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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님은 먼곳에' 때문에 시작한 포스팅입니다. '님은 먼곳에'와 그 노래들에 대한 포스팅은 다른 쪽에 있습니다. 이 글은 거기서 시작돼 본격적으로 다른 영화들과 그 수록곡들을 살펴보는 내용입니다.




월남전을 소재로 한 작품의 음악 중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는 건 개인적으로는 역시 롤링 스톤스의 Paint It Black입니다. 실제로 당시 월남에 있던 병사들이 즐겨 듣던 음악이기도 하고, TV 시리즈 '머나먼 정글'의 주제곡으로 명성을 떨쳤죠.

(그런데 정작 '머나먼 정글'이 국내 방송될 때 이 노래는 금지곡 - 반전, 퇴폐성이라는 이유로 - 이었습니다. 그걸 모르고 오프닝을 그대로 살려 놓았던 담당자는 뜨악했죠. 하지만 그걸 문제삼은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조용히 넘어갔다는 엄청난 얘기가 있습니다.)

자, 추억의 '머나먼 정글(Tour of Duty)'.



베트남전은 저에게도 먼 역사 속의 일입니다. 1975년, 월남 패망 당시 미국 대사관을 철수하던 헬리콥터에 줄줄이 매달려 있던 피난민들의 모습을 어렴풋이 뉴스 화면으로 본 듯한 기억이 있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리 먼 과거는 아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 삼촌뻘이죠 - 로부터 월남전과 관련된 전설(?)은 꽤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특히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학교 다닐 때 교련 선생님들은 대부분 월남전 참전 장교 출신이었죠. 물론 학생들이 확인할 길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월남은 커녕 제주도도 못 가본 분들이더라도 학생들 앞에선 "이 새퀴들이, 백마부대 깡다구 강중위 그러면 베트콩 새퀴들도 다 죽었다고 엎드렸는데 어디서 개수작이야!"라고 충분히 표정관리를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그때로선 비 오는 교련시간에 '월남 무용담' 듣는게 퍽이나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들은 이야기 중 기억나는 것 몇 토막(위문공연 이야기는 저번에 써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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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졸병들도 항상 실탄과 수류탄을 휴대했기 때문에 상급자라도 지나치게 심한 얼차려나 인간적인 모욕을 할 수 없었다. 자살하거나 내무반에서 총질을 하는 사고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못살게 굴던 고참을 쏴 죽이고 밀림으로 달아난 놈이 있었다. 얼마 지나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서 시체를 찾았는데, 온몸 살가죽이 다 벗겨진 채로 죽어 있었다. 당시 부대원들과 혹시라도 베트콩에게 생포될 것 같으면 서로 쏴 죽여 주자고 약속했다.

2. 더운 지역이라 땅을 파고 화장실을 만들어도 너무 냄새가 심해 고역이었다. 고민 끝에 석유 드럼통을 절반으로 자르고, 석유를 반쯤 부은 다음 그 위에 널빤지를 깔아 간이변소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 변이 차면 바로 불을 질러 소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편했다.

그런데 한 놈이 그 위에서 양담배를 꼬나물고 꽁초를 휙 버린 거였다. 죽진 않았지만 중요 부분이 모두 불고기가 돼 있었다. 나중에 병원으로 문병을 갔는데, 침대에도 바로 눕지 못하고 허리가 공중에 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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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베트콩이 이쪽으로 도주한다는 정보를 받고 1개 소대가 잠복했다. 잠시 후 눈앞으로, 멀쩡히 보고 있는데 한 50미터 앞에서 사람들이 죽을 힘을 다해 뛰어가는게 보였다. 몇 초 사이지만 한 20명 정도가 지나갔을 거다. 당연히 일제사격을 가했다. 경기관총을 포함해서 M-16을 자동으로 놓고 드륵드륵 갈겼다. 그런데. 실제로 총에 맞고 쓰러진 건 단 2명이었다.

총이라는게 그렇게 안 맞는 건지 그때 처음 알았다. 하긴, 사람이 초긴장상태가 되면 총에 맞고도 전혀 이상 없이 달린다고도 하더라. 맞긴 맞았는데 다 도망갔다가 어디 엉뚱한 데서 쓰러졌는지도 모르지.

4. 미국이란 나라가 무서운 걸 처음 알았다. 헬리콥터고 트럭이고 부서졌다고 말만 하면 바로 새걸로 갖다줬다. 국내에서 훈련할 땐 '탄피 100% 회수' 때문에 어지긴히 신경을 썼는데 여기선 다음 보급때까지 전에 받은 탄약 다 쓰는게 귀찮을 정도였다. 사격 훈련도 전부 자동으로 놓고 긁었다. 원 없이 쏴 봤다. 탄피? 아무도 안 찾더라.

