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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뜻]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시리즈 5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시리즈 첫편이 극장에 등장한 것이 1996년이니 19년에 걸쳐 다섯 편이 나온 셈입니다. 1962년부터 53년 동안 24편이 나온 007 시리즈(거의 공식 작품으로 인정받는 왕년의 '카지노 로얄'과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치면 26편)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일반적인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도 상당히 무성의한 진행입니다.

 

시리즈의 위기는 오우삼이 연출한 2편 때 찾아왔습니다. 흥행에서는 상당히 큰 성과를 거뒀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리즈가 다른 시리즈와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었죠. 결국 6년을 건너 뛰고 J.J.에이브럼스가 투입되면서 사실상의 리부트가 이뤄집니다. 사이먼 펙과 빙 레임스(한국에선 흔히 라메스라고 불리죠)가 사이드킥으로 자리잡고, 4편에선 제레미 레너가 이단 헌트보다 좀 더 내근지향적인 요원으로 등장하면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5편은 이들 셋과 이단 헌트가 마침내 하나의 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5편은 지금까지 '미션 임파서블' 극장판 시리즈가 보여준 가장 완성도 높은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주인공 이단 헌트와 그 조력자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도 완벽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스토리와의 조화도 찬탄을 낳게 합니다. 과연 이 안정된 체제하에서 몇 편의 시리즈가 더 나올 수 있을지.

 

 

 

 

물론 이 팀플레이의 완성이라는 점 외에도 5편은 상당히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톰 크루즈가 여자와 함께 등장해 뭔가 연인 사이처럼 보이는 케미스트리를 보인 작품이라면 개인적으로 '탑 건'을 마지막으로 꼽습니다. 네. 켈리 멕길리스가 마지막입니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5'는 멕길리스 이후 그 어떤 여자와 마주 서도 통나무같기만 하던 톰 크루즈가 처음으로 뭔가 썸 타는 분위기를 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라울 정도죠.

 

 

 

 

스웨덴에서 1983년 태어난 여배우 레베카 페르구손, 즉 레베카 퍼거슨이 이전까지 크루즈가 공연했던 여배우들, 즉 니콜 키드먼(그러고 보니 3편이나 같이 찍었군요), 데미 무어,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 등등을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을 압도하는 환상적인 미모를 가졌거나, 말도 못하게 연기를 잘 해서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 점에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손을 번쩍 들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란도트'의 멜로디를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맥쿼리 감독은 퍼거슨의 인생 최고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말이 믿기지 않는 분은 퍼거슨의 다음 영화를 기다려 보시길. 그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 6'가 아닌 한, 분명 퍼거슨이 여기서 보여준 매력은 재현되지 않을 거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정말 한 여배우에게 뽑아낼 수 있는 매력이란 매력은 모두 보여준 한 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면에선 왕조현의 '천녀유혼'과 비견될 만한 영화라고 할까요.)

 

여주인공의 매력 외에 '미션 임파서블5'의 가장 두드러진 점을 꼽자면 바로 '로그 네이션'이라는 설정입니다. 그렇다면 로그 네이션이란 대체 뭘까요. 아마도 그 의미를 한번에 설명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주의: '미션 임파서블5'의 스포일러가 다수 존재합니다. 뭐 이제 웬만한 분들은 영화를 다 보셨을테죠?

 

 

 

불량 국가

[명사] 일반적으로는 rogue state, 테러 행위를 지원하며 세계 평화를 해치는 주범이 되는 나라들을 가리키는 정치 용어. 반면 rogue nation이라는 표기는 힘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유일 최강대국, 미국을 뜻하는 말로 쓰인 적이 있다. 물론 rogue nation을 그냥 rogue state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시 한번 강조: 뒷부분에 영화 미션 임파서블5-로그네이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특정 국가들을 가리켜 불량국가’, 혹은 깡패 같은 나라라고 부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다. 그는 1985년 한 연설에서 우리는 더 이상 범법 국가들(outlaw states)로부터의 공격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불량국가(rogue nation, 공식적으로 불량국가라는 표현이 번역어로 더 널리 사용되지만, 이보다는 깡패 국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라는 표현이 공식 용어로 등장한 것은 빌 클린턴 대통령 때의 일이다. 당시 클린턴의 국가 안보 자문이던 앤서니 레이크는 1994포린 어페어즈기고를 통해 고집불통에다 무법적인 일부 국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진영에 합류하기를 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들에 해를 끼친다 5개국을 대표적인 깡패 국가로 지목했다. 바로 북한, 쿠바, 이라크, 이란, 리비아였다. 그 실체는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획책하고, 테러를 지원하며, 자국 국민들을 심하게 탄압하고, 특히 반미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으로 규정됐다.

