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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학교 교사의 블로그에서 가슴아픈 사연을 봤습니다. '요즘 제자들과 진격의 거인 때문에 대화가 통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왜 가슴아픈 사연일까요? 이유는 하나. "그 전까지 제자들이 어떤 만화도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랍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덕후'는 아주 심한 욕에 가깝고,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답니다. 그리고 절대 다수의 학생들은 만화를 볼래야 볼 시간이 없다는군요. 그래서 원피스도, 슬램덩크도 본 사람이 없답니다. '요즘 학생들이 호연지기가 없는 건 좋은 만화를 보고 자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란 말에 저도 좀 가슴이 아팠습니다.

 

'진격의 거인'이 훌륭한 작품인 건 맞지만 과연 '슬램덩크'처럼 많은 소년들의 가슴에(소녀들은 어떤지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청춘의 불꽃을 타오르게 할 그런 작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지도.

 

아무튼 이번 '문화어사전'은 진격의 거인으로 시작합니다.

 

 

 

 

 

문화어사전 (4)

 

진격의 [관형사]

 

: 엄청나게 큰, 매우 크고 위협적인, 도저히 당할 수 없는

 

만화 진격의 거인을 모르면 이해할 수 없는 말. 진격의 거인(원제 進擊巨人)지난 2009년부터 일본 소년 매거진에 연재중인 이사야마 하지메(諫山創)의 장편 만화. 27세의 신예가 그린 작품이라기엔 놀라울 정도로 탄탄한 구성과 획기적인 세계관으로 온갖 상을 휩쓸었고 단행본 판매도 일찌감치 100만부를 돌파, 2013년부터는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송중이다.

 

배경은 인류가 갑자기 나타난 거인들의 습격으로 멸종 직전인 가상의 시대. 살아님은 인류는 높이 50m 성벽 도시 안에 대피해 일시적이나마 평온을 유지하게 된 지 100년이 흘렀다. 하지만 어느날,  그 성벽 위를 넘겨다 볼 수 있는 초대형 거인이 등장하며 한 순간에 인류는 다시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만화의 인기와 함께 수없이 많은 패러디가 등장했다. 가장 자주 패러디되는 것은 초대형 거인이 성벽 너머로 인류를 바라보는 첫 장면과 그 장면에 깔리는 그 날, 인류는 떠올렸다. 놈들이 지배하던 공포를. 새장 속에 갇혀 지낸 굴욕을이라는 대사다. (추천 검색어: ‘진격의 맥도날드’, ‘진격의 금붕어’) 최근 무한도전에서도 정준하의 신체적 위력을 진격의 준하라는 자막으로 빗대 표현하는 등, 터무니없이 크거나 강력한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자주 사용된다.

 

P.S. ‘進擊巨人이란 일본어 제목과 ‘Attack on titan’이라는 영어 제목 사이엔 뭔가 괴리가 있어 보인다. 물론 진격의 거인이란 한글 제목도, 한국어의 의미에 맞추려면 거인의 진격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게 바로 진격의 장미칼입니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은 덜 재미있을 수 있는...^^)

 

여담이지만 진격 시리즈를 잠시 소개합니다.

 

 

 

         진격의 금붕어

 

 

 

           진격의 백금붕어

 

 

  진격의 맥도날드

 

 

 

사랑과 진격 ㅋㅋㅋ

 

 

 진격의 식욕

 

 

 

 

 

그리고 진격의 축구공

 

 

 

죄송합니다. 이건 패러디는 아니군요.^^

 

이 축구공은 지금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보는 즉시 인증샷을 찍어 두시기 바랍니다. 찍어 두시면 좋은 일이 있습니다.

 

http://home.jtbc.co.kr/Event/Event.aspx?prog_id=PR10010216&menu_id=PM10018402

 

모든 이벤트는 중복응모가 가능합니다.^^

 

 

 

 

가짜 싸이 [고유명사]

본명: 드니 재완 카레(Denis Jae Wan Carre)

2013년 칸 영화제에 등장했던 싸이와 닮은 인물. 신원이 밝혀지기 전에는 네티즌들에 의해 짜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의 정체는 드니 재완 카레라는 이름의 프랑스인. ‘재완이라는 미들 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 한국계 입양아다. 올해 34인 카레는 현지 인터뷰에서 지난해 9월 한 나이트클럽에서 사람들이 나를 가리키며 싸이다!’라고 외친 뒤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의 대 혼란이 벌어졌다. 이후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싸이가 내 인생을 바꿔 놨다고 밝혔다. 최근 나이트클럽 등에서 싸이 닮은꼴로 행사 등에 출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의 눈으론 그리 닮은 편이 아니지만 칸 현지에서는 진짜 싸이라고 믿은 사람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싸이도 대인배답게 재미있는 해프닝으로 받아들인 듯. 그가 개설한 페이스북 ’Gangnam Denis’도 칸 해프닝 이후 4000여명의 팬이 몰리는 등 인기 급상승중이다.

