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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의 바다에 풍 빠져보고 온갖 행사에 참석하고 하면 2박3일 정도의 일정이야 슝 날아가 버리는게 부산행이지만, 그래도 먹을 건 챙겨 먹어야 합니다. 특히 온갖 풍부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도시 부산에서라면.

 

왕년에는 부산에 꽤 자주 가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몇번 가다 보니, 가던 곳만 가게 되는 폐단이 있더라구요. 사실 그렇게 오래 머물수 있는 것도 아닌데 검증되지 않은 곳을 가는 건 또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엔 좀 맘 먹고 안 가보던 곳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부산 토박이 및 부산 마니아들의 증언을 참고했습니다.

 

 

일단 황혼무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 제목은 '맛집 가이드'지만 실상은 '술집 및 해장 가이드' 입니다.

 

 

 

새로 개발된 해운대 주상복합군이 몰려 있는 마린시티 옆 도로 쪽에서 보면 황혼무렵 하늘은 환상적입니다.

 

 

 

그중 어느 건물 1층에 아넬로 AGNELLO 라는 맥주집이 있습니다.

 

 

사실 이 일망무제의 하늘과 바다, 광안대교 풍경은 공짜입니다

 

다만 해질녘 바닷가에 앉아서 풍경을 즐기려면 어딘가 앉을 곳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음식이나 술 사진은 없습니다. 그냥 풍경을 즐기기 위한 부산물.. 사실 이 풍경에 뭘 먹으면 맛이 없겠습니까.^^

 

 

 

자리에 앉아 해가 완전히 질때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신선놀음처럼 풍경을 줄기다가,

 

 

 

해가 져서 이동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청사포를 많이 가봤는데 아무래도 시내에서 너무 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내에서 가깝고 청사포의 장점을 갖고 있는 지점을 찾다가 <미포끝집>으로 갔습니다.

 

 

 

미포는 해운대의 끝자락, 그러니까 해운대 백사장 한 복판에서 조선비치호텔 반대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해수욕장이 끝나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가 바로 미포 항구입니다.

 

그 미포에서 바다를 따라 난 2차선 도로 끝까지 가면 거기가 미포끝집입니다.

 

 

거기서 조선비치호텔 쪽을 바라보면 이런 야경이 드러납니다.

 

오른쪽 중간쯤, 국회의사당 비슷하게 노란색으로 빛나는 건물이 조선비치호텔입니다.

 

 

창이 넓은 2층 방에 자리를 잡고,

 

 

구이 세트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위칸에 저렇게 조개가 덮여 있고, 조개를 다 구우면 장어가 나타납니다.

 

 

이렇게 구이 메뉴와 우럭매운탕을 합해서 세트메뉴. 싼 집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양도 푸짐하고 먹을만 한데, 사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분위기가 그냥 끝내줍니다.

 

음식 타박보다는 눈과 귀로 즐기시길.

 

바다 옆에 사시는 분들 아니라면 만족하실겁니다.

 

 

 

 

청사포에서 누릴 수 모든 것 + 야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면 대개 3차 정도로 그랜도호텔 뒤쪽의 술집촌을 많이 가게 됩니다. 특히나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공간이 그랜도호텔이다보니, 이 시기 밤거리는 그랜드호텔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꼭 가야 하는 건 아닌데 왠지 발길이 그 쪽으로 향합니다.]

 

재수가 좋으면 옆자리에 톱스타들이 앉아서 한잔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죠.

 

3차이다보니 대부분 오뎅이나 해물에 소주를 한잔 기울이게 됩니다. 대략 비슷비슷합니다. '삿포로', '미나미', '붉은수염' 같은 집들이 유명한데 이틀 밤을 돌아다녀보니 특별히 강추할 만한 곳이 있는 건 아닌 듯 합니다. 거기서 거기... 기왕이면 넓은 집이나 대로에 면한 집을 가시면 더 유리할(?) 수 있겠죠. 서울식 서비스가 그리운 분들은 서울에서 원정 온 '이상'이나 '천하의 문타로' 분점을 가실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제 기간중 유난히 북적이는 곳이 바로 이 포장마차촌인데 이번에 가 보니 거의 '랍스터 전문점'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몇군데 있더군요. 포장마차 특유의 소박한 느낌을 기대하셨다간 큰일 날수도 있을 듯 합니다. 세가 비싸가 그런지 가격도 만만찮고... 아무튼 혹시 가시면 자리에 앉기 전에 그 집의 분위기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늦게까지 들이키고, 또 들이키고... 올해는 밤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 백사장에서 술 마실 환경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백사장에서 캔맥주까지 마시고 비몽사몽간에 숙소로 들어가면, 당연히 아침에 속쓰림과 함께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럼 해장국으로는 해운대에선 복국과 대구탕이 제격이죠.