 

 

 

정의의 마지막 부분에서 내게 맞서는 자를 나는 깡패라 부르겠다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21세기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시대의 미국에서는 또 하나의 불량국가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통상관료였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2003‘Rogue Nation’이라는 책을 썼다(Rogue State가 아닌 Rogue Nation이란 표현의 기원으로 보인다). 이 책에 나오는 깡패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대의 미국은 세계 각국, 미국의 적대국가는 물론 우방들로부터도 일방주의(unilateralism)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유무역협정과 통상압력, 군사 파견과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미국의 국익을 앞세웠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작된 깡패 국가이론도 한 단계 발전했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Axis of Evils)’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란, 이라크, 북한을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이후 부시 행정부는 악의 축의 배후 국가로 쿠바, 리비아, 시리아를 지목했고 이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독재 전초국가(Outpost of tyranny)’라는 이름으로 짐바브웨, 벨라루스, 미얀마를 우려 대상인 관심 국가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프레스토위츠는 남들을 깡패국가라고 부르기 전에,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이 오히려 깡패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세계 평화에 기여할 생각이 있다면 동네 짱 먹는 형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권유다.

 

미션 임파서블시리즈 5편의 부제인 로그 네이션깡패 국가는 기존 미국 대통령들의 테러하는 놈들=깡패 국가개념과도, 프레스토위츠의 미국이야말로 깡패 국가이론과도 조금 다르다. 다만 굳이 말하자면 후자에 조금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악당들은 기존 테러국가 수준의 허약한 존재를 이미 넘어선 슈퍼 스파이 조직 신디케이트(Syndicate)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 세계의 정보를 쥐고 흔들며, 일개 국가 수준에서 감행할 수 없는 온갖 음모와 공작으로 경제와 군사의 흐름을 조작하는 존재다. 그리고 이 신디케이트는 기존 강대국(혹은 초국가적 규모의 다국적 기업)의 국익과 부합할 때에만 존재 가능하다는 것을 영화는 지적하고 있다.

 

제목의 로그 네이션이 악의로 이뤄진 초 국가적 존재인 신디케이트를 가리키는 것인지, 영화 속에서 신디케이트의 모태로 지적된 영국 MI6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현실로 고개를 돌리면 결국 신디케이트든 대량 살상 무기(실체가 있건 없건) 자신들의 물리적인 힘을 보유할 수 있는 명분으로 강력한 인류의 적을 지목해야 하는 존재는 결국 초강대국 뿐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rogue nation’‘rogue state’가 많은 경우 혼용되고 있지만, 굳이 더 보편적인 ‘rogue state’ 대신에 ‘rogue nation’을 제목에 사용한 것은 이런 함의를 읽어 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이 아닐지. ‘유주얼 서스펙트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대본을 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톰 크루즈, 즉 이단 헌트 급의 요원이라면 이제는 얼마나 막강한 상대를 데려다 놔야 게임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결국 이단 헌트의 존재 목적은 '미국의 국익'인데 이게 과연 어디까지 '온 인류의 이익'과 일치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죠. 007이 전성기를 누리던 냉전 시대에는 '악의 제국' 소련이 건재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베를린 장벽이 사라진 뒤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싸우던' 영웅적인 스파이들의 그림자에서 다국적 자본가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신자유의주의의 냄새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로그 네이션', 즉 거대한 음모를 현실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슈퍼 스파이가 한 발 삐끗하면 거대한 슈퍼 악당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설정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합니다.