 

 

 

 

 

 

 

 

기내 라면 [명사]

: 항공 여객기 내에서 기내식 혹은 간식으로 먹는 라면

 

기내 라면이 정확하게 라면이냐 컵라면이냐를 구분하지 않은 보도 때문에 상당 기간 혼란이 있었다. 현재 국적기 규정에 따르면 1등석은 봉지 라면을 끓여서, 비즈니스석은 대형 컵라면을 익힌 뒤 그릇에 담아서, 그리고 이코노미석은 컵라면에 물을 부어 용기 그대로 서비스하는 것이 원칙이다. 컵라면이든 라면이든 1등석과 비즈니스석은 항상 제공 가능하지만, 이코노미석은 일부 노선에서만 제한적으로 공급된다.

 

최근 승무원 폭행 사건의 핵심으로 등장한 라면의 맛에 대해 본래 기내에서 먹는 라면은 맛이 없다는 주장이 일었다. 그 원인으로 신형 기종인 A380의 기내 전압이 안전 문제로 80V 이하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전압이 낮다는 것은 화력이 약한 불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라면 조리의 달인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여객기내의 낮은 기압이다.

 

표고 1m 고공의 정상 기압은 0.2기압. 물론 항공사들은 승객들이 고산병으로 쓰러지는 일을 막기 위해 인공 가압(pressurization)을 통해 기내 기압을 0.8기압 정도까지 올려 놓는다. 그래도 기내에서 물의 끓는점은 섭씨 80도 정도다. 높은 산에서 밥이 설익듯, 압력솥을 쓰지 않는 한 기내에서 알맞게 익은 라면을 먹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컵라면의 조리법이 애당초 끓이는 것이 아니라 불리는(macerate) 것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겠느냐는 주장이 있다. 라면이 제공되지 않는 이코노미석에서도 승무원에게 잘 보여(“말만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라면을 얻어먹어 온 베테랑 승객들의 의견을 따르면, 기내에서 라면 맛 타령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배가 불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현재까지 등장한 설명 가운데 가장 설득력있는 쪽을 골랐습니다.

 

아무튼 저도 기내라면 참 좋아하는데요, 저도 곧 먹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국적기를 타고 단 한번도 승무원이 불친절 근처에라도 간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씩 불친절과 차별대우를 호소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체 그 분들은 평소에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들로부터, 혹은 회사 직원들이나 가족들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고 사시는지 참 궁금해지곤 합니다.

 

(아, 물론 승무원 말고 항공사의 다른 분야 직원들, 그리고 항공사의 업무 처리 스타일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한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K 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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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어사전] 이란 제목의 연재 두 번째입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어쨌든 '난 TV도 안 보고 영화도 안 보고 돈만 벌지만 그래도 세상 트렌드를 웬만큼 따라잡고 싶다'는 분들을 위한 연재물입니다. (네. 의외로 그런 목적을 갖고 일주일에 한 시간, '개그콘서트'만 보는 분들이 있답니다.)

 

그리고 웬만큼 TV도 보고 영화도 보는 분들이 아 그렇구나 하고 보실만한 요소도 꽤 있습니다. 어쨌든 글이라는 게 읽어서 쓸모도 있어야 하지만 일단 재미가 있어야 끝까지 읽어 보겠죠.

 

이번에는 사극에 갑자기 많이 나오기 시작한 이씨 성의 외자 이름에 대한 탐구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바로 제목의 이호, 이순, 이도 같은 이름들이죠. 여기에 하나 더 붙으면 TV를 잘 안 보시는 분들도 아 이게 그거구나 하고 느끼시게 됩니다. 바로 '이산' 이죠. 조선 왕들의 이름입니다.

