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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여섯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사랑하는 은동아] 5. 웹 드라마로 먼저 보여드리는 이유는?  http://fivecard.joins.com/1318

 

 

 

 

팍팍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만약 누군가가 20년 동안 애타게 당신을 찾아 해메고 있으며, 그 사람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 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요. 그리고 그 사람이 주진모나 김사랑 같은 멋진 상대라면 어떨까요. 물론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것은 결국 그렇게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상상을 대신 보여주는 데 그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리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번 주말 '사랑하는 은동아'의 1,2회가 방송되고 있습니다. 총 16부작인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1회와 2회는 현수와 은동이라는 두 인물이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헤어져야 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3부부터는, 성인이 되어 지은호라는 톱스타가 된 현수가 은동이를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현수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게 된 정은이 자신의 현실과 은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낭만적인 상상을 빠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근본적으로 이 이야기는 판타지입니다. 위에서 말했듯 쉽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잠시 주변을 잊고 빠져들 수 있는 그런 판타지를 지향합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 "나는 너를 기억하고 아직도 사랑하는데, 왜 너는..."이라고 말하는 순간을 상상해 보면, 그대로 빠져들 수 있는 그런 판타지죠.

 

 

 

 

 

그동안 '사랑하는 은동아'의 웹시리즈인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관련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본방에 들어간 만큼, 그동안 소개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은동아' 전체 출연진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인물관계도. 1995년과 2005년용입니다.

 

 

 

그 다음은 2015년용.

 

 

 

 

1995, 2005, 2015년의 세 시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지만 세 시점의 비중을 공평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현재인 2015년 시점의 이야기가 가장 많고, 그 시점의 주인공인 지은호 역의 주진모와 서정은 역의 김사랑이 메인입니다.

 

두 주인공 중 주진모의 캐스팅 과정은 의외로 순탄했습니다. 2015년의 지은호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고, 만인의 연인입니다. 스타가 아닌 배우를 스타 역으로 캐스팅했을 때에는 드라마가 성공하기 힘들어집니다. 스타들만이 갖고 있는 아우라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무나' 캐스팅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는데, 시운이 맞았는지 주진모가 이 대본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함정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주진모는 사랑에 빠지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심각한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 혹은 만인을 호령하는 왕 역할이 어울리는 배우의 역할을 주로 연기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지은호는 사람들 앞에 서면 위엄 넘치는 한류 스타의 느낌이지만,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드라마에서는 매니저 동규가 그 역할을 주로 합니다) 앞에서는 10대 불량소년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나오는 타입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상당 부분 '내려놓고' 망가져야 살 수 있는 역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진모는 이 역할을 마음에 들어 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제작발표회 때 "이만큼 사랑하게 된 작품이 없었다"고 말한 게 농담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반면 서정은 역은 상대적으로 캐스팅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열살 짜리 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아이 엄마인 배우를 캐스팅하면 별 무리가 없었겠지만, 스토리의 특성상 '애 엄마 같지 않은 애 엄마'가 필요했기 때문에 캐스팅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누군가 "김사랑은 어때?"라는 아이디어를 내놨습니다.

 

사실 김사랑은 굳이 '시크릿 가든'의 예를 들지 않아도 대한민국에서 '부잣집에서 자라난 시크하고 부티나는 미인' 역이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은동아'의 서정은은 옷가게 알바며 대필 작가, 마트 알바 등 가리지 않고 혼자 벌어 남편과 아들을 부양하는, 그러면서도 구김살 하나 없고 에너지 넘치는, 다 자란 캔디 같은 대한민국의 아줌마(물론 아줌마로 보이지 않는 아줌마)입니다. 과연 김사랑에게 이런 역할이 어울릴까?

 

이건 연출자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였고, 김사랑과 꽤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이태곤 감독은 짦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은이다." 그리고 그날부터 김사랑은 서정은이 되었습니다.

 

10대 현수 역의 주니어이자인을 캐스팅한 과정은 지난번에 설명한 적이 있고, 20대 현수 백성현은 이태곤 감독의 간곡한 부탁으로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실 백성현 급의 배우에게 극 전반부에만 출연하는 역할을 요청하는 건 결례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이태곤 감독의 작품인 '인수대비'에 출연했던 인연 덕분에 백성현은 20대 현수 역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요즘 '카이스트녀'로 각광받고 있는 윤소희도 역시 JTBC 드라마 '달래된장국'에 출연했던 옛 정을 살려 20대 은동 역으로 출연하게 됐죠.

