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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가 끝난지 2주가 지났습니다. 후속 드라마 '종합병원 2'도 시청률 고공 행진을 하고 있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2008년의 가장 인상적인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전망입니다. 시청률은 간신히 20%에 턱걸이한 정도였지만, 화제성과 파급력은 시청률 40%대를 넘나드는 드라마 이상이었습니다.

수천개의 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이 쏟아졌고, 저도 이 드라마와 김명민이 연기한 강마에 캐릭터의 인기 원인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해괴한 주장들이 발견되더군요. '우리도 강마에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강마에 리더십의 요체는 무엇인가' 하는 류의 주장들이었습니다.

과연 이 드라마에서 '강마에 리더십'이라고 부를만한 긍정적인 부분이 발견된 일이 있던가요? 실력만 좋으면 자신의 지휘하에 놓인 사람들을 그렇게 공깃돌 놀리듯 다뤄도 되고, 그렇게 해서라도 성공만 하면 칭찬받아 마땅한 것일까요? 문득 20여년 전의 또 다른 신드롬이 생각났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 글은 '베토벤 바이러스'에 열광한 모든 시청자들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바로 위에서 말했듯 '비정상적으로', '강마에 리더십'이라는 키워드에 집착하는 사람들에 대한 글입니다. 이 점을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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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마에의 외인구단', 그렇게 마음에 드시던가요?

 1983년, 대한민국 곳곳의 만화 대본소에서는 비슷한 대화가 수없이 오고 갔다. "'외인구단' 9권 나왔어요?" "네. 나왔어요." "어디 있어요?" "지금 누가 보시는데. 줄 섰어요. 기다리세요."

이현세의 장편 극화 '공포의 외인구단'은 30권으로 완간될 때까지 당대 대중문화의 코드를 지배했다. 처음에는 만화에 친숙했던 10대들이, 곧이어 대학생을 거쳐 사회인들까지도 이 만화의 영향권에 흡수돼 버렸다. 1986년 이장호 감독이 만든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도 원작 마니아들에겐 혹평을 받았지만 그해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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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이었을까. 잠시 기억을 되살려 보자. 한국에도 프로야구라는 것이 생긴지 얼마 안 됐을 즈음, "강해져라, 그럼 아무도 너희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손병호라는 광적인 지도자가 야구계의 루저들을 불러 모은다.

주인공 까치를 비롯한 여섯 명의 선수들은 무인도에서 손 감독의 지휘로 1년 동안 인간의 한계를 넘나드는 혹독한 훈련을 받아 무적의 야구 전사로 거듭난 뒤, 꼴찌 구단과 단체 계약을 한다. 조건은 후기리그 50전 전승에 1인당 2억원씩(당시 물가로는 서울 시내 아파트 5채 값 정도 된다)의 보너스를 맞바꾸는 것. 물론 구단주는 야구에서 50전 전승이란게 가능할 리 없으니 날로 먹는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이들은 차근차근 목표를 달성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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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였을까. 많은 사람들이 "강한 것은 아름답다"는 손병호 감독의 메시지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돈 없고 가방끈 짧고 빽 없어서 한탄하던 사람들에게, 유능하고 집념에 불타는 지도자가 나를 단련시켜 최강의 승부사로 거듭 나게 해 준다는 얘기가 더없이 매력적인 판타지로 여겨진 거였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듯한 얘기 아닌가? 최근 한국 시청자들은 어중이 떠중이 단원들에게 "이기적이 되어라. 남들을 위해 희생해서 얻은 게 뭐냐"고 강변하는 한 곱슬머리 지휘자에게 푹 빠져 있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는 단원들의 볼멘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니들은 내가 연주하는 악기일 뿐"이며, 심지어 "니들은 그냥 개고 난 주인이니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나 짖으라"고 소리친다. 이런데도 차츰 단원들은 그의 가르침에 동화되어 간다.

물론 현실에선 어림없는 얘기다. 그래도 실력은 있으니 따르는 거 아니냐고? 강마에는 커녕 카라얀이 다시 살아 온다 해도 이런 막말을 참고 견딜 단원들이 있을 리 없다. 야구 감독이라면 당장 선수들이 태업에 들어간다. 담임 선생님이 이런 식이면 교육청에 신고할 학생들이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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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20여년 전 '외인구단' 분위기 그대로 '강마에 신드롬'이 등장한 건 무슨 이유일까. 역설적으로 말하면 한국 사회에는 아직도 억울한 사람이 너무 많은 거다. 즉, 내가 성공하지 못한 건 내 탓이 아니다. 머리 좋게 낳아 주지도, 엄청난 재산을 물려 주지도 않은 부모 탓이며, 일찌기 재벌 2세와 초등학교 동창이 되지 못한 탓이고, 욕설과 구타를 퍼부어서라도 올바른 길로 인도해 줄 유능한 스승을 만나지 못한 탓이다.

강마에는 자녀들을 과외로 뺑뺑이 돌리는 학부모들과도 코드가 맞는다. "우리 부모가 나를 이렇게 신경써서 교육했다면 내가 뭐가 되어도 됐을 것"이므로, "우리 애들이 나를 똑같이 원망하는 일이 없도록" 혹독한 강훈으로 아이들을 단련시키는 건 당연하다. 아이들이 나중에 부모님이 바로 강마에였다는 걸 알아 줘야 할텐데. 글쎄다.

아무튼 온 세상이 강마에를 동경하는 사람들 판인 걸 보면 세상이 지나치게 빨리 변한다 싶어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러고 보니 '공포의 외인구단'도 내년에 드라마로 나온다던데, 무대를 입시학원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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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외인구단' 신드롬은 두 가지 면에서 전근대적인 판타지였습니다. 하나는 '지옥훈련' 만능주의였죠. '실미도'에서 보듯 '지독하게 굴리면' 다들 '붕붕 날아다닐 수 있다'는 군대식 문화가 온 사회에 확산된 경우였습니다.

지금 들으면 웃어 넘길 일이지만, 고 김동엽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아마추어 시절의 실업 구단 이름입니다) 창단 감독을 맡아 전 선수단을 이끌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천리 구보'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해 롯데가 실업야구 우승을 차지하자 당시의 매스컴은 '스파르타식 훈련'의 미덕을 칭송하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분위기를 겪었던 야구인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세상에 그거보다 무식한 짓이 없었다. 감독이 뛰라는데 안 뛸수도 없고, 그 첫해 이후로 몸이 망가져서 옷 벗은 선수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얘깁니다.

아무튼 이런 문화의 잔재는 지금도 사회 각계에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국가대표 축구팀이 졸전 끝에 패하기라도 하면 바로 "군기가 빠졌다. 더 굴려야 한다"는 비난이 쇄도하죠. 어떤 조직이든 '쥐잡듯 잡으면' 능률이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풀어 주면 기어 오르는' 게 세상 이치라는 논리가 거의 항상 득세합니다.

인격이나 자율성 따위를 인정하는 리더는 그날로 '나약하고 조직장악력이 떨어진다'는 딱지가 붙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라면 강마에가 멋진 리더로 착각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욕먹는 사람들이 남들일 때 얘기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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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남 탓'과 자율성의 실종입니다(남 탓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남에게 기대는 경향도 강합니다). 내가 지도자는 아니지만, 지도자는 전지전능해야 하고 청렴결백해야 하며, 인격적으로도 완성되어 있어야 합니다. 어디선가 완성된 스승이나 리더가 나타나 나를 불굴의 의지를 가진 용사로 거듭나게 해 줄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에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눈 앞에 존재하는 리더나 스승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게 보통입니다. 내가 바람직한 인재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이죠. 유능한 리더의 출현을 동경하고, 그 리더의 성공을 찬양하지만, 동시에 실제로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리더의 권위를 인정하는 짓은 죽어도 못한다는 이율배반입니다.

거스 히딩크의 성공을 찬양하고, 히딩크같은 지도자가 다시 없다고 입에 침을 튀기며 칭찬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을 지도(휘)하는 사람들이 그때 '태극전사들'이 치른 파워프로그램에 해당하는 '마구 굴림'을 시도라도 할라치면 도끼눈을 뜨는게 인지상정입니다. 어떤 지도자도 스스로 변할 의지가 없는 구성원을 드림팀으로 만들지는 못합니다. 물론 동기부여도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그것도 베이스가 있을 때 얘기죠.

그런 의미에서 이제 서서히 식어가고 있지만, '강마에에 대한 열광'은 좀 쓴 웃음을 짓게 합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왜일까요.  



p.s. 좀 생뚱맞기도 하지만 정말 찾아보니 별게 다 있군요.^^



그나자나 까치 오혜성 역으로 윤태영은 너무 건장한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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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 드라마 초창기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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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 '여배우 노출'이라는 검색어를 한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것도 아닌 두 개의 명사인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수많은 사설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아주 어려서는 '겨울여자'라는 영화가 '야하다'고 소문이 났더랬습니다. 제법 크고 나서는 실비아 크리스텔의 '개인교수'가 화제를 뿌렸고, 한국 영화로도 이장호 감독의 '어우동'이 일단 개봉을 했다가 재검열로 주요 부분들이 삭제되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퇴폐적인 대중문화'를 벌레 보듯 하던 군사 문화의 잔재가 여전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6.29 이후에는 '매춘'이라는 영화가 또 대대적인 화제를 뿌린 이후 한국 영화계는 최소한 노출에 대한 한 검열기구로부터의 방해를 받지 않게 됐습니다. 어떤 공공기관도 '음란, 퇴폐'를 이유로 노출를 막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에만 들어가도 '야동'과 '야사'가 넘쳐 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여배우 노출'이 화제가 되고, 주요 검색어가 되고 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대체 왜 아직도 이런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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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두루] 아직도 여배우 노출이 화제가 되다니

누드와 관련된 역사적 사건 중에 자주 언급되는 것으로 '프리네의 재판'이라는 것이 있다. 기원전 4세기 아테네의 유명한 창부 프리네는 엘뤼시스의 포세이돈 축전에 참가한 대중들 앞에서 옷을 벗은 죄로 고발되어 사형을 당할 위기에 놓였다. 신성한 축전에서 나체를 드러낸 것이 신성모독이란 이유에서였다.

이때 변호를 맡은 프리네의 연인 히페리데스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배심원들 앞에서 프리네가 입고 있던 옷을 잡아당겨 그녀의 나신을 노출시켰다. 판결은 무죄. 이토록 아름다운 누드를 드러내는 것은 모독은 커녕 오히려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행위라는 데 모든 이가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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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an Leon Gerome, Phryne before the Areopagus

최근 개봉된 몇몇 한국 영화들에서 여배우들의 노출이 화제가 됐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의 손예진이나 '미인도'에서의 김민선의 누드 열연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 강도는 그리 높지 않지만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사실 이 정도가 화제가 된다는 건 한국 영화계가 그동안 얼마나 노출에 대해 보수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여길 만 하다. 최근 기억할만한 노출신이 별로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제작자들이야 굳이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자극해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아 봐야 청소년 관객들만 잃을 뿐이고, 배우들도 '노출하는 배우'라는 평판이 나면 CF 이미지에 손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차 있는게 현실이다.

여기에 유독 노출에 민감한 한국 언론이나 평자들의 시선도 한몫을 한다. 세계 어느 나라나 영상물에 대한 규제의 두 축은 신체 노출과 폭력이다. 하지만 한국 영상에서 허용되는 폭력의 수준과 노출의 수준을 비교하자면 엄청난 불균형이 드러난다. 폭력에는 엄청나게 관대하지만 노출에 대해선 조선시대를 갓 벗어난 수준이라고나 해야 할까.

이런 불균형은 미국식의 검열 기준을 그대로 수용한 결과지만 세상엔 반대 의견도 있다. 유럽식을 따르면 나신은 그냥 보여주지만 권총이나 무기에는 모자이크를 하는게 오히려 정상이다. 누드 보다는 폭력이야말로 미성년자들의 정서에 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인식이 시대에 따르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미 9년 전에 나온 '해피엔드'에도 한참 못 미치는 '노출 연기'가 새삼 화제가 되고 저속한 호기심과 흥행의 관건이 되는 건 혹시 한국 사회의 정서적 퇴행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21세기 한국 사회의 성숙도가 기원전 4세기 아테네 배심원들만도 못하대서야 될 말인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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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ottger Artur, Fryne

프리네(Phryne)는 창부였지만, 개같이 번 돈을 정승같이 쓴 걸로도 유명합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침공으로 무너진 테베의 성벽을 개축하는데 아낌없이 성금을 보내, 개축된 성벽에는 '알렉산더가 허물고, 프리네가 다시 짓다'라는 표문이 붙여졌다는군요.