처음엔 C-레이션도 나중에 먹으려고 껌이며 통조림을 챙겨 놓는 놈들이 있었는데, 곧 그게 바보짓이란 걸 알게 됐다. 레이션 같은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오히려 김치랑 밥이 먹고 싶어 혼났다. 나중엔 입맛이 고급이 되어서 왕건이 통조림만 하나 까 먹고 나머지는 죄다 현지인 꼬마들한테 뿌렸다. 미국이란 나라랑 같은 편에서 전쟁한다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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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얘기가 너무 길었군요. 그럼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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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영화 얘기를 하자면, 아무래도 이 영화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겠습니다.

일단 바그너의 '발퀴레의 기행' 부터.





인상적인 모먼트는 여럿 있지만 도어즈의 'The End'로 시작하는 오프닝만큼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단, 시퀀스가 너무 길기 때문에 원래 좋아하시는 분들 아니면 클릭을 자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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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툰'이란 새로운 단어를 가르쳐 준 영홥니다. 이 영화에선 뭐니 뭐니 해도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유명했지만 그 외의 당시 분위기를 살린 팝 명곡들이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White Rabbit'. 월남전-마리화나-사이키델릭 록은 빼놓을 수 없는 3박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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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체는 유명한 인종주의자 마이클 치미노의 극단적인 오리엔탈리즘 때문에, 아시아인이 보기엔 어처구니없는 괴작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디어 헌터'의 음악만큼은 매우 훌륭합니다.

백만인의 애청곡, '카바티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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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큐브릭의 '풀 메탈 재킷'은 평범한 미국 청년들이 어떻게 전쟁 기계로 길러졌는지에 초첨을 맞춘 작품입니다. 저번 글에서 어느 분이 말씀하셨지만 마지막의 소녀 저격수 시퀀스가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죠.

본래는 트래쉬맨의 'Surfin Bird'가 삽입된 장면이 유명하지만, 다른 장면을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 중에도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지 궁금했던 분이 있었을 겁니다.



MIC, KEY, MOU, SE. 그렇습니다. 이 노래는 바로 '미키 마우스 송'이었던 겁니다. 전쟁터에서 총 든 군인들이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노래죠. 큐브릭이 보여주고자 했던 전쟁의 한 단편이 이 노래에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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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빼면 울 것 같은 분이 있어서 넣었습니다. 사실 로빈 윌리엄스는 거의 모든 영화에서 지나치게 작위적인 모습으로 나오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만... 이 영화에서의 'What a Wonderful World'는 참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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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심지어 포스터는 뮤지컬)가 뭐냐고 의아해하실 분이 꽤 있겠지만, 록 뮤지컬의 효시라고 불리는 '헤어'는 월남전을 무대로 한 유명한 반전 작품입니다. 비록 전쟁터를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주인공이 파월 장병으로 징집되는 데서 영화가 시작하고, 영화 전편이 전쟁에 대한 거부의 몸짓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결국 주인공 중 하나는 훈련소에서 월남으로 파병됩니다.

뒷날 '아마데우스'를 만드는 밀로스 포먼이 감독한 영화판은 뮤지컬 영화의 흐름을 바꾼 걸작이라고 감히 평가합니다. '헤어'를 유명해지게 한 노래는 'Aquarius'와 'Let the sunshine in'이죠. 본래 흑인 보컬 그룹 5th Dimension이 두 노래를 합쳐 불러 히트시킨 버전이 유명하지만 오늘은 따로 따로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Age of)Aquarius.





다음은 Let the Sunshine in. 일부러 영화 버전과 다른 버전을 골랐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노래 같다가 2분30초쯤부터 나오는 유명한 후렴구를 듣고 나서 '아, 이 노래?' 하실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두개를 붙인 휩스 디멘전의 노래.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아, 음악이라는 게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는 거였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노래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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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마지막은 빌리 조엘의 'Goodnight Saigon'입니다. 영화음악도 아니지만 이 노래가 빠진 월남전 노래 이야기는 상상하기 힘들 것 같아서 넣어 봤습니다. 물론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 처럼 실제로 당시 히트하던 노래들도 있지만 가사의 내용은 이 쪽이 훨씬 와 닿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끝까지 들었는데 왜 '님은 먼곳에'가 안 나오는지 궁금한 분들은




영화 리뷰를 보실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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