 

 

 

그리고 나서 이어진 캐스팅. 은호를 좋아하지만 갖지 못하는 재벌 가문의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 조서령 역은 김유리가 너무나 잘 해낼 것이 분명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누구도 이견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현수의 누나 역할을 하는 현수의 여동생 현아 역의 김윤서도 별 이론 없이 선택됐습니다. 현수의 어린 시절 라이벌(?)이었지만 뒷날 매니저가 되어 톱스타 지은호의 평생 동반자 역할을 하는 현발 역은 중견 연기자 김용희가 맡게 됐고, 현발이의 10대와 20대는 눈매가 인상적인 신예 김형규가 연기하게 됐습니다. 사실 10대 현수와 20대 현수가 다른 인물이면 현발이도 다른 인물이어야 했지만, 재능 넘치는 김형규를 좀 더 오래 보여주기 위해 10대 현발이와 20대 현발이는 같은 인물이 연기하는 것으로 처리됐습니다. 1부에서 20대 현발이의 등장을 알리는 대사는 이렇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10년 일찍 나이들어 있던 현발이의 세월만 그대로였습니다...." 타고난 노안이었단 얘기죠.^

 

물론 아직 남아 있는 부분이 몇 있었습니다. 2015년 시점에서 정은의 남편이며 한때 메이저리그를 겨냥했던 유망주 투수 출신인 최재호 역, 은호를 늘 수행하며 손발 역할을 해 주는 실장(매니저) 고동규 역, 그리고 동규의 친척 누나이며 동규와 정은을 처음 연결해 주는 미순 역 등, 유난히 비중이 큰 역할에는 누구를 캐스팅해야 할지가 고민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서 한번 접겠습니다.

 

일단 '사랑하는 은동아' 1회를 못 보신 분들은 이쪽에서 한번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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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다섯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웹시리즈(웹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은 총 5부작으로, 이제 마지막회가 남아 있습니다. 총 50만 뷰 이상의 수치가 나왔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이라 다들 고무되어 있습니다. 격려 전화도 옵니다. 그런데 이런 반응.

 

"너희 예고 잘 봤다. 잘 만들었더라."

"예고? 아. '더 비기닝' 말씀이군요. 2편도 보셨나요?"

"2편은 또 뭐야. 예고가 2편이 있냐?"

"14분, 15분씩 되는 예고가 어디 있어요. 그거 5부작 웹 드라마에요. 본편 앞부분을 새로 편집한."

"응? 그게 그렇게 길었어? 5부작이면 드라마를 다 보여주는 거 아니냐? 왜 그렇게 많이 보여줘?"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에는 수억원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비싼 콘텐트를, 방송 전에, 다른 플랫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미리 다 보면 누가 본방을 보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드라마만 그런 것은 아니었죠. JTBC 예능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뽑아서 예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제일 재미있는 걸 예고로 보여주면 누가 본방을 보겠느냐"는 주장 때문이었죠. 이걸 방송용어로 '바레(일본말입니다. '네타바레'의 그 '바레'죠)'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처럼 볼 거리가 널려 있는 시대에는 가장 재미있는 것이 예고로 나가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습니다. '아끼면 똥 된다'의 세상인 셈입니다.

 

 

 

다행히 '사랑하는 은동아'의 이태곤 감독은 사전 프로모션의 중요성을 잘 아는 분이었고, "시청자들에게 아낌없이 드라마의 고갱이를 보여줘야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여전히 불안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라마의 저변을 일찍 넓혀야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대세론이 이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웹 시리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5부작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JTBC는 이전부터 드라마의 온라인 선공개 사례가 몇차례 있었고, 꽤 반응도 좋았습니다. '무정도시',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 '세계의 끝' 등이 1회 70분 분량을 미리 인터넷을 통해 선공개됐고, '밀회'도 예고편이라기엔 매우 긴 25분 분량의 압축 영상이 미리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당연히 꽤 큰 반향이 있었고, 화제를 낳았습니다.

 

 

 

 

이번 '더 비기닝'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셈입니다. 사실 온라인의 작은 화면으로 70분 분량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보는 것은 상당히 피로한 일입니다. 그리고 방송용 드라마와 온라인 영상의 호흡도 다르다는 점을 반성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번에는 웹 드라마의 형식에 따라 5부작 시리즈가 탄생한 것입니다.

 

 

 

 

 

 

웹 드라마 제작에는 공동 연출자인 김재홍 감독이 가장 큰 기여를 했습니다. 본래 대본 순서대로 촬영된 장면 가운데 웹드라마 형식에 가장 적절할 것 같은 장면을 뽑고, 편집을 새로 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9일 방송되는 본편을 보시는 분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드라마를 보시게 될 겁니다. 몇 장면은 웹 드라마에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측의 정책에 따라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은 '웹 시리즈'라는 이름을 갖고 방송됩니다. 처음부터 온라인을 목표로 제작된 콘텐트는 아니기 때문에 '웹드라마'라는 장르에 포함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뭐 운영 정책인데, 거기 맞설 이유는 없겠죠.

