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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가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이 참 많다.

 

사실 스페인을 여행지로 결정한 뒤부터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역시 현지에 가 보니 놓친 것들이 꽤 있었다.

 

핵심적인 내용만 정리하면 이렇다. 최신 유행에 따라 10개 항목으로 정리했다.

 

(대체 언제 다녀온 여행을 여태 우려먹고 있느냐는 분들이 꽤 많다. 하지만 팍팍한 삶 속에서, 그래도 아직 여행기를 마무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숨통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이 포스팅은 마지막 마무리. 혹시 스페인에 가려고 준비하시는 분들은 지금까지 했던 포스팅들을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http://fivecard.joins.com/search/스페인

 

 

 

 

 

 

1. 과일, 최고다.

 

 

오렌지, 멜론, 포도 등 거의 모든 과일이 상상 이상의 맛을 낸다. 특히 감 맛이 최고다.

(물론 사과,배와 딸기는 현재까지 한국산이 최고)

 

특히 위 사진, 'KAKI'라고 되어 있는 은 가을이라면 꼭 드셔 보시기 바란다. 수십년간 감을 먹어 온 한국인으로서 인생 최고의 감을 스페인에서 먹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시와 단감, 대봉시의 장점만을 취한 환상의 감이다.

 

 

 

2. 예약 시스템, 뭔가 조금씩 이상하지만 어쨌든

 

 

여행을 계획하셨다면 아마 렌페(Renfe)의 자주 다운되는 예약 시스템에 당황하셨을 듯. 하지만 제대로 기능하는 건 분명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거의 반드시 T10(10회 탈 수 있는 지하철 패스. 저 위의 기계에서 살 수 있다)을 사용하시는 게 좋고, 알함브라 궁전이나 카탈루냐 음악당 공연 티켓을 인터넷으로 예매한다면, 어느 도시에서나 잘 보이는 라 카이샤(La Caixa) 은행 앞에 ATM 기계와 함께 있는 티켓 발매기에서 출력해 사용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두시길. 

 

 

3. 유로자전거 나라, 싸진 않지만 유용하다

 

 

여행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단순 안내에 그치지 않고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유로자전거 나라의 가이드들든 새로운 도시를 돌아 보는데 매우 유용했다. 특히 피카소가 자주 가던 카페에서 피카소의 일생 스토리를 듣고 피카소 미술관에 들르는 구성은 신선하고 많은 도움이 됐다.

 

 

4. 시장, 무조건 가야 한다

 

 

 

바르셀로나의 보케리아 시장이든, 마드리드의 산 미구엘 시장이든, 시장을 가 보면 스페인이 달라 보인다.

 

시장(식료품 시장으로 특화된)을 가 보면, 물건을 사고 파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밤낮도 없다. 광장시장의 약간 밝고 예쁜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

 

 

5. 타파스라는 종류의 음식은 없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타파스(Tapas)는 음식의 사이즈다. 한국에서는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도 먹고 싶고, 깐풍기도 먹고 싶고, 난자완스도 먹고 싶을 때 인원이 적으면 방법이 없다. 하지만 스페인에선 그걸 모두 타파스로 시키면 된다. 서너 입씩 먹을 분량으로 여러가지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스페인의 식문화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다.

 

혹시 가게 된다면 타파스보다 더욱 미니멀한 핀초(Pincho)도 잊지 말고 드시길.

 

 

6. 식사 시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시에스타 시간에는 식당이고 가게고 모두 쉰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적이 있지만, 가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시에스타의 개념이 점점 흐려져 간다고도 하고, 그 시간에 사람들은 낮잠을 자는게 아니라 카페며 식당에서 계속 먹고 마시고 떠들고 있다.

 

아무 시간이나 가서 먹고 떠들고 마셔도 된다. 웬만한 바나 레스토랑은 심야까지 한다. 한국과 비슷한, 참 좋은 나라다.

 

 

7. 하늘, 평원의 하늘은 다르다

 

 

 

안달루시아의 하늘. 평원 위의 하늘은 구름부터 다르다.