 

복국은 유명한 금수복국을 많이들 가시지만, 아는 사람들은 미포(간밤의 미포끝집이 있던 바로 그 미포)로 갑니다. 할매집이 있기 때문에.

 

 

들어갈 때 약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집이 워낙 잘 나가기 때문에 주변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복집들이 즐비합니다.

 

너무 가짜들이 많아서 아예 '할매집 원조복국' 이라는 이름 앞에 '박옥희'라는 할머니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엘시티 공사장에서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 오른쪽 집입니다. 왼쪽에도 복국집이 있는데 그집 아님.

 

 

 

이렇게 보글보글 끓어 나오는 복국에 식초를 살짝 뿌리면... 크아.

 

 

이집 보내고 후회했다는 사람 못 봤습니다. 강추.

 

찬도 깔끔한데 혹시 멸치젓 좋아하시는 분들은 멸치젓 청하면 주십니다. 침 넘어갑니다.

 

대구탕도 대개 이 미포 언저리에 잘 하는 집들이 몰려 있는데, 그동안 강자로 군림했던 한국콘도 옆 '속씨원한 대구탕' 도 장소를 살짝 옮겨 이 미포 골목 안에서 영업중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산 토박이들 사이에서 '아저씨 대구탕' 이 최강자로 뜨고 있다고 합니다.

 

 

2박3일이면 대개 하루는 복국, 하루는 대구탕으로 변화를 줘서 활용하시는 것도 방법일 듯.

 

그런데 유명한 '속씨원한 대구탕'도 '시원한 대구탕', '할매집 원조복국'도 '미포 할매복국' '미포복국 할매집' 등으로 유사품들이 넘쳐납니다. 마찬가지로 해운대 암소갈비가 유명해지자 온갖 비슷한 집들이 넘쳐납니다. 해운대 갈비,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

 

진짜 원조는 여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 입니다.

 

 

 

알고보니 35년전에도 가본 집... 물론 갈비가 맛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저는 굳이 타지에서 가실 분이라면 해운대까지 가서 갈비를 드셔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주변의 거성갈비 도 요즘 뜨고 있는 맛집이라고 하네요. 

 

(물론 그리고 잠깐 왔다 가는 사람 기준입니다. 여담이지만 2002년에 부산에서 한달을 살아 보니, 딱 일주일 지나니까 회 생각은 전혀 없고 고기가 먹고 싶어 환장을 하겠더군요. 사람이 원래 이것 저것 골고루 먹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부산에 왔는데 회를 먹어야지 왜 횟집 얘기는 안 하고 헛소리만 하냐는 분들, 사실 어느 횟집을 가거나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우수합니다만, 그래도 일단 맛이냐 가격이냐의 승부는 있습니다.

 

일단 인원도 꽤 있고 하니 가격과 푸짐함으로 승부하겠다는 분들이 가시는 곳은 민락동 어판장,

 

 

 

여기도 물론 잘 알려져서 옛날같지 않다고 하지만, 흔히 '민락 회센터'라고 불리는 광안리 해수욕장 한켠의 집들보다는 훨씬 싸고 푸짐합니다.

 

그런데 일행중에 그래도 나는 제대로 된 세팅에서 맛있는 회를 먹어야겠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부산 현지민들은 광안리 삼삼회집 이나 칠성회집 을 추천합니다. 맛과 가격의 균형점.

 

 

 

 

 

 

깔끔하고 바다도 막 보이고 그런 집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칠성횟집이라고 합니다. (이건 직접 가본게 아니라서)

 

마지막으로 어 부산을 떠나야 하는데 밀면을 못 먹었네 하시는 분들에게 부산역에서 가까운 초량밀면 추천.

 

 

 

한약재향이 폴폴 나는 돼지 육수에 후루룩 먹기 딱 좋습니다.

대짜가 4500원. 가격도 저렴. 먹고 역까지 천천히 걸어서 10분.

 

 

 

해운대에도 분점이 있는데 본점만 못하다는 말이 많네요.

 

 

 

혹시 시간이 좀 더 되시는 분들은 부산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신발원에 가서 만두를 드셔도 좋습니다.

 

부산역 맞은편은 예전부터 유명한 차이나타운. 요즘은 러시안 타운과 겹칩니다.

 

아무튼 차이나타운에 딱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있는 '신발원' 은 만두와 꽃빵, 꽈배기만 파는 이색 중국집입니다. 그냥 만두집이죠.

