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 아무래도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 것은 배우들입니다. 아무래도 최고의 수혜자들은 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드라마의 진짜 주역은 작가연출가입니다. 아무래도 그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제가 양심에 가책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진짜 주인공을 꼽자면, 백미경 작가님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분을 처음 뵌 것은 2014년 여름, 유병술 몽작소 대표를 통해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무명 제작자였던 유병술 대표가 건네준 대본 표지에는 사랑하는 은동아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유병술 대표도 지금은 '사랑하는 은동아'와 '오 마이 비너스'를 거쳐 잘나가는 드라마 제작자로 변신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제목만으로는 전혀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본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어라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에 슬금슬금 온몸이 빠져들어 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아시다시피 아주 새롭지는 않은 내용입니다. 어린 시절 고교생 현수와 초등학생 은동이는 운명처럼 만나 짧고 강렬한 애정을 느끼지만, 그걸로 인연은 끝이 나고 맙니다. 성인이 된 현수는 은호로 이름을 바꿔 톱스타가 되고(사실 유명해지고자 한 것도 은동이를 쉽게 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은동이를 찾기 위해 자신의 자전적 일기를 출판합니다. 현수가 구술하는 내용을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어 줄 작가로 정은이 발탁되죠.

 

이쯤 되면 드라마 좀 보신 분들은 정은이 바로 어린 시절의 은동이고, 뭔가 사연이 있어서 현수가 은호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거다라는 건 충분히 짐작하실 만 할 겁니다. . 누구든 지금껏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 보거나 지켜봤을 법한 그런 내용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은동아는 달랐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줄거리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냥 박제된 인물들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원초적이고, 때로는 적나라하면서 어느새 은동이가 현수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가슴이 벅차 오르고, 엉뚱하고 고집불통이면서도 순수한 어른 은호의 모습에 웃음보가 터져나오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당시 드라마 편성을 위한 회의 때 제가 한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제가 미친 것 같습니다. 전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았는데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미친게 아니었습니다. 빨리 어떻게 해 보자는 결론이 났고, 그때부터 대체 이 작가는 누구냐고 알아 보는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신인이라는데, 도저히 신인의 솜씨는 아니라는게 공통된 의견이었기 때문입니다.

대구 출신. 영어 학원 경영 경력. SBS 극본공모에서 단막극 강구이야기가 당선돼 제작된 바 있고, 현재 한 방송사 극본공모의 최종 결선에 작품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작품의 제목을 물어보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습니다. “그 작품은 JTBC 극본공모에서도 수상 내정작으로 뽑혔는데...?” (아직 비공개작이라 여기서 제목을 거론하지는 않겠습니다.^^)