 

 

8. 알함브라, 역사를 알아야 보인다

 

 

카스티야와 아라곤이 결혼으로 맺어지며 탄생한 대 스페인 왕국, 그리고 알함브라의 함락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지는 15세기 말 스페인의 황금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남부 스페인 여행은 의미가 반감된다. 가기 전에 대략의 윤곽이라도 파악하면, 느낌이 달라진다. 물론 유로자전거 투어 같은 곳에선 어느 정도 설명을 해 주지만, 공부는 스스로.

 

 

 

9. 달리, 상상 그 이상

 

 

바르셀로나를 간다면 인근 피게레스(Figueres)에 있는 달리 미술관을 꼭 가 보시길 권한다. 난 미술엔 개뿔 흥미 없어, 하시는 분들, 인간의 상상력이란 얼마나 위대한지 깨닫게 된다.

 

 

10. 야경, 가는 곳마다 꼭 놓치지 말길

 

 

밤의 고딕 지구를 한바퀴 돌고 나면 바르셀로나라는 도시를 사랑하게 된다. 으슥할 것 같지만 오히려 한밤중에도 어딜 가나 사람들이 와글거린다. 그래도 멋지다. 그리고 알함브라의 야경은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안타깝게도 봄, 여름에만 가능해서 나는 실패).

 

그리고 다음에 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들.

 

- 바르셀로나에서 분수 쇼 보기 (왜 매일 안 하냐고)

- 리세우 오페라 (그 날짜에 적절한 공연이 있는지가 행운의 시작)

- 톨레도에서 1박 (밤의 톨레도가 진짜라던데)

- 세고비아에서 돼지 통구이 (느끼하다는 사람도 있던데...)

- 달리가 살던 지중해의 어촌까지, 더 나아가 프랑스 국경까지.

- 그리고 국경을 넘어 모든 방문자가 '거기서 살고 싶다'던 리스본.

 

 

 

 

 

 

물론 이곳은 언제 가도 꼭 다시 한번 들르고 싶다. 매혹의 공간.

 

이렇게 해서 1년여(;;)에 걸친 스페인 여행기 끝.

 

곧이어 발리 방문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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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또래에 우연찮은 인연으로, 먼 미래를 바라보며 긴 인연이었기를 바라던 사람을 얼마 전 잃었습니다.

 

며칠 되지도 않아 늘 샘나던, 사람다움과 재능이 넘쳐 나던 친구 하나를 또 잃었습니다.

 

이승에서의 삶이란. 그 가볍고도 얇음이란. 다시 한번 곱씹게 됩니다.

 

그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Mit Flügeln, die ich mir errungen,
Mit Flügeln, die ich mir errungen,
In heißem Liebesstreben,
Werd'ich entschweben
Zum Licht, zu dem kein Aug' gedrungen!
Sterben werd' ich, um zu leben!
Sterben werd' ich, um zu leben!
Aufersteh'n, ja aufersteh'n
wirst du, mein Herz, in einem Nu!
Was du geschlagen
Was du geschlagen
zu Gott wird es dich tragen!

 

 

 

 

 

And, 제목 그대로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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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를 보고 나오는데 웬 여학생 둘이 열심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싸우더군요.

 

"그러니까 플랜 B 대로 된거지!"

"아니지, 그건 플랜 A도 아니고 플랜 B도 아닌거지. 블랙홀 들어가면서 새로운 길이 열린거잖아!"

 

크리스토퍼 놀란은 "아무런 물리학적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게다가 평소 조용하시던 SF 덕후, 물리학 전공자, 전문 지식인들까지 합세해서 "그거랑 그거는 말이 안돼. 그리고 그건... 알지만 그렇게 한 거야. 그리고 이 부분이 상징하는 것은..." 으로 '모르는 사람'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었습니다만, 굳이 169분, 3시간에서 11분 모자라는 러닝타임이 다 필요했나 하는 생각도 드는 작품입니다. 어쨌든 격찬이 쏟아지고 있는 영화인데도 불행하게 '난 그 긴 시간을 졸지도 않고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라는 분들이 꽤 계신 듯 합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

