 이야기들은 싹 사라졌습니다.

 

한국 방송시장에서는 매주 20여편의 드라마가 방송됩니다. 개중에는 훌륭한 것도 쓰레기 같은 것도 다 있습니다. 하지만 '밀회'를 단 한 회라도 본 사람이라면, 이 드라마가 다른 드라마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물건이든 직접 써 보면 대개 품질이 드러납니다. 흔한 두루마리 휴지가 같은 길이라도 처음부터 세 겹인 휴지가 있고, 가격은 싸지만 홑겹이라 몇번을 겹쳐 써야 제 구실을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밀도가 다르죠. '밀회'도 그렇습니다. 압축도가 다른 드라마와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밀회'를 본 많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시간이 짧게 느껴지냐" "앞부분 한 20분 못봤는데 흐름을 못 따라갈 것 같다. 왜 이리 진행이 빠르냐"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허투루 버리는 시간, 잡담으로 시간만 늘려 놓은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다 보고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수도 있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대사에 군더더기 설명이 없고, 우리가 일상에서 대화하듯 '피차간에 다 아는 얘기는 생략하고'라는 식으로 대화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생각하면서' 보지 않으면 안되고, 그래서 똑같은 70분 드라마라도 훨씬 짧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성주 작가와 안판석 감독의 자존심의 결과는 이렇습니다. 그냥 삽화처럼 지나가는 장면도 나중에 보면 아, 그래서 저 장면이 들어갔고, 저 대목에서 저 사람이 그 말을 했구나 하는 것이 깔려 있는 드라마입니다. 제작비가 더 비싼 드라마 중에는 조연급까지도 시청자들이 알만한 배우들로 쓰는 경우들이 있습니다만, 안판석표 드라마에는 허투루 나오는 조연들 중에도 어색해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실 시청자들이 몰라서 그렇지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역할로 나오는 분들도 대개는 연극 경력이 20년 이상 되는 분들입니다. 그리고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아내의 자격'이나 '하얀 거탑' 때 지나가는 역으로 보였던 배우들이 계속 눈에 띄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검증된 배우들은 계속 쓴다...는 것 역시 안판석 표 드라마의 특징이죠. 예를 들어 '아내의 자격'에 연변 아줌마로 나왔던 연극배우 길해연이 '밀회'에는 역술가 겸 투자전문가로 나오고, '아내의 자격'에서 김희애 동생 역이었던 장소연은 이번에도 김희애의 부하 직원으로 나옵니다.)

 

 

 

 

 

드라마 구조가 보여주는 세계는 무섭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고액연봉의 기획실장이지만 혜원(김희애)의 삶은 칼날을 밟고 산다, 혹은 담장 위를 걷는다고 해도 좋을 정도의 나날입니다. 4부에서 김희애가 스스로를 지칭한 '3중 첩자'라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김희애는 최종 보스인 서회장(김용건), 회장의 딸 영우(김혜은), 회장의 후처 성숙(심혜진)의 딱 중간에서 가려운 데를 긁어 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능했다면 애저녁에 눈밖에 나 버려졌을 겁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에 붙었다면 그 역시 세 사람이 벌이는 신경전 속에서 녹아 버렸겠죠.

 

세 사람 모두 혜원에게는 은근히 자기 속내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묻습니다. 말이 '3중 첩자'지 여기서 만약 다른 쪽의 기밀을 누설해 준다면 그날로 역시 버려지는 몸이 될 겁니다. 세 사람 모두 바보가 아닌 이상, '여기서 저쪽 얘기를 한다는 것은 저쪽에서도 여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테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4회에 나온 서회장과 혜원의 대화는 그야말로 백전노장, 산전수전 다 겪은 여우와 여우의 대결입니다.

 

 

 

 

서회장: 뭣보다 성숙이가 널 안 내놓겠지.

혜원: (웃음)

서회장: 한 잔 해라.

혜원: 운전 땜에.

서회장: 그 밑에 있으믄 평생 실장일텐데.

혜원: 평생이믄 고맙죠. 직함이야 어찌됐든.

서회장: 한성숙이는 젖두 크구, 다 좋은데 딴주머니가 너무 커져버렸어.

혜원: (민망하지만 미소 지우지 않고,시선도 돌리지 않는다)

서회장: 그 자리에 너무 오래 앉혀 놨다.

