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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02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서울에서 생중계로 본다는 것 (1)

2015. 1. 1. 음악의 수도 빈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neujahrskonzert 실황을 메가박스 생중계로 봤습니다. 물론 그동안 몇 차례 있었던 바이로이트 페스티발 '생중계' 라든가 브레겐츠 오페라 페스티발 '생중계' 등이 있긴 했지만 사실 진짜 생중계는 거의 없었죠(일단 그쪽에서 저녁 시간이면 한국에서 저녁 시간일 수가 없으니). 그래서 이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대략 24시간 이내에 다른 국가의 극장에서 방송되는 건 '생중계'로 친다"는 설명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1월1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된 이번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진짜 생중계였습니다. 주빈 메타 지휘로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열린 이 이벤트는 빈 현지 시각으로 1월1일 오전 11시15분부터 치러진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서울과 빈의 시차는 8시간. 대략 7시20분 쯤 중계방송(?)이 시작됐으니 생중계 맞습니다.

 

 

 

 

사실 저도 보기 전부터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하고 본 건 아니고, 그냥 대략 "시간으로 볼 때 이번엔 진짜 '거의' 생중계겠구나" 하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시차를 따져 보니 진짜 생중계라서 좀 놀랐습니다. (분명히 생중계이긴 하지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은 사실 영상에서는 앵콜 곡이었는데 프로그램에도 들어 있고, 생중계 방송사에선 자막까지 다 만들어 놓고 뭐 이건...^^)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예전에도 몇 차례 쯤 국내 방송에서 신년 특집으로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물론 방송으로 이런 콘텐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느긋하게 시청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물론 BGM으론 가능하겠죠. 그래서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이 행사를 지켜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소감을 좀 기록해 놓을까 합니다.

 

 

 

 

 

1. 생중계의 품질이 아주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듯. 대략 15분에서 20분마다 화면과 음향이 LP 튀듯 튀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래도 영상과 음향이 싱크로가 깨진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하지는 않더군요. 물론 결정적으로 방송 장애가 발생한 것은 아니었지만 2시간30분짜리 '음악' 콘텐트를 중계하는 데 7~8회 정도(세다가 잊어버렸습니다) 수신 이상이 발생하는 건 개선의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2. 사실 가장 놀라운 건 메가박스 코엑스관에서 5개관이 동원됐고 기타 지점에서도 이벤트가 있었는데 사실상 전석 매진이란 거였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 콘텐트를 신년 이벤트로 고려했다는 얘기거든요. 조금 과장하면 '매년 1월1일은 메가박스에서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보는 날'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3. 아버지 요한 스트라우스는 약 150여곡,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는 170여곡의 월츠를 작곡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들어 봐도 사실 월츠라는 음악은 감상용이라기 보다는 리듬에 따라 춤을 추기 위한, '실용음악'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불경스럽게 생각할 분도 있겠지만, 월츠가 '클래식 음악'이라는 분류에 들어 있어서 그렇지 콘서트장이나 이런 이벤트를 통해 월츠를 점잖게 앉아 '감상'하는 것은 댄스뮤직을 좌정하고 앉아 '감상'하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

 

4. 그러다 보니 전반은 다소 지루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터미션이 지난 뒤, 2부부터는 주빈 메타의 적극적인 진행 감각이 관객을 즐겁게 합니다. 예를 들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무궁동 Perpetuum Mobile'을 연주할 때에는 곡 후반을 피아니시모로 유지하다가 관객을 향해 큰 소리로 "etc, etc, etc" 라고 외쳐 웃음바다를 만들어 놓더군요. 끝없이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곡 특성을 유머로 승화시킨.

 

5. 처음 들어 본 곡입니다만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학생 폴카'라는 곡이 연주됐는데, 이 곡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곡이더군요. 브람스의 '대학축전서곡'에 나오는 '가우디아무스 이기투르 Gaudeamus Igitur' 파트의 변주로 보이던데... 이건 브람스의 패러디지, 아니면 브람스와 슈트라우스가 모두 어딘가에 있는 노래를 가져다 쓴 것인지 저도 궁금합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아래가 그 가우디아무스...

 

 

 

 

6. 이밖에도 단조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몇몇 곡들에 발레 안무를 덧붙이는 아이디어(물론 공연 주최측보다는 중계방송을 하고 있는 ORF가 짜낸 것이겠지만)는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7. 가장 마음에 든 연출은 바로 Hans Christian Lumbye 의 곡인 Champagner-Galopp 을 연주할 때 등장한 '샴페인 병 따는 소리 내는 악기'와 단원들에게 술잔을 권하던 메타 옹의 퍼포먼스.  

 

8. 신년음악회의 영원한 엔딩 곡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 때 보여준 메타 옹의 박수 지휘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압권. 음악의 원하는 지점에서 원하는 크기의 박수를 관객으로부터 얻어 내는 노련한 지휘자의 기량을 통해 '과연 음악에서 지휘자란 무엇인가'를 아주 쉽게 보여줬습니다.

('라데츠키 행진곡' 앞부분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중단시키고 메타 옹이 단원들에게 외치게 한 구호 같은 건 대체 뭘까요. 역시 빈 거주자, 독일어 능통자 내지는 음악 고수 여러분의 가르침을 기대하겠습니다.^^ )

 

9. 결론은 강추. 다음 기회에라도 한번 보실만한 콘텐트입니다. 정 뭐하면 2016년 1월1일을 기대해 보시는 것도...

 

 

 

 

10. 이 이벤트를 놓친 분들께 추천 하나. 1월3일에는 메가박스에서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2015 신년음악회'를 비슷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단, 제목은 약간 혼동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 공연은 2014년 12월29일(현지시간) 열린 '새해맞이 음악회'입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제목은 '신년음악회 New Year Concert'가 아니라 '새해맞이 음악회 New Year's Eve Concert' 

( http://www.berliner-philharmoniker.de/en/concerts/calendar/details/20332/ ) 인 겁니다. 뭐 미묘한 느낌의 차이가 있죠.^ 물론 이런 차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프로그램은 훌륭합니다. 1항 에서 지적한 생중계의 문제도 없고, 오히려 감상용 공연으로는 훨씬 더 좋을 듯.

 

 

P.S. 일본의 상류층 여성 사이에는 '기모노 입고 1월1일 빈에서 신년음악회 보기' 에 대한 로망 같은 것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 기모노 입은 일본 여성 관객들이 최소 10명은 앞자리에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비싼 1090유로급  좌석인 모양이던데... (혹시나 해서 검색해 보니 가장 싼 좌석은 3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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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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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루호도 2015.03.18 17: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말씀하신대로 정말 전국 전지점이 다 매진이더군요 늦게 알아서 못 갔습니다만 내년엔 기필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