 

아무튼 시청자들이 정규 편성 시간에만 드라마를 보고 즐길 거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시청자의 환경이나 취향에 따라 콘텐트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낚싯밥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렇게 다양한 스크린에서 시청자들이 콘텐트를 소비한다고 해도, 네트워크 TV의 편성 자체가 의미 없는 시대까지는 아직 좀 시간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본다면 현재의 월-목요일 밤 10시대나, 토-일요일 밤 10시대, 그리고 '사랑하는 은동아'가 방송될 금-토요일 밤 8시40분대 같은 시간은 오프라인 매장의 윈도우 같은 역할을 하는 시간대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간대에 살아남는 드라마는 고전적인 시청률이 높은 작품일 수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공유하게 해 주는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같은 콘텐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물론 SNS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그 기분을 표출할 수 있게 된 세상이죠), 그걸 위해서라도 편성 시간의 의미는 꽤 의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금,토요일 밤 8시40분입니다.)

 

웹 시리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1회 이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2회부터 4회까지.

 

 

 

 

 

 

 

 

 

 

 

사실 웹 드라마 제작의 반론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좋아. 선공개가 재미있어서 본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나머지 분량의 시청률이 높아진다고 치자. 만약 선공개의 반응이 안 좋으면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것 아닐까?" 뭐 맞는 얘기긴 합니다만, 그렇게 해서 망할 드라마라면 굳이 선공개를 하지 않아도 망하겠지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가장 빛나는 현수-은호 3인방의 떼샷. 이렇게 놓고 보면 참 캐스팅 잘 됐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뿌듯)

 

다음엔 전체적인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 드라마에 현수/은동이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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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네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이미 첫글을 보셨으면 드라마의 줄거리를 아시겠지만, 이 드라마는 주인공 역할이 3명씩인 독특한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대략 이런 느낌이죠.

 

10대 현수 (주니어)             -         10대 은동 (이자인)

20대 현수 (백성현)             -         20대 은동 (윤소희)

30대 현수-은호 (주진모)      -         30대 은동 (?)           -              작가 서정은(김사랑) 

 

 

 

 

특히 남자 주인공을 2명 쓰느냐, 3명 쓰느냐는 꽤 골치아픈 문제였습니다. 대개의 작품에서 대부분의 역할은 10대 남자/현재 남자, 10대 여자/현재 여자 정도로 나뉘는게 보통인데, 이 드라마는 구성상 각각 3명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로 쓰여졌습니다. (왜 그런지는 본편 드라마를 보시면 아마 이해하실 듯.)

 

그래서 남녀 메인 주인공이 주진모-김사랑으로 결정된 다음에, 10대와 20대 역할들을 어떤 배우로 채워가느냐 하는 것이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특히 주진모의 어린 시절로 누구를 캐스팅할 것이냐 하는 문제 때문에 정말 많은 배우들을 검토했습니다. 유명 아이돌들을 비롯해서, 대한민국 18~25세 정도의 배우들 가운데 '10대 현수'역으로 검토해보지 않은 배우는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만치 이 캐스팅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P모씨와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누구 없나?"

"우리 애들이 요새 좀 바쁘긴 한데, 한번 보실라나?"

"누구?"

"주니어요."

 

주니어라면 그.... 아무개씨와 이름이 똑같던 얘?

 

 

 

그, 글쎄... 그렇게 잘생겼다는 기억은 없ㅇ...

 

솔직히 말해 JJ프로젝트도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때는 얼굴이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주니어군이 회사로 찾아왔습니다.

 

헛.

 

너 언제 이렇게 잘생겨진거냐. (물론 원래 잘 생겼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날 오디션을 본 주니어는 그렇게 뛰어난 연기 자질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쳐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른 얼굴에 비해, 연기력은 아직 미진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수준.

 

심지어 오디션 말미에 이태곤 감독은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네가 뽑히면 부모님 덕이고, 안 되면 네 탓이다." 주니어 군이 떠난 뒤에도 약간의 논란이 있었을 정도. "그래도 주인공인데 저 연기력으론 곤란하지 않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저런 비주얼을 포기할 수 없다"는 강력한 드라이브 (물론 저도 이 쪽이었습니다)에 반론은 묻혔습니다.

 

두번째 위기는 스케줄. 세계로 뻗어가는 탑 아이돌 그룹의 멤버답게 국내에 있는 날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작진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연기를 잘 하면 모르겠는데, 연기가 불안하기 때문에 절대 촬영 일수를 양보할 수 없다." 하지만 한류 팬들을 외면할 수 없던 소속사의 고민이 시작됐고, 다들 애가 탔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주니어 군은 그냥 저냥 얼굴만 잘생긴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볼 때마다 일취월장. 그때부터 주니어는 이 드라마의 에이스로 자리잡았습니다. 스케줄만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면 나오는 장면이 훨씬 늘어났을텐데...

 

(모든 제작진의 아쉬움을 담아 묵념.)

 

 

 

 

주니어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는 상대역은 이자인. 덧니가 매력적인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네. 은동이의 실제 나이죠. 처음 대본을 볼 때만 해도 "열일곱 고등학생과 열세살 초등학생 사이에... 그게 뭐냐"에서부터 "대체 얘들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 모르겠다"는 주장이 꽤 있었습니다.