혜원: 어떡하죠, 회장님? 제 원칙대루라면, 지금 그 말씀 이사장님께 보고 해야 하는데,

서회장: 허허 참, 이거, 니가 진짜 큰 여우다, 나한테 협박을 다 하구.

혜원: 죄송합니다.

 

 

이런 세계에서 버티는 혜원도 대단하지만, 어쨌든 힘을 가진 사람들은 혜원이 아니라 이들 셋입니다. 셋 중 어느 하나라도 거스르는 날이 혜원에게는 그 자리에서 버티기 힘든 상황이 시작되는 날인 거죠. 이런 상황에서 지혜를 발휘해 살아남고, 회장을 위해 설렁탕 집의 음식 나르는 아줌마까지 섭외하는 혜원. 영우에게는 입만 열면 '윤리 도덕'을 말하는 것이 어쩌 보면 대단히 모순적입니다.

 

유명 음대를 나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왕년의 피아노 수재, 선재(유아인)의 눈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초호화 스펙에다 다른 세상에 살 것 같은 혜원이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대가를 치르고 있습다. 잔혹하고 무서운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앨리스가 전사로 다시 태어난 셈입니다.

 

결코 사소하지 않은 모욕과 굴욕을 다 참고, 본래 갖고 있던 도덕적 원칙을 다 숙여 입시 비리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본래 도덕이라곤 모르는 듯한 재벌가 사람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남은 혜원. 그 대가로 누리고 있는 것은 유명 음대 교수 부인이며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사회 지도층 인사. 만약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위협하는 일이 닥치면 혜원은 가차없이 그 싹을 잘라 버릴 인물입니다.

 

 

 

 

그런 혜원이 과연, 가진 것을 모두 내려 놓으면서 스무살 어린,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아무 것도 아닌 선재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려 할까요. 아직까지는 자신의 애정을 다른 감정, 즉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묻혀 버릴 선재의 재능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애써 속이며 행동하고 있지만, 드라마가 드라마가 되려면 그 감정이 곧 드러나고야 말 겁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드러날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성주 작가의 거침없는 필로를 생각하면 지레 겁이 납니다. 혜원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혜원을 여신으로 생각하는 선재가 혜원의 삶의 참 모습을 알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혜원의 껍데기 남편 준형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이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무엇을 기대하든, 아마도 시청자들은 그 기대보다 훨씬 적나라한 현실을 보게 될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부터 은근히 두려움이 앞서지만 또 한편으로는 생일 선물로 받은 16개의 초콜릿 가운데 벌써 네개나 포장지만 남기고 사라졌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물론 기획 단게에서 20부로 끝낼 수도 있다는 검토가 있었으니 기대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라흐마니노프. 보컬리제. 유자 왕의 연주입니다. ('밀회'에 나올 곡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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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에는 드라마 성격상 수많은 피아노 곡들이 등장합니다.

 

클래식의 세계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곡들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곡도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집니다. 아침에 들어 좋은 곡이 있고, 전날 밤에 그렇게 좋았던 곡이 다음날 눈 뜨고 들으면 대체 내가 왜 이런 곡을 좋다고 했는지 이상할 때도 있죠.

 

아무래도 영상과 결합된 곡들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 긴 여운을 남깁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나온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나 '쇼생크 탈출'에 나온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2중창'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분들이 '밀회'에 나온 주옥같은 피아노 곡들을 기억하실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선재의 천재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템포가 빠르고 높은 수준의 기교가 필요한 곡들이 많이 선곡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신들린듯 건반 위를 달리는 번개같은 손'이 확실히 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겠죠.

 

가장 먼저 알려진 곡은 이미 하이라이트 영상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저 곡 제목이 뭐냐"는 말을 들었던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아(여기서 네 손은 four hands 입니다. your hands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두 명의 호흡이 잘 맞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때 더 매력적인 곡입니다. 이 곡은 앞으로도 '밀회'의 주된 테마처럼 자주 쓰일 예정입니다. 선재와 혜원이 함께 이 곡을 연주하는 장면이 많은 것을 예고해 준다고 봐야겠죠.

 

 

 

의외로 남녀가 함께 연주한 버전은 많지 않아서 파울 바두라-스코다와 요르그 데무스 듀오.