 

이 영화에 대해 자주 나오는 질문들과 나름대로 생각한 답들을 적어 봤습니다.  당연히 정답이라고 주장할 생각도 없고, 많은 분들의 가르침을 바라는 의미에서 공개하는 글입니다. 끝부분에는, 도저히 제 수준에선 답을 생각할 수 없는 질문들도 있습니다.^^

 

우선 질문 0.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Do not go gentle into the good night 은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입니다. 밥 딜런이 예명을 따 온 바로 그 시인이죠. 전문과 해석은 http://dubunut.blog.me/220173993086 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어쩐지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고사성어도 생각나고... 영화의 주제를 분명하게 해 주는 시입니다.

 

이 글은 당연히 스포일러의 덩어리 입니다. 영화 아직 안 본 분은 여기서 패스. 그리고 영화는 꼭 보세요. 당연히 강추. 욕하실 분들도 일단 보시고 욕을 하세요. 물론 언제나 그렇듯, 가끔 '난 결말 알고 보는 게 더 좋아' 하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런 분들은 환영.

 

 

 

 

 

간단 줄거리:

 

지구가 기상이변과 자원고갈로 식량부족 상태를 맞게 되어 절멸의 위기에 놓인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 왕년의 엔지니어이자 우주비행사였던 쿠퍼(매튜 매커너히)는 똑똑한 딸 머피의 방에서 일어난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관찰하다가, 사라진 줄 알았던 NASA와 접촉하게 됩니다. 그리고 인류를 종말에서 구하기 위한 필사적인 프로젝트가 진행중임을 알게 됩니다.

 

쿠퍼의 옛 보스였던 NASA의 리더 브랜드 박사(마이클 케인)는 쿠퍼에게 우주로 나가는 탐사선을 조종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단 인류를 구하는 길에는 플랜A와 플랜B가 있음을 설명하죠(아래 상술). 가족과 수십년이 될 수도 있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쿠퍼는 고민하지만 결국 대의를 따릅니다.

 

그리고 우주로 향하는 4명의 탐사대원. 이미 12명의 선발대가 생명이 존재 가능한 성단 지역 열 두곳을 탐사했고, 그중 세 곳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행성(밀러의 별)은 육지 없이 거대한 바다로만 이뤄진 행성이라 사람이 살 수 없었고, 두번째 별(만의 별)은 얼음으로만 뒤덮여 있습니다. 심지어 그 별에 먼저 도착한 만 박사(맷 데이먼)의 배신으로 탐사는 절대 위기를 맞게 됩니다.

 

 

질문 1. 대체 플랜 A는 뭐고 플랜 B는 뭐냐?

 

간단히 말하면 플랜 A는 현재 지구에 살아남은 인류가 외계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주하는 것, 그리고 플랜 B는 수정란 상태의 인류를 외계의 보금자리에 새로 심어서 거기서 인류의 혈통이 살아남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느 쪽이든 외계 어딘가에 인류가 살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갈 데가 있어야 이식(플랜 A)이든 파종(플랜 B)이든 가능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쿠퍼 일행이 탄 탐사선 인듀어런스 호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브랜드 박사는 쿠퍼에게 설명합니다. '일단 네가 탐사대를 이끌고 떠나고, 나는 여기 남아서 플랜 A를 위한 문제를 네가 돌아올 때까지 해결하겠다'. 이 문제란 대규모 인구의 우주 여행을 가능케 하는 기술의 문제(질문 4의 답에서 더 자세히 설명) 입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왔듯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만들어 그것을 토성 근처까지(웜홀이 있는 곳까지) 가져다 놓는 것을 해결하는 수준의 기술이 있어야 플랜 A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브랜드 박사를 포함한 NASA는 최대한 플랜 A를 위해 노력하되, 그 가능성이 사라지면 플랜 B라도 실행하라는 미션을 탐사대에게 준 것입니다. (물론 이건 거짓말이었죠.)