프리네가 엘뤼시스 축전 행사장에서 옷을 벗고 물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 당시 유명한 화가 아펠라스는 거품 속에서 태어나는 비너스를 형상화한 작품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 비너스의 탄생(Aphrodite Anadyomene)은 후대의 화가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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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이 그림은 아니지만, 이런 풍의 그림이었을 겁니다.
   이 그림은 폼페이 유적에서 나온 로마 시대의 '비너스의 탄생'.)

유명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도 바로 아펠라스가 그린 프리네의 후손 뻘 되는 그림일 겁니다. 이밖에 서양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조각가 프락시텔레스도 프리네를 모델로 자주 아프로디테 상을 조각했다는군요. 프리네 이야기는 참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듯 합니다. 특히나 자유 사상이 만개한 19세기 화가들은 너도 나도 프리네 이야기를 화폭에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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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nrich Ippolitovich Semiradsky, Fryne on Eleusis

아무튼 프리네 얘기는 좀 과장도 섞인 듯 하지만, 당시 사람들이 누드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아울러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영상물에 대한 대표적인 두 가지 규제, 즉 성적 노출과 폭력성 노출에 대한 규제 사이에 제법 큰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점은 언젠가 한번 짚고 넘어갈 만한 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별로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카지노 로열'에서 본드걸 역할을 했던 에바 그린은 '마지막 황제'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만든 노출 심하기로 유명한 영화 '몽상가들'에 출연한 뒤, 미국 언론과 이런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섹스와 폭력에 대한 시각 차이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인터뷰라고 생각해 인용합니다.

(출처는 http://findarticles.com/p/articles/mi_m1285/is_4_35/ai_n16359912/pg_2?tag=artBody;col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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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몽상가들'이 나왔을 때 누드 때문에 엄청난 법석들을 떨었다.
에바 그린: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영화에서 엄청나게 많은 살인 장면이 나오고, 당신은 다섯 살 때부터 팝콘 등등을 먹으면서 그걸 맘대로 볼 수 있지 않았나. 하지만 누드는... 아마도 미국에는 대단히 신앙심 깊은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난 잘 모르겠다.
기자: 그 영화가 프랑스에서 처음 나왔을 때에는 별 반응이 없었던 것 같은데.
에바: 그렇다. 전혀 없었다. 오직 미국에서만 그랬다. 미국인들의 섹스 강박관념 때문이다.

NFC: When The Dreamers came out there was a big hoopla because of the nudity.
EG: So many movies in America have so much killing in them, and you can see them when you're 5 years old, sitting there happily eating your popcorn and everything. But with nudity ... maybe there are a lot of religious people in America, I don't know.
NFC: I don't remember an outcry in France when the film came out.
EG: No, not at all. It was only in America. Be cause they're obsessed with sex.


솔직히 '아내가 결혼했다'고 '미인도'고 한국 유사 이래 볼 수 없었던 수준의 노출이 있던 것은 절대 아니고 보면(더구나 전에도 말했지만 '아내가 결혼했다'의 노출이란 건 장난 수준입니다), 온갖 매체의 호들갑은 정말 이해하기 힘든 수준입니다. (두 영화가 절대 망하면 안된다는 충정에서 나온 자발적인 붐 조성이라면, 몰이해를 사과드립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게 참 충격적입니다. 그리 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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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뉴스를 보다가 허걱 하고 놀랐습니다.

연예계 뉴스로 분류되지 않은 소식인 바람에 늦게 접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활동 10년을 결산하며 꾸준하게 거액을 내놓은 고마운 기부자들을 공개했더군요. 한데 개인으로서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하신 분이 연예인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20대의 여자 연예인인데 철저하게 익명을 요구, 이번 10주년 행사에서도 공개하지 못했다는군요. 참 놀랍고도 감격스러운 일입니다(물론 범인^^으로 밝혀진 문근영 양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20대라면 아직 어린 나이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말입니다. 더구나 도박이며, 대출 사기며, 귀족 계 사고며, 외제 승용차 사기 사건에 이니셜로 연예인들이 등장한 같은 날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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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익명으로 기부를 합니다. 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라는 말씀대로 선행을 감추는 것이 더욱 숭고한 행위라고 생각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과연 꼭 그럴까요? 현장에서 몇가지 경우들을 보고 나서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마침 그와 비슷한 주제로 최근 '무비위크'에 썼던 글이 있어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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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장훈 때문에 선행을 못 하겠다고?

연예인에게도 등급이 있다. 최상위층에 오르기 위해선 이제 한국 안에서만 활동해선 곤란한 세상에 왔다. 이른바 한류 스타들이다. 장동건, 배용준, 이영애 쯤 되면 세상에 부러울 사람도 기죽을 사람도 없다.

인기나 수입은 이들보다 좀 덜하지만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으로 최상위층에 올라 있는 이들도 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김장훈, 션-정혜영 부부 등 이른바 선행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그 악플 천지인 인터넷에서도 이들을 욕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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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공짜 밝히기로 소문난 지인이 지난 연말 전화를 걸어 '김장훈 콘서트가 언제냐'고 물어 왔다. 표 부탁이냐니까 아니란다. "표 사서 가려고. '그런 분' 공연은 돈 내고 봐야지." 이 정도다.

사실 10년 넘게 연예계를 지켜보면서 참 우스운 꼴도 많이 봤다. 결혼 축의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겠다던 한 스타 커플은 "식장 대여비용과 피로연 대금을 치르고 나니 오히려 적자"였다며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축의금으로 북한의 결식 아동을 돕겠다던 다른 커플은 기사가 나간 뒤, 반공의식이 투철한 어른들로부터 '남쪽에도 도시락 못 싸 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무슨 오지랖이냐'고 야단을 맞았다며 딸랑 50만원을 기부했다.

일찌기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였던 한 여배우는 이런 식의 성금 떼먹기에도 달인의 경지였다. 명절때면 으리으리한 선행 기사로 스포츠신문의 1면을 도배하기도 했던 이 스타의 주머니에서 실제 나온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어느 해 6월, 연초의 기부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순진하게 체크해 봤을 때, 매니저의 반응은 이랬다. "아, 어디다 기부할지도 안 정해주고 돈 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그러니까 무능한 기자때문에 기부를 못했다는 얘기였다.

물론 모든 연예인이 이런 건 절대 아니다. 심지어 악착같이 기자들의 눈길을 피해 몰래 사랑을 베푸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기부를 받는 자선단체들은 이런 '몰래 선행'의 주인공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피력하곤 한다. "연예인이 몰래 선행을 하면 그건 그 혼자만의 선행으로 끝나지만, 온 사방에 알리고 선행을 하면 그걸 보고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라는 거다. 심지어 한 자선단체 간사님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선행을 감추시는 분들의 뜻을 절대 모르는 건 아니지만, 흉내만이라도 기자들 잔뜩 달고 와서 사진찍는 분들이 더 고마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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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선행이란 부끄러워 할 이유도, 가식으로 보일까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주눅들어 어디 기부를 못하겠다"는 연예인들이나 관계자들이 꽤 있다. 바로 김장훈과 션-정혜영 부부 때문이라는 거다. 자기 집 한칸 마련할 여유도 없이 죄다 이웃 사랑에 기부하고, 독도 수호 운동에 기부하고, 사람들 모아서 서해안 눈물 닦아주기 운동 하는 이들 때문에?

설명인즉 너무나 강력한 선행 때문에 요즘은 어지간한 선행은 무시당하거나 비아냥의 대상이 된다는 거다. 농담이 아니다. 얼마 전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요즘은 몇백만원 기부하려면 몰래 하든가, 아예 안 하든가 해야 할 것 같다." "왜?" "요새 누가 뭘 어디다 기부했다, 봉사했다는 기사를 보면 밑에 꼭 김장훈과 비교하고 비웃는 댓글이 달려 있다. 돈 내고, 시간 내서 욕 먹을 바에야 그냥 가만 있는게 낫지."

너무나 다른 사람을 기죽이는(?) 기부가 이런 결과를 낳고 있었다니. 요즘 도움의 손길이 뜸해졌다는 게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다고 기부왕들에게 자제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이젠 포털사이트에다 누가 뭘 기부했다는 선행 기사에도 댓글을 막아 달라고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 별게 다 말썽이다. 댓글 몇개를 여론으로 인정해버리는 세태를 탓해야 할까. 그렇다고 인터넷을 없앨 수도 없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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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이런 얘기를 "뭐?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보다 날림으로 겉보기 선행 하는 놈들이 낫다고?"라고 곡해할 사람이 있을까 겁이 납니다(워낙 난독증이 만연한 시대라). 결단코 선행을 감추는 것이 갸륵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윗글에도 있지만, "선행은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 공감하고 따를 수 있게 할수록 하는게 더욱 좋은 일"이라는 뜻을 강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선행은 다 자기 사정대로 하는 겁니다. 김장훈처럼 대출까지 받아 기부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이건 좀 무리한 경우죠. 웬만한 금액이나, 웬만한 정성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결코 '애개~~ 그렇게 돈 많이 벌면서!'라고 비방하지는 말자는 거죠. 기부는 꼭 돈 만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심지어 이효리가 요즘 밤에 잠을 못 이룬다는 최진실의 두 아이와 놀아 주러 갔다는 기사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또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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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대중의 사랑을 받아 부와 명성을 얻은 분들이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선행입니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이 분의 모습이 아직도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이런 모습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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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귀감이 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 덕분에, 한참을 지긋지긋한 뉴스들에 시달리다가도 가끔씩 세상에 살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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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이 주인공이 기왕이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천사의 면모로 이미지를 굳힌 문근영 말고, 다른 사람이 그 주인공이었으면 했는데 '정답'이 다시 답으로 확인됐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닙니다. 천사는 많을 수록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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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뭣보다 1등한 익명의 기부천사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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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코치를 비롯해 나머지 순위에 있는 분들도 기억합시다. 이런 데서도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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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연기'라는 말을 못 들어 보신 분들은 없겠죠. 특히나 최근 인기 있는 몇몇 드라마들과 관련해서 '발연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떠돌고 있습니다. 'OOO 발연기', 'XXX 발연기'같은 검색어도 자주 보입니다.

(사실 이 '발'에 대응하는 말은 '손'이어야 하는데, 이 말이 성립하려면 '손연기'라고 하면 잘 한다는 뜻이 되어야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기는 얼굴과 입으로 하는 거죠.^)

아무튼 발연기라는 말은 배우에겐 심각한 충격이 될 겁니다. 요즘 몇몇 배우들은 이 '발연기'라는 말에 인터넷 공포증에 걸려서 아예 인터넷의 댓글을 읽을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는군요. 하지만 이런 말을 안 들어 본 배우는 사실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용모가 뛰어난 배우일수록,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신인 시절에는 이런 말을 들을 소지가 많이 있죠. 그래서 이런 평가에 쉽게 좌절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쓴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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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두루] 발연기 논란에 시달리는 젊은 배우들을 위한 위로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발연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연기' 앞에 '발'이 들어갔으니 당연히 잘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나 요즘 가장 인기 있는 MBC TV 월화 드라마 '에덴의 동쪽'과 KBS 1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 나오는 젊은 배우들이 이 '발연기'라는 악평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연기를 못한다는데 기분 좋을 배우는 없겠지만 당장 혹평이 쏟아진다고 해서 앞길이 구만리같은 신인 연기자들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게 힘이 될만한 이야기를 몇가지 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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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사실 연기에 대한 평가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출연하는 작품의 작가나 연출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도 하고, 전문가와 일반인들 사이에서 심하게 엇갈리기도 한다.

심지어 '연기 잘 하는 배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메릴 스트립도 "너무 기계적이고 계산적인 연기를 한다"는 혹평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평가를 한 사람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네 차례나 수상한 캐서린 헵번이라면 묵묵히 수용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보고 싶은 분은 이 쪽으로)

둘째,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한다고 해서 드라마나 영화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흔치는 않지만 반대의 경우도 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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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방송된 SBS TV '천년지애'에서 각각 백제 공주와 백제 장군의 현신 역으로 나온 성유리와 소지섭의 연기는 지독한 혹평에 시달렸지만 시청률은 30%에 육박했다. 거슬러 올라가 지난 1998년 방송됐던 MBC TV '육남매'에서 엄마 역을 맡은 장미희의 연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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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도 장미희의 감정 과잉 연기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똑 사세요(떡 사세요)'라는 대사가 유행어가 되기도 했지만 드라마는 큰 호응을 얻었다. 굳이 말하자면, 망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혼자만 칭찬받는 것 보다는 성공한 드라마에서 연기가 엉망이라고 욕을 먹는 편이 낫다.

세째,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는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연기를 했을 거라는 문근영같은 천재도 있지만 대개는 연기 경력이나 인생의 간접 경험이 연기력을 지배한다. 80년대의 황신혜는 '컴퓨터 미녀'란 찬사를 받았지만 연기력에 대한 평가는 늘 바닥을 달렸다.

