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아밤'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4.01.20 그린라이트, 싱글턴, 예거밤, 원래 어디서 온 말일까?

[그린라이트] [싱글턴] [감성주점] [FA로이드] [예거밤] [아구아밤]

 

밀린 문화어 사전에 대한 묶음 특집입니다.

 

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반성의 뜻이기도... 아무튼 별다른 설명 없이 넘어갑니다.

 

 

 

 

감성주점 [명사]

 

: 청춘 남녀가 짝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찾는 유흥업소

 

마땅히 정해진 짝이 없는 청춘 남녀가 다양한 핑계로 술자리에서 즉석 짝짓기를 해 온 것은 굳이 기원을 따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행위다. 그리고 각 시대에 따라 이 목적을 수행하는데 최적화된 업소들이 등장해 왔다.

 

대부분의 경우 술자리에서의 즉석 만남은 남자 손님들이 여자 손님들에게 먼저 다양한 방법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동시에 관심을 전달하고, 여자 손님들이 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이뤄진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21세기 초까지 나이트클럽을 중심으로 업소에 고용된 직원들이 여자 손님들을 남자 손님들에게 데려가는 부킹이라는 방식이 유행했던 것이 주목할 만한 예외일 뿐이다. 정상적인 경우 1980년대에는 디스코텍, 90년대에는 락카페, 2000년대 이후에는 클럽이 만남의 장소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보다 노골적으로 짝짓기가 목적임을 적시한 업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한 부킹포차류의 주점들이 대표적이다. ‘부킹포차란 이름대로 외형상으로는 대형화된 일반 실내 포장마차와 차이가 없으나 손님이 20대 남녀로 제한된다는 점, 거의 모든 고객들이 남자면 남자, 여자면 여자의 동성끼리로만 구성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입장 자체가 이성으로부터의 접근을 바란다는 의사 표현인 것이다.

 

2013년 현재 번창하고 있는 감성주점은 이런 부킹포차의 형식이 확대 발전된 형태로 볼 수 있다. 외형상으론 일반주점과 큰 차이가 없으나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며, 개중에는 아예 DJ박스와 스테이지를 갖춘 곳도 있다. 짝짓기가 주 목적이되 대부분의 업소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남자 손님들이 여자 손님들에게 직접 수작을 건네기 보다는 종업원을 거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일부 업소에서는 남자 손님들이 여자 손님들에게 의사 표현을 할 때 간단히 사연을 쓴 카드를 이용하고 있고, 여자 손님들은 카드를 받은 뒤 승낙/거절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카드의 수에 따라 여자 손님들은 술값을 할인받을 수도 있는데 이는 외모가 뛰어난 여자 손님들을 대량 확보하기 위한 업소 측의 프로모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2013 10월 정부 당국에서 감성주점을 변태 영업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섰다. 손님들이 업장 내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려면 유흥주점 허가를 받아야 하나 대부분의 감성주점들이 세제 면에서 유리한 일반 음식점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변형 영업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단속이 이미 젊은 층에 만연한 감성주점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궁금하다.

 

 

 

 

FA로이드 [명사]

 

: FA를 앞둔 선수들이 평소보다 뛰어난 활약으로 몸값을 올리는 것을 약물 효과에 빗댄 것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몸값 폭발의 기회가 있다. 바로 FA(Free Agent) 제도에 따른 것이다. 야구의 예를 들면, 한 구단에서 9년간 매시즌 경기수의 3분의 2 이상을 출전한 타자는 FA자격을 획득, 원 소속팀을 비롯해 나머지 모든 구단과 새로 계약할 수 있다. 물론 입단 직후부터 주전 자리를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므로 FA 자격을 획득하는 데에는 대개 10년 이상이 걸린다.

 

FA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FA 자격을 갖게 되는 시즌, 9번째 주전 시즌에 확실한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해에는 이를 악물고 초인적인 성적을 내기 마련인데 이를 가리켜 ‘FA로이드라도 맞은 거냐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뒷부분의 로이드는 만국 공통의 스포츠 금지 약물인 아나볼린 안드로제닉 스테로이드(anabolic-androgenic steroid, AAS)에서 따 온 것.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벤 존슨이 메달을 박탈당한 것이나 미국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홈런(762)의 배리 본즈가 명예의 전당에 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스테로이드 사용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 시즌 종료 후 FA자격을 획득하는 프로야구 박한이(삼성)와 최준석(두산)은 올시즌 내내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이 경우 적절한 표현은 “FA로이드 불발”). 하지만 이들은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자 맹타를 터뜨렸고, 결국 최종 승자 삼성의 박한이가 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두산이 이겼다면 최준석이 만장일치 MVP를 받았을 상황. 이들은 조용한 시즌을 보내다 포스트시즌에 FA로이드를 폭발시킨 드문 경우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싱글턴 [명사]

 

