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MBC TV의 새로운 대작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보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의 경쟁작은 이미연이 타이틀 롤을 맡은 '거상 김만덕'. 아마도 이 드라마의 가상적은 바로 '거상 김만덕'과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층으로 가정되어 있을텐데, 막상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를 보고 나니 일단 내부의 적을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봉성 원작 만화의 스토리는 그리 탄탄하다든가, 치밀하다고 부를 요소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딱 황당무계하다고 할 수준이죠. 그런 만큼 영상으로 그대로 옮기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 꽤 있을 듯한 작품입니다. 특히 미술 부문,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트 디자인에서 상당히 큰 노력이 필요한 드라마인데, 첫회를 보고 나니 이 부분이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나마 이 드라마 첫회 경쟁작을 시청률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한고은의 절대적인 공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회에서는 주인공인 강타(송일국)의 본부로 보이는 공간이 꽤 중요하게 등장했습니다. '보스'인 강타와 007 시리즈의 Q에 해당하는 박사님,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해커 스타일의 남자 직원, 그리고 '보스'의 추종자인 비비안(한고은) 등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죠.

이 공간의 세트는 최악입니다. 전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의 본거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푸르스름한 조명과 조잡하게 은빛으로 칠해진 기둥, 싸구려 대리석 느낌의 벽 마감재는 약 20년 전쯤 서울 강남 지역에 생겨나던 호프집의 내장 수준이었습니다.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기 위한' 드라이 아이스는 왜 안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상하게 생긴 조명기구와 벽에 붙어서 불빛이 번쩍이는 기계는 만약 미국 드라마에 나왔다면 '스타 트렉'같은 60년대 SF 드라마에 대한 오마쥬라는 평을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2010년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전혀 짐작할 수 없겠습니다. 아무튼 '대단히 고가의 기밀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방'이라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그 표현의 수준은 1980년대 초 이후로 본 기억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무척 유쾌했다고나 할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은 악당이 여기자 한채영을 데리고 아랍 왕자의 배에 도착한 장면입니다. 뭐 기자를 데리고 이 배에 오르는 이유도 엉성하지만 대강 넘어가겠습니다. 중요한 건 배의 크기입니다. 잘 보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뱃머리에 서 있는 송일국과 다음 사진을 보시면 대략 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이 배는 2층이 있을만한 크기도 아닙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배 안으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회의실이 나옵니다. 이건 들어갈땐 초가집인데 들어가 보니 농구 코트가 나오는 수준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인 갑부로 설정된 아랍 왕자의 요트 치곤 일단 요트가 너무 작은데다 방의 꾸밈새 역시 지나치게 검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랍 왕자라곤 단 한명도 만나본 적 없는 제가 그냥 통념으로 이런 얘길 하면 안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아랍 왕자 중에도 근검 절약을 모토로 하는 분이 한두명은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그런 분이 이 드라마에 나오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 배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요술 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배가 신기한 배라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 이 배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까의 그 회의실만으로도 벅찰 것 같던 그 배 안에 이런 대형 침실도 있습니다(다목적 객실이라 순식간에 책상과 의자를 바다에 던져 버리고 침대를 펴서 만든 방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방금 위에서 보듯 바다 속에서 뽀뽀를 하고 나온 두 사람인데 머리며 옷가지, 어디에도 물기 하나 없더군요. 그 침대 위에 아이라인도 지워지지 않은 한채영이 누웠습니다.

아랍 왕자의 요술 배에는 초대형 드럼 세탁기를 능가하는 탈수장치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일단 구해낸 사람을 침대에 눕히기 전에 깔끔하게 탈수를 시켜 주는 센스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네. 검소하신 아랍 왕자님도 필요한 장비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듯 합니다.)

물론 하와이 로케이션을 비롯해 돈 쓸 데가 꽤 많다 보니 사소한 부분(?)에는 제작비가 미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외에서 보여지는 장면의 '가격'과 실내에서 촬영한 장면의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회 그래도 경쟁작을 뿌리치고 시청률 선두를 달린 것은 아무래도 한고은의 공로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한고은은 허경환풍으로 "내가 오늘 신불사 살렸다"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솔직히 하와이의 아름다운 해변보다는 한고은-한채영-유인영으로 이어지는 곡선에 끌려서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이 중에서도 캐릭터로 보나 연기 적응력으로 보나, 결국은 한고은이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첫회는 '세트 디자인이 받쳐주지 못해서' 라고 핑계를 댈 구석이 조금은 있는 듯 합니다. 과연 2회 이후에도 그런 핑계가 유효할지는 더 지켜 봐야 알 수 있겠죠.



공감하셨으면 오른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728x90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고구려가 섰습니다. 여전히 귀족은 위협적입니다. 뭐 '태왕사신기'를 보면 광개토대왕 시절까지도 고구려 왕은 귀족연합체의 수장 정도였던 모양이니 2대 유리왕때 강력한 왕권을 기대할 수는 없겠죠.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칩시다.