하지만 본인은 절대 그런 악평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의 연기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성장했다. 결국 1996년 유동근과 공연한 불륜 소재의 드라마 MBC TV '애인'의 성공 이후 감히 황신혜에게 연기를 못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론은 어떤 경우라도 쉽게 포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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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육남매' 얘기를 하려니 옛날 일이 생각납니다. 당시 몇몇 기자들이 MBC 드라마 국장이시던 김지일 국장과 '육남매'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대체 그게 무슨 연기냐. 정말 웃음이 나와서 못 보겠다. 전혀 상황의 심각성이 전달되지 않는 연기다'라며 혹평이 쏟아졌죠. 그때 김국장의 한마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송기자, 너무 그러지 마."

"?"

"그래도 한 5년만 지나 봐. 사람들이 이 '육남매'라는 드라마 얘기 할 때, 그때는 다들 '그 왜 육남매라고 기억 나? 왜 장미희가 똑사세요 하던 그 드라마 있잖아'라는 얘기밖에 할 게 없을거야."

...물론 그때라고 동의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세월이 흐르고 보니 정말 탁견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납니다. 다른 건 사실 기억나는게 전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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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하려던 얘기는 위에 다 있습니다. 뭣보다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황신혜는 일찌기 자신에 대해 연기 논란이 있을 때마다 "내 연기가 정말 이상해?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이상해. 사람들이 왜 내 연기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모르겠어"라며 의욕을 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 정확하게 말하면 위에서 말한 '애인'보다 몇해 먼저, '똠방각하'라는 드라마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 황신혜에 대한 연기 논란은 쑥 들어가 버렸죠. 오히려 지금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과연 태희양에 대해서도 그런 얘기를 할 날이 올지, 아니면 그 전에 뭔가 다른 쪽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꿀 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발연기라는 말이 나오면 불쾌하실 듯한 분들의 발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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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 아시다시피 박지성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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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입니다.

주인들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기 위해 이렇게 묵묵히 고생한 발들을 봐서라도 '발연기'라는 말은 좀 다른 표현으로 바꾸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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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시간 넉넉하게 찍는 드라마는 없습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16부작짜리 미니시리즈가 50부작짜리 주말드라마보다 다급하게 찍는 건 당연하다 치겠지만, 주말드라마 제작진에게 가면 '우리는 미니같은 주말'이라고 합니다. 일일드라마라고 '미니같은 일일'이 아닐 리가 없죠.

미니시리즈 제작진에게 가면 이건 초치기 제작입니다. 이건 생방송이죠. 방송 당일 오후 늦게나 촬영한 테이프를 갖고 연출자가 편집실로 들이닥칩니다. 아홉시 뉴스 시그널을 듣고 나서야 편집이 끝나죠. 월,화,수,목요일 밤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간은 대개 9시55분 전후입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방송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이런 드라마에서 영상미가 어쩌고, 작품성이 어쩌고 하는 건 사실 말장난입니다. 방송 나가면 다행인 거죠. 대체 왜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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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생방송 드라마를 봐야 하나

한국 최초의 TV 드라마는 1962년, KBS의 개국 특집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알려져 있다.
원로 배우 이순재가 기억하는 당시의 드라마에는 녹화라는 개념이 없었다. 모든 연기자가 실시간으로 방송 시간에 맞춰 연기를 했다. NG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광고도 홈쇼핑처럼 드라마 세트 한 켠에 상품을 갖다 놓고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그로부터 46년의 세월이 흘렀다. 최첨단 HD장비까지 등장했고, 제작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런데 정작 지금도 수많은 드라마가 사실상 생방송이란 사실이 맥빠질 뿐이다.

SBS 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주인공 문근영의 코뼈 부상으로 15일과 16일 방송을 스페셜 영상으로 꾸민다고 밝혔다. 워낙 문근영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얘기. 하지만 당장 바로 그 주부터 방송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람의 화원'은 방송 2주째부터 드라마 시작 30분 전에 편집이 끝나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사실 어지간한 드라마는 죄다 이 꼴이다. 심지어 지난해 방송된 MBC TV '태왕사신기'는 편집이 늦어지자 9시 뉴스를 20여분 연장해 가까스로 방송을 내보내는 기상천외의 사태를 빚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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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시작이 아예 늦었다면 모를까, 2개월 이상의 여유를 갖고 촬영을 시작한 드라마가 왜 초반부터 방송 나가기도 힘겨워야 할까. 결국은 연출자들의 욕심에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관계자들은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2부에 워낙 '힘'을 주려다 보니 시간과 물량 면에서 무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러다 보니 1,2부에선 그럴 듯 했던 드라마가 끝날 때에는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하는 경우도 많다.

신인 연출자들이야 시간 조절에 실패해 이런 문제를 자초하기도 하지만 고참 연출자들도 그리 자유롭지는 못하다. 한 연출자는 "상황이 여의치 못해 방송 3주 전에 미니시리즈 촬영을 시작했다. 몇 회 못가 보조 촬영팀이 등장했고, 준비가 덜 된 작가까지 한 토막씩 '쪽대본'을 내놓고 있었다. 후반부는 내 작품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했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이런 제작 환경에서 드라마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언감생심. 그나마 결방 사태라도 막으려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계약을 할 때 30%든 40%든 일정 비율 이상은 완성해 놓고 방송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항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전작제 얘기는 꺼내기도 무섭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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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씨의 '생방송 드라마' 얘기는 이쪽에서도 한 적이 있죠.



요즘엔 16부작이 보통인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경우, 10부쯤 되면 'B팀'이 등장하는게 아예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B팀이란 촬영 시간 단축을 위해 동원되는 두번째 촬영팀을 말하죠. 본래의 촬영팀인 'A팀'이 한 장소에서 촬영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는 사이 출연진은 B팀이 대기하고 있는 다른 촬영장소로 이동해 쉬는 시간 없이 촬영을 이어간다는 뜻입니다. 방송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들은 드물게 C팀까지 등장, 세 팀이 분주하게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멀쩡한 드라마들이 방송 시작 이후에 늘 쫓겨서 생방송 드라마가 되고 마는 건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사이에서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협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드라마 제작이 지연되는게 외주제작사 탓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외주사야말로 하루라도 빨리 촬영을 끝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제작 일정을 끌거나 제작비를 오버하거나 하는 건 전적으로 연출자의 책임이자 권한이죠. 또 이런 경우 외주제작사는 현실적으로 '그 연출자를 다음에는 안 쓰는 것' 외에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습니다. 많은 경우 연출자들은 방송사 본사 소속의 PD들이고, 이럴 때 손해는 고스란히 제작사의 몫이 됩니다.

하긴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말이 안 되는 부분은 이 정도가 아니죠. 심지어 가장 큰 부분, 드라마를 외주 제작해서 흑자를 내는 회사는 아무도 없는데 날이 갈수록 제작사가 늘어나는 기현상은 대체 뭘로 설명을 해야 할까요. 참 이상한 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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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입니다.

한글날에 좀 맞는 화제를 들고 나오고 싶었습니다. 사실 지난번 추석 연휴때 또 나왔던 얘기이기도 한데 아끼고 아꼈다가 한글날 다 같이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요즘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TV에서도 원음을 살려 자막으로 외화를 방송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요청은 대개 극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인기 외화가 몰아서 방송되는 명절 때 많이 제기된다고들 하지요.

꽤 전에 한 방송사 편성 담당 간부 한 분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문득 외화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죠. 'X-파일'이 방송되던 시절인데, 일부 일간지에서는 'X-파일'의 인기로 미국 드라마 붐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사가 나올 때였지만 정작 시청률이 왕년의 인기 외화들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왜 '프렌즈'같은 시트콤을 방송하지 않느냐"고 물었죠. 그 간부는 "우선 정서가 한국 정서가 아니고, 너무 섹스와 관련된 얘기가 많아 적절하게 옮기기가 함들며, 성우들이 그 시트콤의 맛을 낼 거라고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자막으로 내면 되지 않느냐"고 다시 물었죠.

그러자 그 간부가 씩 웃으며 하던 말이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정말 몰라서 그러는거야? 누구 쪽박 차는 거 보고 싶어?" 저는 그때까지 정말 몰랐습니다. 한국 시청자들이 그렇게 자막을 싫어한다는 것을. 그 간부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자막 들어가서 방송된 프로 중에서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게 뭔지 알아? '여명의 눈동자'야. 그거 빼곤 전부 한자리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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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TV 외화, 더빙해야 할까 자막으로 볼까

명절 때가 되면 홍콩 스타 성룡(成龍)이 나오는 영화가 방송된다는 건 상식이다. 그리고 그만큼 자주 재연되는 논란이 있다. 바로 '성룡의 목소리'와 관련된 문제다.

TV 외화는 더빙을 하는 게 좋을까, 하지 않는게 좋을까. 한쪽에선 관람의 편의나 우리말의 소중함을 내세우고, 다른 쪽에선 실제 배우의 육성이나 만들어진 음향을 해치지 않는 관람을 요구한다. 당연히 돈이 더 드는 쪽은 더빙을 하는 쪽이다. 어느 쪽에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방송사 쪽에선 돈을 안 들이고 욕먹는 쪽이 낫다고 보아야 할까?

일단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볼 필요가 있다. 더빙과 관련해 '원어로 영화/드라마를 볼 수 있는 자유'를 말하자면, 한국만큼 이 자유를 폭넓게 보호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한국과는 반대로, TV는 물론 극장에서도 '자국어로 더빙된 영화를 볼 권리'를 국민들에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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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방송 드라마의 경우 전면 더빙을, 극장용 영화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더빙을 원칙으로 생각한다. 그런 탓에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성우들이 인기 스타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원어판(자막판)을 상영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더빙이 되어 있지 않음'을 명시해야 한다. 관객에게 '자막을 읽는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중국도 마찬가지. 자막 상영이 더 보편적인 일본에서도 거의 모든 영화가 더빙판 상영을 병행하고 있다.

오히려 극장에서 자국어로 더빙되지 않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정도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미국인들은 '미국에서 외국(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것은 더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엔 '자막을 읽어 가며 영화를 보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며, 외국어로 된 영화에 자막을 넣지 않는 것은 관객을 곤란하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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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를 원어 그대로 보든, 자국어로 더빙해서 보든, 사실 대단한 문제는 아닌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블TV의 경우 어린이용 애니메이션까지 자막 방송을 하기도 한다는 점은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혹시 이런 현실이 자국어에 대한 애정의 부족 때문은 아닐까. 더빙 여부가 제작비 몇 푼의 문제, 성우 몇 사람의 생계 문제만은 아니라는 부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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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 관객들의 기준은 그리 일관적이지 않습니다. 1980년대, 홍콩 영화 포스터에는 조그맣게 '중국어 발성'이라는 문구가 써 있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홍콩 합작 영화가 꽤 많았고, 합작 영화는 한국에서는 한국어로, 홍콩에서는 광동어로 더빙되어 상영되는 게 상식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소룡에 이은 성룡의 성공이 모든 걸 바꿔놨습니다. 관객들은 재빨리 '중국어로 발성되는 영화'가 '한국어로 더빙된 중국 영화'에 비해 작품성이나 재미가 훨씬 낫다는 걸 알아 차린겁니다. 그래서 한국어로 더빙된 영화를 노골적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죠. '중국어 발성'이란 바로 품질 보증이었던 겁니다.

할리우드 영화는 말할 것도 없죠. 극장에서 더스틴 호프만 대신 배한성씨의 목소리가 나오는 영화를 걸었다가는 아마 관객들의 항의가 하늘을 찌를 겁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은 지금도 더빙판을 병행 상영하지만, 어쨌든 한국에서는 '극장에 가서 외화를 본다=자막으로 영화를 본다'로 굳어진 지 오랩니다.

하지만 TV의 경우엔 영 다릅니다. 절대적으로 더빙된 영화에 대한 선호가 높죠. '어, 난 아닌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죄송하지만 이 경우에 여러분은 소수파입니다. 전체 국민, 즉 전체 시청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자막이 들어간 외화는 절대적으로 기피 대상입니다. 자막으로 방송되는 'CSI'가 인기라구요? 그래 봐야 시청률로 따지면 2~3%가 한계입니다. 더빙으로 방송되는 지상파에서는 6~7%까지 나오기도 하지만, 그것도 만약 국산 드라마와 붙여 놓는다면 상상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자막으로 된 외화를 선호하는 사람은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전 시청자의 절반 이하입니다. 많이 배운 여러분이 쉽게 계산에 넣지 못하는, '나이도 많고 교육수준도 낮은' 시청자들에겐 자막이 전혀 인기가 없습니다.