 

사실 대본상으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떤 감정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습니다. 현수 말마따나 '가슴에 쥐가 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보고 있으면 막 안타깝고, 귀엽고, 죄진 듯한 기분이 들면서 정말 뭐라도 다 해주고 싶은 그런 느낌.

 

제작진은 열일곱 소년에게 그런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얼굴이 분명히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 그리고 머잖아 그 소녀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자인이의 동글동글 귀여운 얼굴 뒤에는 굉장한 승부욕이 숨어 있었습니다. 최종 오디션을 볼 때, 이태곤 감독은 여섯명의 후보 중 이자인 양에겐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볼 때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데 질문을 안 하는게 이상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만 질문이 돌아오지 않자 이자인 양은 얼굴에 숨김 없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더군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정말 귀여웠습니다.)

 

오디션이 끝난 뒤, 왜 자인이게는 아무 질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질문할 필요가 없지요. 처음 볼 때부터 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런 아저씨들의 속을 몰랐던 자인양은 오디션이 끝난 뒤 엄마 앞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펑펑 울었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카메라 스태프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촬영 시작.

 

 

연출을 맡은 이태곤 감독입니다.

 

 

 

햇살이 무척 따가운 날이었습니다.

 

사실은 이런 날도 조명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대낮에 왜 조명팀이...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겠지만 조명이란 결국 최적의 광량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겹친 끝에 드라마 한 장면이 얻어지는 것이죠. 1분, 2분짜리 짧은 그림을 얻기 위해 수십명의 보이지 않는 제작진이 땀을 흘립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첫 결실이 오늘 선을 보였습니다.

 

바로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1회. 5부작인 '사랑하는 은동아'의 웹드라마 버전 중 첫번째 편입니다.

 

 

 

 

첫날부터 뜨거운 반응 보여주신데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나자나 왜 곧 방송될 드라마를 왜 이렇게 온라인으로 먼저 보여주고 난리일까요? 다음 번 글은 바로 이 '웹드라마 버전을 굳이 만드는 이유'에 대한 내용이 될 듯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이런 심쿵 장면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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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에 대한 세번째 글입니다.

 

가끔 되물어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랑하는 운동화' 아니고, 스포츠 드라마 아닙니다.

 

아무튼 앞글들은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첨밀밀'에 이어 '사랑하는 은동아' 제작진이 오마주할 작품으로 선택한 영화는 바로 이 작품, '화양연화'입니다.

 

1990년대의 왕가위 감독은 인간을 벗어난 존재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중경삼림'이나 '아비정전'도 흠잡을데 없는 작품들이지만 이 영화, '화양연화'에서 보여준 감정의 폭발은 그야말로 최고. '어른들의 금지된 사랑'을 이야기할 때 아마도 영원한 레퍼런스로 남을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도 어쩔 수 없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연인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난 현수와 은동이의 관계는... 대본만 보더라도 참 보는 이들을 가슴아프게 합니다. (물론 가슴아프게만 하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도 웃음이 넘치는, 특이한 구성이 돋보입니다.)

 

 

 

어쨌든 실로 어느 한 장면을 꼽기 힘든 이 영화. 우메바야시 시게루의 음악. 냇 킹 콜의 목소리.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추억입니다.

 

아무튼 구상은 끝났고, 이제 실천에 들어갑니다.

 

 

 

일단 '첨밀밀' 편. 서울 당인동의 창 넓은 카페가 영화 원작에 나온 전파사로 변신했습니다.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이지만 찍는 품은 장편 드라마와 똑같습니다.

 

 

 

 

 

 

 

 

 

 

이 영상에는 '사랑하는 은동아' 본편의 주역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왼쪽 모자 쓴 분이 이동규 조명감독, 오른쪽 카메라 옆에 있는 분이 김천석 촬영감독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촬영감독 중 한 분인 김천석 감독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통해 드라마에 관심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잘 알려진 분이죠.

 

시간 절약을 위해 촬영 장소를 한 곳으로 제한했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흔히 "나 드라마 촬영장 구경 가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실제 촬영장에 가면 30분도 못 버티고 지겨워서 도망가시곤 합니다. 만들어 놓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분들은 신 단위로 보게 되지만 촬영은 컷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화면에 나타나는 장면이 바뀔 때마다 카메라를 옮기고 조명도 새로 세팅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분들은 촬영장에 직접 가도 왜 1분 남짓한 장면을 찍는데 길게는 한시간씩 시간이 가는지 의아해 하곤 합니다.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두 주인공은 카페 한 구석의 기타를 집어들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두 사람 모두 기타 유단자. 주진모는 고교시절 일산 부근에서 소문난 밴드의 기타리스트였고, 김사랑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배장흠씨의 제자로 지난해 7월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

 

못 믿으실까봐 퍼왔습니다. 약 4분13초 정도부터.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영화 '원스'의 느낌이.

 

 

 

아무튼 이렇게 잠시 시간을 보내고,

 

 

 

'첨밀밀' 편 촬영이 마무리됐습니다.