방송사들끼리 비슷한 시기에 극본 공모를 하면 응모하는 작가들은 누구나 양쪽 공모전에 모두 출품을 합니다. 수천개의 응모작 중에 수상작은 몇 개밖에 안 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입상만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경우에도 양쪽 모두로부터 입상하는 작품은 거의 없습니다. 워낙 심사하는 작품 수도 많고, 심사위원들의 취향도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드물게도 양쪽 모두 수상권에 들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저희보다 그쪽 방송사의 최종 발표가 빨랐으므로, 백미경 작가님의 대본은 그쪽 방송사의 수상작이 됐습니다. (방송국끼리의 관례상, 다른 방송사에서 먼저 수상작으로 뽑은 작품은 나중 수상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중복 시상은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약간의 딜레마가 생겼습니다. 그쪽 방송사에서 당선 즉시 그 작품을 미니시리즈로 제작하자고 제안해 온 겁니다. 저희 쪽은 저희 쪽대로 이태곤 감독이 연출을 맡기로 하고 사랑하는 은동아의 제작을 진행하고 있던 터라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처음으로 백미경 작가님의 의리를 경험해보게 됩니다. “미안하지만 JTBC와 이미 이야기되고 있는 작품이 있다. 그걸 먼저 제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당선이 취소되더라도 감수하겠다.” 이게 신인작가에게 얼마나 어려운 결단인지, 업계에 계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결국 약속 엄수와 극본공모 당선을 맞바꾼 셈이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랑하는 은동아는 세상에 나왔습니다. 시청률이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화제성은 상당했습니다. 일반 시청자들은 주인공들에게 먼저 시선이 가는 것이 보통이고, 작가나 연출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이지만 업계에서는 대체 이 작가가 누구냐는 소문이 폭풍처럼 지나갔습니다. 당시만 해도 신인 작가로서는 특급 대우의 재계약이 이뤄졌습니다. “성적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쨌든 JTBC에서 데뷔했다는 걸 잊지 않을게요. 은혜는 갚을 날이 올 거에요.” 작가님의 멘트였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첫번째 글에서 언급했듯, 2016년 초 백작가님은 다시 한 편의 대본을 건네주셨습니다(통상 이럴 때에는 시놉시스와 대본 1,2부가 같이 있습니다). 한국형 원더우먼이 등장하는 바로 이 대본입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주 종목이 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가, 스릴러, 성인용 멜로, 휴먼, 판타지…. 대개 한 장르에 능한 분들은 다른 장르에서는 약점을 보이곤 합니다. 하지만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면서 가장 놀란 건 바로 장르를 넘나드는 힘이었습니다. 한 드라마 안에 로코와 스릴러, 판타지가 위화감 없이 공존하고 있었던 겁니다. 셋 중 두 가지는 몰라도 세 장르가 이렇게 사이 좋게 들어 차 있기는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사실 공개된 것이 이 정도일 뿐 실제로는 더 있습니다. ‘힘쎈여자 도봉순의 스릴러 부분은 시그널풍의 본격 수사물이라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는 미드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시키는 시니컬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게다가 제가 위에서 언급한 다른 작품은 가족을 중심으로 한 홈 코미디와 판타지의 조화가 돋보였습니다. 당대의 수많은 대작가들 가운데서도 제가 과문한 탓인지 이렇게 여러 장르에 다양한 재능을 갖고 있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분이라는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 되겠으나, 아무리 이 블로그가 사적인 공간이라 해도 다 털어놓기에는 좀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튼 지난 1, ‘힘쎈여자 도봉순의 제작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머리를 식혀 가며 품위있는 그녀’ 20회를 탈고한(때로 천재들은 두어 가지 일을 번갈아 하는 것이 뇌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집필력은 범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단 두 작품으로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솔직히 이 두 작품이 이 분의 대표작이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누가 농담으로라도 이런 말을 하면 나 아이템(소재) 무한대인 거 알죠?” 하고 씩 웃을 분이기 때문입니다.

힘쎈여자 도봉순대본은 거의 끝나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 대본이 끝날 때에는 무척 서운하면서도 설렐 것 같습니다. 그 다음엔 대체 어떤 상상을 초월하는 대본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니까요.

 

P.S. 신비주의를 추구하는 작가님의 스타일상 사진은 싣지 못했습니다. 아마 머잖은 미래에 어느 시상식장에서 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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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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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다가다 2017.03.06 19: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힘쎈여자 도봉순 마지막까지 본방사수하며 달려보겠습니다. 드라마팀 화이팅!!

  2. 도봉호두 2017.03.06 20: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도봉순 작가가 사은동 작가님이란걸 알고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성인멜로 전문이실거라고 생각했기때문인데 이글 읽고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도봉순 끝까지 좋은 내용으로 마무리 기대하겠습니다

  3. 봉봉 2017.03.06 23: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리 봉혁커플 지금처럼 끝까지 잘 부탁드린다고 작가님께 전해주세요

  4. 로즈 2017.03.08 10: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보통 작가들이 드라마한편 쓰는데 2~3년씩 걸린다고들 하는데 동시에 두 작품을 쓰시다니 정말 비범한 분인가 봅니다... 검색해보니 품위있는그녀가 김희선 나오는 드라마라던데 도봉순과는 완전히 또 다른 색깔... 아무튼 작가 아무나 하는게 진정 아닌듯... 사랑하는 은동아도 한번 찾아 보고 싶네요

  5. 시청자 2017.03.11 13: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제도 방송보면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요즘 답답한 세상에 도봉순이 저의 활력소입니다. 특히 어제 방송 보면서 cp님이 왜 그렇게 작가님을 극찬하셨는지 새삼 알게됐습니다. 심쿵... 오랜만에 봄날 햇살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습니다. 범인 나올때 좀 무섭긴 하지만요. 이런 드라마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글도 계속 써 주셨으면 합니다... 작가님 감독님 그리고 우리 배우님들께 건강 유의하라고 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6. 차별금지법 2017.03.11 23: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대체 언제까지 성소수자, 게이를 유머로 이용하는 걸 봐야하나요? 도봉순을 보고 있으면 성소수자는 비정상적인 사랑을 하는 우스운 사람인 것 같네요.

    성소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희화화 시켜놓으시네요. 역시 한국 드라마에서는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여성외모를 비하하거나 혹은 호모포비아적시선을 드러내지않으면 웃기지를 못하나봐요. 이런 드라마에서 젠더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룬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네요.

