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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9 하이랜드로 가는 길(1)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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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드(HIGHLAND)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 거의 모든 사람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저 모습일 겁니다. 물론 '아 그게 지명이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하이랜드는 스코틀랜드의 고지대, 물론 고도상으로도 꽤 되겠지만 일단은 위도상으로 '높은' 지방을 말하는 거라더군요.

스코틀랜드의 풍광이 멋지다는 얘기은 진작에 들은 터라 지난번 2002년에 갔을 때도 데이 투어를 나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동네 여행사를 갔는데, 가장 유명하다는 하이랜드 투어는 무려 오전 8시 출발 - 오후 8시 귀환이더군요. 열 두시간.... '이거 차만 타다 마는 거 아냐?'라는 의구심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가장 풍광이 아름답다'는 로크 로몽드(Loch Lomond - 스코틀랜드의 호수는 lake가 아니라 loch)와 '스코틀랜드의 심장'이었다는 스털링 성(Stirling Castle)을 도는 코스로 떠났습니다. 날씨가 흐린게 좀 불만이었지만, 제법 내륙인 로몽드 호수 위까지 날아온 갈매기들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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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찍은 사진)


그런데 돌아오고 나니 웬걸, 모처럼 간 스코틀랜드에서 네스호를 안 보고 왔다는게 자꾸 후회가 되는 겁니다. 사실 저는 무척 낙천적이라서 "다음에 가지 뭐"라고 아주 쉽게 포기하는 편입니다. (많은 유럽 여행자들처럼 '이번에 안 가면 언제 가랴'라는 식의 무리는 잘 안 하는 편이죠) 그리고 다음 기회가 왔습니다. 역시 12시간. 출발했습니다.

에딘버러에도 여행사가 몇개 있지만 요즘은 모두 시내 한복판 웨이벌리 역 앞의 인포메이션 오피스에서 일괄 대행합니다. 물론 여행사에 전화하거나 인터넷으로 예약할 수도 있죠. 가격은 대개 30-35파운드 정도 합니다. 단, 식비나 중간의 고성 입장료 등등은 절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큰 버스와 미니버스의 두 가지가 있는데,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길이 그리 곱지 않고 장기간 승차해야 하기 때문에, 큰 버스가 일면 유리합니다. 하지만 인포메이션 오피스에 따르면 큰 버스 기사들은 설명을 자세히 하지 않고 주로 녹음된 안내를 튼다는군요. 반면 미니버스 기사들은 개그맨 수준의 입담을 과시합니다. 물론 제대로 알아듣는 건 얼마 안 되지만, 2002년의 운전기사도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망설이다가 작은 버스를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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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북쪽으로 올라간 붉은 선이 이 여행사 하이랜드 투어의 노선입니다. 에딘버러-트로잭-글렌 코-포트 윌리엄-포트 오거스투스-피트로키-에딘버러를 잇는 선이죠.)

하이랜드에 가보신 분들의 모든 여행기에 똑같이 등장하는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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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스코틀랜드 소 해미시(Hammish). 뿔 모양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에딘버러에서 나가는 길목의 휴게소가 여기 하나인 건지, 아니면 모든 휴게소마다 해미시를 풀어놓고 있는 건지, 시내를 벗어나 어느 정도 달리다 보면 꼭 해미시가 있는 곳에 풀어놓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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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인적은 뜸해지고, 대자연이 시작됩니다. 녹색의 땅과 검푸른 호수, 간간이 나타나는 으리으리한 고성들을 보고 있으면 잘 떠나왔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이것이 하이랜드'라는 듯한 특유의 지형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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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광활한 황무지. 큰 나무라곤 없는 땅입니다. 드넓은 민둥성이 땅을 히스류의 잡목들이 채우고 있죠. 당연히 색깔은 녹색과 헤더(히스 꽃입니다)의 분홍색 뿐입니다. 기이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운전기사의 설명이 충격적입니다.

"로마인들은 영국 북부-하드리안 성벽 너머-를 칼레도니아(Caledonia)라고 불렀다. 이 말은 게일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무가 많은 땅' 이라는 뜻이다. 하이랜드도 당시에는 울창한 삼림으로 덮인 땅이었다."

아니 그런데 왜?

"산업혁명과 함께 이 숲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나무들이 땔감이 됐고, 나폴레옹과 전쟁을 하면서 대영제국 함대가 됐다. 1차대전 이후 숲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 지역, 50제곱마일의 광대한 땅은 완전히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렸다. 나무가 없으니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큰뿔 사슴을 비롯해 동물도 사라지고, 생태계라는게 의미가 없어졌다."

물론 황무지가 된 하이랜드는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그 때문에 세상 다른 곳에서는 보기 드문 희한한 풍광을 갖게 됐는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대가가 이런 것이었다니.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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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달리다 도착한 곳이 유명한 경승지라는 글렌 코. 한국 같으면 '세바위골' 정도로 불렸을 것 같습니다. 진안 마이산과 비슷한 지형입니다. 평지 한복판에서 갑자기 해발 1000m 정도 높이의 바위산이 불쑥불쑥 솟아 있더군요.