 

 

 

 

문화어 사전(2)

  

이호, 이순 [인명]

이호(李岵)는 각각 드라마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에서 임슬옹의 역할, 이순(李焞)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 유아인의 역할 이름이다. 모르면 낯설게 들리지만 사실은 각각 조선 인종과 숙종의 본명이다.

 

자주 쓰지 않아 잘 모를 뿐이지 왕들도 이름이 있었다. 다들 태조 이성계의 후손이니 성은 당연히 이씨. 개중엔 양녕대군은 이름이 이양녕이고 영창대군은 이영창인줄 아는 분들도 있는데 군()이나 대군(大君)은 모두 따로 책봉을 받고 붙이는 호칭이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이야 워낙 임금이 되기 전에도 유명인사였으니 친숙하지만, 그 후손 왕들의 본명이 드라마에 나오는 건 새로운 유행이다. 그 전까지는 소설과 영화 영원한 제국에서 노론 대신들이 홍재(弘齋)는 폭군이오!”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홍재는 홍재전서에서도 알 수 있듯 정조의 호().

 

 

왕의 이름을 쓰는 새 유행은 누가 뭐래도 2007년작 이산()’에서 시작됐다. 정조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이산은 생명의 위협을 받던 세손이 성군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 호평받았다. 이어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이도()라는 세종의 실명이 등장했다. 두 드라마에서의 이름 활용은 군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는 데 신선하고 효과적이었다는 게 중론. 하지만 최근의 트렌디 사극에서 나오는 왕의 실명은 그냥 패션을 따른 것일 뿐 별반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왜 왕들의 이름은 쉽고 편한 글자가 아니라 평생 가야 한번 볼까 말까 한 드문 글자로 되어 있는 걸까. 이유는 동아시아의 오랜 피휘(避諱) 원칙 때문이다. 피휘란 임금이나 조상의 이름에 포함된 글자를 존중의 뜻에서 아예 쓰지 않는 풍슴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당태종의 이름이 이세민(李世民)이었던 탓에 그 시대에는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에서 자를 빼고 관음보살(觀音菩薩)로 고쳐 불렀고 그 습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물론 관음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만약 왕의 이름에 흔히 쓰이는 글자가 들어가면 백성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셈이었고, 따라서 왕손들은 모두 거의 쓰이지 않는 글자로 이름을 짓는 것이 관습이 됐다.

 

혹시 해를 품은 달의 이훤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해품달은 특정 왕을 모델로 하지 않은 순수 창작물이다. 숙종의 여섯째 아들로 연령군 이훤()이란 분이 있지만 조선시대에 이란 이름을 가진 왕은 없었다(물론 후백제에는 있었다). 

 

 

 

이양녕과 이영창은 너무 오버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정릉이 정조의 능이 아니냐고 생각했듯, 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내용입니다. 뭐 심지어 지금 방송되는 사극 중에는 인현왕후를 줄여 '인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걸 보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죠.

 

피휘는 기휘(忌諱)라고도 합니다. 휘(諱)라는 글자는 '꺼리다'라는 훈이 나오지만 그 자체로 '조상의 이름'이라는 뜻의 명사입니다. 그러니까 기휘나 피휘는 '꺼리고 피한다'는 뜻이 아니라 '이름을 피하다'라는 뜻이죠.

 

피휘 때문에 빚어진 이상한 표기는 한둘이 아닙니다. 고구려 연개소문은 당나라 역사에는 천개소문이라는 희한한 이름으로 나옵니다. 성인 연(淵)이 당태종의 아버지인 고조 이연의 이름 글자였기 때문에 뜻이 같은 천(泉)으로 바꾼 것이죠. 김부식의 삼국사기는 이 표기를 그대로 이용해 '천개소문'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니까 이연이나 이세민은 황제가 될 줄 모르고 지은 이름이기 때문에 흔한 글자를 이름으로 썼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많은 표기를 손대야 하는 민폐를 끼쳤습니다. 그래서 후대의 왕들은 어렵고 난해한 글자를 이름으로 쓴 것이죠. 그것도 외자로.^^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어떤 분이 후백제에 훤짜 들어가는 왕이 누구냐고 물으시던데 누구겠습니까. 견훤이죠.