  7. 2017.03.12 00:5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2017.03.12 02:3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9. 2017.03.12 09:3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힘쎈여자 도봉순'이 시작하기 전에, 만약 누군가 "야, 이 드라마 잘 될 것 같아. 한 4회 쯤에 8%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어"라고 했다면, 아마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봤을 때 감히 기대하기엔 너무 높은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회만에 '힘쎈여자 도봉순'은 전국 8.3%, 수도권 8.7%라는, 저희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 성적을 냈습니다. 막연히 '잘 될 거'라는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밀려올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감사드릴 곳이 너무 많습니다.

아울러 우리의 무적 삼각편대, 박보영-박형식-지수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는 것도 참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지난번에 이어서 -

솔직히 말하면 박형식을 남자 주인공으로 하려고 했던 JTBC 드라마는 '힘쎈여자 도봉순'이 처음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상류사회'의 박형식을 본 뒤로 푹 빠져들었습니다.

'상류사회'의 유창수는 참 독특했습니다. 신분(?) 격차가 하늘과 땅 차이인 알바 지이(임지연)를 사랑하게 됐지만 그녀와 결혼 같은 건 꿈에도 생각할 수 없고, 오히려 자신과 결혼을 해야 하는 상대는 비슷한 재벌 집 딸인 윤하(유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창수는 알아차립니다. 자신은 그 '마음'을 무시하고 머리가 가리키는 대로 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물론 하명희 작가님의 캐릭터부터 독특했죠. 한국 TV 드라마에 등장했던 그 수없이 많은 남자 재벌 2세들 가운데 가장 싱싱한 재벌 2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게 없던 젊은 남자. 그런데 처음으로 마음과 생각이 따로 노는 상황을 맞닥뜨린 남자.

만약 박형식이 아닌 다른 배우가 이 역할을 연기했더라면 절대 '왜 내 마음이 내 머리를 배신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네'라는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리한 배우가 아니라면 절대 그렇게 해낼 수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뒤로 수차에 걸쳐 - 남자 주인공이 필요할 때마다 - 제1후보로 박형식의 현재 상황을 체크했지만 그럴 때마다 스케줄이 맞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힘쎈여자 도봉순' 때에도 일단 박형식을 떠올렸지만 - 매우 길고 두터운 장벽이 가로놓여 있었습니다. 바로 사전제작드라마 '화랑' 의 촬영이 진행중이었던 겁니다. 제작기간도 길고, 방송기간도 매우 긴.... (물론 박형식을 캐스팅하고 싶은 저희 심정에서 그랬다는 겁니다. 뭐 지금도 '도봉순 촬영 왜 이렇게 안 끝나냐'고 애태우고 있을 다른 제작진들도 있겠죠.^^)

어쨌든 정말 아슬아슬하게, 박형식의 출연이 결정됐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죠. 그리고 결과를 보면 박형식에게나 '힘쎈여자 도봉순'에게나 모두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안민혁은 엉뚱함과 따스함이 교차하는 쉽지 않은 남자입니다. 게다가 뭐든 다 해줄 수 있는 재력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꿈의 남자친구죠. 태연하면서도 의뭉스럽게 "뭘 그러고 서 있어? 짝사랑하는 남자 여자친구라도 본 사람처럼?", 이런 대사를 하는 박형식을 볼 때 우리는 그 안민혁의 현신을 보고 있습니다. 멍뭉커플 화이팅.

삼총사 중에서 마지막 빈 자리, 국두 역도 간단치는 않았습니다. 이 캐릭터에 대한 백미경 작가님의 애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국두는 원리원칙에 죽고 사는 엘리트 경찰이라는 기본 캐릭터 외에, 결국 봉순이와의 멜러에서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추억 속 첫사랑의 느낌을 살려야 하는 역할입니다.

이 대목에서 후보로 급부상한 배우가 바로 지수. 군인이나 경찰관의 느낌으로 잘 어울릴 배우이기도 했지만 사실 지수군은 JTBC에 약간의 빚(?)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해 가을 방송된 '판타스틱'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했을 때의 일이죠.