그리고 세계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한 건 우리나라 쪽입니다. 다른 나라는 잘 사는 나라건 못 사는 나라건, 대개 극장에서도 더빙 상영판을 메인으로 간주합니다. 아예 원어 상영(자막판)을 하지 않는 나라도 꽤 많죠. 이건 바로 가장 기본적인 자국어 우선 정책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도 '더빙'을 무턱대고 구시대의 유물 취급하는 태도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극장에서야 지금처럼 자막 상영의 기본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겠지만, TV에서는 더빙이 좀 더 늘어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나 어린이들이 보는 만화영화까지 굳이 지막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어린이들이 일본어로 만화 주제가를 따라 부르는 걸 보고 "조기 외국어 교육이 효과가 있네" 하면서 좋아할 수 없는 건 저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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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진은 위에서부터 배한성, 양지운, 장유진, 얼마 전 돌아가신 장정진, 그리고 탤런트로 더 유명한 김영옥씨와 그분들이 연기한 대표적인 역할입니다. 어려서 쇠돌이의 목소리를 내는 분이 중년 아줌마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기도 했더랬습니다.

요즘은 어떤 분들이 스타 성우인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 이누야샤 목소리를 내던 강수진씨 정도나 알겠네요. 그래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X-파일'의 경우 유독 더빙에 대한 선호가 높은 것 같더군요. 멀더군의 실제 목소리에 실망했다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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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이 당대 최고의 여배우를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메릴 스트립을 꼽습니다. 위대한 배우죠. 남자의 경우라면 말론 브란도,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 더스틴 호프만 같은 배우들이 번갈아 꼽힐 자리지만 여자의 경우엔 메릴 스트립에 맞설 만한 경쟁자가 쉽게 거론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이앤 키튼 같은 대배우도 "우리 세대의 천재"라며 경쟁의 뜻을 전혀 비치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에게도 감히 '그게 연기냐'고 비웃을 수 있는 천적이 있습니다. 누굴까요? 미리 알려드리면 재미 없으니 끝까지 보시기 바랍니다. 앞부분의 얘기는 이 블로그를 자주 오시는 분들이라면 자칫 '또 이 얘기야?'라고 하실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인내심을 보이시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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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 스트립, '맘마미아'에 잘 어울렸을까?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영화 '맘마미아'가 국내 박스 오피스를 강타하면서 '적역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맘마미아'는 70년대의 명 그룹 아바(ABBA)의 노래만으로 제작된 뮤지컬. 지난 1999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래 세계적으로 히트했고 이번에 영화화됐다.

스트립이 연기한 여주인공 도나는 갓 스무살의 딸과 함께 그리스의 한 섬에서 호텔을 경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잘 나가는 여성 그룹의 리더였던 도나가 '사고'를 쳐서 아빠도 모르는 딸을 낳은 것이 20대 초반으로 짐작되므로 도나의 극중 나이는 많아야 45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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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트립의 실제 나이는 59세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젊어 보이려는 시도를 아예 하지 않았다. 주름살과 윤기 잃은 머리칼의 '전통적인 어머니' 상이 된 스트립과 뮤지컬에서의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도나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관객들이 상당수 있다.

물론 이런 무리를 모를 리 없는 제작진(필리다 로이드 감독은 '맘마미아'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맡았던 무대 연출가 출신)이 굳이 스트립을 캐스팅한 이유를 읽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영화의 주요 타깃을 30대 이상 여성층으로 놓고, 가능한 한 많은 관객들에게 '어머니'로 느껴질 수 있는 배우를 선택한 것이다. 여기에 스트립 본인이 "새로 배울 노래는 하나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아바와 '맘마미아'의 팬이라는 사실도 한 몫을 했다.

스트립의 도나 연기에 우호적인 여성 팬들 가운데도 '노래는 조금 아쉬웠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사실 여기엔 약간의 오해가 있다.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메릴 스트립은 음악에 상당히 조예가 깊다. 12세때부터는 오페라 가수를 목표로 성악트레이닝을 받았고 영화 '뮤직 오브 하트'에 캐스팅됐을 때는 8주 동안 하루 6시간씩 바이올린을 연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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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노래 실력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영화 '에비타'의 에바 페론 역할을 놓고 마돈나와 경합했을 때 했다는 말에서 드러난다. "내가 마돈나보다 노래 실력이 나아요. 그래도 마돈나가 그 역을 차지한다면, 그 여자 목을 찢어버리겠어요(I'll rip her throat out)."

물론 진지하게 한 얘기는 아니었겠지만, 유튜브 같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그의 노래 실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실크우드'에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나 로버트 알트만의 유작 '프레리 홈 컴패니언'에서 부른 '마이 홈 미네소타', '헐리웃 스토리(Postcard from the edge)'의 엔딩 장면에서 부른 '아임 체킹 아웃', 그리고 전성기 지난 여배우 역으로 나온 '죽어야 사는 여자(Death becomes her)'의 첫 장면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신에서 '미(Me)'를 부르며 보여준 춤과 노래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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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스트립이 왜 '맘마미아'에서는 적역 논쟁에 시달리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음역이다. 아바의 원곡은 아니프리드와 아그네사라는 두 명의 걸출한 여성 보컬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의 청정 고음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의 귀에는 스트립의 저음은 거칠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스트립의 '실력'은 알토 음역으로 컨트리풍의 노래를 부를 때 드러나기 때문이다.

외모나 노래 실력에 대한 호오는 엇갈릴 수 있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스트립의 연기력이다. '맘마미아'에 대해서도 "노래도 연기라는 점을 생각할 때, 목소리를 떠나 가사에 실린 감정의 전달에서는 완벽했다"는 호평이 적지 않다.

1979년 '디어 헌터' 이후 아카데미상 역대 최다인 16회 노미네이션과 2회 수상('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와 '소피의 선택), 동시에 칸 영화제(1989년 '이블 엔젤스')와 베를린 영화제(2003년 '디 아워스')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여배우. '현존하는 최고의 여배우'라는 칭찬이 아깝지 않지만 유독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4회 수상해 역대 최다 기록을 갖고 있는 선배 캐서린 헵번은 "연기에서 딸깍 딸깍 소리가 난다"는 혹평을 해 눈길을 끈다. "톱니바퀴가 돌 듯 너무나 계산적이고 기계적인 연기를 한다"는 뜻이라나. (끝)


스트립의 수상 광경을 잠시 정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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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1980년 오스카를 수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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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2004년 에미상 수상 장면입니다. 수상작은 'Angels in America'라는군요.

사실 스트립은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의 단골 시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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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피터 오툴 때도 시상자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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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로버트 알트만이 생애 마지막으로 오스카 무대에 올라 공로상을 받을 때도 시상자였습니다. 그해 '프레리 홈 컴패니언'에 출연하기도 했었죠.

자기가 출연한 작품이 작품상을 받아도 자신의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으면 아예 참가를 기피하는 어떤 나라의 배우들과 참 대조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튼 '기계적인 연기'라니, 대체 누가 천하의 메릴 스트립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감히...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그 말을 한 사람이 캐서린 헵번이라면 반대로 스트립이 그냥 수긍해야 할 얘기일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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헵번은 '모닝 글로리(나팔꽃, 1933)', '초대받지 않은 손님(Guess Who's Coming to Dinner, 1967)', '겨울의 사자(The Lion in Winter, 1968)', '황금연못(On Golden Pond, 1981)'으로 4개의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받았습니다. 스트립이 2회, 그것도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에서는 여우조연상이었으니 정말 불멸의 기록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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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4회 수상이 불만인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1907년생이니 26세때 처음 받고 60세, 61세, 74세에 세 개를 받았군요. 사실 아카데미상의 경로사상 덕분에 덕을 보기도 했을테니 스트립이 역전시킬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아무튼 캐서린 헵번은 평소 제레미 아이언스, 존 리스고, 글렌 클로즈를 좋은 배우로 칭찬했던 반면 스트립에 대해서는 '계산하는게 빤히 보인다'고 혹평을 했다고 합니다. 스트립은 '억울하면 역전'을 반드시 시켜 봐야겠군요.

이 글을 추천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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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람들이 메릴 스트립과 가장 자주 혼동하는 스타는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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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글렌 클로즈와 메릴 스트립을 혼동한다고 하는군요.^ 글렌 클로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선셋 대로(Sunset Boulevard)'로 토니상 여우주연상도 받았고, 영화판에서도 바브라 스트라이젠드를 제치고 주연을 따내 이완 맥그리거와 공연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영화가 개봉될 기미가 안 보입니다.

본래 1950년작인 '선셋 대로'는 글로리아 스완슨의 전설적인 명 연기로 기억되는 걸작이죠. 뮤지컬도 'With one look'같은 명곡이 히트했지만 흥행에선 별 재미를 못 봤다는군요. 저도 무대에서 전편을 본 적이 없어서 은근히 영화판이 기다려집니다.

우선 'Once upon a time'과 'With one look'을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잘 알려진대로 '선셋 대로'는 자신이 아직도 전성기인 줄 아는 왕년의 스타 여배우와 시나리오 작가의 기이한 관계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위 영상은 이들의 첫 만남 장면. 남자가 "당신 한때 대단했잖아(You used to be big)!"라고 말하자 눈을 똑바로 뜨고 "I'm Big. It's the picture that's got small(난 여전히 대단해! 작아진 건 바로 영화야)"라고 말하는 여배우의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다음은 'As if we never said goodbye'입니다. 1995년 토니상 시상식. '백야'의 그레고리 하인즈와 '프로듀서즈'의 네이선 레인이 작품을 소개하고 글렌 클로즈가 등장합니다.




갑자기 엉뚱한 얘기로 흘러갔군요.^ 혹시 메릴 스트립이 예전 영화에서 노래하던 모습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로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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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문근영의 여장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젊은 화원 후보생들 사이에 끼어 선머슴아같은 옷차림과 말투로 귀여움을 과시하던 문근영이 마침내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거죠.

남장 연기에 그새 익숙해지다 보니 여장한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신윤복의 미인도를 재현하는 모습에서 작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문근영과 '바람의 화원'은 어떤 관계일까요. 과연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 문근영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볼 때 '바람의 화원'은 문근영이 최근 2-3년 사이 추구하던 '성인 역할로의 변신'에는 그리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기자 문근영'의 길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는 드라마죠.

물론 세계 어디서나 아역 스타의 성인 변신은 꽤 힘든 과제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죠. 거기서 얻어진 교훈은, 분위기가 - 외모든, 체형이든, 정말 외적인 상황이늗 - 갖춰지지 않은 성인 변신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문근영이 '지금 스무살이 넘었으니 어쨌든 성인 여성으로서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떨치고, 지금의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에 올인하는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선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 역할은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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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 이젠 '국민 남동생' 노리나?

문근영 이전에 한국엔 '국민 여동생'이 없었다. 국민가수 이미자-조용필, 국민배우 안성기는 몰라도 국민 오빠, 국민 엄마 등 가족에 대응한 새로운 호칭들은 모두 문근영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문근영을 통해 임예진이 '70년대의 국민 여동생' 임예진이 주목받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문근영에게 쏟아진 관심은 2000년작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시작된다. 당시 주인공은 송승헌 원빈 송혜교 등 지금도 한류의 주축을 이루는 톱스타들이었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를 낳은 것은 송혜교의 아역이었던 문근영과 선우은숙 사이에서 펼쳐졌던 눈물의 모녀 연기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당시 13세였던 문근영이 보여준 연기력은 이미 성인 배우의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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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항할 수 없는 귀여움'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이 기간 동안 문근영은 '장화 홍련(2003)',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까지 세 편의 영화로 대한민국의 모든 총각들을 오빠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롤리타 컴플렉스를 들먹이기도 했지만 요즘의 원더걸스와 비교하면 참 어이없는 얘기다.

2006년, 19세의 대학 신입생(성균관대 국문과)이 된 문근영은 '첫 성인 연기 도전'이라는 문구로 포장된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제 2기의 문을 열었다. 결과는 '잠시 쉬어 가라'는 진단. 사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광고와는 달리 아예 성인 도전이 아니었다. 여전히 영화는 문근영의 하이틴 이미지에 매달렸고, 상대역 김주혁은 연인이 아닌 삼촌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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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실패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생긴 안티들('자력으로 수능을 치러 대학에 가겠다'고 했던 문근영이 결국 특례 입학한 것을 비판)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 2007년 한해를 꼬박 쉰 문근영은 24일 첫 방송을 탄 SBS 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컴백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회가인 혜원 신윤복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추정에서 출발하는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이 원작. 문근영은 당연히 신윤복 역이다.