 

알랑가몰라 [관용구]

한국어로 네가 알지 모를지 나는 모르지만(Wonder if you know)’라는 뜻. 싸이의 히트곡 젠틀맨의 후렴구에 등장하며 전 세계인들로부터 대체 저게 무슨 말이냐는 질문을 받고 있다. 싸이는 한때 강남 스타일후속곡의 제목을 아싸라비아라고 붙일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이 말이 아랍계 인구를 자극할 수도 있다는 지적(Ass+Arabia로 해석될 가능성)에 따라 포기했고, ‘알랑가몰라는 그 대체물이 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선 영어로 ‘alangamola’라고 썼을 때 ‘gamo=이성간의 결합, la=감탄사이며, 그리고 가사의 ‘Mother Father Gentleman’아빠와 엄마가 모두 젠틀맨인 부부라는 뜻이기 때문에 젠틀맨은 전체적으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탄의 노래라는 허황된 주장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젠틀맨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네 명의 노인이 바로 사탄(사탄의 별칭 중에는 old man이란 것도 있다)이며, 수가 넷인 것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파멸의 네 기사를 뜻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들이지만, 싸이의 퍼포먼스가 이래저래 엄숙주의자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주 오래 전에 KIA의 새 차 이름이 K-9이라는 데 대해 개와 관련된 다른 단어로 오인될 가능성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싸이는 한국인들에게 아무 의미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 어떤 문화권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알랑가몰라나 묵시록적 해석, 혹은 일루미나티나 프리메이슨을 가져다 붙이는 이상한 해석은 이제 지겨우시죠? 물론 싸이 말고도 많은 스타들이 겪고 있는 일인 만큼, 이런 걸 겪는게 오히려 '제대로 떴다'는 증표가 되기도 합니다.

 

 

영혼없는 [형용사]

용례: 그렇게 영혼없는 리액션만 남발하다간 오래 못 간다.

영어의 soulless를 그대로 번역했다고 해도 좋을 말. 단순히 영혼의 유체이탈을 가리킨다기 보다는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건성인’, 방송이나 영화를 전제로 하면 대본에 있는 대로 할 뿐인정도의 의미가 정확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자막 등을 통해 '영혼 없는 리액선...' 같은 자막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표현은 2008년 정권교체기의 한 고위 공무원이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 “관료에겐 영혼이 없다고 말한 이후 여기저기서 쓰이기 시작했다. 이 말은 곧 공무원은 (자기 주관보다는) 행정부의 국정 철학에 따라 일해야 한다는 의미였는데, 이를 두고 당시에도 영혼 없는 공무원은 떠나라는 등의 비판 여론이 거셌다. 유행에 민감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곧바로 영혼 없는 진행’ ‘영혼 없는 리액션이란 말이 등장했다.

 

이 말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확산된 것은 올 연초, 배우 박보영의 매니저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의 리얼리티에 대해 비판한 이후로 추정된다. 당시 김대표는 먹기 싫은 거 억지로 먹이고, 동물들 잡아서 근처에 풀어놓고 리액션의 영혼을 담는다고?”라는 직격탄을 날렸다. 이때부터 일반 직장의 회식 자리에서도 리액션의 영혼 유무가 이슈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살다 보니 영혼없는 리액션이라도 하는 편이 안 하는 편보단 사회생활에서 유리합니다. 물론 최고의 기술은 어떤 리액션도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겠지만 말입니다. 이런 기술은 태생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타고 나기 마련인데, 직장마다 한두명씩 '리액션의 여왕'들이 계십니다.

 

 

아무튼 최대한 리액션을 할 때에는 진심을 담아서. 군대에서 하듯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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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난은 '문화어 사전'이라는 새로운 칼럼을 모아두는 곳입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여기 있는 글도 '매거진M'에 들어가는 정기 연재물입니다.

 

아니 왜 헷갈리게 이거 썼다 저거 썼다 하는거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사실 처음에는 한달에 한번 쓰는 거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실(응?)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쓰는게 당초의 목적이었는데 이 책이 격주간이 되더니 끝내 매주 나오는 주간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10만원으로 즐기는 이달의 문화생활'을 매주 쓸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이달의 문화인물'이 나오고, 그 사이에 '문화어 사전'까지 나온 겁니다.

 

아무튼 취지는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어'라는 것은 예전에 배웠던 '북한의 표준어'라는 뜻이 아니고, '그때 그때 시점에서 대중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해해야 할 말의 정확한 의미'라는 뜻입니다.