 

P.S. 그런데 검색하다 보니 이런 레베카 퍼거슨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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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과 '베테랑'이 쌍끌이 천만 시대를 이어가고 있는 2015 여름, 다른 한국 영화들은 소리소문없이 꼬리를 마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지난해의 기대작이었던 '협녀'조차도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큰 호응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런데 그 틈바구니에서 그리 큰 영화로 보이지 않았던 영화 한 편이 우뚝 일어섰습니다. 바로 '뷰티 인사이드'.

 

백감독의 유려한 영상과 조성욱 감독의 음악 역시 영화를 이끄는 강력한 힘입니다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한효주라는 배우의 힘에 대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앳되고 청순한 얼굴이 표상이었던 한효주는 이 작품을 통해 진정한 원톱 여배우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더군요.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부터 일단 정리해 봅니다.

 

 

 

 

 

 

웬만한 분들은 아실 얘기지만 이 영화는 도시바의 '뷰티 인사이드'라는 온라인 광고 시리즈에서 시작됐습니다. 총 6편, 모두 합해 약 39분 분량인 이 광고영화는 2013년 칸 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 광고 필름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기본 설정과 도입부는 거의 똑같습니다. 한국판에서는 뚱뚱한 남자(김대명)가 여자가 깨지 않도록 몰래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습니다. 맞지 않는 바지와 신발에 한숨을 쉬면서.

 

(아래는 한국 네티즌들이 한글 자막까지 입혀 놓은 원작 광고입니다. 영화와 비교해 보실 분들은 한번 보시는 것도. 존재 목적이 목적인 만큼 광고에서는 노트북이 큰 역할을 합니다. 영화에서 유난히 안경테가 강조되는 것과도 비교 가능.^^)

 

 

 

 

이 남자, 우진은 매일 아침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어 있는 남자입니다. 물론 남자라고는 하지만 '태어날 때 원래 남자'였다는 것 뿐이지 매일 아침 일어나 보면 어떤 날은 남자, 어떤 날은 여자, 어떤 날은 노인, 어떤 날은 외국인으로 바뀌어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떤 날은 이진욱처럼 잘생긴 남자가 되고, 어떤 날은 조달환처럼 코믹한 얼굴로 깨어납니다.

 

정상적인 인간관계란 당연히 가능할 리가 없는 그. 당연히 잘 생긴 날은 밖에 나가 여자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진정한 관계란 아예 기대하지 않는 삶이 이어집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진정으로 사랑하고 싶은 여자가 나타나면, 그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이 영화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모든 창작이 훌륭한 아이디어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대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야기는 훨씬 쉽게 풀립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메인 아이디어 하나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30초 짜리 이야기(대부분의 광고), 5분 짜리 이야기(인터넷 광고), 15분 짜리 이야기(웹 드라마), 20분 짜리 이야기(단편 영화), 70분 짜리 이야기(TV 단막극 드라마), 2시간 짜리 이야기(극장용 영화), 16시간짜리 이야기(TV 미니시리즈) 로 바꾸는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혹은 완전히 새로운 작업이 됩니다.

 

어떤 아이디어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규모(어느 정도의 길이에 적합한 이야기인가)를 한정하고 있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확장이 불가능할 것 같던 아이디어가 새로운 아이디어와의 결합을 통해 생명 연장(?)의 길을 걷기도 합니다.

 

 

 

 

이 영화, '뷰티 인사이드'만 해도 기존의 39분짜리 광고 필름에서 2시간 짜리 극장용 영화가 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의 확장이 이뤄졌습니다. 일단 이야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절친 상백(이동휘)이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아울러 또 세상과 우진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우진의 어머니(문숙), 그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 이수(한효주)가 그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할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이수의 주변 사람들, 예를 들어 실장님(신동미) 같은 캐릭터들이 추가됐습니다.

 

 

(이분이 바로 문숙씨.)

 

한 두 장면 지나가면 될 단편과는 달리 이야기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판타지는 설정이 중요해집니다. 많은 판타지들이 여기서 무너지는 건 '어차피 판타지인데 어때'라는 생각에서 정교한 설정을 무시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의 경우라면  우진이 '자고 일어나면 바뀐다'는 것이 핵심 설정인데,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그럼 대체 변하는 시점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답이 필요해집니다. 즉 우진이 아침에 눈을 뜰 때 순간적으로 바뀌는 것인지, 잠이 가장 깊이 든 시점에 바뀌는 것인지, 자는 동안 서서히 조금씩 변해 가다가 깨면 완성되는 것인지, 밤에만 바뀌는 것인지, 낮잠 때에도 바뀌는 것인지...