글렌 코가 절경....이라기 보다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겐 매우 의미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합니다. 뭐 복잡한 얘기는 모르겠고, 요지는 캠벨 가문과 맥도날드 가문이 싸웠는데, 캠벨 가문의 어떤 작자가 무슨 고대 규약을 어기고 잔혹한 학살을 저질렀다는군요.

그 다음은 버스 기사의 히트작입니다.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는 분 있으면 교정 부탁드립니다.

"...이러저러한 뒤로 글렌 코 지역 사람들은 캠벨 가문 사람들에게는 잠자리를 제공하지 않는 전통을 갖게 됐다. 캠벨 가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한때 미국 가수 글렌 캠벨이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모든 업소가 음식을 팔지 않는 것은 물론, '빈방이 없다'고 따돌렸다. 당황한 캠벨의 매니저에게 누군가 '이 동네에선 캠벨이라는 성을 쓰는 사람에겐 다들 차갑게 대한다'고 가르쳐 준게 그나마 친절한 행동이었다. 캠벨 측은 '나는 스코틀랜드와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항변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결국 그는 그냥 다른 데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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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믿거나 말거나죠.

그냥 노래나 한곡. 'Rhinestone Cowboy'입니다. 저 얘기가 정말이라면 미국 아칸소 출신의 촌 아저씨인 캠벨 형, 정말 당황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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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북으로 북으로 달립니다. 그 사이에도 날씨는 화창했다가, 구름이 끼었다가, 비가 뿌렸다가, 다시 맑았다가를 반복합니다. 누군가 질문했습니다. "대체 하이랜드 여행에 가장 좋은 철은 언제야?" 기사의 대답. "7,8월이 좀 기온이 높긴 하지만 그때 오는 건 솔직히 반대다. 가장 멋진 철은 역시 9월과 10월. 그때 단풍 들면 정말 대단하지." 네. 대단할 것 같긴 했습니다. 하지만 7, 8월에도 낮기온이 20도를 밑도는 하이랜드에서 10월이면 충분히 얼음이 얼겠더군요.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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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에 슬슬 질려갈 무렵, 드디어 네스 호로 연결되는 호수들의 시작인 포트 윌리엄에 도착합니다. 위 사진 속의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네스 호는 포트 윌리엄에서부터 여러 개의 호수와 죽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다른 호수들과 네스 호는 물빛이 영 다릅니다.

민생고를 잠시 해결하고 도착한 곳은 네스호의 주둥이인 포트 오거스투스. 작지면 예쁘장한 도시입니다. 여기서 70분의 자유시간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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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길어져서 여기서 한번 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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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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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은천국 2008.09.19 10: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한번 가보고 싶어집니다.. 훌쩍 ~

  3. 소프 2008.09.19 11: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간만에 글 남기네요! 언제봐도 송기자님이 부럽다는 ^^
    정말 멋진 풍광입니다. 다만 왠지 낚시가 될까라는 쌩뚱 맞은 생각이 ㅋㅋ 낚시를 좋아하는 1인 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낚시가 맞나요? 낛시가 맞나요? 가끔 헷갈릴 때가 있네요 ㅠㅠ

    • 송원섭 2008.09.19 11: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언제봐도...일 리가 없죠.^ 당연히 낚시가 맞습니다. (그런데 이언 소프도 한때 물고기 대접을 받았죠?^^)

  4. 무명씨 2008.09.19 11: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미국 지명중엔 정말 영국에서 유래한 것이 많군요. 시카고 인근에도 글렌코란 동네가 있는데...... 하긴 한국도 중국지명과 같은 지명이 많으니......

  5. 라일락향기 2008.09.19 11: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공연도 많이 보시고 이렇게 자연풍경을 감상할 시간적 여유는 없을것 같은데, 여행일정을 잘 짜셨나봅니다. 아침에 저도 여행을 함께 다녀온 것같이 행복하네요. 여행담과 사진 아직 많이 남아있는지요? (기대감^^)

  6. 하이진 2008.09.19 11: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올 가을 패션 트랜드 분석하느라 지치고 있는 중입니다. 올 가을 트랜드 다 마스터하고나면 올 가을은 지나가고 말거 같네요. 아무튼 지친 마음에 휴식을 주는 사진들이네요. 저는 11월쯤에 베트남을 가볼까하고 있는데, 그 때까지는 선배님의 여행기나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어야겠는데요.

  7. 푸우 2008.09.19 11: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여행 일정표가 만약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번 여행기를 보고 완전!
    꼭 여름에 '신혼여행'으로 아님 그냥이라도...
    가보렵니다.