 

 

 

 

질문 2. 그럼 플랜 A가 성공하지 못하면 쿠퍼도 지구로 돌아오지 못하나?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만약 플랜 A가 성공한다면, 쿠퍼가 지구로 돌아오지 않아도, 반대로 가족이 우주로 가서 쿠퍼와 재회할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아니면 쿠퍼가 지구로 일단 돌아와서 가족과 재회할 수도 있고. 다만 전제는 '돌아올 연료가 충분할 때' 라는 것입니다.

 

이미 탐사대가 떠나기 전, 연료와 물자의 제한 때문에 '3개의 목표를 모두 돌아보고 지구로 귀환하는 것은 불가능'인 상태입니다. 그래서 첫번째 '밀러의 별(바다의 행성)'을 거친 뒤 아멜리아 브랜드(앤 해서웨이)는 쿠퍼에게 말합니다. "두 번째 별(만의 별)로 갔는데 이곳이 인류의 정착지로 가능성이 없으면, 세번째 별(에드먼즈의 별)로 갈지 지구로 귀환할 지를 선택해야 한다. 그때도 냉정하게 선택하기 바란다"고.

 

그리고 두번째 별. 만 박사는 "이 별의 높은 곳은 얼음뿐이지만 저지대로 내려가면 토양이 있고, 암모니아도 사라져서 호흡도 가능하다"고 희망적인 말을 합니다. 그래서 탐사대는 이 별을 정착지로 삼고, 일단 플랜 B를 실행하기로 한 것이죠(마침 플랜 A의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알게 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쿠퍼는 얼음 행성에서 플랜 B를 실천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무가 끝났다고 선언하고,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지구로 귀환하기로 결심합니다. 이미 플랜 A가 불가능해진 상황, 쿠퍼가 지구로 돌아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지구 문명의 종말을 맞겠다는 뜻입니다.

 

 

질문 3. 대체 만 박사는 왜 미쳐 날뛰나?

 

처음 12명의 선발대를 얘기할 때 브랜드 교수는 "가장 용감한 사람들(the bravest men)"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들이 몇년간의 고독한 우주 여행 끝에 별에 도착해서, 그 별이 인류의 새로운 고향이 될수 있는지를 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가능성이 없다면 이들에게 남은 것은 고독한 죽음 뿐입니다.

 

만 박사는 거기서 마지막 자제력을 잃은 것입니다. "혼자서, 무의미하게 죽고 싶지는 않다"는 공포에 패배한 것이죠. 그래서 컴퓨터를 망가뜨려 자동 신호를 보내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임의로 조작한 데이터를 보내 얼음뿐인 그 별이 인류의 생존 가능성이 있는 옥토인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그래야 후발 탐사대가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는 마지막으로 우주에 인류의 씨앗을 뿌리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명예욕은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쿠퍼가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지구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알고, 쿠퍼를 제거하려 합니다. 인듀어런스호가 있어야 제 3의 별(에드먼드의 별이라고 하지요)로 가서 플랜 B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4. 그럼 브랜드 교수의 거짓말이라는 건 대체 무슨 의미?

 

('방정식은 40년 전에 이미 풀었다'는 말을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정리.)

 

브랜드 교수가 해결해야 하는 것은 중력의 문제입니다. 현재(혹은 영화 시작 시점) 기술로 인류는 고작해야 서너명의 탐사태원을 먼 우주로 쏘아올릴 수 있습니다. 웜홀을 통해 다른 은하계로 갈 수도 있다지만, 일단 토성 근처의 웜홀까지 가는 데 2년이 걸리는 상황이죠. 그렇다면 대규모의 인구가 거주하고, 자급자족을 통해 식량과 에너지를 해결할 수 있는 거대 거주 시설을 겸한 우주선(영화 마지막에 보이는 거대한 우주정거장 같은)을 쏘아 올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 이미 쿠퍼가 출발하기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그것을 우주로 날려 보내는 방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류의 우주 이민, 즉 플랜 A는 아예 불가능한 것이죠.