 

그 전. '밀회' 1회에서 준형(박혁권)이 '나천재'라는 아이디로 선재(유아인)가 올린 영상을 보는 장면에 나온 곡은 바르톡의 피아노 모음곡(Op.14) 중 3번입니다. 준형이 "미친놈. 피아노로 개그하나"라고 말했던 바로 그 장면에 나오는 곡이죠.

 

 

 

 

2부에선 꽤 여러 곡이 빠르게 지나갑니다. 혜원(김희애)이 선재에게 "너 왜 평균율 칠때 페달 안 써?"라고 묻는 곡은 유명한 J.S.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아곡집 중 1번 전주곡(BWV 846) 입니다. 아무리 생각 없는 사람도 사색에 잠길 수 있게 한다는 곡이죠.

 

이 분야에서 신화적인 존재인 글렌 굴드 버전입니다.

 

 

바흐의 평균율을 연주할 때에는 이 굴드의 연주처럼 대개 페달을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혜원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선재도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무슨 이유인지를 물은 것이죠. 선재는 "왠지 악보에 그렇게 하라고 써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이 역시 혜원이 선재의 천재성을 파악하는 대목입니다. 선재가 '배우지 않고도' 작곡자의 의도를 알아차리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알아 차리는 것이죠.

 

 

그 다음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Appassionata)' 3악장.

 

"열정 3악장 다시 해봐. 아니다. 코다부터."

"저, 틀렸나요?"

"아니. 다시 듣고 싶어서."

 

혜원과의 대화를 떠올리며 다리 위에서 미친듯이 난간을 건반 삼아 두드리는 선재의 모습. 바로 그 부분입니다.

 

 

 

 

코다(Coda)는 소나타 형식의 종결부를 뜻합니다.

 

요즘 상한가인 랑랑이 연주하는 '열정' 3악장. 선재의 코다 부분은 위 영상에서 7분10초 정도 되는 부분에서 시작합니다. 그 전까지 열정 3악장의 메인 테마가 계속 변주되다가, 한 순간에 새로운 주제가 제시되면서 폭풍처럼 몰아치는(물론 앞부분도 강렬합니다만, 거기서 한번 더 '강렬함'이 추가됩니다) 마무리가 인상적입니다.

 

 

 

물론 '열정'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고뇌에 가득 찬 1악장 부터 순서대로 듣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이제는 지휘자로 더 유명하지만 다니엘 바렌보임의 손은 아직 녹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제목만 나온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Wanderer Fantasie'. 입시 곡으로 뭘 치겠느냐는 준형과 혜원의 질문에 선재가 선택한 곡입니다.

 

일세를 풍미한 천재 예프게니 키신의 연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선재가 꿈을 이뤘을 때 가질 수 있을 모습을 미리 보는 듯한 영상.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협연은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입니다.

 

 

제목이 그래서가 아니고, 그야말로 모든 피아노 곡들 가운데 황제의 자리라고 봐도 좋을 듯한 곡이죠.

 

만석을 이룬 대형 콘서트 홀에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함께 '황제'를 연주하는 모습은 모든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꿈이기도 할 겁니다. '밀회'에서는 1회 음악제 장면에서 조인서(박종훈) 교수가 직접 지휘를 겸해 연주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런 다양한 곡들의 연주 연기를 위해 연기자들은 악보를 외우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준의 연주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손가락과 연주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의 숙달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드라마나 영화 속 연주 장면 중에서는 비교할 만한 작품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일단 대략 3부까지 등장하는 중요한 곡들을 훑어봤습니다. 뒤로 갈수록 더 다양한 곡들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밀회'를 즐기는 좋은 방법, 음악과 함께 즐기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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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소문이 무성했던 화제의 [밀회] 1회가 방송됐습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얘기하는 것만큼 무모한 일은 없습니다. 대본을 아무리 읽어보고 잘 아는 배우들이 나와도, 편집을 마치고 방송되는 드라마를 보기 전엔 그 드라마가 어떤 드라마가 될 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던 '밀회'. 순산이었습니다.