 

이런 설정들이 중요한 이유는, 그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시간이건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얼굴이 바뀐다는 설정 덕분에 이진욱의 등장 장면은 풍성한 재미를 이끌어 낼 수가 있습니다. 반면 하루 한번, 심야 시간에 바뀌는 것이 설정이었다면 또 거기에 맞는 장면이 등장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잔재미도 가능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사실 뒤로 가면서 조금 밀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원작인 광고가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의 비밀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다른 얼굴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기로 결심하는데서 끝나는 반면, 극장용 영화는 그 뒤로 죽 이어져 '정말 이런 관계가 지속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를 관객들에게 보여주다 보니 뭔가 불필요한 이야기가 추가된 듯한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아이디어의 지속적인 확장을 위한 연구가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환하게 빛나게 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이수, 한효주의 힘입니다. 한효주가 연기하는 이수를 보고 있으면, 만약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매일 변하는 얼굴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대가로 1000년을 살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 10년 밖에 못 산다(뭐 이건 좀 뭔가 구미호같은 설정입니다. 물론 영화에는 이런 유치한 설정 같은 건 없습니다)고 하더라도, 이수에게 고백하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개연성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예쁜 얼굴은 기본. 뭐든 다 이해해 주고 뭐든 다 받아들여 줄 것 같은 이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라고 표현하는게 자연스러울 듯 합니다. 

'뷰티 인사이드'는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가 되기는 다소 힘에 부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군가 먼 훗날 2015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아름다운 영화'였다고 기억할 것은 분명한 영화입니다. 연일 격무에 지친, 메마른 감성의 아저씨에게도 달달한 꿈을 꾸게 할 만한.

 

 

 

P.S.1.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느낌을 털어놓습니다만, 이 영화는 사실 '사랑이란 그 사람의 외면보다는 내면에 빠져 드는 것'이라는 뜻의 제목과는 달리 '뷰티 아웃사이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공감하듯, 스토리는 우진이 배성우 김상호 김희원 조달환일 때 진행되지 않습니다. 진짜 러브 스토리는 박서준 이진욱 유연석일 때 이뤄집니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한효주의 경우 역시 굳이 외모의 중요성을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죠.

 

(물론 '우진은 우월한 외모일 때 수많은 미녀들을 유혹하지만, 그 중에서 미모 뿐만 아니라 내면의 매력을 갖춘 이수를 만났을 때 진정 일생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데에 '뷰티 인사이드'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할 수는 있겠죠.^^)

 

여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인정할 건 인정해라'입니다. 수많은 사회심리학자들의 '사랑의 본질'에 대한 연구에서도 외모라는 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합니다. 물론 이 '외모'의 판단은 매우 주관적인 평가의 결과물이지만, 어쨌든 인간은 시각적으로 만족스러운 상대를 사랑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동물입니다. 그걸 처음부터 부정하거나 죄악시하는 건 그리 바람직한 태도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결론이 보여주는 건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것은 외면이지만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은 내면'이라는 정도의 실용적인 태도입니다. 평생을 관통하는 사랑이란 일순간의 매혹과는 크게 다른 것이며, 외모로 그런 것을 얻을 수는 없다는 교훈인 셈이죠.

 

그리고 또 하나, 사람의 삶에는 좋은 날과 나쁜 날이 있기 마련입니다. 매일 좋은 날이 이어지는 행운의 사람도 있겠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좋은 날의 기억으로 운 나쁜 날의 아픔을 이겨내고, 또 다른 좋은 날을 기대하며 삶을 이어갑니다. 좋은 하루는 끝없이 지속되고, 나쁜 하루는 조금이라도 짧게 끝났으면 하는 게 인지상정. 이 '좋은 날'과 '나쁜 날'을 사람의 외모에 대입한다면 '뷰티 인사이드'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우화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P.S.2.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사실 가장 반가운 배우는 박민수 군입니다. 이유는 당연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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