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10.23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명불허전. (24)

사실 2008년 8월에 런던에 가면 반드시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빌리 엘리어트 보기'였습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찬사를 뿌렸고, 2005년 이후로 영국에 갔다 온 사람들은 죄다 '빌리 엘리어트' 얘기 뿐이더군요. 올해 10월부터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이 열리고, 언젠가 한국에서도 무대에 올려질테니 보긴 보게 되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물론 다 아시겠지만 이 '빌리 엘리어트'는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 엘튼 존이 노래를 만들어 붙인 뮤지컬입니다. 아마도 '아이다'와 '라이온 킹'을 제치고 엘튼 존 최고의 뮤지컬로 남지 않을까 싶은 작품입니다. 이 뮤지컬이 상영되는 극장은 웨스트 엔드의 다른 극장들과 좀 떨어진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였습니다.

저번 비싸게 먹기편에서 설명한대로 고든 램지가 운영하는 호스피탈 로드의 폭스트로트 오스카(Foxtrot Oscar)가 버스로 약 10분 거리에 있습니다. 한 코스로 묶을 만 합니다.^ 아, 물론 이 극장은 런던에서 시외로 나가는 버스 거점인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의 바로 앞에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뒤로 바로 돌아서면 빅토리아 팰리스 시어터가 보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각선 방향으로는 위키드(Wicked)가 상연되고 있는 아폴로 시어터가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키드'를 볼까도 생각했지만 '라이온 킹'의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아동극은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극장 앞에는 이미 줄이 가득.

사용자 삽입 이미지

관광객 본연의 자세로 기록.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극장 안도 이렇게 생겼습니다.

이건 막이 오르기 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거리는 영화와 똑같습니다. 대처 수상 치하의 영국. 자원 고갈로 경제성이 떨어진 탄광에 대해 대처 정부는 감원을 비롯한 엄격한 경쟁력 강화 조치에 들어갔고, 광부들은 파업으로 여기 맞서고 있었습니다. 광부들의 생활은 악화될대로 악화됐고, 그런 가운데서도 소년 빌리는 우연한 기회에 무용에 눈을 떠 춤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영화와 뮤지컬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빌리에게 춤을 가르쳐 주는 윌킨슨 부인과 일찍 죽은 빌리의 엄마(영화엔 안 나옵니다)가 겹쳐지는 장면이 좀 추가된 정도죠. 물론 무대에서 표현이 불가능한 경찰관과 시위대의 대립 같은 장면들도 상당히 잘 고안된 장치로 실감나게 보여집니다.

그러나 가장 나빴던 점은 대사를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는 점. 영어실력도 실력이지만 워낙 사투리 억양이 강하다 보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뮤지컬의 결말은 영화의 결말과 살짝 다릅니다. 아,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어른 빌리는 이미 뮤지컬 중반에 등장합니다. 소년 빌리와 함께 '백조의 호수'에 맞춰 춤을 추죠.



그 분위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엘튼 존이 부르는 'Electricity' 뮤직비디오를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이 노래는 -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실 - 왕립 무용학교 입학 면접때 빌리가 하는 대답, "춤을 출때면 전기가 내 몸을 따라 흐르는 것 같아요"를 대신하는 곡입니다. 뮤지컬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장면이죠.




엘튼 존의 걸쭉한 목소리보다는 제 3대 빌리(초대 빌리라고도 하죠)인 리엄 모우어 군이 부른 버전이 더 잘 어울립니다.




이번 뮤지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인 'Solidarity'. "Solidariy, Solidarity, Solidarity Forever"라는 후렴구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빌리 엘리어트 전편의 예고편.




웨스트엔드에서 본 빌리 엘리어트의 소감을 정리하라면, 통상 수많은 뮤지컬들이 히트하는 노래가 있느냐 없느냐에서 성공과 실패로 갈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이 뮤지컬은 음악적으로는 그리 뛰어나다고 보기 힘듭니다. 'Electricity'를 비롯해 등장하는 노래들 중 '아, 이 노래!'할만한 곡이 귀에 쏙 들어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뮤지컬은 탁월한 무대 연출과 소년 빌리들의 대활약으로 롱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원작 영화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테고, 소년 빌리에 초점을 맞춘 화려한 안무가 뒷받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만큼 이 뮤지컬은 무대를 보지 않고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팬텀'의 오리지널 캐스트 CD가 전체 뮤지컬의 60% 정도를 갖고 있다면 이 뮤지컬의 오리지널 캐스트 CD는 기껏해야 30% 정도를 이해하게 해 줄 뿐입니다.

일부의 '뮤지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는 극찬은 좀 지나치다 싶지만 세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릴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인 것은 분명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반드시 감상할 것을 추천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원작 영화를 다시 참고했지만, 역시 빌리는 그리 착한 놈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왕립 무용학교에 합격했을 때, 빌리는 윌킨슨 부인에게 달려가 합격 사실을 얘기하며 "전부 선생님 덕분이에요!"하고 울먹여야 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모두 윌킨슨 부인은 딸 데비를 통해 빌리가 합격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죠. 정말 배은망덕한 놈 아닙니까?