 

 

 

 

'밀회' 첫회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설명에 소요됐습니다. 일단 인물관계도는 이렇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가 본질적으로 혜원(김희애)-선재(유아인)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 둘의 관계가 한복판에 있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1회를 제대로 보신 분이라면, 그 주위를 둘러싼 인물들이 아직 살짝 감춰놓고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 것인지 금세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가장 흥미로운 관계는 혜원을 중심으로 한 성숙(심혜진)과 영우(김혜은)의 관계입니다. 혜원은 예고 동창인 영우와 명목상 친구로 되어 있지만 재벌 회장의 딸이자 자신의 고용주 뻘인 영우의 시녀 역할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물론 혜원은 연봉 1억인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자리에 그 시녀 역할까지 다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회장의 후처인 성숙이 있습니다. 교양미넘치는 포장에도 불구하고 고급 룸살롱의 마담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영우로부터 절대 계모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실속을 차리려는 야심과 계략이 가슴에 가득하고, 총명하고 성실한 혜원을 자기 사람으로 곁에 두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성숙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건 자신을 '한마담'이라고 부르는 영우의 목소리. 그 한마디에 성숙은 애써 지켜 온 교양미의 허울을 벗고 영우의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암늑대가 되어 버립니다. (1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화장실 격투 신;;)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한 혜원의 '뺨 맞는 신'은 바로 이런 갈등이 표출된 결과입니다.

 

 

 

             

 

 

새파랗게 어린 남자 모델을 데리고 오피스텔에서 잠든 영우를 깨우러 간 혜원. 그 혜원이 "하려면 진짜 사랑을 하든가"라고 쓴소리를 하자 영우는 다짜고짜 뺨을 갈기며 쏟아붓습니다. "기집애야, 너는 진짜야? 너 정말 강준형 사랑해서 바람 안 펴? 니 남편 허당인거 누가 몰라?"

 

그리고 드라마는 서한예술재단이 운영하는 서한음대의 민학장(김창완)과 혜원의 남편인 교수 준형(박혁권)을 보여줍니다. 이 사회의 맨 꼭대기에서 여러 혜택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그리 향기롭지 않은 일을 꾸미고 있음을, 그리고 이 드라마가 그 군상들이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를 보여줄 것이라는 예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한때 기획 단계에서 이 드라마는 '음악판 하얀 거탑' 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얀 거탑'이 한국 의학계의 후진성과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다면 '밀회'는 한국 고전음악계의 병폐와 환부를 백일하게 드러낼 겁니다.

 

 

 

제법 긴 1부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연히 서한재단 아트센터의 공연 날, 택배 물건을 갖고 현장에 도착한 선재가 무대 뒤에서 커튼 너머로 혜원 일행을 바라보는 지점입니다. 협연을 앞둔 조인서 교수(박종훈)와 민우(신지호)가 피아노를 조율하며 혜원과 함께 잡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선재에게는 감히 꿈꿀수도, 도달할 수도 없는 곳입니다.

 

이 장면을 트친 하나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재능이 있어도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청년의 눈빛은 가늘게 떨리며 촉촉하고 몽환적이다.

근데 심지어 그게 유아인이란 거지." (@hsjeong)

 

더 이상 적절할 수 없습니다.

 

 

 

숨가쁘게 달린 1회는 사전 공개 영상에서 드러났던 장면, 즉 혜원이 선재를 불러 피아노 실력을 테스트 해 보는 장면 바로 앞에서 끝났습니다.

 

이 예고에 대한 내용은 이쪽: 밀회, 보는 이를 압도하는 20분 http://fivecard.joins.com/1240

 

그러니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지만 - 두 주인공이 만난 것이 1회 끝나기 3분 전인 걸 보면 - 사실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머잖아 두 사람의 관계에선 불꽃이 튈 겁니다.

 

드라마가 나오기도 전에 설정만으로 이 드라마를 싸구려 불륜 드라마 취급했던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1회를 보라'는 것 뿐입니다.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수준으로 이 드라마와 견줄 만한 작품은 올해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한마디 더 보탠다면, "이게 바로 드라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신있게.

 

혹시 1회를 보실 기회를 놓친 분들, 여기서 1회를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가장 다행인 건, '이제 겨우 1회가 방송됐을 뿐'이란 겁니다.

아직도 15회나 더 남아 있습니다. 그만치 더 즐기실 수 있단 얘기죠.

 

P.S. '베토벤 바이러스' 까지만 해도 연주자의 손이 흘러나오는 음악과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누가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쓰느냐'는 게 일반론이었기 때문입니다.

'밀회'는 다릅니다. 진짜 피아니스트들인 박종훈, 신지호는 물론이고 김희애와 유아인도 정확하게 건반을 짚습니다.