 

브랜드 교수가 방정식을 풀었다는 것은, 절반의 답, 즉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데이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해결했지만, 지구에서 얻을 수 없는 데이터, 즉 '중력의 비밀'을 알아야 그 공식이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다는 뜻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지구상의 데이터만으론 답을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그리고 23년 간 바다 행성의 궤도에서 쿠퍼와 아멜리아를 기다리며 블랙홀을 연구한(!) 로밀리는 브랜드 교수가 알아내지 못한 답이 블랙홀 안에서 측정한 중력의 의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혹시라도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도록 컴퓨터 타스(TARS)를 세팅해 놓죠.

 

하지만 브랜드 교수는 이런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머나먼 지구에서 숨을 거두고, 그 연구를 이어받은 머피 쿠퍼(제시카 차스테인, 쿠퍼의 딸)는 교수의 거짓말에 일단 분개하지만, 곧바로 브랜드 교수를 이해합니다. 교수가 이런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모든 사람은 희망을 잃었을 것이고, 설사 브랜드 교수나 머피가 '중력의 비밀'을 해결한다 해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질문 5. 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뭐 영화 속에 답이 있습니다만, 어떤 분들은 그 답으로 충분하다고 여기고 어떤 분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영화 속 쿠퍼의 추정으로 '그들'은 고도의 과학력을 가진 미래 인류의 후손입니다. 그들은 이미 중력의 비밀을 알았고, 생각의 힘을 통해 그 중력이 과거와 현재를 포괄하는 다른 차원에까지 도달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직접 그 방법을 써서 쿠퍼나 머피에게 영향을 주지는 못하고, 단지 쿠퍼나 머피를 '그것이 가능한 상황'에 도달하게 하는 듯 합니다. 흑은 이런 부분이 '그들'을 신의 위치에 놓고, 신이 어떻게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가에 대한 놀란의 해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신에겐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직접 행사하기 보다는 인간의 자유의지에 맡겨 놓는다..는 식의 기독교적 해석일 수도.

 

아무튼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절대 상세하지 않고, 이 영화의 방향으로 볼 때 상세해 질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부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에.^^ 결국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질문 6. 대체 왜 아멜리아는 그 시점까지 혼자서 에드먼즈의 별에 있나?

 

영화의 마지막 부분. 우주정거장에 도착한 늙은 머피는 쿠퍼에게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지 말고, 혼자 기다리고 있는 브랜드(아멜리아)에게 가리고 말합니다. 그리고 쿠퍼는 수리한 타스와 함께 우주선을 타고 아멜리아에게 떠나고, 화면은 먼 별 어딘가에 있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비쳐 줍니다.

 

쿠퍼는 블랙홀로 들어갔으니 124세지만 당연히 젊은 모습 그대로이고, 지구 나이로 그 나이를 먹은 머피는 아마도 90대 정도의 나이일 것입니다. 즉 쿠퍼가 블랙홀에서 지구 시간으로 한 50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1) 왜 아멜리아는 젊은 모습 그대로인 것이고 2) 왜 '혼자' 있는 것일까요. 즉 쿠퍼가 전송한 데이터를 통해 머피가 중력의 비밀을 공식에 반영시킨지 근 50년이 흘렀는데, 왜 머피는 아멜리아가 있는 별까지 후발대를 보내지 않은 것일까요.

 

뭐 1)에 대한 설명이야 아멜리아가 수시로 동면하면서 젊음을 유지했다면 굳이 가능한 일일 듯 하지만 2)는 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거대한 우주정거장까지 가능한 상황이라면, 머피는 쿠퍼를 발견하든 말든(애당초 발견할 거라고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혹은 아멜리아가 에드먼즈 행성에 도달하건 말건 계속해서 후발대를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쉬운 설명은 그 마지막 신의 별 풍경은 그냥 쿠퍼의 상상일 뿐이라고 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는 이미 활성화된 우주 식민지에서 90세의 할머니가 된 아멜리아든, 또는 동면으로 젊음을 유지한 아멜리아든 누가 쿠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 '혼자' 어쩌고 하는 것은 그냥 비유적인 표현일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좀 더 무리하면 아예 우주정거장 장면 전체가 쿠퍼의 꿈이라고 할 수도...)