: singleton. 독신. 1인가구

 

본래 수학에서 단위집합(원소가 단 한 개인 집합, unit set)을 가리키는 용어. 2013년 들어 1인 가구 독신자를 가리키는 말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영국 신문 가디언에 따르면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때문. 어디 가서 별 실속 없는 노처녀라는 점을 지적 받고 브리짓이 분통을 터뜨리자 친구 살롯이 너도 내가 결혼하지 않은 건 싱글턴이기 때문이야, 이 잘난 체 하고, 겉늙은데다 편협하기 짝이 없는 병신아라고 맞받아 쳤어야지("You should have said 'I'm not married because I'm a Singleton, you smug, prematurely aging, narrow-minded morons,' Shazzer ranted.)”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싱글턴이란 말은 독신자가 스스로를 다소 높여 표현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국내에선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책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이후 널리 퍼졌다. 한국어로 번역할 때 싱글은 독신자, ‘싱글턴독신 가구(1인 가구)’로 번역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이건 독신인 성인이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한국 실정에서나 의미 있는 이야기고, 영미인들에겐 사실상 싱글=싱글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글턴’ 이라는 말이 쓰이게 된 건 왠지 좀 격이 높아진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싱글을 싱글턴이라고 부른다고 실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고, 따라서 이런 표현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무한도전에도 출연했던 영국 배우 데이지 도노반은 브리짓 존스 시리즈가 우리에게 남긴 거라곤 싱글턴이라는 새로운 단어 하나 뿐인데, 그건 정말 최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린 라이트 [명사]

 

: Green Light. 청신호. 연애 관계에서 상대에게 대시해도 좋다고 보내는 OK 사인.

 

한국 어린이들은 횡단보도에서 파란 불에 길을 건너지만 미국 어린이들은 녹색 불에 길을 건넌다는 우스개가 있었다. 사실은 한국 신호등도 잘 보면 녹색 유리가 끼워져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신호라고 부르는 이유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야구에서는 언제든 자의로 판단해 2루로 도루할 자격이 주어진 선수를 가리키도 한다.

 

 

2013년 하반기부터 JTBC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는 그린라이트를 켜라라는 코너가 등장하면서 이 용어가 젊은 층 사이에서 연애 용어로 확산되고 있다. 연애 초기 단계에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면, 그 관심을 알아챈 여자가 적극적인 호응의 뜻으로 보내는 사인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한 야구 전문 사이트가 이런 용법의 원조라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영미권에서는 이 말이 오래 전부터 허가(permission)’와 동의어로 사용됐고, 남녀 관계에서도 ‘OK 사인라는 의미로 널리 사용돼 왔다. 비욘세 와 존 레전드는 모두 ‘Green Light’라는 제목의 노래를 부른 적이 있는데 두 곡 모두 내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청신호를 보내 줘라는 내용이다.

 

 

 

 

밤 칵테일 [명사]

 

: Bomb Cocktail. 맥주 대신 에너지 드링크를 사용한 신세대 폭탄주.

 

1980년대부터 아저씨들은 맥주잔에 위스키가 담긴 샷 글라스를 빠뜨리며 밤을 지샜다. 세월이 흘러 맥주와 위스키의 황금비율을 따지던 세대는 황혼을 맞았고 21세기 클럽가에선 독주와 에너지드링크를 배합한 신종 폭탄주가 전성기를 맞았다.

 

2013년 현재는 독일산 약초 리큐르인 예거마이스터가 주 재료인 예거밤과 코카 잎으로 숙성시킨 네덜란드산 리큐르 아구아(Agwa)를 이용한 아구아밤이 대세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클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칵테일들인데, 끝에 (bomb)’이 붙어 폭탄주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더욱 친숙하게 느껴진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에너지 드링크와 알코올의 결합은 술을 더 빨리 취하게 하는 동시에 잠을 쫓는 각성 효과를 발휘해 밤새 놀아 보세용 음료로 안성맞춤이다. 물론 단시간에 혈압을 올려 건강에 해롭다는 경고가 있는데, 술이라는 건 본래 산삼 녹용을 섞어도 많이 마시면 몸에 좋을 수 없는 법이다. 그러니 작작 마셔라.

 

 

 

 

일각에선 밤 칵테일의 유행에 대해 외래 클럽 문화가 한국의 전통적인 폭탄주 문화를 망가뜨렸다고 한탄하기도 하는데, 몰라서 하는 얘기다. 맥주+위스키 폭탄주는 이미 미국에선 19세기부터 보일러메이커(boilermaker, 위 사진)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왔다. 가난한 보일러공들이 빨리 취하기 위해 위스키를 원샷하고 맥주로 입가심을 한 것이 유래라는데, 지금은 맥주 잔에 위스키를 빠뜨려 먹는 제조법까지 한국의 원형 폭탄주와 똑같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송원섭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