사실 이 정도는 '밀회'가 얼마나 공들여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작은 예일 뿐입니다.

두고 보시면 더 놀랄 일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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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12일. JTBC 드라마 '밀회' 제작발표회가 열렸습니다.

 

김희애-유아인 주연,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감독, 정성주 작가의 재회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화제가 된 드라마였습니다만, 사실 어떤 드라마가 나올 지는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었습니다. 물론 일찌감치 대본을 읽어 보고 '이건 아마도 올해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대본과 정작 만들어진 드라마는 또 다른 법이거든요.

 

그리고 제작발표회. 본래 JTBC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는 1회를 모두 보여드리는 것이 관례였습니다만 이번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20분 가량의 부분만이 먼저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당초 제작진은 '하이라이트'를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만, 만들어진 영상을 보니 하이라이트가 아니더군요. 일반적으로 하이라이트라고 하면 여기저기서 뽑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극적인 장면들을 편집한 영상을 말하는데, 이날 공개된 영상은 드라마 한 중간의 20분 정도를 통으로 잘라 낸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이 드라마 앞부분의 하이라이트가 되기는 합니다. 일단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선재(유아인)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피아노 천재입니다. 어려서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닌 것 외에는 제대로 배운 적도, 누가 지도해 준 적도 없지만 타고난 감각으로 피아노를 '가지고 놀아서' 기적적인 성취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택배 아르바이트.

 

혜원(김희애)은 재벌그룹에서 운영하는 예술재단의 기획실장. 재단 일은 물론이고 회장 사모님인 재단 이사장(심혜진)의 비서에서부터 재단 이사이자 동갑내기인 회장 딸(김혜은)의 뒤치닥거리까지 1인3역을 완벽하게 해 내는 슈퍼 우먼이지만 한때는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손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연주자의 꿈을 접었지만, 지금도 음악인의 재능을 판별하는 '귀'는 국내 1인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 영상 바로 앞에 있었던 일: 혜원의 재단에서 주관하는 연주회 날. 우연히 그 공연장에 택배 일로 갔던 선재는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 놓인 그랜드피아노의 유혹에 빠져 놓여 있던 악보를 연주해 버립니다. 당연히 예정돼 있던 연주자가 리허설을 하는 걸로 알았던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자 경악합니다.

 

CCTV를 통해 택배 옷을 입은 청년이 피아노를 치는 걸 발견한 혜원은 선재를 찾아내 재능을 테스트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바로 위에서 보신 영상 내용의 전개가 이어집니다.

 

 

 

 

 

사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두 사람이 피아노를 치는 내용으로 이어지지만 간간이 나오는 대사를 통해 두 사람의 캐릭터가 모두 드러난다는 것이 경이롭습니다. 정말 정성주 작가의 내공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쌀쌀맞음을 가장한 혜원의 관심과 놀라움, 처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 준 사람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선재의 순수함과 진지함.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대목에서는 어떤 대사보다 뜨거운 교감이 시청자에게 전달됩니다. 대본의 완벽성이 전혀 손상 없이 보는 이에게 이어지는 안판석 감독의 연출력이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 영상을 본 어떤 사람은 '어지간한 베드신보다 에로틱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하나의 피아노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그 짧은 연주를 통해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의 대화보다 더 깊은 교감을 나누고, 혜원은 선재를 알아갑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연주 전과는 전혀 다른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보는 이들이 새삼 느끼게 됩니다. 뭐랄까요, 영상과 음악과 두 배우의 연기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마술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밀회'는 남편이 있는 40대 커리어 우먼과 세상에 기댈 곳 하나 없는 스무살 청년의 사랑이란 충격적인 설정 때문에 알려졌지만 드라마의 도입부에선 전혀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선재의 발견되지 못한 재능, 혜원의 불행한 결혼생활, 예술계의 권력인 후원자와 음악대학, 예술재단을 둘러싼 상류층의 부덕함과 부조리가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 드라마입니다. 처음 선재를 발견한 혜원의 눈은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기쁨과 자기 표현에 능하지 못한 소년 선재를 향한 귀여움으로 가득합니다.

 

아무튼 20분 가량의 드라마 발췌본을 보고 난 부작용은 '밀회' 본편이 너무 기다려진다는 겁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그러리라 생각됩니다. 하루빨리 3월17일이 오길 바랍니다.