하지만 마음이 하해와 같은 윌킨슨 부인은 런던으로 떠날 때가 되어서야 기껏 찾아온 빌리를 축복해 줍니다. 빌리는 마지못해 "고향에 자주 돌아올 거고, 올 때마다 만나뵈러 올게요"라고(놈이 하던 행태를 보면 당연히 맘에 없는 얘깁니다) 말하지만, 윌킨슨 부인은 "아냐, 너는 그럴 리가 없어"라고 못을 박아 줍니다. 그리고 나서 말하죠.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가. 성공을 향해서."

그렇게 해서 빌리는 발레리노로 성공했고, 그동안 자신을 뒷바라지했을 아버지나 형은 그냥 나몰라라 했을 겁니다. 기껏 공연에 초대는 했지만 "뒤풀이 파티에 가야 해요"라고 가족들 앞에 그냥 등을 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성공이란게 원래 이런 면이 있긴 하죠.


p.s. 2 브로드웨이 공연을 위한 미국 빌리 역 소년들의 오디션 장면입니다. 총 1500명이 지원했다는군요. 2분43초쯤에 저희가 웨스트엔드에서 본 빌리가 나옵니다.







 

신고
Posted by 송원섭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8.10.23 14:4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ikari 2008.10.23 16: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영화에 이어 뮤지컬도 기대하렵니다.
    빌리에 대한 평가 가혹하십니다. ^^

  3. 후다닥 2008.10.23 16: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일단 공개 댓글로는 1등
    별거에 다 집착한다는...

  4. 후다닥 2008.10.23 16: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거로도 일등이 아니군요...
    빌리엘리엇 영화 진짜 재미있게 봤는데 뮤지컬도
    궁금해집니다...

  5. 순진찌니 2008.10.23 16: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쁜 엘리엇..
    빌리는 나쁜넘.

    궁금해지네요..
    나쁜넘이 얼마나 나쁜지..ㅋㅋ

    오늘도 출장나왔습니다.

    담에 출장없을때.. 영국으로 날라가서 꼭 보고 싶네요.

  6. nanjappans 2008.10.23 17: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빌리의 아버지가 자꾸 떠오르네요....
    어느곳이나 아버지의 이미지의 공통점은 비슷하지 않을까...생각합니다

    • 송원섭 2008.10.24 1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화에선 그 아버지가 크리스마스날, 웃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참 가슴아픈 신이었죠.

  7. still 러브 세리 2008.10.24 00: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 때마침 뉴욕에도 빌리 엘리옷이 개봉한다는 군요. 근데 엄청난 인기인가 봅니다, 티켓이 매진이거나 아직 디스카운트가 안나와서 영화를 먼저보고 좀 기다렸다가 봐야겠슴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Wicked 대박이던데..

    너무 재미있어서 2번 봤는데..

    마음에 드는사람있슴, 꼭 Wicked같이보라고 강추!!!

    • 송원섭 2008.10.24 10: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 영화를 아직 안 보셨단 말씀? 하긴 wicked도 팬이 많더군요.

  8. jsyqa 2008.10.24 00: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위키드가 아동극이라니;; 형님- ㅎㅎ

  9. 2008.10.24 08: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0. 아자哲民 2008.10.24 10: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
    빌리엘리엇의 찬사를 하는 사람도 2005년 이후 영국에 갔다온 사람도 제 주변에는 없군요. 물론 빌리엘리엇 뮤지컬의 존재를 아는 사람역시 없군요.


    몇일전 회사에서 직원연수로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초 저가임이 확실해 보이는 패키지 여행의 가이드는 라텍스, 보석, 보이차 공장으로 관광객을 몰고 다녔고, 흔치 않은 관광타임에서는 10까지, 20분까지를 외치더군요.


    走馬看山과 비싸세(싸게)먹기, 빌리엘리엇 등은 100만광년 정도 거리가 있는 듯 합니다.


    2.
    송기자님의 빌리에 대한평을 읽고나니 시네마천국에 살바토레가 오버랩 되는군요.
    윌킨슨부인의 장례식쯤이면 빌리가 고향에 돌아올까요?

    • 송원섭 2008.10.24 10: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실 패키지에서 가장 열받을 때는 실컷 무슨 공장 무슨 상점으로 끌고 다닌 뒤에 정작 중요한 관광지에선 "자, 30분 드리겠습니다" 할 때죠.

  11. 미스띠 2008.10.24 11: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빌리엘리어트 저도 특이하게 아직영화로도 못봤답니다;
    담에 또 영국갈 기회가 있으면 보고싶네요^^
    근데 뮤지컬에서 사투리를 쓰나요?
    갑자기 궁금해져서^^

    • 송원섭 2008.10.24 11: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위 내용에도 있지만 - 그래서 한마디도 못 알아들은 거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12. 런던사랑 2008.10.30 09: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빌리 엘리엇 보고 나서 런던에 오는 분들에게는 꼭 그걸 보라고 추천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봐서 내용을 알기 때문에 대사를 거의 못알아들어도 웃고 울고 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정말 소년들의 춤은 정말 감동이었어요!!
    역시 명불허전!
    근데 정말 빌리가 나쁜녀석일까요? 혹 모르죠. 예술가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중에 일부는 그냥 이기적이기만 한 사람도 있는듯해서 딱히 나쁘다는 인상은 안받았었는데 말이죠.

    사실 런던에서 하는 다른 뮤지컬들은 보다 졸기까지 했었는데 말이죠..

    강추 한표~

  13. 2009.05.15 17:0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