 

해가 진 뒤 곧바로 '화양연화' 편 촬영이 시작됩니다.

 

 

 

장소는 종묘 뒤편. 흔히 '순랏길'이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해가 지고 노란 가로등이 켜지면 이렇게 운치있는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촬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이 담벼락.

 

 

 

처음이라 좀 어색한 듯한 느낌도 있지만 이내 프로답게 감정이 잡혀 갑니다.

 

사실 두 배우는 이 예고 촬영 때까지 두 사람이 같이 찍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포스터 촬영 외에는)

 

 

 

어깨에 기대자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장만옥. 감정 들어갑니다.

 

 

 

 

치파오 차림이 참 잘 어울립니다.

 

 

 

모니터 화면으로 보면 이런 느낌.

 

 

 

 

밤도 깊어가고, 짧은 영상이지만 베스트 컷을 얻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에 밤은 점점 깊어갑니다.

 

 

 

 

 

 

다음 글에선 우리 최강 비주얼의 세 현수, 주니어-백성현-주진모 중 주니어 커플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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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에 대한 두번째 글입니다.

 

첫편은 이쪽:

[사랑하는 은동아]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한 편의 드라마를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드라마를 잘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그 잘 만든 드라마가 묻히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즉 앞의 것은 production, 뒤의 것은 promotion입니다. 다른 모든 흥행 업종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콘텐트가 있어도 사람들이 그 콘텐트의 존재를 몰라서 접근하지 못한다면 말짱 헛일이 되고 맙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수없이 많은 스크린에서 거의 무한에 가까운 콘텐트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선.

 

그래서 어떤 식으로 '사랑하는 은동아'에 손님들을 모셔올 것인지에 대한 숙의가 시작됐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포스터와 티저(Teaser)라고 불리는 예고입니다(본래 티저란 예고나 광고 중에서도 뭔가 속임수를 쓴 듯한 특이한 기법을 사용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근래에는 아예 예고를 티저라고 부르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더군요). 영화라면 트레일러(Trailer)라고 부를 것들입니다.

 

이미 보여드린 바와 같이 '사랑하는 은동아'의 첫번째 티저는 드라마의 전체 주제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기자회견 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거기 이어서 공개될 티저를 뭘로 할까를 놓고 회의를 진행햇습니다. 그러다 '사랑하는 은동아'의 두 주인공, 주진모와 김사랑이 고전 명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재현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오마주(Hommage)를 해 보자는 거였죠.

 

 

 

 

 

 

물론 오마주를 한다고 해서 아무 영화나 할 일은 아니고, '사랑하는 은동아'와 뭔가 맥이 통하는 작품이라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일단 어떤 영화의 어떤 작품을 오마주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줄거리를 아시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사랑하는 은동아'는 일단 '위대한 개츠비'에 꽤 많은 것을 빚진 작품입니다. '한 남자와 일생을 건 사랑' 이야기라는 면에서 그렇죠. 그밖에도 이 작품은 몇 가지 영화가 레퍼런스 역할을 합니다. 그런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해 보는 것은, 영화의 주제를 잠재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개츠비라면 이런 장면. (사실 디카프리오 버전은 크게 기억나는 장면이 없죠. 오히려 로버트 레드포드가 나온 예전 개츠비 쪽이 명장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너무 오래 전 영화라 곤란하다는 결론.)

 

 

 

두 주인공의 '기억', 그리고 '평생에 걸친 사랑'이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노트북'도 큰 영향을 미친 작품입니다. 심지어 드라마 2부에는 주인공들이 이 영화를 같이 보는 장면도 나옵니다. 특히 이런 장면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죠. ("그런데 저 장면을 보고 '노트북'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을까?"라는 질문 나옴.)

 

 

 

 

역시 '정말 사랑하면서도 운명에 의해 만나지 못하게 된 연인'의 이미지를 담은 '러브 어페어'도 상당히 관련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장면도 정말 낭만적이지 않습니까. (역시 비슷한 질문 나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가서 찍어보자"는 의견 낸 사람이 폭행당함.)

 

 

 

그리고 남편이 있는 여주인공과의 절절한 사랑이란 면에서 고전 중의 고전인 이런 작품,

 

 

 

 

 

뭐 풋풋한 첫사랑을 다룬 작품인데다 근래 가장 큰 반향을 일으켰던 멜로드라마라는 점에서 이런 작품도 거론됐습니다. (물론 거론만... 주진모와 김사랑이 저 장면을 재현한다는 건 좀...)

 

 

 

뭐 첫사랑 얘기를 하자면 너무너무 지겨운 - 나빠서가 아니라 너무 많이 써먹어서 - 이런 장면도 있죠. (하지만 너무 식상해서...)