 

 

 

 

P.S.1. 두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곡은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판타지'입니다. 남녀가 같이 연주하는 버전을 찾다가 마르타 아르게리히와 에두아르도 델가도의 버전을 골랐습니다. 이 곡도 이제 유명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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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위 영상을 보시다 보면 특이하게 생긴 스피커가 화면 한켠에 등장합니다. 바로 저 왼쪽 끝 아래 있는 물건.

 

 

저것이 바로 유명한 쿠르베 스피커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http://www.courbea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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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엔 후다닥 올립니다.

 

3월 공연/음악계가 꽤 풍성합니다. 조카들 졸업/입학 선물로 지출이 많으셨던 분들은 주머니 사정이 안 좋으실 수도 있겠지만, 월 10만원 정도는 나만을 위한 지출로 남겨 두셔도 좋을 듯 합니다.

 

생각해 보면 꽤 좋은 습관일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그 돈 모아 봐야 다른 큰 일 못해요. 2년 모아야 명품 비슷한 백 하나 살 정도... 그러니까 마음을 살찌우는데 팍팍 쓰세요.^^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생활가이드

 

 

우선 뮤지컬 마니아들이 흥분할 만한 소식. 지난해 7월 라민 카림루가 소리소문없이 내한공연까지 하고 나가더니 이번엔 알피 보 내한공연 소식이 들어와 있네. 315일 예술의전당.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하면 알피 보는 현재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주연 테너야. ‘레미제라블의 장발장 역으로 특히 잘 알려졌지. DVD로 발매된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 마니아들에게도 친숙한 편이야.

 

당연히 그리 싸지는 않아. R석은 13만원. 꽤 비싼 공연인데 노래 들으러 가는 거니까 C 4만원도 갈만 한 공연이라고 봐. 각자 사정에 맞게 좌석 선택하길 바라. 그리고 이 공연을 보러 갈 사람이라면 이미 갖고 있겠지만, 위에서 말한 25주년 기념 공연 DVD는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을 거야.

 

지난 2010 103일 런던 O2아레나에서 열린 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은 지금껏 인구에 회자되는 명연인데, 사실 알피 보가 장발장 역을 맡은 건 이 공연이 처음이야. 그 뒤로 웨스트엔드에서 장발장 역을 맡아 명성을 떨쳤고, 지금은 현역 최고의 장발장이 됐지. 물론 개인적으론 초연 때의 코엄 윌킨슨이 더 마음에 들지만. 9900(1년 전에도 추천한 적이 있으니 이번 달 계산에선 뺄게).

 

 

전시. 38일부터 5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스팀펑크 아트전도 눈길이 가네. 스팀펑크(steamfunk)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도 꽤 있을 거야.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 , 이런 거?’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친숙한 물건들이지.

 

SF장르가 염세적인 분위기의 사이버펑크로 진화하던 무렵, ‘혹시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 현대문명으로 진화한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한 거야. ‘스팀펑크의 스팀은 당연히 증기기관을 말하는 거고, 증기기관 시대의 아날로그적인 디자인이 현대 문명과 결합됐을 때 이질적이면서도 옛스러운 느낌을 즐기는 거지. 이게 디자인에서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를 잡았어.

 

알기 쉽게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나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같은, 19세기적인 분위기에 최첨단 기술이 결합된 느낌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이런 분위기에는 유머 감각이 필수라서 꽤 즐거운 구경이 될 거야. 12000.

 

 

321일에서 23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무사시도 관심이 가네. 일본의 셰익스피어 극 전문가인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한 미야모토 무사시의 일대기인데, 영화 데스노트의 주인공인 청춘 스타 후지와라 타츠야가 무사시 역을 맡아서 화제가 됐던 작품이야. 물론 국내 공연에도 후지와라가 온대. 무사시의 라이벌인 사사키 고지로 역도 드라마 신참자시리즈로 인기 높은 미조바타 준페이라니, 얼굴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베가본드로만 무사시 이야기를 접한 사람은 벙어리인줄 알았던 사사키 고지로가 말을 하는 걸 보고 당황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노우에의 설정일 뿐, 사사키가 벙어리였다는 기록은 없어. 어쨌든 본 적 없는 연극을 추천하는 게 약간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하자는 취지에서 일단 추천. 티켓은 7만원에서 3만원까지인데, 주인공들 얼굴 표정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3만원 짜리 추천.