단 두 편이 방송됐지만 문근영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입을 삐죽거리는 앳된 소년 모습은 더없이 잘 어울렸고, 김홍도 역의 박신양을 향해 외치는 "야 이 그지같은 놈아!" 같은 대사는 이제껏 문근영이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수위 높은 대사로 기록될 만 했다. 하지만 문근영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바람의 화원'은 '성인 역할로의 변신'이라는 전 세계 아역 출신 배우들의 공통된 난관을 이번에도 슬쩍 피해 간 작품으로 보인다. 이번 신윤복 역할은 성적 이미지가 배제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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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판타지는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양축 설화에서 유태인 율법학교에 몰래 들어간 여학생 이야기를 다룬 바브라 스트라이젠드 주연의 영화 '옌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문화를 넘어 폭넓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남장 미녀의 등장은 동성애적인 분위기와 이성애의 느낌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고래로 수많은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지만, 정작 그 대상이 되는 캐릭터는 중성적인 이미지로 희석되어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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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 첫회에 벗은 등을 노출했음에도 전혀 선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판타지 속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원인 성인 연기자 변신은 또 다음 작품으로 미루게 됐지만 변함 없는 탄탄한 연기와 사랑스러운 모습은 '안티'들을 제거하는 데에는 꽤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혹자의 말처럼 이 작품으로 '국민 남동생'이 되는 건 아닐지. (끝)






뭐 사진을 통해 순서대로 리뷰하자면 이렇습니다.

'가을동화' 모습은 이미 저 위에 있고, 2003년 '장화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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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어린 신부'. 혹시 이 광경을 보고 다들 마음 속으로 '김래원 이 자식!'하고 주먹을 불끈 쥐시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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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5년의 '댄서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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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사이에도 성인 느낌이 나게 해 보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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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해도 섹스 어필이 강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더군요. 그리고 이번엔 남장 여자 역할입니다. 사실 예쁜 여자는 아무리 남장을 해 놓아도 예쁩니다. 게다가 어찌 보면 더 고혹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그건 고도의 계산이 깔린 치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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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좀 과장된 선머슴아 느낌을 내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진짜 남자보다 훨씬 더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런 느낌도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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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 작품 자체로 '성인 여자의 느낌'을 주는 경우는 좀 드뭅니다. 사실 여자가 남장을 하고 오랜 기간 남자들과 지내는데도 여자라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물론 굉장히 남자같이 생기고, 체격도 남자다운 여자라면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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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미모의 여배우를 남장시켜 놨을 때 그 자체로는 성적인 느낌이 사라져버리는 게 정상적인 반응입니다(물론 여기서 정상이란 이성애자를 기준으로 얘기한 겁니다. 동성애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 자체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보는 사람도 은연중에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판타지에 나오는 요정족이 어쩐지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같은 경우라면 아무래도 남장여자 쪽이 여장남자보다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런 건 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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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의 깜찍한 근영군, 끝까지 잘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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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사직구장편이 방송될까 말까, 개인적으로 궁금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7일에 '1박2일' 팀의 나영석 PD를 만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죠. 당시 나PD는 "방송을 보여주고 당당하게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 보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방송이 나갔고, 예상대로 많은 부분이 해명됐습니다. 물론 앞장서서 '1박2일'을 성토했던 사람들이 이 정도 한방에 입장을 바꿀 리도 없었죠. 어떻게든 비판할 거리를 찾으려면 꼬투리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때부터 '편집에 농락당하면 안된다' '어쨌든 야구장은 야구 팬들의 것이다' '야생 다큐가 왜 도시 한복판에 들어왔느냐' 등등의 억지 논리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립니다. 물론 처음부터 조용했던 대다수 시청자들은 "보니 별 것 없는데 왜 저럴까" 분위기인 듯 합니다.

사직구장에서 한 행동에 대해 '1박2일'은 대략 면죄부를 받은 듯 합니다만, 아직 궁금한 부분은 남아 있습니다. 이들은 왜 굳이 사직구장에 간 것일까요. 거기에 대한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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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1박2일, 사직구장 말고도 갈 곳은 많다

'1박2일'이 아직 시끄럽다. KBS 2TV '해피 선데이'의 인기 코너 '1박2일'이 요즘 전국 최고의 야구 열기에 들떠 있는 사직구장을 방문한 여파가 아직 다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티즌들은 50석 예매했다면서 왜 100석 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가(알고 보니 뒤에 빈자리가 있었던 건 경기 시작 1시간 전이었기 때문), 왜 롯데의 홈인 사직구장에서 한화의 응원가인 '무조건'을 불렀나(관중들이 '무조건'을 연호하며 요청), 왜 클리닝 타임에 긴 공연을 해 경기를 방해했나(사전 협의된 시간 안에 끝냄)며 '1박2일' 팀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결국 뚜껑을 열고 보니 잘못된 정보와 일부 네티즌의 착각이 삽시간에 마녀 사냥으로 비화했던 것임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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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눈 빠지게 센 게 다 헛수고였다는 얘깁니다. 하긴 지정석 산 사람들이 경기전 한시간 전에 들어와 있을 이유가 없죠.)

'1박2일' 팀은 사직구장 촬영분에 대해 방송 여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면돌파를 택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왜 하필 사직구장에 갔을까'에 대한 부분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1박2일'이 '야구의 인기에 편승'하려 했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사실 편승이란 표현은 오해다. 한국 야구의 가장 큰 잔치인 한국시리즈 경기 중계방송의 시청률은 6∼7% 정도. '해피 선데이' 전체의 시청률은 11%까지 떨어졌지만 '1박2일' 부분의 시청률은 30%대를 오르내린다. 누가 누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선명하다.

(주: 28일 방송분의 '1박2일' 부분 시청률은 21.7%였다고 합니다. 전보단 좀 떨어졌군요.)

이를 근거로 '1박2일' 팀의 한 연출자는 "야구가 최고 인기 종목이라지만 한국 시리즈 시청률을 보더라도 아직 응원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지난해 미국 월드시리즈 1차전은 인기 구단인 보스턴이 진출했는데도 첫 경기 시청률이 간신히 10%를 넘었다. 그렇다고 야구가 비인기종목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확고한 지역 연고제의 영향이 전국 시청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야구가 지금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린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1박2일'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나도 야구장 한번 가 볼까?"라는 생각을 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상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2일'이 기왕 좋은 일에 나선 거라면 지금도 만원사례인 사직구장보다는 음지 쪽에 애정을 보여주는게 낫지 않았을까.

올림픽 때에만 관심이 쏠리는 수많은 비인기 종목 경기장이나,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불경기로 타격을 받은 텅빈 공연장을 찾았다면 어땠을까. 죽 한그릇이 간절한 사람들이 널렸는데 그래도 살 만 한 집에 쌀가마니를 얹어 준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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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구가 지금보다 더 발전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를 떼버린 히어로즈의 암울한 현황은 결국 프로야구가 수익사업이 아니라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건 관중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1박2일'로 인해 더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는다 해도, 사직구장의 전체 홈 경기가 매진된다 해도 그걸로는 구단 1년 운영비의 절반 정도나 메울 수 있는게 현실입니다. 프로 구단 모기업의 구장 보유 혹은 염가의 구장 장기 임대, 무엇보다 방송 중계권의 현실화 등등 구단의 수익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흑자 전환은 요원합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이 문제라는 것을 이미 20여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아무 것도 바꿔놓지 못한 KBO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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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야구의 경우에는 이렇듯 경기 외적인 문제가 더 큰 과제로 남아 있고, 그 기반을 이루기 위한 야구 팬들의 성원은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져 있는 걸로 보입니다. 내년 초 WBC가 남아 있긴 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의 힘, 그리고 그 주축 선수들이 거의 모두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힘이 됐습니다. 거기에 대한 한 '1박2일'이 더 보탤 수 있는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1박2일'의 영향력을 이용한 국민의 관심 유도는 좀 더 그늘진 곳에 힘을 보태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야구장에는 시즌이 거의 끝나가는 7위와 8위의 경기에도 몇천명씩 관중이 옵니다. 몇백명의 관심이 아쉬운 곳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그늘진 곳만 보고 살다간 끝이 없겠죠. 하지만 잘난체 하지 않는 소박함과 친근함이 무기였던 '1박2일'과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의 현장은 어째 좀 잘 어울리지 않는 듯 하는 느낌도 분명 있습니다. 아무튼, 앞으로도 '1박2일'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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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녹화 직후 올라온, '1박2일'을 비난하는 수많은 낚시 포스팅 중에는 위 사진 같은 사진들을 죽 엮어서 "김C의 어두운 표정을 보라. 야구를 했던 김C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사태가 이런 파국으로 올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렇게 표정이 어두웠던 거다"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최근 김C를 만날 일이 있어서 이 얘기를 해 줬습니다.

나: 그래서 그렇게 표정이 어두웠어요?
김: 사실 그날 야구가 하도 재미있어서 녹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딴 생각 하는 얼굴이 잡혔나봐요. 근데 나 원래 표정이 그런데... 누군지 참 별 생각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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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의 얼굴만 봐도 이 분이 누군지 모를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요즘 멜로 연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올해로 연기 52년째를 맞는 대배우 이순재씨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분이 중년 이전에 했던 대표적인 역할을 꼽으라면 쉽게 꼽는 분이 별로 없습니다.

나이가 안 되는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이 분과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도 선뜻 어느 한 작품을 꼽지 못하더군요. 물론 히트작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이 분의 역정을 다 설명하기엔 너무 짧은 글입니다. 한 단면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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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설레게 한 73세의 키스신
황혼 커플 연기로 최고 인기 누리는 이순재
| 제79호 | 20080913 입력  
 
배우 이순재(73)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의 이력을 제대로 따지려면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1992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통해 한때 한국적 아버지의 대표상으로 자리잡고, 그 이미지를 통해 국회의원을 역임했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스타성은 21세기에 비로소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 국민이 대상이란 점이 특이하다. 2006년 MBC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2007년의 MBCTV 사극 ‘이산’, 그리고 2008년의 KBS-2TV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에 이르는 잇따른 세 편의 히트작으로 세대 구분 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50년에 이르는 그의 연기 역정에서 가장 빛났던 ‘대발이 아버지’ 시대를 능가하는 인기다.

안방극장 최고의 화제작인 ‘엄마가 뿔났다’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이 장미희의 항복과 김혜자의 가출이었다면, 현재 이 드라마 최고의 화제는 이순재-전양자가 연기하는 황혼 커플의 아기자기한 멜로 연기. 지난 7일 두 사람의 키스신이 방송되면서 이 드라마는 40%에 육박하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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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 이순재의 인기에 있어 특이한 점은 ‘나이 들어 인기를 얻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노역 스타’라는 장르는 분명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노역 배우들은 어느 정도 일정한 캐릭터를 유지하기 마련이다.

1996년 100세를 일기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리며 활약했던 미국의 배우 조지 번스를 기억할 때 많은 사람은 굵직한 시가와 심술궂은 표정, 그리고 촌철살인의 유머를 기억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노역 스타라고 할 수 있는 김희갑이나 황정순을 떠올려도 작품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 고유의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순재를 한두 가지의 이미지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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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번스가 누구야, 하시는 분들을 위한 이미지. 왼쪽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시는 분은 별로 없습니다. 대신 오른쪽 모습은 너무나 유명하죠. 캐리캐처로 옮겨 놓아도 똑같다는 조지 번스 스타일입니다.)


최근 히트작들만 훑어봐도 그렇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사춘기 소년처럼 들떠 하는 충복과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야동순재’ 이 원장은 한국 TV에서 유례를 볼 수 없던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이산’의 영조는 상당히 전형적인 왕 역할이라 쳐도 70대 노배우가 짧은 기간 사이 이처럼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10일 처음 방송된 MBCTV ‘베토벤 바이러스’의 ‘4차원’ 노악사 역할 또한 위의 세 역할과 공유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웬만하면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특징은 52년간 걸어 온 성격파 배우로서의 길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고-서울대(철학과) 출신인 이순재의 데뷔작은 흔히 62년 KBS TV의 개국 기념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자신의 출발점을 56년의 연극 ‘지평선 너머’로 친다. 전쟁 통에 사라진 서울대 연극부를 재건한 것도 그의 공로로 꼽힌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순재의 출연작을 검색하면 66년의 데뷔작 ‘초연’ 이후 극장용 영화만 178편이 나온다. 주연작도 꽤 있지만 이순재는 본질적으로 조연이나 상대역을 맡았을 때 빛을 발하는 배우였다. 당대의 꽃미남 스타들인 신성일이나 남궁원에 비견할 만한 스타덤을 누린 적은 없었다. 특유의 탁성(濁聲)이나 작은 키가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에 제약이 된 부분도 있고, 날카로운 눈매는 악역 전문, 특히 보스 역할이 어울리는 배우로 그를 특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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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성실함 하나로 ‘배우와 결혼하면 굶어 죽는다’고 공공연히 얘기되던 시절을 이겨냈다. ‘막차로 온 손님들’(67), ‘분례기’(71), ‘토지’(74)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순재는 76년 작 ‘집념’에서 명의 허준 역할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중년 이후의 화려한 스타덤을 예고하게 된다. 82년 드라마 ‘풍운’에서 흥선대원군 역할을 맡은 이후엔 주로 중년의 강직한 가장 역할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지금도 주말마다 자신이 지도하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들과 함께 고전 희곡을 놓고 벌이는 워크숍이 ‘삶의 활력소’라고 말하는 노장 배우. ‘얼짱’도 ‘몸짱’도, 한때 잘나가던 청춘 스타도 아니었지만 결국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만년의 스타덤을 쌓아 올렸다는 점만으로도 한국 연예사에서 그의 위치는 공고하기만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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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에서 문제의 그 키스신이 방송된 다음날, "대체 마지막으로 키스신을 해 보신게 언제냐"고 후배를 시켜 여쭤보게 했습니다. "아, 왕년엔 많이 했지!"라는 대답이더군요. 그런데 그 마지막이 무려 40년 전, 1967년 '막차로 온 손님들'에서의 키스신이라는 겁니다.