    • 송원섭 2008.09.19 13: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내 비록 결혼은 한번밖에 안 해봤지만, 다들 그러는데 신혼여행은 많이 안 돌아다니는게 좋단다.^^

  8. la boumer 2008.09.19 11: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 8월말에 갑자기 Highlanders주제가인 "who wanst to live forever" 에 꽂혀있었는디.. Queen이 부른 거요..
    그런데 기자님은 당시 그곳을 무려 누비고 계셨군뇽.
    여름에도 추운가요? 사모님이 매트릭스스타일로 입으셨네요.

  9. bass 2008.09.19 12: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갈매기 사진이 참 그림 같네요. loch lomond 노래도 좋은데.. ^^ 그나저나 스코틀랜드 가 보고는 싶은데 언제나 가게 될지..

  10. 한없이투명에가까운블루 2008.09.19 12: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하이랜드라.. 언제 한번 가볼 수 있을지....

    다음편 빨리 올려주세요.

  11. ikari 2008.09.19 12: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 다이안레인과 결혼만 안했으면 저 영화를 좋아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 롱레자코드가 인상적입니다. ^^
    3. 부럽습니다.
    4. 부럽습니다.
    5. 부럽습니다.

    • 송원섭 2008.09.19 13: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재미있는 영화는 죽어도 출연하지 않는다'가 신조인 그의 영화 치고는 괜찮은 편이었죠.

  12. 순진찌니 2008.09.19 14: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형님.. 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부러워넘부러워요ㅋㅋ
    저도 가고 싶어요

  13. orcinus 2008.09.19 15: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Scottish mist.... !! 안개인듯 아님 비인듯 구별이 안되는 비를 맞으며 황량한 벌판에 서있던 때가 기억 나네요.


    원래 나무가 있었던 곳이였는지는 몰랐어요...

  14. 후다닥 2008.09.19 16: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호라 좋은데 다녀오신 후기군요...
    부럽습니다.
    램버트아저씨는 "시실리안"에서 처음봤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무지 멋진 영화라고 기대를 만빵 했는데
    보고나서 그만..
    게다가 레인 누이와 결혼까지..
    제게 공공의 적이었다눈...

  15. 우유차 2008.09.19 17: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하이 랜드, 위스키위스키위스키… *ㅠ*

  16. still 러브 세리 2008.09.20 00: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배경이 하이랜드인데, 와이프의 옷은 매트릭스네요.....

    경치가 참 좋네요. 나중에 정년퇴직하면, 산기슭에 오두막이나 하나 짓고, 칼싸움으로 생을 보내면 딱 일듯...

  17. echo 2008.09.20 01: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잊을만하면 지르시는 염장글^^ 기자님이 저기 서 계시면
    wuthring heights panda가 되려나요.

    올 할로윈엔 panda로 변신한 Neo와 Trinity로...^

  18. Say 2008.09.21 14: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0+

    풍경이 하나같이 기가 막히네요~
    저 해미시 왠지 좀 무서울 듯 싶은데
    가까이 찍은 사진도 보고싶네요 +0+

  19. 아루아 2010.03.01 20: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가봣었는데.2005년쯤? ㅎㅎ
    저는 미니버스에서 혼자 동양인으로 갓는데..영어못하는 상태에서..그래도 좋더군여..신기한건 내가 상상하던 어떤 꿈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났다는거..ㅋ

  20. 아루아 2010.03.01 20: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9월에 갔는데 단풍없던데..그리고 완전 춥습니다..ㅋ
    전 거기서 비싼 돈주고 에딘버러에서 영국가죽잠바사고 스코트랜드에선 귀마개잇는 (영국전통모자) 모자샀었죠..왜 그런 모자가 전통인지 써보자마자 알겟더군요.그런데 에딘버러어떤 사람들은 반팔입고다니고ㅡㅡ영국위도가 우리나라 함경도보다 위고 스코틀랜드는 완전 추워요.
    그리고 저도 괴물나온다는 네스호보려고 일부러 탔는데.정말 그냥 한강에서 유람선타는것보다 못하더라눈,.ㅠㅠ

    바람불고 뱃멀미만 엄청나게 해서
    그후로 배를 안탄다는..

  21. 아루아 2010.03.01 20: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그리고 아부지가 함경도사람인데 왠지 에딘버러에서 위쪽으로 갈수록 친할머니댁온듯한 친근감이..ㅋㅋ ㅎㅎ무슨 책에서 읽었는데 세계어디나 남쪽의 사람들성향과 북쪽사람들은 비슷하다는걸 알면 도움된다네요.
    왠지 로맨틱하지않고ㄱ 무뚝뚝한듯하면서 곰처럼 소탈하고 솔직하고 순수한..ㅋ
    전 여행한 나라중에서 영국이 참 맘에 드는 이유가 왠지 친근감.
    그런데 런던에선 그런거 못 느낌.

    대도시..라서..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