당시 지수는 극중 박시연의 탈출구가 되는 연하남 검사 역으로 발탁됐습니다. 연기 경력으로 볼 때 다소 무리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막상 연기를 해 보니 순진하면서도 저돌적인 연하남의 이미지가 잘 어울렸고 박시연과의 케미스트리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 두 사람 사이에 본격적인 멜로드라마가 펼쳐질 대목에서 지수군이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입니다. 급성 골수염 진단으로,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작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런 사고가 터지는 바람에 '판타스틱'은 다급한 대본 수정이 이뤄졌고, 김현주-주상욱 커플 못지 않게 주목받던 지수-박시연 커플은 갑자기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겉도는 비운을 맞았습니다. 한창 시청률이 오르고 있던 '판타스틱'에 제동이 걸린 것과 지수의 부상이 결코 무관하지 않았던 상황이었죠. 당시 '판타스틱' CP를 맡고 있던 터라,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자기 다리로 서지도 못하는 환자를 어찌 할 수도 없고... 병원에 찾아갔을 때,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아쉬워하고 있는데 거기다 누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랬던 상황이라 '의리'를 앞세워 국두 역할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판타스틱'의 아쉬움을 씻어 보자. 다시 한번 JTBC와 함께 해 보는게 어떠냐?" 물론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런 정도의 설득이 먹혀들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의리의 사나이 지수는 다시 한번 한 배를 타는데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그 자신에게도 '판타스틱' 때 못다 이룬 아쉬움이 못내 컸던 거죠.

 

초반 국두를 대표하는 대사들은 "아저씨,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하는데?" 에서 "남자는 다 개야!"에 이르는 순도 100%의 순정 마초 대사들이지만 뒤로 갈수록 국두도 마음 속 로맨스가 살아나는 역할을 연기하게 됩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국두의 변신, 기대하실만 합니다.

이렇게 해서, '힘쎈여자 도봉순'이 자랑하는 무적의 삼각편대가 완성됐습니다.

 

박형식이 91년생, 지수가 93년생으로 두 살 차이면 사회에 나가서는 사실 친구도 될 수 있는 나이지만 지수군은 어찌나 형을 좋아하는지(평소에도 뭐하냐고 물으면 '형들과 뭐 한다'는 대답) 바로 '형식이형'이 '우리 형'이 돼 버렸습니다. 보기에도 훈훈한 두 남자가 서로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촬영장 분위기가 나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죠.

아무튼 현재 두 배우 모두 자신들의 기대치를 100% 이상 달성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뭐든지 다 해주는 남자' 박형식에게 좀 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지만, 지수 또한 언젠가 국두의 과거 - '국두는 왜 하늘하늘한 여자가 좋다고 했을까' - 가 소개되면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과 함께 캐릭터가 한 단계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둘 사이의 뭔가 달달한 브로맨스도... 아쉽지 않게 준비돼 있으니 기대하시길.^^

 

P.S. 노파심에서 한마디 -

제가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어설프나마 제가 이 드라마의 초기 세팅 과정을 잘 알고 있고, 나름 이 드라마 제작진을 대표하는 입장에서입니다. 글 내용에 나오는 것들을 모두 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다거나, 내가 없었으면 이 드라마가 없었을 거라고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100명 넘는 스태프와 연기자, 그리고 작가와 연출가가 피와 땀을 쏟습니다. 그 분들의 공로를 대변해서, 제작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 중 흥미로울 부분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연기자들이 등장하는 화려한 드라마 이면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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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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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왔다갔다 2017.03.06 01: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보고 있는데도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는 드라마를 모처럼 만났습니다. 재미로 꽉 찬 드라마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3. 들렸어요 2017.03.06 01: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주의 스트레스를 도봉순으로 풀고 있어요^^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캐스팅이야기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4. lol 2017.03.06 01: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대표님 연기 맛깔나게 잘하시더라구요. 봉순이와의 케미도 설레고 대사 주고받는데 합도 좋고 뭣보다 두 분 발음이 정확하고 또랑또랑 맑은 느낌이라 귀가 호강하는 기분이에요^^

  5. 감사합니다 2017.03.06 01: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마디로 도봉순 정말 최고입니다. 박보영이 아닌 도봉순은 생각할수가 없고요. 박형식이 아닌 안민혁은 생각할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수가 아닌 인국두를 생각할수도 없답니다. 어느분께서 가장 먼저 생각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캐스팅디렉터님 제 절 받으세요. 너무 찰떡같이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들입니다. 왜 내일은 금요일이 아닌걸까요? ㅠㅠ 너무너무너무 잘 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무조건 본방사수입니다. 11시가 아니라 새벽 2-3시에 해도 본방사수해줘야 하는 드라마입니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다 마음에 들어요. 마지막까지 잘 맺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용두사미인 드라마들 많잖아요? 도봉순은 정말 안 그래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드라마 만들어주셔서, 이 배우들 섭외해주셔서, 이 감독님 작가님으로 해주셔서요. ^^

  6. 멍뭉커플 2017.03.06 01: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둘의 합이 너무 좋아요. 둘이 붙으면 계속 투닥투닥거리는데 표정, 행동이 계속 변하거든요? 그런데 너무 자연스럽고 잘 어울려서 그래 니들 평생 그러고 살아라 이러면서 흐믓하게 보구요. 끊임없이 핑퐁대사치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는게 좋네요. 정말이지 멍뭉커플 화이팅!이요.