 

어떤 분들은 그 별에서 아멜리아가 바라보는 곳에 이미 식민지가 건설되어 있다고도 하시는데 이건 아마 착각일 듯. 이미 인듀어런스 호에는 아멜리아의 실험실을 포함해 별에 설치할 수 있는 건물과 기관이 실려 있습니다 - 얼음 행성에서 언급됩니다. 그걸 설치해 놓은 모습에 불과합니다.

 

아무튼 이건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죠.

 

 

 

 

 

 

 

질문 6, 그리고 이 다음부터는 제가 답을 생각하는 데 한계가 있는 질문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질문 7. 대체 왜 웜홀 너머에선 '어떤 정보'는 송신 가능하고 '어떤 정보'는 송신 불가능한가?

 

영화를 보다 보면 좀 이상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웜홀 너머를 다니는 인듀어런스호는 지구의 가족들로부터 영상 파일을 받을 수 있는 반면, 모르스 부호조차도 돌려보내지 못합니다. "수신은 되지만 송신은 안 돼." 무려 23년간 블랙홀을 연구한^^ 로밀리는 "이 연구 내용을 브랜드 교수님께 전해야 하는데"라며 안타까워 합니다. 아울러 전 승무원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안부 한 줄 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12년 전에 출발한 세 사람의 개척자들로부터는 신호가 도착합니다. 만의 별과 에드먼즈의 별 중 어디로 갈지를 싸우는 쿠퍼와 아멜리아의 대화를 보면 이들이 보낸 신호가 그 별의 환경에 대한 약간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 박사가 자신이 보낸 신호를 조작하고 동면한 뒤에, 컴퓨터가 자동으로 만 박사의 신호가 거짓말이라고 밝히는 내용을 송신할 수 없다면, 만 박사는 일부러 컴퓨터를 고장낼 이유도 없는 셈이죠.

 

그렇다면 이들은 웜홀을 통과한 외계 은하에서, 대체 어떤 정보는 보낼 수 있고 어떤 정보는 보낼 수 없는 것일까요?

 

 

 

질문 8. NASA에 이상 중력 신호를 보낸 것은 누구?

 

맨 처음 쿠퍼와 머피가 NASA에 도달했을 때, 대체 어떻게 여기를 찾았느냐는 질문에 쿠퍼는 "믿을 리가 없겠지만..."하면서 곤혹스럽게 초자연적인 중력 현상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로밀리는 "이미 여러 차례 이상한 중력 신호가 '그들'로 부터 오고 있다"면서 의외로 '초자연 현상 때문에 이곳에 왔다'는 말을 쉽게 믿습니다.

 

거의 마지막. 거대한 책장 모양의 블랙홀 신에서 이미 우리는 머피에게 보낸 다양한 중력 신호는 쿠퍼가 보낸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럼 대체, NASA에 중력 신호를 보낸 것은 누구일까요. 12명의 탐사대 중에 누군가가 쿠퍼보다 먼저 블랙홀에 갇힌 적이 있는 것일까요?

 

(아울러... 쿠퍼는 이미 지구를 떠나기 직전, 머피가 책장을 통한 신호가 'STAY'라는 뜻이라고 해석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걸 이미 알고 있는 그가 대체 왜 블랙홀 공간 안에서 안간힘을 써서 'STAY'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요. 과거 시점에 이미 그 메시지를 전해 듣고도 무시한 자신에 대한 후회로? 그냥 그렇게 해야 앞뒤가 맞을 것 같아서?  그냥 감동하기엔 좀....)

 

 

 

질문 9. 왜 만 박사는 처음부터 플랜 B로 가지 않았을까?