위 사진은 1969년작 '춘원 이광수'에서 젊은 이광수 역을 맡았을 때의 모습이고 상대는 당시 최고로 막 올라설 무렵의 남정임입니다. 그러니까 저 포즈에서도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는 뜻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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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영화만 거의 200편. 분주하던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중반까지는 1년에 7-8편에도 출연했던 경력에 비해(물론 당시엔 너나 할것 없이 이 정도를 찍었습니다), 당시의 회고담은 참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습니다.

사귀던 애인(물론 결혼 전 얘깁니다)의 가족이 "아나운서인줄 알고 교제를 허락했는데, 배우라니 굶어죽는 것 아니냐"고 사이를 반대했다는 얘기, 결혼 후에도 생활고 때문에 만두집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었다는 얘기, 그 만두집에도 '배우가 한다'고 소문이 나면 각다귀들이 몰려들까봐 아예 가게 근처에 얼씬도 못 했다는 얘기 등등.

이순재씨가 요즘 배우들에게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부분은 역시 '기본기 부족'입니다. 1962년, 한국에도 TV가 생겼을 때 모든 드라마는 생방송이었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1분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됐던 거죠.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투씨'에서 생방송으로 시트콤을 진행하는 모습이 나오곤 했는데, 아무튼 배우들이 기본적으로 연기가 받쳐 주지 않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아, 더욱 코믹한 건 당시에는 CF도 모두 생방송이었다는군요. 드라마가 끝나고 카메라가 옆으로 돌아가면 그 자리에 상품 선전대가 차려져 있고, 배우들이 그 자리에서 광고 멘트를 읽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요즘의 홈쇼핑 광고처럼 했다는 거죠.

아무튼 이런 '생방송 시대'를 살아온 분들인 만큼 대본도 숙지가 안 되는 젊은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게 불만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이런 '선생님 급' 배우 중에서 젊은 배우들이 가장 겁내는 사람은 박근형씹니다.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야단을 치기 때문이죠. 대신 배우는 것도 많기 때문에 존경도 받습니다. '자기 배우'를 크게 키우고 싶어 하는 매니저들은 일부러 박근형씨와 같은 드라마에 집어 넣어 '교육'을 받게 하기도 하죠.

박근형씨가 이렇듯 엄한 학생주임 스타일이라면 이순재씨는 조용히 한마디씩 툭툭 던져서 잘못을 바로잡는 교장 선생님 스타일이라는군요. 하긴 김태희를 보고 "요즘 서울대는 얼굴 보고 뽑냐?"고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분들 중 하나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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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작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면 또 하나의 희한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평소엔 너무도 조용하고 깔끔한 노인이다가 갑자기 흥분하면 우유 팩을 발로 밟아 터뜨리기도 하는, 살짝 다중인격 양상을 보이는 오보에 연주자죠.

한국 시청자들이 이렇게 노역 배우에게 관심을 갖게 한 것도 이순재씨의 공로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쪼록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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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얘기를 하다 말았지만 올림픽 스타들의 방송 출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미란이나 이용대가 출연한 방송 프로그램들이 큰 반향을 잇고, 진종오 이배영 등 많은 메달리스트들이 스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들에겐 모처럼의 영광이자, 기쁜 조명일 겁니다.

그런데 벌써부터(사실 아직 그리 문제가 생길 정도로 과열됐다는 조짐도 없었습니다. 하나 있었다면 이용대가 출연한 아침 프로그램 중 한 쪽이 방송 날짜를 어기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했다는 정도..) 미디어들이 '올림픽 스타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아우성을 칠 조짐을 보입니다. 사실 저는 이쪽이 더 우려됩니다.

박태환과 가족들은 이미 '방송 출연은 일체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물론 너무도 당연히 이 결정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본인이 싫다는데 강제로 출연할 이유는 없겠죠.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방송 토크쇼에도 나가 보고 싶고, 평소 좋아하던 '웃찾사' 무대에도 개그맨들과 함께 출연해 보고 싶고, 좋아하는 소녀시대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걸 욕할 이유는 아무 데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 메달리스트들 중 누군가가 '난 더 이상 운동은 안 하겠습니다. 방송인(혹은 가수, 혹은 연기자, 혹은 주차장 관리인)이 되겠습니다'라고 선언을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욕을 한다는 건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생각이 다른 분들도 아마 꽤 있으리라고 봅니다.

이런 내용의 글을 썼습니다. 벌써 2주나 됐군요. 너무 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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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박태환의 장래가 걱정되신다면

미디어는 스타가 될 재목을 발견할 때마다 기쁨에 넘친다. 특히 이번 올림픽처럼 수영의 박태환에 이어 야구의 김광현, 배드민턴의 이용대까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스타들이 잇달아 등장한다면 더 바랄 일이 없다.

튼튼하고 미끈한 몸에다 시원스레 잘 생긴 얼굴, 쉽게 얼어붙지도 않는 자연스러움까지 고루 갖춘 이들은 이른바 미래형 한국인의 표상이라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이들 신세대 꽃미남들이 미소라도 한번 지으면 나이와 무관한 여성 팬들의 한숨 소리가 사방에 가득 찬다.

반면 같은 이유로 이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귀국하는대로 이들을 덮쳐 관객 앞에 내놓으려는 각종 미디어의 극성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TV 오락 프로그램의 손길이나, 이들과 친분을 과시하는 연예인들을 전염병 보균자 보듯 하는 목소리가 지금부터 드높다.

아마도 몇몇 스포츠 영웅들이 연예계를 엿보다 추락의 길을 걸었던 과거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 출연 정도로 끝났으면 좋으련만 몇몇은 연기에 도전했고, 몇몇은 음반을 냈다.

막상 연예계로 나서는 순간 그들에 대한 사랑이 싸늘한 눈길로 바뀔 거라는 걸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들과 친하게 지낸 죄밖에 없는 연예인들까지 비난의 표적이 됐다. 순진한 선수들에게 헛바람을 불어넣고 타락시킨 주범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좀 억울한 일이다. 스스로 운동을 그만 둔 스포츠 영웅들에게 비난이 쏟아지는 건 금메달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던 시절의 유산일 뿐이다. 메달 하나 딸 때마다 '빛내자 빛을 내자 대한의 건아야'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던 시절이라면 그런 귀한 인재가 다른 길에 빠지는 걸 국가적 손실로 취급했어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연봉 수억원의 엘리트 회사원이 어느날 갑자기 귀농을 선언하면 멋지다고 박수치는 세상 아닌가. 만약 장동건이 연예계에서 은퇴해 팔리지도 않을 그림만 그리고 살겠다면 그게 과연 욕할 일일까.

물론 누구나 박태환이며 이용대가 두고 두고 금메달을 따면서 존경받는 체육인으로 더 성장하길 바란다. 하지만 설사 이들이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겠다며 본래의 길을 벗어난다 해도, 스스로의 선택이라면 제3자가 토를 달 수는 없다. 마이클 조던이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해보고 싶었다"며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형편없는 타자가 됐을 때처럼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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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선수의 경우를 얘기합니다.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보고 싶었던 그의 모습은 빙판에서 자랑스럽게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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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이런 장면은 아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과연 모든 경우에 남들의 기대에 부응해 행동했는지도 궁금합니다. 결국 어떤 경우든, 가장 중요한 건 자기의 선택이 아니겠느냐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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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주익의 영웅도 이어진 승리 이후 특정 연예인들과 친분이 줄곧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그로 인해 선수 생명이 짧아졌다는 비난도 받았습니다. 국제대회에 나가는 선수가 몸 관리를 잘못 해서 성적을 그르쳤다면 당연히 비난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그가 '발톱이 빠져도 달렸다. 발바닥의 물집 따위는 고통도 아니었다'는 얘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힘든 일을 그가 그만두고 싶어 했다고 해서 욕할 자격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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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이나 이용대는 충분히 이런 모습을 즐길 자격이 있고, 또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누구에게도 나쁠 리가 없습니다. 본인들이 싫다는데 강제로 따라다니며 시키는 건 부작용이 있을 지 모르지만, 하고 싶다는 걸 왜 말리겠습니까.

물론 이런 스타플레이어들이 나중에 다른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패퇴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당연히 욕 먹을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걸 지금부터 내다보고, 팬이라는 이유로 '너 방송 출연 같은 거 하면 헛바람 들어. 그러니까 하지 마' 라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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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이 정말 변변치 않은 야구선수가 됐을 때 야유할 수 있었던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선수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라도 결국은 '자기 마음'이 가장 우선입니다.



p.s. 아, 물론 팬들이 욕하는 것도 팬들의 선택이라면 그건 또 다른 얘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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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은 유명 공연의 티켓 가격이 비쌀까. 이 질문에 한마디로 대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들어 공연 단가가 더욱 더 치솟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보는 쪽에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해 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송원섭의 두루두루] 싼 가격에 수준급 공연을 보고 싶으시다구요.

런던에 있는 세계적인 음악 공연장 로열 알버트 홀은 7월말에서 9월초까지 매일 서너 차례씩 총 60여회 공연을 한다. 1895년 시작돼 올해로 104년째 계속되고 있는 프롬스(Proms)라는 행사다.

본래 산책하다(promenade)라는 말에서 비롯된 이 프롬스는 '서서 즐길 수 있는 클래식'을 표방하고 있다. 무대와 기타 객석은 평소와 다름 없지만 평소와는 달리 1층 객석이 입석으로 개방되는게 관례다. '서서'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서서 듣는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 정도. 앉아서 듣건, 누워서 듣건 자기 맘대로다.


(이 부분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글)



그렇다고 아무나 나오는 마구잡이 공연이냐면 천만의 말씀이다. 영국의 자존심 런던 필하모닉이나 로열 필하모닉을 비롯해 세계 정상급 지휘자와 독주자들이 스케줄을 빼곡 채우고 있다. 단 가격은 한국 관객들에겐 상상 밖이다. 로린 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도 가장 비싼 표가 약 11만원, 좌석 중 가장 싼 표는 1만원이다. 지난 2월 평양 공연을 마친 뉴욕 필하모닉의 서울 공연은 최고가 20만원이었다. 체인점의 햄버거 세트 가격이 1만원대인 런던의 살인적인 소비자 물가를 생각하면 티켓 가격의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간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우리나라도 좀 더 좋은 공연을 싸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올 가을 내한 예정인 한 유명 교향악단 공연의 VIP석이 45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사정을 알 수록 비싼 티켓 값만 탓할 수는 없다. 한국 '청중'에겐 '되는 공연(세계 톱클래스의 유명 연주자가 서는 공연)'과 '안 되는 공연(그 밖의 모든 공연)'의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그나마 '되는 공연'에 고가를 매길 수밖에 없다는게 공연업계의 오랜 하소연이다.

사실 국내 청중들에게도 꽤 염가에 수준급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널려 있다. KBS 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는 비싸야 3~5만원이다. 매달 예술의 전당이 개최하는 '11시 콘서트'는 2만원이지만 국내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나선다. 대중음악 대신 클래식을 들으라는 게 아니다. 관객들이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선택의 기회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지금도 꽤 넓게 구비되어 있다는 얘기다.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뮤지컬이든 오페라든 가장 싼 공연부터 가장 비싼 공연까지 골고루 관객이 드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할 때, 한국 공연 시장의 허약한 구조는 확연히 드러난다. 싼 공연이 외면당하지 않을 때 비싼 공연의 가격도 떨어질 수 있다는 건 너무도 자명하기 때문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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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출처는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1/2008061102182.html)


솔직히 국내 유명 공연 단가는 너무 비쌉니다. 최근 몇년 사이 내한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나 셀린 디옹, 비욘세의 공연 티켓 가격은 일본의 두배를 넘는 고가였죠. 클래식은 그 정도 차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고 할 정도로 비쌉니다.