 

 

 

이 작품도 끝까지 거론된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가 한 여자에게 자기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고, 특히 이 엔딩 장면은 참 여러 모로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됐지만 안타깝게도 '리무진은 구할 수 있지만 베란다에 사다리가 달린 집은 국내에서 찾을 수 없다'는 말에 꿈을 접게 됐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론 이 장면을 참 좋아합니다만, 그리 지명도가 높지 않은 장면이라는 점에서 탈락.

(기억하시는 분 있을 겁니다. 저 보석 상자로 탁 깨무는...)

 

그래서 결국 최종적으로 선택된 영화는,

 

 

바로 이 영화. 세대를 뛰어넘은 고전이면서, 평생을 그리워 하지만 운명에 의해 자꾸만 엇갈리는 연인들의 이야기. 등려군의 노래들과 함께 정말 잊을 수 없는 영화죠. '인연'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면에서 '사랑하는 은동아'와 어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 하면 이 장면을 떠올리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만,

 

 

 

이 장면 또한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죠. 정말 잊을 수 없는.

 

아무튼 이 영화와 또 한편의 영화(이건 다음 포스팅에서 공개합니다)가 최종 선정돼 이 두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사랑하는 은동아'의 예고편을 만들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자, 그런데 어떻게 만들지?

 

일단 '첨밀밀' 편을 보시고, 너무 길어졌으므로 '그 어떻게'에 대한 나머지 얘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갑니다.

 

 

 

...아름답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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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은동아]라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이 제목은 처음 듣는 사람에게 그리 썩 세련됐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합니다. '은동이'가 여자 아이의 이름이라는 것도 쉽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 제목을 처음 들은 사람은, "'사랑하는 운동화'? 스포츠에 대한 드라마야?" 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대본을 읽다가 저는 제 정체성을 살짝 의심했습니다. 저는 본래 '가을동화'나 '겨울연가'류의 드라마를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참고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대본은 사람을 푹 빠져들게 하더군요. '내가 이상해진 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게 해서, 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드라마 CP로 데뷔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간략하게 정리하면,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랑 하나를 갖지 못한 남자가, 20년간 사랑해온 여자를 잊지 못해 일어나는 이야기' 입니다. 어찌 보면 '위대한 개츠비'와 닮아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죠.

 

2015년 현재. 30대 톱스타 지은호(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입니다)가 어느날 자서전을 쓰겠다고 발표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단 하루도 잊어 본 적이 없는 진정한 자신의 사랑을 찾겠다는 겁니다.

 

지은호가 은호라는 예명을 쓰기 전인 20년 전(1995),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고 있던 고1 박현수(지은호의 본명입니다)는 열 세살 소녀를 처음 만납니다. 부모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왠지 씩씩하고 구김살 없는, 맑은 눈망울을 가진 은동이. 현수는 은동이를 보면서 '가슴에서 쥐가 나는' 느낌을 갖게 되지만, 불행히도 뭔가 어떻게 해 보기도 전에 둘은 헤어집니다.

 

10년 뒤(2005), 현수는 배우 지망생입니다. 잘생긴 얼굴에 비해 연기 재능은 별로라는 평을 들었지만 어느날 길에서 은동이를 만납니다. 10년 만에. 아무 예고도 없이. 둘은 그대로 불타오릅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쩐 일인지, 은동이는 어디론가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현수에겐 아무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다시 10년 뒤인 현재(2015). 현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가 되어 있습니다. 부와 명성을 모두 차지한 남자. 누구나 부러워하는 남자.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의 빈 자리를 채우지 못한 남자. 그래서 그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은동이가 살아 있다면, 나를 모를 리는 없다. 그런데도 은동이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은 이미 죽었거나, 내가 자신을 찾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은호가 된 현수는 책을 씁니다. 자신과 은동이가 만난 많지 않은 날들의 기억을 담은 책을.

 

그렇지만 생전 글을 써 보거나 한 적이 없는 은호. 그래서 주위의 알음알음으로 대필작가 정은을 구합니다. 은호는 자기의 사연을 말로 녹음해 전달하고, 정은은 그걸 풀어서 글로 쓰는 역할이죠. 정은은 은호의 육성을 통해 현수와 은동이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 듣고, 자기 얘기처럼 공감하면서 글로 사연을 정리합니다.

 

 

 

 

 

이 대본을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건 역시 '신선함'이었습니다. 무슨 소리냐. 어린시절부터 시작하는 순정 스토리가 어떻게 참신할 수 있느냐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전통적인 멜러드라마의 선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감각을 줄타기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다릅니다. 고전 멜로드라마의 주인공들이 지나친 순수함과 맹목적인 정열 때문에 자신도 망치고 상대도 망치는 민폐성 인물들이었다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적당히 이기적인, 실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기존의 드라마들에 비해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 표현이 있는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대본을 쓴 백미경 작가는 비록 신인으로 분류되지만, 필력은 결코 신인이 아닙니다. 작가 이야기는 나중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고자 한 것은 결국 한 남자의 변함 없는 사랑입니다. 일찌기 개츠비가 그랬듯, 한 남자의 심지 굳은 사랑은 때로 '위대한 사랑'으로, 어떤 때에는 집착에 가까운 '지독한 사랑'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이 드라마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 돈, 명예, 명성, 대중의 사랑을 모두 가진 한 남자가 어떻게 사랑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런 사랑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를 '지금까지의 비슷한 드라마들과는 달리 엄청나게 경쾌한 템포로' 보여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는 그런 드라마입니다.