 

 

 

 

 

그럼 어디에 쓸모가 있느냐. 간단합니다. '문화어 사전'만 꿰고 계시만 굳이 취미도 없는데 TV 열심히 보면서 트렌드 따라잡으려고 노력하실 필요 없습니다. 개콘 봐도 재미도 못 느끼는데 일부러 애써 보실 필요 없습니다. 드라마, 일부러 세상과 호흡하는 척 하려고 인내를 시험해 가며 보실 필요 없습니다. 사람들과의 화제에 뒤떨어질까봐 억지로 참고 영화 보실 필요 없습니다.

 

문화어 사전이 앞으론 다 해결해드립니다. 만사 OK.

 

(단, 이 칼럼의 마감이 좀 빨라서 - 책으로 나오기 2주 전 - 조금은 OUT OF DATE 한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힘으로 어쩔 수 있는게 아니라서. ㅜㅜ 대신 다른 쪽으로 그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쪽이라면 뭘 말하는 거냐고 물으신다면... 아시잖습니까. 그걸로 최대한 얘깃거리를 뽑아낼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거.^^ 그러니까 1970년대풍으로 광고 카피를 뽑자면

 

"문화어 사전만 있으면 당신은 대화가 두렵지 않다! 이것만 있으면 화제의 왕!"

 

그럼 시작합니다. (제목의 날짜는 작성 날짜입니다.)

 

 

문화어사전 0408

 

반인반수(半人半獸) [명사]

동물과 사람이 결합해 태어난 상상 속의 존재. 염색체 수가 다른 동물 사이에서는 교배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류가 알아내기 전의 존재들. 또 나쁜 시력에서 기원한 것이란 설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말 반, 사람 반인 명사수 켄타우로스는 페르시아 기병에 대한 공포심과 착시현상이 낳은 괴물이라는 것. 서양 전설 속 인어(人魚) 역시 해양 포유류인 듀공을 멀리서 잘못 본 사람들이 지어낸 것라고도 한다.

 

      (이게 정설이긴 한데 듀공의 생김새로 봐선 대체 뭘 보고 인어...;;)

 

최근 MBC 드라마 '구가의서'에서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의 캐릭터가 반인반수로 설정되어 있어 자주 거론. 하지만 최강치는 다른 반인반수와 달리 외견상 동물적인 특징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다, 포니테일형 헤어스타일 등이 일본 만화 주인공 이누야샤(犬夜叉)와 너무 닮았대서 논란이 인다. 참고로 이누야샤의 설정은 반인반수가 아니라 반인반요(半人半妖: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 아버지인 요괴의 영향으로 개 꼬리와 뾰족한 귀가 달려 있다.

 

이승기가 연기하는 최강치는 저 위 사진, 이누야샤는 이렇게 생긴 녀석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누야샤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이누야샤의 이복형인 셋쇼마루. 진정한 차도남 스타일...

 

 

 

나쁜사람 [명사]

잘못이 없는 사람을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핍박하는 사람’. 본래 넓은 의미에서 모든 종류의 비양심적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KBS 2TV ‘개그 콘서트나쁜 사람이후 한정된 의미로 쓰이고 있다.

 

나쁜 사람은 경범죄로 체포된 범인(이상구)를 반장(유민상)을 비롯한 형사들이 엄하게 취조하지만 캐면 캘수록 범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나 결국 부하들이 울먹이며 반장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항의하고, 반장 역시 얘 빨리 풀어줘!”라고 절규하며 끝맺는 내용. 최근에는 직장에서 사소한 착각으로 부서장이 부서원을 야단치고, 야단 친 이유가 오해로 드러나면 나머지 부서원들이 부서장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부르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브라더 [명사]

범죄단체 조직원들이 친근한 동년배나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 실제 나이 차이보다는 서열에 준한 호칭이다. 촌스러운 발음으로 친근감을 강조하는 것이 포인트이므로 어이(으이)’라는 감탄사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여자들은 은근히 마음에 둔 한두살 연하 남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발음. ‘브롸더까지는 괜찮으나 ər]로 발음하면 뭔 개수작이냐는 소리 듣기 딱 좋다. 가장 좋은 용례와 발음은 영화 신세계의 황정민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일부 사람들은 이 말의 어원을 기타노 다케시의 2000년작 영화 ‘Brother’에서 찾기도 하나, 이 영화에서는 자기보다 윗 서열의 조직원, 즉 일본어 아니키(형님)’의 동의어로 쓰였으므로 전혀 의미가 다르다. [주의사항: 이 일본 영화 제목을 너무 정확하게 부라자(ブラザ)’라고 읽으면 성희롱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