 

 

단 신발원은 좌석이 많이 없습니다. 자리가 있으면 그 자리에 앉아서 먹고, 안 되면 포장해서 들고 나와 드셔야 합니다.

 

기차 시간에 맞춰 가서 포장을 들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생강향이 밴 육즙이 줄줄 흐르는 만두를 딱 깨물면 그냥 막...

 

혹시 신발원이 너무 붐비면 그 라이벌인 마가만두 로 가셔도 됩니다.

 

 

 

신발원 얘기는 여러번 해서 지겨우실 분도 있을테니 여기까지.

 

신발원은 센텀시티에도 분점이 들어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영화 보시다가도 가실 수 있겠네요.

 

물론 술만 마신 건 아니고 영화를 3편 봤는데 그중 2편은 추천할만 합니다.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 시간 맞는 분들은 꼭 보세요.

 

'실질적 노숙자'들이 살아가는 모텔이 배경이고 주인공은 어린이들입니다.

 

2시간 내내 깔깔 웃다가 마지막에 심장이 무너집니다. 쿠쿵.

 

 

 

 

사무라 히로아키의 걸작 만화 '무한의 주인'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영화화한 '불멸의 검'. 물론 일본어로는 영화 제목도 그냥 '무한의 주인'인데 수입사가 만화에 별 관심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저만 해도 '어 이상한데...'하고 찾아보지 않았으면 이 영화가 '무한의 주인'의 실사판이라는 걸 몰랐을 듯.

 

어쨌든 만화는 잘 그리지만 실사판으로 영화만 만들면 이상해지는 일본적인 특징을 무시하고 영화를 봤는데, '실사판 치고는 권할만' 합니다. 뭐 만지 역을 기무라 타쿠야가 한다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을 듯.

 

아무튼 부산 잘 다녀오시길. 뭐 올해 못 가면 또 내년이 있잖아요?

 

*** 드넓은 부산 맛집을 다 담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냥 부산역-해운대 중심으로 제가 알만한 집들을 써 봤습니다. 틀린 정보 수정 및 다른 집들 추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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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늦어지는 데 대한 변명: 나이를 먹었는지 기억은 안 나고 눈은 침침하고(이건 아니지만)... 4개월 전의 일이지만 어찌나 지난 세기 같은지. 휴일 동안 엄청나게 진도를 나가야겠다는 마음도 먹었었으나, 이래 저래 개인사가 복잡한 터라... 일은 많고 시간은 없고. 아무튼 그래도 최선을 다 해 보겠습니다. ]

 

하케셔마크트 Hackescher Markt 라는 철자를 보면 대략 의미를 짐작할 수 있듯, 하케셔마크트는 '하케의 시장'이라는 뜻이다. 18세기 Hacke라는 사람이 베를린 시장일 때 형성된 market 지역으로, 중심지가 된 역사가 200년이 넘는다.

 

물론 지금도 활발한 시장이며 베를린 시내의 교통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유명한 이유는 바로 이 하케셴 회페 Hackeshen Höfe 덕분인 것 같다. 1906년부터 건설됐다는 이 건축단지는 아르누보 시대의 미적 감각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는 유서깊은 곳인데, 독일 통일 이후 쇼핑 타운 + 젊은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로 개발되어 OLD BUT NEW의 상징 같은 곳이 되어 있다.

 

 

 

맨 윗 사진의 입구로 딱 들어서면 바로 이런 중정 中庭, 그러니까 스페인 식으로 말하면 파티오가 나타난다.

 

본래 Höfe 라는 말이 바로 정원 중에서도 중정을 의미했다고 한다. 딱 보기에도 아르누보 스타일. 건물 상층부의 곡선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니까 여러개의 중정이 이렇게 겹쳐 있는게 이 하케셴 회페의 특징이다. 건물 아래로 난 통로로 들어가면 또 다른 정원이 나오고, 거기서 빠져 나오면 또 다른 중정과 만나게 되어 있는 미로 같은 구조다.

 

물론 보시다시피 주상복합 구조로 되어 있다. 건물 아래층은 상가, 위층은 거주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데, 보기엔 참 그럴듯하지만 막상 여기서 산다고 하면 꽤 시끄러울 것 같다. (하기야 바르셀로나의 카사 바트요에도 지금 입주해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취향이니 존중하겠지만 막상 살려면 피곤하지 않을가 싶다.)

 

 

 

아무튼 건물과 상점들이 꽤나 신경 쓴 형태다. 위 가게는 양복점.