 

 

 

 

며칠 전 경기도 모처(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것은 드라마의 판타지를 깰 수 있기 때문입니다)에서 '사랑하는 은동아'의 도입부를 이루는 기자회견 장면의 촬영이 있었습니다. 은호가 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은동이의 존재를 알리는 그 장면입니다. 또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주진모의 첫 촬영이기도 했죠.

 

 

 

이 작품을 위해 5kg를 감량한 주진모의 날쌘 턱선이 돋보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기자회견의 기자 여러분들은 물론 진짜 기자가 아니지만, 중간 중간 진짜 기자보다 날카로운 질문들이 나와 주진모씨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복근 관리' '얼굴 사이즈' '이상형'에 대한 질문들도 나왔습니다. 간간이 웃음이 터지는 가운데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사실 저렇게 멀쩡히 앉아 있지만 이날 주진모는 땀을 1리터는 흘렸을 겁니다. 일단 외부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문을 닫고, 에어콘 소리도 막아야 했기 때문에 저 자리는 엄청 더웠습니다. 조명 아래 앉아 보지 않은 분들은 그 고초를 모르죠.)

 

 

 

 

이 장면이 현재 공개된 '사랑하는 은동아'의 첫번째 티저가 됐습니다.

 

 

 

앞으로 [사랑하는 은동아]라는 말머리를 단 글은 실제 제작 일정과는 좀 다른, 저만의 제작 일지로 써 볼 계획입니다. 드라마 현장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드라마 촬영장이란 곳이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 글은 '영화같은 티저를 만들어라'가 될 겁니다.^  저 길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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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2일. 또 한번 저의 공연 관람사에 남을 날짜가 생겼습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 첫 내한 공연의 날입니다. 아마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쩐지 '첫'이라고 쓰고 싶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비 맞으며, 스마트폰으로 메모 해 가며, 셋리스트를 대략 기록했습니다. 물론 모르는 곡 넘어가고 넘어가고.

 

 

 

 

 

결국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셋리스트를 대략 정리해 봤습니다. 결론은 첫곡 빼놓고 이번 Out there 투어의 4월27일 도쿄돔 공연 때 셋리스트와 첫곡 빼고는 똑같았다는 것입니다. (첫곡은 왜 바꾸셨을지... 너무 분주하게 사는 한국인들에 대한 동정의 노래?)

 

아무튼 토요일 잠실 야구경기가 끝나지 않아 종합운동장 주변 주차장은 모두 마비 상태. 거의 1시간 가까이 주변을 돌다가 그냥 될대로 되라는 식 주차. 다행히 견인되거나 하지는 않았더군요. 공연은 8:30 경 시작.

 

1. 8 days a week

2. Save us

3. Can't buy me love

4. Jet

5. Let me roll it

 

오프닝입니다. 애용하시는 곡들의 흐름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일본에선 첫곡으로 Magical Mystery Tour 등장

 

6. Paperback writer

7. My Valentine

8. 1985 ('윙스 팬들을 위한 곡' 이라고 소개됨)

9. Long and winding road

10. Maybe I'm amazed

 

처음 듣는 곡이 나와서 잠시 당황. 그리고 Long and Winding Road에서 핸드폰을 이용한 조명이 장내를 밝히기 시작. 그리고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주최측에서 받은 우비가 있어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감전당할 위기만 피한다면, 오히려 빗속에서 보는게 더 재미있죠.

 

 

 

 

11.I've just seen a face

12. We can't work it out

13. Another day

14. Hope for the future

15. And I love her

 

14번은 Destiny인가 하는 게임에 사용됐다는 곡입니다. 폴 옹의 음악세계 밥그릇 수를 따지자면 꽤 신곡. 그런데 의외로 훌륭합니다.

 

 

 

16. Blackbird

17. Here today (존을 위한 노래)

18. New (신곡)

19. Queenie Eye (신곡)

20. Lady Madonna

 

먼저 간 존(레논)을 그리는 노래와 두 곡의 '신곡' 발표가 있었습니다. 물론 말이 '신곡'이지 2013년에 이미 발표된 곡들입니다(물론 이 공연을 보러 간 사람 중 절대 다수에겐 그냥 신곡이겠죠^^. 2013년에도 신곡이 나오고 있다는 게 마냥 놀라울 뿐). 그리고 그동안 미온적인 반응(?)이었던 관객들을 열광시킨 Lady Madonna. 아, 이제 막 달리는구나!