신당이라는 조직은 부여 금와왕에게도, 광개토대왕의 아버지 고국양왕에게도, 그리고 유리왕에게도 제멋대로 굽니다. 이건 무슨 신정국가도 아니고... 뭐 그럴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고구려가 나오는 드라마마다 죄다 이런건 무슨 조화속입니까.

네. 바로 '바람의 나라'에 대한 불만입니다.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고, 시청률도 지난주엔 혼전 속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존재 이유는 영 떨어지는 편입니다.

일단 송일국이 연기하는 주인공 무휼은 정작 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고초를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당에서 어이없이 저주가 붙었네 어쩌네 하는 바람에 불쌍한 무휼은 고구려판 오이디푸스가 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또 자기가 왕자인지도 모르고 가는 곳이 하필 부여랍니까. '주몽'과 '바람의 나라'를 구별 못 하게 하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란 말입니까?

물론 주몽과 무휼의 캐릭터도 살짝 다르고, 겪어야 하는 갈등도 조금씩은 다르겠죠. 그것까지 똑같으면 아예 재방송일테니 당연한 얘깁니다. 하지만 뭣보다 이 두 드라마가 넘어야 할 벽은 똑같이 생긴 주인공입니다. 이거야말로 처음부터 넌센스였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드라마 제목이 써 있지 않으면 어느 드라마인지 정말 구별할 수 없는 스틸입니다.)

송일국이 이 역할을 수락한 것도, 송일국에게 제의한 제작진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뭐 하다 보면 아들 역을 하던 배우가 나이를 먹어서 아버지 역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주몽 역을 한 배우가 2년만에 그 손자 역을 또 한다는 건 좀 어이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있는 역사적 사실까지 다 뜯어 고쳐서 무휼이 걸어가야 할 길도 주몽이 걸었던 것과 거의 흡사한 고난의 성장드라마로 바꿔 놓는 건 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나오는 무휼은 사실 슈퍼 차일드입니다. AD 4년생인 무휼은 AD 9년(만 5세)에 동부여의 사신을 말솜씨로 제압하고, AD 13년에 대군을 이끌고 대소의 동부여군을 무찌르는 장군이 됩니다. 네. 9세죠.

10세에 세자가 된 무휼은 14세에 유리왕의 죽음으로 왕이 됩니다. 워낙 어린 나이에 왕이 된 터라 27년나 재위하고도 40세에 숨을 거둡니다. 동부여를 공격해서 대소를 죽이고 3대에 걸친 원한을 갚는 것도 재위 5년째인 18세의 일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이미 왕이 되어 동부여를 때려 부술 나이에 부여 땅에서 목숨을 걸고 모험하고 있어야 하는 팔자라니, 이거야말로 안습입니다. '태왕사신기'보다 더 심한 왜곡을 하고 있는 거죠.

물론 9세 어린이가 장군이 되어 적을 무찌르는 것 역시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굳이 가정을 하자면 고구려군이 부여군을 모욕하기 위해 9세의 왕자를 명목상의 허수아비 장군으로 두고, 실제로는 다른 장군이 지휘를 해서 전쟁을 치렀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기록에 대해 보완을 하는 것이 14세에 왕이 된 무휼을 거의 스무살이 다 되어 보이는 나이로 부여에서 뛰어다니게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사극적 상상력'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차라리 영특한 아역 탤런트를 써서 '소년 무휼의 모험'을 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 그래도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초반 아역들의 활약으로 점수를 따는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좋은 흥행 요소를 놓쳐 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그랬더라면 성인 왕 역으로 송일국이 등장하더라도 이런 비판을 덜 받을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람의 나라'는 그런대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극이 이병훈-최완규 라인의 영향으로 '주인공이 죽도록 고생한다 - 경쟁을 통해 더욱 강해진다 - 마침내 빅 맨이 된다'의 과정을 마치 무슨 교과서처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안 그래도 '주몽'이나 '태왕사신기'와 여러가지로 비슷해 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구성 면에서 전혀 새로운 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중에 왕이 되는 소년의 지긋지긋한 고생담을 드라마로 하려면 차라리 나중에 미천왕(AD 313년, 낙랑군 병합의 공적으로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죠)이 되는 소년 을불의 이야기라도 만들 것이지, 굳이 멀쩡한 무휼을 방랑소년(?)으로 만들어 놓는 심사는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대무신왕 드라마는 제발 대무신왕 얘기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용감하고 영특했다는 소년 왕의 소재를 날려버린 것도 아쉽거니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대소 같은 캐릭터에 편승해서 대무신왕을 그냥 제2의 주몽으로 만들려는 듯한 '바람의 나라'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