 

 

 

생각해보면 1970년대쯤엔 한국에도 이런 식의 중정이 있고 1층에 상가가 있는 아파트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언뜻 철거중인 서소문 아파트 생각이 나기도 한다. 물론 절대 이렇게 예쁘게 꾸며져 있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이 정도만 꾸며져 있어도 그럴듯 하다.

 

 

거기서 또 다른 터널을 지나면,

 

 

아예 대놓고 거리 예술가들을 위해 열어놓은 공간을 만나게 된다.

 

 

 

어찌 보면 정신 산란한 난개발(?) 지역인데, 이쪽 건물들의 내부는 대개 실험적인 갤러리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어디 하나 빈 자리만 있으면 작품이 치고 들어온달까...

 

 

 

 

모퉁이를 돌고 돌다가 만난 이 파란 간판을 만나게 됐다.

 

그래, 인증샷은 이런 자리에서.

 

 

 

 

온몸을 다 넣지 말고, 이렇게 딱 클로즈업해서 어쩌고 하는데 동작이 그냥 다 찍혔다.

 

 

골목 사이사이에 이런 바가 있다. 오후지만 아직도 이 동네 사람들에겐 왠지 꼭두새벽 같으 느낌.

 

 

 

사진으로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음악은 클럽 분위기. 어두워진 다음에 맥주 한잔 하면 좋을 느낌이다.

 

 

물론 맥주 말고 다른 것(?)도 많이들 할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치안이 좋은 지역이라 새벽까지 있어도 안전한 곳이라고.

 

 

 

동네를 돌면서 벽 구경만 해도 심심치 않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한 작품 ㅎ.

 

팬더에게 당하는 미키마우스... 어딘가 미중관계를 상징하는 듯도 하고.

 

 

 

하케셔마크트에서 전철을 타고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향해 가는 동안 알렉산드르플라츠 Alexander Platz에 있는 TV타워를 볼 수 있었다. 어찌나 상해 동방명주탑과 똑같은지. 베를린 주민이신 가이드님도 그런 말 많이 듣는다며 웃는다. 공산주의자들의 미적 감각은 가끔 눈을 썩게 만든다. 모스크바의 스탈린 양식 건물들은 어쩌면 양반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네 정거장을 달려 Berlin Warschauer Straße station. 여기서 대로변 내리막길로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따라 죽 걸어가면 그야말로 긴 대로 한켠에 이스트사이드 갤러리가 나타난다.

 

 

 

베를린 가실 생각을 하신 분들 중에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를 모를 분이 있을까 싶지만 의무적으로 그냥 설명하면,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란 왕년에 건재했던 베를린 장벽의 일부로, 긴 벽화가 그려진 지역을 말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전 세계의 유명 화가에서 거리 아티스트까지 실로 다양한 인물들이 그 벽에 벽화를 그리고 싶다는 제안을 해 왔고,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장벽의 일부 지역을 수많은 구간으로 쪼개 벽화를 위해 분양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의 길이는 1.3KM. 그림이 그려진 한 구간의 길이는 6~7m 정도 돼 보이는데, 넉넉잡고 10m라고 해도 130개의 그림이 있는 셈(실제로는 한 200개 되는 것 같다)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 작가의 작품은 없다고 한다. 왜?

 

 

작가들의 이메일 주소가 쓰여 있기도 하고,

 

 

 

작가를 기다리는 이런 공간도 있다.

 

 

물론 낙서 수준의 작품도 많은데,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작품은 이것.

 

"Mein Gott, hilf mir, diese tödliche Liebe zu überleben"

 

- 신이시여, 이 치명적인 사랑으로부터 살아남게 도와주소서. -

 

'형제의 키스 Bruderkuss'라는 제목인데, 이걸 보고 동서독의 수장들이 만난 것을 기념하는 그림이라고 써 놓은 블로그도 봤다. 상상력을 동원한 것이겠지만 전혀 다른 내용. 왼쪽 사람은 1980년대 구 소련 서기장이었던 브레즈네프, 그리고 오른쪽 사람은 동독 서기장 호네커다. 두 사람은 실제로 형제국(?)의 결속을 의미하는 키스를 자주 나눴다고 한다.

 

이렇게.

 

 

그 통일전의 구질구질했던 끈끈함을 비꼬고 있는 그림이다.

 

그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무슨 느낌일지. 하긴 러시아는 구 소련 서기장 쯤은 우스울 수도 있는 '짜르' 푸틴의 지배하에 있으니 오히려 저 시절보다 역행했는지도.

 

 

위 작품을 그린 작가들의 이름이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경구.

 

Du hast gelernt was Freiheit heisst und das vergiss nie mehr.