 

21. All together now

22. Lovely Rita

23. Eleanor Ligby

24.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

25. Something (조지를 위한 노래)

 

...라고 생각하기엔 좀 일렀죠. 존을 위한 노래에 이은 조지를 위한 노래가 나오고 있으니 링고를 위한 노래는 왜 안 나오나 했지만 링고 스타는 멀쩡히 살아있는 인물. 뭐 살아 있어도 이 먼 나라까지 왔으면 링고를 위한 노래 하나 쯤은 해 줄만도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 다음 텀이 진짜 하이라이트.

 

26. Obladi Oblada

27. Band on the run

28. Back in USSR

 

세 곡 달려 주다가,

 

29. Let it be

 

한 박자 쉬는 척 하면서 다시 한 번 잠실을 핸드폰 불빛으로 덮어 버리고,

 

 

 

 

 

30. Live and let die

31. Hey Jude

 

두 곡의 킬러 넘버로 확실하게 본 공연 마무리. 특히 "Live and let die 는 건스 앤 로지스 노래가 아니야" 라고 으름짱을 놓는 듯한 강렬한 연주와 엄청난 물량의 불꽃놀이가 압권이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떼창곡인 Hey Jude는 뭐 굳이 군말이 필요 없을 열광의 무대. 폴 옹의 습관인 '자, 남자끼리 한번' '자, 여자끼리 한번', '자, 그럼 다같이'는 이번에도 여전했더랍니다.

 

이렇게 해서 1차 퇴장.

 

 

1st Encore

 

32. Day Tripper

33. Hi HI Hi

34. I Saw her standing there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첫번째 앵콜. 무대에 다시 올라온 폴 옹을 일부 관객들이 '나 나 나 나나난나 나나난나 헤이 주드'로 맞이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워낙 떼창 좋아하는 한국 관객들이지만 메인 공연 마무리 때 'Hey Jude' 떼창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었던 거죠.

 

 

 

처음엔 다소 황당함을 느꼈던 폴 옹은 기타로 반주를 해 줘 가며 Hey Jude의 떼창 부분을 리바이벌 해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관객이 하고 싶다는데 해야지, 라는 최상의 팬 우선주의. (유튜브에 어느 분이 올리신 걸 퍼 왔습니다.)

 

살짝 세 곡 달려놓고 야속하게 무대 뒤로 숨어버린 폴 옹. 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관객들이 알아버린 사실. 콘서트의 마지막 곡은 The End 다. 그 노래가 나올 때까지 다들 방심하지 마라!

 

2nd Encore

 

35. Yesterday

36. Helter Skelter

37. Golden Slumber

38. Carry the weight

39. The End

 

그야말로 화려한 마무리. 야~~ 정말 살다 보니 Yesterday를 폴 옹의 라이브로 들을 날이 오는구나.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폴 옹의 매너는 정말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어렵게 어렵게 한국어 발음을 해 가며 '고마워요' '대박' 등을 구사하는가 하면 어떤 내한공연에서도 보지 못한 동시통역 서비스까지. 대단한 멘트를 한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관객들을 위해 이만한 배려를 한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가끔씩 구사하는 귀요미 포즈와 표정은 참.... 한번 귀요미는 영원한 귀요미라는 진리를 다시 한번.

 

 

 

 

많은 분들이 이런 말을 싫어하시지만 참 '정말 세상 좋아졌다'가 절로 입에서 나왔습니다. 레이프 가렛의 내한으로 남산 숭의음악당이 뒤집어지고 둘리스 내한으로 서울 시내 각급학교가 합동 '학생 단속반'을 구성하던 시절. 그나마 팝 신에서 알아줄만한 대형 밴드의 내한 소식이라고는 리틀 리버 밴드 정도가 고작이던 시절. 그 젊은 날, 퀸이나 키스, 딥 퍼플이나 아바, 마이클 잭슨이나 토토는 아예 한국이란 나라가 지구상이 존재하는지 마는지도 관심이 없던 것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시절을 생각하면 마룬 파이브와 오아시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을 찾고, 비록 젊음은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오지 오스본이나 롭 핼포드의 모습을 보면서 늦은 것이 없는 것 보다는 훨씬 행복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거인 중의 거인, 폴 옹의 아직도 정정한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한풀이를 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수많은 버킷 리스트의 한줄이 지워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한편으론 이제 또 어떤 거인이 이만치 가슴을 설레게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로저 워터스는 잠실에서 감동적인 공연을 볼 수 있었고, 엘튼 존과 빌리 조엘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물론 두 사람이 한꺼번에 피아노를 맞대놓고 공연하는 FACE TO FACE는 아직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생전 세 차례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걸 행운으로 생각하렵니다. 그럼 이젠? 롤링 스톤스? 아이언 메이든? 리치 블랙모어? 지미 페이지? 액셀 로즈? 

 

개인적으론 이 형님들을 한번쯤 만나 보고 싶은 기대가 있습니다. 한때는 진정 뜨거웠지만 지금은 마이너리티가 되어 버렸지만. 멤버들도 여전히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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