 

지난해 12월 조용히 콜린 윌슨의 부음이 떴어. 아는 사람들은 저 이름을 보는 순간 아웃사이더라는 책이 떠올랐을 거야.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영화 아웃사이더의 원작이냐고? 아니, 그건 수잔 힌턴의 소설이고, 아웃사이더콜린 윌슨의 독특한 시선으로 본 세계 문명사라고 해야 할 그런 책이야.

 

이 책을 접하면 누구나 참 벼라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인간이 있었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케사르, 징기스칸, 바그너, 히틀러 등 인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대의 아웃사이더라는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거든. 그런데 그 다음 순간, 이 책을 썼을 때 콜린 윌슨이 25세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이 오지.

 

물론 읽다 보면 스물 다섯 청년만이 할 수 있는,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듯한 치기 어린 오만함을 느끼고 미소를 지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 나이에 이만한 성과를 낸 해박함과 기발함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지. 이 책 한권만을 읽고 나도 콜린 윌슨만큼 박식해졌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야. 대략 12000.

 

3월은 아무리 봄이라도 쌀쌀해. 다들 감기 조심하고, 4월에 만나.

 

 

315일 알피 보 내한공연          C 4만원

321~23일 연극 무사시           C 3만원

38~518일 스팀펑크 아트전    12000

콜린 윌슨, ‘아웃사이더              12000

(선택:레미제라블 25주년 기념 공연 DVD      9900)

 

합계                              94000(103900)

 

 

 

 

미야모토 무사시 이야기 처럼 잘 정리된 신화도 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요시카와 에이지 원작 소설 '미야모토 무사시'의 권위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죠. 이나가키 히로시 감독이 1954년부터 내놓은 영화 '미야모토 무사시' 3부작도 원작 소설의 길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사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베가본드' 역시 몇가지 새로 만들어 넣은 에피소드와 몇몇 설정(예를 들면 사사키 고지로를 벙어리로 설정해 둔 것 같은)을 제외하면 원작 소설의 스토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본 적 없는 작품을 추천한다는 건 꽤 꺼려지지만, 공연의 스펙으로 볼 때 안목을 넓히는 역할 정도는 충분히 할 듯.

 

스팀펑크라는 장르는 위에 설명한 이상은 힘들 듯 합니다. 그러니까,

 

 

 

 

윌 스미스 주연 영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전형적인 스팀펑크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19세기 유럽의 낙관적인 분위기 + 첨단 과학기술을 그려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장르는 유머가 필수가 돼 버렸습니다.

 

 

 

황정민 엄지원 주연 영화 '그림자 살인'은 한국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스팀펑크의 분위기를 가진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알피 보. 뭐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마는.

 

 

 

 

 

레미제라블 관련 곡들은 많이 들어보셨을테니. 알피 보가 부르는 'Music of the Night'입니다.

 

 

 

 

다음은 영화 '물랑 루즈' 수록곡인 'Come What May'를 왕년의 걸 그룹 스파이스 걸스 멤버 멜라니 C와 함께 부르는 모습. 왜 듀엣 상대를 멜라니 C로 골랐는지 모르겠지만 두 가창자의 실력 차이가 너무 커서 좋은 듀엣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아무튼 목적은 알피 보의 솜씨를 보자는 것이니 일단 들어 보시길.

 

 

 

마지막으로 알피 보가 본래 정통 테너였음을 보여주는 영상. 그가 부르는 Nessun Dorma를 듣고 나니 그가 뮤지컬 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기존 테너들에게는 큰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오페라 스타로도 요나스 카우프만을 위협할 수 있는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을지도. (외모지상주의)

 

 

 

노파심에서 설명을 덧붙이자면, 이번 공연의 이름은 '알피 보 내한공연'이 아니라 '2014 봄의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알피 보의 단독 공연이 아니라는 말씀이고, 보가 부르는 노래는 전체 레퍼토리 중 7곡입니다(듀엣 포함).

 

왜 이런 구성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알피 보를 한국에서 만날 기회라는 것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소개했습니다. 혹시라도 '단독 공연이 아니었어!' 라는 실망을 하실 분들이 있을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http://www.sac.or.kr/program/schedule/view.jsp?seq=21400&s_date=201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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