"너는 자유의 의미를 배웠고, 이제 그것을 잊지 말라" 는 뜻이라고 함.

 

자, 여기서 거의 항상 나오는 질문.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란 이름은 베를린 장벽의 동쪽 사면, 그러니까 구 동독 쪽 면에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럼 그 장벽의 반대쪽 면, 즉 서쪽 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거기도 그림이 있긴 하다. 있긴 있는데... 낙서다. 자조적인 표현으로 '웨스트사이드 갤러리'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뭐 서쪽도 꽤 작품성(?)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리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상하다고 느낄 부분이 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에 막상 가 보면 슈프레강을 따라 장벽이 그어져 있고, 강 반대쪽이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그리고 강 쪽이 웨스트사이드 갤러리라고 되어 있다. 갑자기 베를린 2일차의 지리 감각이 흔들린다. "시내에서 장벽(브란덴부르크 문)을 지나 동쪽으로 꽤 가면 슈프레강이 나왔다"는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각에 따르면 강쪽이 동쪽, 강 반대쪽이 서쪽이어야 하는데 실제는 그와 반대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베를린 주민도 질문하자 바로 답이 안 나온다. '어, 왜 그렇지?' 라는 반응.)

 

 

하지만 이건 일직선이 아닌 베를린 장벽의 장난이다. 위 지도에서 보면 브란덴부르크 문 남쪽 지역에서 슈프레강은 '대부분' 장벽의 동쪽에 있다. 하지만 안 그런 부부닝 한 군데 있다. 바로 그 지점이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지점이다.

 

 

이렇게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부분만 장벽이 살짝 강을 건너 와 있다. 장벽 자체가 슈프레강의 동쪽으로 건너 와 있기 때문에 이 저점에서는 강 반대쪽이 동쪽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평소 길치라는 말을 자주 듣는 분들은 이런 이야기 자체가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테니 그냥 넘어가시면 된다. 반면 본능으로 길을 찾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당황했을 부분이다.)

 

 

갤러리(?) 구경을 마치고 전철역 쪽으로 돌아오다 보면 슈프레 강 위에 오베르바움 다리 Oberbaumbruke 라는 유서깊은 다리가 있다.

 

 

 

다리 위에 성곽 같은 구조물이 있고, 인도 부분으로 들어가 보면 이렇다.

 

 

그리고 다리 위에서 슈프레강을 바라보면 이렇게 알리안츠 본사가 보인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다리를 중심으로 양쪽이 모두 한밤에 불야성을 이루는 나이트클럽 밀집 지역이다.

 

 

 

저런 데가 다 유명 클럽. 사람들이 베를린 간다고 하면 다 '클럽 가냐'고 하는데, 체력이 달려서 한번도 못 가봤다. 

 

 

그렇게 해서 대략 베를린 핵심 투어를 마치고 도이체오퍼 Deutcheoper 역으로 이동.

 

Oper는 글자 그래도 오페라라는 뜻. 그런 역 답게 벽이 줄줄이 유명 작곡가들의 이름으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땅 위로 올라가면,

 

 

바로 나타나는 매우 모던한 오페라하우스.

 

 

여행중에 어디를 가 봐도 가장 취향에 맞는 곳은 공연장/미술관에 딸려 있는 카페들인데, 여기도 역시 맘에 들었다.

 

 

카페 겸 대기공간.

 

 

 

 

여담이지만 베를린의 공연장에서는 카페/대기공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체감상 좌석 간격이 한국보다 좁다. 심지어 한국보다 관객들의 평균 다리 길이가 더 길텐데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인터미션 때 안쪽에서 누가 밖으로 나가려 하면 바깥쪽에 앉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속 일어서서 비켜주느니 그냥 같이 나갔다가 시간 맞춰 들어오는 것이 낫다. 실제로 인터미션 때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다들 이렇게 샴페인이든 소다든 맥주든 마시면서 담소를 나눈다.

 

여기도 좌석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국보다는 많이 앉는 느낌이다.

 

세상에서 가장 서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인 것 같다.

 

 

아, 오페라하우스지만 공연은 '백조의 호수'.

 

커튼콜 때 사진촬영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거의 모든 관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따라 찍었다.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닌 터라 오페라를 보고 나오니 꽤 지쳐 있었다. 어느새 마음의 고향이 된 초 역(동물원 역)에 내려 거대한 피자로 저녁식사. 슬쩍 밤 구경을 다녀 볼 법도 하지만 중년 부부의 저질 체력상 여기서 더 이상의 행군은 무리라는 결론.

 

...보기보다 피자 맛도 괜찮다. 물론 저게 1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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