 

얼음 행성에서 다른 탐사대원들이 머피의 메시지 "플랜 A는 뻥이다"를 전해 듣고 충격에 빠져 있을 때, 만 박사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만 박사는, 위에서 말했듯, 마지막까지 자신의 힘으로 플랜 B를 달성하기 위해 갖은 미친 짓을 하다가 사망합니다. 그러니까 이미 그는 지구를 출발할 때 어차피 방법은 플랜 B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질문: 대체 왜 12명의 선발대는 처음부터 플랜 B를 실시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까 인류의 수정란 갯수가 한계가 있었다면 모를까, 영화 앞부분에서 보듯 수정란은 엄청나게 많은 수를 만들 수 있고, 공간도 그리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 그럼 인듀어런스호에 실린 것만큼 대량은 아니더라도, 선발대가 각기 수정란을 갖고 많은 후보지로 출발했다면 인류의 생존 가능성도 훨씬 높아 지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사실 이런 부분은 영화의 근본 설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말이 된다 안된다를 따지기 힘듭니다. 예를 들어 인류의 남은 자원량이 인듀어런스 호 하나를 날려 보내는 정도로 달랑달랑했던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가능한 대답은... 그냥 '그랬으니까 그런 거지' 정도?)

 

 

물론 이런 사소한 질문들에 대해, '영화가 주는 거대한 메시지에 감동할 생각은 않고, 달을 보라는 데 손가락 끝만 보는 저열한 행동거지'라고 야단 치고 싶은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랍니다. 이런 거 따져 보는 재미가 또 이런 영화 보는 재미거든요. 그냥 할일 끔찍히 없다 생각할 분들은 그렇게 하시고, 혹시 이 질문들에 대해 다른 답이 있는 분들은 제게도 좀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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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다 흘러가버렸네요. 다시 봄이 오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마음이 급해지지만 그래도 잠시 여유를!

 

 

 

10만원으로 즐기는 11월의 문화가이드 (2014)

 

왠지 12월과 1월이 시작과 끝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달로 꼽히다 보니 11월과 2월은 약간 곁다리처럼 느껴지곤 해. 하지만 올해 11월은 상당히 볼거리 많은 달이더군.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마이클 볼튼, 제이슨 므라즈, 림프 비즈킷, 여기에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같이 오시는 거 아니야. 각각이야)까지 굵직굵직한 내한공연이 잡혀 있다. 물론 이 페이지에서 다루기엔 매우 비싼 공연들이야. 그러니 개인적으로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알아서 카드를 긁으시고, 우리는 갈 길을 가자고.

 

평소 클래식에 전혀 관심 없던 분들도 연말만 되면 왠지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말러 교향곡 2, 모짜르트의 레퀴엠, 가끔은 베르디의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더라고. 물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서울시향이 올해도 1226일에 합창교향곡 공연을 준비했는데, 이미 늦었어. 매진이야. 그런 분들 때문에 27일 추가로 만들어진 공연 역시 매진이야. 하지만 프로이데를 듣지 않으면 도저히 2014년이 마감될 것 같지 않은 분들에게 아직 기회가 있어.

 

11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헨델 메시아 & 베토벤 합창 교향곡공연이야. 서희태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 연주에 김동규 박미자 등의 협연으로 메시아의 하이라이트와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들, 그리고 베토벤 9번 교향곡의 4악장을 연주해. 뭔가 처음 보는 형상의 발췌 공연이라 좀 지나치게 대중적인 포맷이란 느낌은 드는데, 아무튼 앞서 말했듯 꼭 필요한분들을 위한 안내. ‘추천은 아니야. 티켓은 20만원부터 4만원 짜리까지.

 

 

(...참 묘한 공연)

 

그럼 추천은 지금부터. 이달은 국립극장의 레퍼토리가 좋아. 일단 1031일부터 시작되는 단테의 신곡무대에 눈길이 가.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을 한태숙 연출로 재해석해서 이미 지난해 매진사례였던 작품이지. 정동환 박정자 등 대배우들의 관록이 빛난다고나 할까. 7만원부터 3만원까지 있는데 볼게 많으니 일단 3만원짜리 A석으로 하자고.

 

 

 

 

다음은 20일부터 126일까지 공연되는 안드레이 서반의 춘향이야. 혁신적인 연출로 유명한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이 창극 춘향전의 연출을 맡은 무대지.