올해 11월 내한 예정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티켓 가격은 제일 비싼 자리 기준으로 45만원. 그야말로 두 사람이 보면 '돈 백'이 깨지는 공연입니다. 윗글에서 얘기한 올해 프롬스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도 들어 있었습니다. 9월3일, 이들이 로열 알버트홀에서 가진 공연의 티켓 가격은 뉴욕 필하모닉과 똑같이 10파운드-54파운드였습니다. 최저가 2만원, 최고가 11만원이었죠. (...못 보고 온게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평생의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유럽과 한국의 티켓 가격을 그대로 비교한다는 건 항공료나 이동 비용을 무시한 바보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당연히 그런 부대 비용이 포함되어야겠죠. 여기서 '시장이 좁다'는 문제가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단원 1명당 해외 공연에 드는 돈이 약 500만원이라고 칠 때(가정입니다), 공연이 2회가 되면 원가 부담은 250만원으로 줄어들겠죠. 이런 식으로 1회 늘릴 때마다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대개 이런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2회 정도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일본만 해도 7-8회 공연하죠. 그래서 한국보다 싼 가격에 관객을 모을 수 있습니다. 그럼 한국도 공연을 여러번 하면 되겠죠. 그런데 그 자리를 누가 메운단 말입니까. 그만한 관객이 없는 걸요.

비욘세나 셀린 디옹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에선 이런 슈퍼스타들은 전국을 돌며 10회 정도의 공연을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서울이 아니면 이런 공연을 수용할 만한 지역이 없다는 게 현실입니다. 최근들어 부산보다는 대구가 좀 더 큰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도죠. 아무튼 아무리 큰 스타라도 내한공연은 3회를 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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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업자들은 그나마 이 정도의 큰 공연이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어정쩡한(?) 지명도의 공연은 아예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거죠. 그러니 결론은... 국내 공연의 티켓 가격을 내리는 길은 공연 시장을 키우는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좀 싼 공연부터 비싼 공연까지 관객이 적절히 퍼지는 형태로 말입니다.

하지만 그게 하루 아침에 될 일은 아니죠.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저런 자잘한 공연을 보면서, 혹은 이것 저것 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보일 나이에 학생들은 죄다 학교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에 머리를 박고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면서 '님 쫌 짱인듯'을 타이핑하고 있습니다. 밖에 나가도 핸드폰 관리에 들어가는 돈 때문에 다른 데 쓸 돈이 없죠. 학부형들은 학부형대로 학원비 대기에 급급합니다. 한마디로 다른 데 쓸 돈이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프롬스가 BBC 프롬스가 되어 있듯, KBS와 KBS 오케스트라가 나서서 프롬스처럼 매년 방학때마다 콘서트홀을 빌려 염가의 음악 축제를 정기적으로 가져 보는건 어떨까요. 아, 물론 10년, 20년에 무슨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지 말고 말입니다. 위에도 썼지만 프롬스는 103년 전에 시작된 행사입니다. 우리도 100년 쯤 꾸준히 하고 나면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p.s.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수준높은 클래식을 많이 듣자는 내용이 아닙니다. 팝, 재즈, 뮤지컬, 클래식, 국악 등 공연 전반에 걸쳐 한국 공연시장이 너무 작고, 그것이 티켓 가격 인상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걸 바꾸는 데엔 결코 5년, 10년이 길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도. (자꾸 엉뚱한데로 빠지려는 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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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지게 가난한 아버지(주성치)와 아들(서교). 하지만 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구김살이 없는 부자간이고, 예쁜 선생님(장우기)도 이들을 마음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 앞에 어느날 아버지가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 온 외계인의 애완동물 장강 7호가 나타납니다.

장강 7호는 대체 어떤 능력을 갖고 있을까요?

사실 그렇습니다. 이런 내용의 영화 '장강 7호'는 재미있는 영화긴 하지만 결코 주성치의 대표작이 될 수는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 주성치가 쌓아 올린 수많은 매력적인 영화들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를 분석하고 자시고 하는 건 주성치에 대한 모욕이 되겠죠. 씹을 것 하나 없이 그냥 훌훌 들여마셔도 좋은, 아주 편안하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다만 21일 '장강 7호'의 개봉에 맞춰 한번쯤 주성치 얘기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그래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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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아닌 서민의 별, E.T에 도전하다

주성치(저우싱츠, 周星馳)가 나타나기 전, 홍콩 영화계에서 최고의 스타가 되려면 용의 이미지(龍像)를 가져야 했다. 이소룡(李小龍)과 성룡(成龍)은 상이한 캐릭터였지만 정의롭고 당당한 용의 느낌에선 일치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21세기, 당금 천하는 이들의 후계자랄 수 있는 이연걸(李連杰)가 아닌 주성치의 차지가 돼 있다.올해 46세. ‘소림축구’와 ‘쿵후 허슬’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인의 스타가 된 이 사나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올드 팬들에게 주성치는 트럼프 카드를 양손으로 문지르는 익살스러운 초능력 청년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1990년대 초, 홍콩 누아르의 끝물에서 유덕화(劉德華) 주연의 ‘지존무상’ 이후 갑작스러운 도박 영화의 붐이 일었다. 그 흐름을 다시 비틀어 놓은 것이 주성치의 ‘도성(9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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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쥔 카드를 다른 카드로 바꿀 수 있는 청년 역을 맡은 주성치는 그때까지 홍콩 누아르를 지배하던 의리와 비장미를 한 방에 날려 버리고, 극도로 유치한 코미디도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후 ‘심사관’ ‘도학위룡’ ‘녹정기’ 등 유치 만발 코미디들이 홍콩 박스오피스를 연타했다. 영토 반환을 앞둔 홍콩 사람들은 잠시나마 모든 걱정을 잊게 해주는 주성치의 코미디에 환호했다. 하지만 그는 코미디로만 자신의 재능을 낭비하지 않았고 다양한 시도로 내공을 키워갔다. 주성치의 열혈 팬들이 꼽는 최고작 ‘서유기’ 2부작도 이 시기의 작품이다. 특히 손오공의 모습을 한 주성치가 자신이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은 중국 영화사에 남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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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와 손오공의 관계는 그의 인기를 설명하는 단초가 된다. 일찍이 중국의 문호 임어당(林語堂)이 “중국을 이해하려면 일단 ‘서유기’를 읽으라”고 말했듯 중국인들은 개구쟁이지만 선량하고, 작고 우스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한 손오공의 활약에 수세기 동안 열광해 왔다. 손오공을 계승한 대표적인 캐릭터로는 중국 무협의 거장 김용(金庸)이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은 ‘녹정기’의 위소보가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말썽꾸러기에 허풍쟁이지만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주성치에게서 손오공과 위소보의 얼굴을 본다. 그가 두 역할을 모두 연기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주로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세상의 부조리를 웃음으로 승화시켜 온 그는 21일 개봉하는 ‘장강 7호’에선 농민공(農民工) 문제를 겨냥했다. 중국 사회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꼽히는 농민공이란 급속한 도시화를 계기로 농촌에서 이탈해 도시 근로자로 흡수된 사람들을 말한다. 특히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건설 공사에 투입됐던 농민공들은 안전 올림픽을 지향하는 당국의 정책 때문에 일제히 고향으로 돌려보내져 논란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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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는 ‘장강 7호’에서 날품팔이로 아들을 키우며 사는 농민공을 연기한다. 제대로 교육 받은 사람만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며 무리해서 아들을 고급 초등학교에 보내는 아버지다. 더 이상 꿰맬 자리가 없는 운동화는 ‘소림축구’ 때나 마찬가지지만, 주성치의 마력은 구차하고 궁상맞은 생활도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져 오는 추억으로 바꿔 놓는다.

주성치의 실제 모습은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영화 속에선 대개 한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지고지순한 인물형을 많이 그려냈지만 실제론 대단한 바람둥이다. 특히 신인들을 연인으로 삼아 홍콩 영화계의 빅 스타로 키워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도성’의 장민(張敏)을 비롯해 ‘식신’의 막문위(莫文蔚), ‘선리기연’의 주인(朱茵) 등이 대표적이다. ‘장강 7호’의 장우기(張雨綺)와도 26세 차이의 연인 관계였지만 최근 결별했다는 소문이 있다.

할리우드에서 ‘서유기’를 모티브로 한 베스트 셀러 만화 ‘드래곤 볼’의 영화화에 제작자로 참여 중인 저우싱츠는 홍콩에서는 ‘쿵후 허슬 2’의 제작-감독-주연을 모두 맡아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린 시절 이소룡의 열렬한 팬이어서 영춘권을 연마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이소룡이 초창기 출연했던 TV 시리즈 ‘그린 호넷’의 영화화 작업에도 참여해 자신의 영웅에 대한 의리를 보여주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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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의 '장강 7호'는 E.T에 대한 도전 - 그가 초기에 계속했던 '홍콩 레옹' '홍콩 마스크' '주성치의 007' 등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할리우드의 값싼 변형으로 볼 수도 있지만 - 인 동시에, 찰리 채플린의 '키드'에 대한 오마주로도 보입니다. 사실 주성치의 세계에서 채플린의 영향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포복절도할 듯한 웃음 속에 숨어있는 진한 감동이 그의 특기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주성치의 세계는 일찌기 그 안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그의 팬으로서 기쁜 건 작품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직도 보지 못한 영화들이 계속 나온다는 것이죠. 언젠가는 다 보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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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축구'와 '쿵푸 허슬'을 안 보신 분은 이미 없으리라고 치고, 그 이후에 주성치의 세계로 들어서기를 바라는 분들에게는 '희극지왕'을 권합니다. 초능력도, 쿵후도 나오지 않지만 주성치의 웃음과 페이소스를 느끼는 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식신'이나 '북경특급 007 2(대내밀탐)', '파괴지왕' 등으로 가는 게 좋겠죠. 이 작품들을 마쳤다면 이제 많은 주성치 팬들이 걸작으로 꼽는 '서유기' 2부작을 보셔도 좋습니다. 특히 2편 '선리기연'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오랜 여운을 남깁니다. 이 장면은 우디 앨런의 '애니 홀'의 마지막 장면과 함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엔딩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주성치와 홍콩에서 생각하는 주성치의 가장 큰 차이라면, 중국어권에서 생각하는 주성치는 대단한 미남이라는 것입니다. 글쎄요, 한국 관객들에겐 양조위나 유덕화와 주성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것도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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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 7호'의 비밀무기는 국내에도 '짝퉁 송혜교'로 잘 알려진 장우기입니다. 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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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얼굴이 똑같다 치면 훨씬 경쟁력 있는 쪽은 장우기라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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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서태지'가 방송됐습니다. 일단 느낀 점은 두가지. '(일부러 안 웃기는 건지는 몰라도)여전히 서태지는 웃기는 데에는 재능이 없구나', 그리고 '서태지가 참 친절해졌구나' 하는 겁니다.

물론 골수 팬들에게는 서태지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없고, 서태지만큼 친절한 사람이 없을 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인의 시각에선 그랬다는 얘깁니다. 아무튼 그러면서 더 보태지는 생각은 '이제 서태지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겁니다.

외모상으로 서태지는 아직도 20대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윗세대, 혹은 동년배들에게 이렇게 젊어 보이는 서태지가 과연 그보다 훨씬 어린 10대-20대 팬들에게도 그렇게 젊어 보일까요. 그건 굉장히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싱글 '모아이' 발매 이후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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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서태지도 늙는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는 배트맨의 활약을 로마시대의 케사르와 비교하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영웅일 때 죽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악당으로 변해 있는 걸 볼 때까지 오래 살 것인가."

젊었을 때의 케사르는 로마 공화정의 부패와 경제난을 해소한 구원자였지만 늙어서는 '괴물',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어느 시대든 영웅이 되는 건 쉽지 않지만, 그 영웅이 평생 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건 그보다 몇 배나 어려운 일임을 지적한 얘기다.

서태지가 4년여만에 현역에 복귀했다. 팬들은 다시 환호하고 있다. 물론 예전같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충실한 팬들답게 화려한 팡파레를 울려 주고 있다.

서태지는 일반적인 대중 스타와는 다르다. 그는 언제나 왕이었고, 대통령이었고, 교주였다. 16년 동안 그의 말과 행동은 일개 연예인의 말을 뛰어넘는 힘과 위엄을 지녔고, 그를 비판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그와 맞서는 것은 '부패한' 기존 권력의 하수인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공감대가 젊은 층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고, 예견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태지는 더 이상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 아니었다. 청소년기에 서태지를 접한 세대는 이미 30대가 됐고, 그보다는 H.O.T나 god가 친숙한 세대는 오랜만에 돌아온 '중년의 한때 잘 나가던 록 뮤지션'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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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눈에는  U.F.O 이벤트보다 인터넷을 휩쓰는 '빠삐놈' UCC가 훨씬 그럴싸하다. 이들에겐 한때 젊은이들을 대변했다던 서태지가 중산층을 겨냥한 중형차 모델이 되어 있는 '변절'도 불쾌한 일일 뿐더러, '딸랑 네 곡'이 들어 있는 싱글을 만원이 넘는 가격에 파는 것도 못마땅하다.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반응이다.