  7. ㅇㅇ 2017.03.06 01: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로코와 장르물이 적절하게 섞인 종합선물세트같은 이 드라마 정말 애정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선물처럼 풍성하고 재밌는 드라마 되길바랍니다 기획의도대로 끝맺음 잘할수있는 드라마 기대하겠습니다

  8. ㅇㅇ 2017.03.06 03: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헐 국두 과거!!! 기대되영ㅠㅠ 우리 국뚜..ㅠㅠ

  9. CP님 2017.03.06 04: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빨 너무 좋으셔요. 촬영장 이야기 자주자주 해주셔요. 애정이 물씬 느껴지는 글이라 또 읽고 싶어집니다. (벌써 여러번 읽음)

  10. 2017.03.06 07:5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1. 아인소프트직원 2017.03.06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잘보고 있습니다.캐스팅 이 조합으로 해주신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글을 보니 자칫하면 박형식씨 캐스팅 못할 뻔했는데...상상도 하기 싫네요ㅎㅎ 박형식 박보영씨가 아닌 민혁 봉순은 없을테니까요ㅎ

  12. ㅇㅇ 2017.03.06 10: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랑합니다! 이 드라마!♥
    보고 또 보면서 이말만 되네이네요.
    정말 감사한 캐스팅입니다.

  13. ㄱㅇㄱㅇ 2017.03.06 10: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브로맨스보다는 봉순이 민혁이 만들어나갈 얘기들이 아주 많이 기대되네요 ㅎㅎㅎ tvn 드라마땜에 시간대를 바꿨다는 기사를 봤는데 맞붙었어도 당당히 승리했을듯 하네요 우리가족 모두 넘 재미있게 보고있어요

  14. 도봉순대박 2017.03.06 11: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선 캐스팅이 너무 맘에 듭니다.특히 안민혁역에 박형식이요ㅋㅋ드라마도 너무 재미있게 잘보고있습니다.오프반응도 아주 좋아요.시청률도 잘 나와서 덩달아 기분이좋네요. 잘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15. 2017.03.06 11: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6. 도봉순 2017.03.06 14: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일단 여자캐릭터가 독특하고 박보영님 캐스팅은 정말 신의 한수네요. 그리고 로맨스와 코믹 그리고 스릴러가 절묘하게 비빔밥처럼 잘 조합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만화 같은 화면도 재미를 불어넣어 주네요. 이런 절묘한 조합이 끝까지 유지되기를요. 시청률 10% 되길 응원함다

  17. 봉혁이 2017.03.06 15: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박보영씨와 박형식씨 두분 모두 멍뭉상이여서 같이 연기하게되면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역시 역대급 케미를 보여주고있네요! 일각에서는 정말 몇년만에 나올까말까한 케미라는 말도 있어요ㅋㅋ비주얼적으로 어울리는것 뿐만 아니라 두배우 연기합도 너무 잘맞고 대사들도 찰떡같이 잘살리는 것 같아요 그냥 아무하는일 없이 봉순민혁이가 붙어 있기만 해도 재밌습니다^^ 이런 드라마 만들어주신 감독닝 작가님 제작진분들 감사하고 앞으로도 4회처럼만 전개된다면 청률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아요!

  18. 도봉순안민혁인국두 2017.03.06 17: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남배우들 캐스팅 비화까지 이렇게 글로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힘쎈여자 도봉순이 생활의 활력소입니다. 박보영, 박형식, 지수의 궁합이 환상이에요! 금요일이 왜 이렇게 빨리 안 오는지
    ...^^ 좋은 드라마라서 dvd나 블루레이dvd도 발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소장의 욕심이 납니다. 좋은 드라마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바쁘시겠지만 종종 글 올려주시면 또 읽으러 오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19. ㅇㅇ 2017.03.06 18: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박보영이 장르다♡

  20. dd 2017.03.07 11: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도봉순 비하인드 글 저번편부터 cp님 글 봐왔는뎋ㅎㅎㅎㅎㅎ
    요즘 너무 재미있게 잘 보고 있어서 그런지 글 하나하나 흥미롭게 읽게 되네요~!

  21. 봉순민혁 2017.03.07 23: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박형식 박보영씨 캐스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태까지 본 드라마 작품중 최고의 케미입니다.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멍뭉커플 케미 한컷 살리는 작품이 되어서 더 큰 사랑 받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