 

유럽 연출가가 창극을? 그게 말이 돼?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거야. 하지만 그렇게 친다면 한국 연출가가 셰익스피어 극이나 푸치니의 오페라를 연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또 한국에서도 같은 햄릿이라 해도 기국서 판 햄릿이나 안민수의 하멸태자처럼 변형한 작품이 각광을 받기도 하고. 아무튼 개인적으로도 매우 관심이 가. 5만원에서 2만원. 달오름 극장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2만원으로 일단 설정.

 

 

마지막으로 국악을 넘어 선 마스터 양방언의 공연 에볼루션 이 있어. 굳이 따로 설명은 필요 없겠지? 특히 지난 7여우락때 매진이라서 공연을 놓친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7만원~3만원 까지 있는데, 그냥 우리는 3만원 정도로 하자고. 중요한 건 현장이고, 음악이잖아?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나온지 좀 됐어. 200년 정도?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제로 읽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어. 특히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의 성장 과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이야. ‘역린에서 이산’, ‘성균관 스캔들’, ‘비밀의 문까지 수많은 작품들의 원형을 여기서 볼 수 있거든. 여러 출판본 중에선 정병설 교수의 번역본을 권하고 싶어. 그냥 번역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상세한 해설을 통해 풍성한 배경 지식까지 얻을 수 있어. 인터넷 가격으로 약 12000.

 

11월은 이렇게 보내도록 해. 연말에 보자고.

 

10.31~11.8 국립극장, 단테의 신곡, A 3만원

11.20~12.6 국립극장,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A 2만원

11.28~11.30 양방언, Evolution 2014, A 4만원

한중록, 정병설 편역  12000

총액 약 102000

 

 

안드레이 서반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닙니다. 다같이 참고용으로 서반이 연출한 파리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에서 '광란의 루치아'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건 영국 로열 오페라의 2013년 '투란도트' 공연. 서반이 처음 디렉터를 맡은 것은 1984년의 일이지만 당시의 연출 버전을 아직도 공연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1943년 생이니 이미 70대의 노장. 1960년대, 그러니까 팔팔하던 20대에 벌써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가부키 스타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려서 역사상 가장 야심만만한 연출이라는 호평을 받은 양반입니다. 그러니 70, 80년대에 이미 최고의 거장 대접을 받았고, 연극에 머물지 않고 오페라와 영화에까지 발을 뻗었던 양반입니다.

 

이런 경력에 비쳐볼 때 '아니 어떻게 서양 사람이 춘향전을...'이라는 식의 생각은 한참 기우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어떤 무대가 될지 저부터도 참 궁금합니다. 꼭 가 볼 생각.

 

 

 

마지막으로 한중록.

 

사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사도세자와 정조, 그 시대에 대한 글을 썼지만 지금껏 한중록을 통독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중록이야말로 그 시대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이미 혜경궁 홍씨는 노론의 영수 홍씨 집안의 딸이었으므로 그 기록은 사도세자에 대한 왜곡으로 점철돼 있을 거라는 논리에 노출된 뒤였으므로, 굳이 그 내용을 봐야 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탓도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감안하고 '한중록'을 읽으면 혜경궁 홍씨의 스탠스는 참 정치적으로 절묘합니다. 사도세자가 죽을 죄를 지었다 해도 곤란하고, 안 지었는데 누명을 쓰고 죽었다 해도 곤란할 처지에 있으니 글의 방향은 '일련의 사건들은 사실이나, 세자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병(광증)의 소치'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과연 그 주장 하나 하나가 얼마나 사실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으나, '한중록'을 한번쯤 읽어 보고 나면 혜경궁을 '남편의 목숨보다 친정의 권력에 더 무게를 실었던 여자'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그 반대쪽의 논리가 좀 부실하다는 점도 큰 몫을 합니다.)

 

 

그리고 중간의 '헨델의 메시아+베토벤의 합창' 공연은 그냥 '살다 보니 이런 공연도 있더라' 정도로만 이해해 주시길.^^

 

 

좀 이르긴 하지만, 뉘른베르크에서 올해 6월에 있었던 플래시 몹입니다. 들을 만 합니다.

 

연말에 잘 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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