물론 서태지야 억울할 수밖에 없다. 애당초 서태지는 사회 변혁을 부르짖지도 않았다. 빌딩과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갖고 있는 갑부라는 사실 역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싱글이든 앨범이든, 만원이든 10만원이든 사는 사람이 있는 한 사지도 않을 사람이 볼멘 소리를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싱글 만원이 웬말?'이라는 바보같은 이야기에 대한 내용은 이쪽)



이번 음반에서는 서태지의 고민이 읽힌다. 일반적으로 뮤지션은 팬들과 함께 늙어간다. 더 이상 신곡이 인기 차트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10대들이 공연장에서 기절하지 않아도 충실한 팬들은 계속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서태지는 그걸로 만족하기엔 아직 너무 젊다. 아직 '새로운 친구들'을 받아들이고 싶은 욕구도 뜨겁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지금은 그렇다 쳐도 10년 뒤, 20년 뒤의 서태지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인가. 앞으로의 한발 한발에 더욱 눈길이 간다. 역시 영웅으로 늙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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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팬들에게는 대단히 불편한 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태지에게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이유로 반감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들어 본 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굵은 부분의 원문은 "You either die a hero or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ome the villain" 입니다. '영웅으로 일찍 죽든가, 오래 오래 살아 자신이 악당이 되어 있는 걸 보든가'라는 말은 다양한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수많은 '젊은 날의 영웅'들이 나이들어 젊은이들에게 비판받는 악당으로 변해왔습니다. 케사르는 말할 것도 없고,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자 베토벤이 3번 교향곡의 표지를 찢었다는 얘기도 유명하죠. 한국에서도 멀리는 4.19세대, 가깝게는 386의 영웅들이 어딘가 비뚤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젊었을 때의 이상을 늙어서까지 간직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되겠지만, 실제 함의는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이상을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은 알수록 어렵다는 것, 혹은 비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책임을 맡아 보면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스스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변해 버립니다. 1980년대에는 너무나 진보적이었던 생각이 21세기에는 케케묵은 구식 생각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유행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끔 복고풍이라는 반발도 가능하지만, 한 시대의 첨단 유행일수록 시간이 흐르면 더 빨리 시들어버립니다.

뒤집어 말하면, 영웅으로 오래 오래 기억되려면 일찍 죽어야 한다는 뜻도 될 겁니다. 케네디가 되거나, 짐 모리슨이 되거나, 알렉산더 대왕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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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북공고...'가 방송되기 이틀 전에 쓰여진 글입니다. 그리고 '북공고...'를 보고 나니 서태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40대가 된 서태지는 그 시기의 10대들에게 무엇일까, 또 50대의 서태지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혹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면 다른 누구보다 그 자신이 견딜수 없을 테지요.

아무튼 지금까지의 모습만을 간직한다면 서태지는 '그 시절의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 시절의 젊은이들이 듣던 노래를 부른 뮤지션'으로 서서히 잊혀져 갈 겁니다. 그걸 거부하고 거기서 벗어나려면, 서태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음악을 해야겠죠. 그것이 '더욱 더 가장 젊고 발랄한 세대의 취향'을 선도하려는 노력이 될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될 지는 알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세대를 뛰어 넘어 활약하는 뮤지션들은 나이가 들면 서서히 인생을 노래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사랑과 질투, 소녀와 이별의 아픔(물론 나이들어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20대 초반에 이해할 수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르죠^^)에서 벗어나 세계와 인간을 가사에 담기 시작하죠. 멜로디도 자연히 부드러워집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싱글은 '중년 서태지'를 위한 시작이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생각인 분들도 많겠죠?



p.s. 어제 처음 공개된 '모아이' 뮤직비디오입니다. 칠레와 이스터섬에서 촬영됐다는군요. 가요계의 침체 이후 이렇게 공들인 뮤직비디오는 참 오랜만에 보는 터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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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다크나이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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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개봉을 앞두고, 조커역을 맡은 히스 레저의 연기력에 대한 경탄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겐 지나치게 답답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깁니다.

이번 글은 그 '답답함'이 바로 배트맨의 본질적인 요소라는 데 대한 얘깁니다. 영화 리뷰는 아직 아닙니다.




악과 싸우는 고뇌를 너희가 아느냐
고지식한 미국식 영웅 배트맨의 귀환
송원섭 기자 | 제73호 | 20080802 입력  
 
배트맨, 1939년생, DC 코믹스의 간판 스타, 일명 다크 나이트(Dark Knight).

70 평생을 사는 동안 수많은 만화가에 의해 수십 차례 다시 태어난 수퍼 스타지만 설정의 주요 부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본명은 브루스 웨인. 성경에 나오는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의 이름을 합한 고담 시티(사실은 뉴욕) 최고의 재벌 후계자이며 미남 독신자.

당연히 바람둥이지만 이런 행각에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수없이 많은 미국 만화 속 수퍼 히어로 중에서 배트맨처럼 초자연적인 능력이 없는 영웅은 아이언맨 정도밖에 없다. 그의 무기는 두뇌와 체력(무술), 그리고 웨인 그룹의 막대한 재산이 투입된 첨단 과학 장비다. 무장과 의상에서부터 자동차·모터사이클, 심지어 비행기까지 동원한다. 당연히 장난감 회사가 가장 사랑하는 수퍼 영웅은 배트맨이다.

물론 그를 규정하는 특징을 꼽을 때 내면의 어둠을 빼놓을 수 없다. 배트맨은 어린 시절 부모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고, 그로 인해 복수의 화신이 됐다. 그의 정의 실현은 아무래도 복수의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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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의 그는 어둡기보단 냉정함이 돋보이는 캐릭터였다. 66년부터 방송됐을 때의 의상이 밝은 보라색이었던 반면 89년 팀 버튼의 극장판 ‘배트맨’ 이후에는 완전히 밤에 녹아 드는 검은색 의상이 자리를 굳혔다. 의상 색깔이 어두워진 배트맨의 성격을 대변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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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낮과 밤이 다른 정체성이다. 고담시의 시민으로서 법 질서를 무시한 자신의 정의 구현이 과연 어디까지 정당한 것인지 고민한다. 그의 역할은 범인을 잡아 사법기관에 넘기는 것. 손에 피를 묻히는 일도 거의 없다.

사실 이런 영웅답지 않은 성격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그에 대한 선호도에는 꽤 큰 차이가 난다. 국민 기질과 사회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자기 편을 제지하며 “악당이라도 함부로 죽이면 안 돼!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지!”라고 외치는 순간 한국 관객들은 한숨을 쉬며 시계를 본다.

뒷일이야 어쨌든 ‘테이큰’이나 ‘아이언맨’처럼 화끈하게 자기 손으로 모든 걸 처리해 버리는 주인공이 한국인의 정서엔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를 상식으로 안고 사는 한국인들에게 ‘수퍼 영웅이라도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배트맨의 고지식함은 답답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런 면에서 7일 개봉하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두 번째 배트맨 영화 ‘다크 나이트’의 한국 흥행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배트맨 최고의 적수인 조커(히스 레저 분)는 이 영화에서 인간의 내면과 타락을 조종하는 절대악을 상징한다. 조커를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조커는 끊임없이 정의의 수호자들에게 “너희도 나도 똑같다”며 마음을 흔든다.

당연히 배트맨도 '내가?'하는 고민에 빠진다. 이러니 미국에서 ‘다크 나이트’는 역대 단기 흥행 기록을 모두 허물며 약진 중이지만, 한국 관객들은 조커를 보자마자 기관총으로 벌집을 만들어 버리지 않는 배트맨을 보고 더욱 울화가 치밀 수도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이 영화 속의 배트맨이 부시 대통령과 닮았다는 한 우익 작가의 칼럼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룰을 지키지 않는 테러집단과 맞서 싸우기 위해선 어느 정도 인권의 제한이 불가피하지만 그걸 무시하는 진보 진영(원문은 ‘좌경 세력’)은 ‘자유의 투사’들을 범죄자로 몰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 부시가 욕을 먹는 것은 정의로운 배트맨이 오해와 모함에 시달리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어쩐지 많이 듣던 얘기라 더욱 흥미롭다.

이번 배트맨은 ‘배트맨 비긴스’에 이어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다. TV 시리즈 때의 애덤 웨스트에서 시작해 마이클 키튼, 발 킬머, 조지 클루니로 이어지는 박쥐 가면의 주인이다. 외모와 연기력에서 가장 이상적인 배트맨이란 극찬을 받았지만 이번 작품의 개봉 시기와 맞물려 어머니와 누나를 구타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스타의 두 얼굴과 배트맨의 두 얼굴이 절묘하게 교차된 셈이라고나 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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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부시의 관계에 대한 글은 저 아래 링크되어 있습니다.)

사실 누가 만든 배트맨이든, 배트맨은 너무 생각을 많이 하고, 행동은 상대적으로 덜 합니다. 행동을 한다 해도 슈퍼맨처럼 미사일을 받아 던지거나 하는 일은 불가능하니 성에 차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저는 이런 생각은 한국 관객들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발견한 미국 유머 사이트에 나온 다음 유머를 보니, 그런 생각은 미국에서도 보편적인 인식인가보더군요. 제목은 '슈퍼맨과 배트맨이 한 영화에 같이 나오지 않는 이유(Why The Superman/Batman Movie Will Never Happen)입니다.

원문 주소는
http://www.collegehumor.com/article:1757347. 대충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시나리오 형식입니다.



고담시 경찰서. 배트맨이 짐 고든 경찰청장과 경찰관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배트맨: 낭비할 시간이 없어. 투페이스(배트맨 만화 시리즈의 단골 악당)가 은행에 인질을 잡고 있어. 그리고 우리는...

슈퍼맨,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등장.

슈퍼맨: 헤이, 브루스-맨, 늦어서 미안해. 상황이 어떻지?
배트맨: 글쎄, 내가 보낸 상황 요약 메모에 적힌 바와 같이...
슈퍼맨: 오, 걱정마. 대강 봤으니까. 그놈 이름이 더블페이스였던가? 그놈의 무기가 뭐랬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던가? 아니면 엄청 빨라?
배트맨: 아냐. 음. 그놈은 사실 '2'라는 숫자에 굉장히 민감하지.
슈퍼맨: 하하! 장난하지 말고. 뭘 할줄 알지? 심리 조종?
배트맨: 글쎄, 피부 트러블이 좀 심하지.
슈퍼맨: 나랑 농담하자는거야! 1초만 기다려.

슈퍼맨, 벽을 뚫고 사라지다.

배트맨: 사실 그 피부의 문제라는 것은 즉 그의 이중성에 대한 은유로서...

슈퍼맨, 수갑을 채운 투페이스를 데리고 재등장.

슈퍼맨: 끝났어.
투페이스: 뭐야, 이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슈퍼맨: 그냥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범죄를 예방한 것 뿐이야. 그게 전부야.
배트맨: 하지만... 그 사명이란 것도 있고... 우리 부모님은...(우물쭈물)
슈퍼맨: 친구, 걱정은 좀 그만 해. 자네는 좀 더 밝게 살 필요가 있어.

배트맨의 의상 사이로 눈물 한 방울이 비친다.

슈퍼맨: 어쨌든 난 지금 갈건데 누구 혹시 태워줬으면 하는 사람 있나?

경찰관 한명이 손을 든다.

슈퍼맨: 이봐, 내가 '누구 혹시'라고 말하면 그건 방에 있는 여자들 중에서 누구란 뜻이야. 없어? 그럼 댁들 손해지 뭐. 나중에 보자고!

슈퍼맨, 다른 쪽 벽을 뚫고 사라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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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만화에서는 수시로 같이 등장하는 슈퍼맨과 배트맨이 영화에서 함께 나온다면 저런 식으로 배트맨이 바보되기 십상일 거란(?) 날카로운 지적이군요. 물론 웃자는 얘깁니다.

아무튼 '다크 나이트'를 보면 한국 관객들은 대단히 울화가 치미는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건 배트맨의 본질에 기인한 것이지, 결코 영화를 잘 못 만들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변명 한마디. 영화 자체는 대단히 훌륭합니다.

'다크 나이트' 리뷰는 다음번에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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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부시의 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시려면:



'다크 나이트'를 보시고 이 글을 읽어보시면 아주 황당무계한 얘기는 아니더군요.^




아무튼 이 글을 추천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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