 

 

'브라더'의 한 장면. 일본에서 사고치고 미국으로 쫓겨 간 조직의 '형님'이 미국의 아주 찌질한 뒷골목 양아치들에게 '조직의 법도'를 가르치면서 큰형님 역할을 한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내용인데, 제법 재미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영화 답지 않게 플롯이나 촬영이 지나치게 깔끔해서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하우스'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흑인 배우 오마 엡스가 '아니키!' 하면서 울먹이는 장면은 꽤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파견직 [명사]

일은 A회사에서 하되 B회사의 소속으로 되어 있는 사람의 총칭. 월급은 대개 A회사에서 B회사에 지불하고, B회사가 소정의 수수료를 공제한 뒤 당사자에게 지급한다. 일본에서는 평생고용의 신화가 무너진 9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IMF 이후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실제 인력은 줄이지 않으면서 정규직을 줄이는 방안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전에 올라온 이유는 김혜수 주연 드라마 직장의 신때문. 현실에서 파견직의 99.9%는 참을성과 붙임성이 최고의 미덕이지만 김혜수가 연기하는 미스김은 복사기 수리에서 외국어 문서 작성, 중장비 운전에서 바리스타까지 못하는 게 없는 슈퍼 능력자다. 심지어 일본 드라마 원작인 파견의 품격(국내 방송 제목은 만능 사원 오오마에)’의 시노하라 료코는 헬리콥터까지 조종한다.

 

 

이 정도 능력자라면 1년에 6개월만 일하고 나머지 6개월은 스페인에서 휴식해도 뭐랄 사람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는 드라마. 2년 지나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는 대다수 파견직의 한숨 앞에 자칫 이 드라마가 그거 봐, 스펙만 좋으면 저렇게 살 수 있잖아라는 어처구니없는 핀잔 거리로 쓰이지 않길 바람.

 

 

 

상남자 [명사]

한마디로 남자 중의 남자라는 뜻. 그러니까 천생 남자라는 뜻인데 흔히 천생천상으로 잘못 쓰다 보니 천상 남자에서 이 떨어져 나간 모양. 혹자는 ,,하 중에서 ()남자라고 주장하기도 하나 별 설득력은 없음.

 

 

 

사용의 범위는 매우 넓다. 하정우나 엄태웅처럼 실제로 남자다움이 뚝뚝 떨어지는 인물들은 물론, 김범 장근석 같은 전형적인 꽃미남도 앳된 복근을 자랑하며 스스로 상남자라고 주장하곤 한다. 심지어 아빠 어디가에 나오는 성준(성동일 주니어)도 그 또래에서는 대표적인 상남자로 통한다.

 

아무튼 여자들에게 대체 어떤 남자가 상남자냐고 물어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는 시도는 시간 낭비다. 왜냐하면 그네들에게 상남자란 특정한 스타일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조지 클루니에서 조셉 고든 래빗까지,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남자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 용례로 느끼남이란 명사가 있음. 이건 그냥 내 마음에 안 드는 남자라는 뜻.) <끝>

 

그러니까 여자분들은 그 시대에 인기 있는 남자의 타입을 가리키는 말(예를 들어 위버섹슈얼, 꽃미남, 상남자 등등)의 원래 의미가 뭐건, 자기 눈에 멋져 보이는 사람은 무조건 그 카테고리에 든다고 주장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게 이상하다는 걸 그 자신만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자면 '상남자' 항목에 장근석이나 김현중을 넣거나, '꽃미남' 항목에 에드워드 노튼을 넣거나 하면서 그 자신은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남자들과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하면 흔히 이런 상황이 발생합니다.

 

남: 여자들은 느끼한 타입을 좋아하지?

여: 누가 그래? 느끼한 남자 다 싫어해.

남: 좋아하더만.

여: 예를 들면 누구?

남: 조지 클루니도 그렇고...

여: 조지 클루니가 뭐가 느끼해!

 

결론: 그러니 여자분들과 대화를 하는 남자분들은 '대체 니가 생각하는 상남자의 정의가 뭐야?' 따위의 질문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것만 잘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첫회는 여기까지. 역시 써놓고 한달 지나니 좀 시대에 뒤지는 느낌도 있군요. 다음번엔 좀 더 앞당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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