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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9 한 여배우를 여왕으로 인정하기까지 (35)

기자들이 가끔 이니셜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는 이니셜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리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 보면 누군지 친절하게 가르쳐 드리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제가 만나 본 수많은 여배우들 가운데 이 분만큼 '여왕'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왕이나 여왕, 아무나 하는게 아니죠.

본래의 제목은 'K, 그녀를 여왕이라고 인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어 보고 나시면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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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가서 한잔 할래요?"

만약 당신이 이런 메모를 미모의 톱스타로부터 받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렇다. 이 이야기는 누구라도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0*년, 한 사극이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인기를 모으고 있을 때의 얘기다. 방송사는 신이 나서 제작진을 치하하는 잔치를 벌였다. 시끌벅적한 행사를 마치고 방송사 고위 간부들과 몇몇 기자들, 작가들과 일부 주연 배우들이 여의도에서 따로 자리를 벌였다. 흥이 난다기보단 지나치게 격식이 앞선 따분한 술자리였다.

그때 화장실을 다녀온 K가 슬며시 손을 뻗어 성냥갑 하나를 쥐어 주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던졌다. 눈빛이 0.1초나 스쳤을까. 못 견디게 궁금해진 기자는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성냥갑을 펼쳤다. 성냥갑 안쪽의 흰 속껍질에는 '따로 한잔 할래요?'라는 말과 함께 한 대형 가라오케 이름과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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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자는 학창시절 K가 출연하는 영화의 스태프들을 따라다니며 그와 안면을 튼 적이 있었다. 드라마를 취재하면서 몇 차례 옛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고 현장의 다른 기자들보다는 친근하게 말을 건넬 수 있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그런 기자에게 이 성냥갑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 지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어도 아마 이런 제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자리로 돌아온 기자는 K의 눈빛에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바보같이 헤벌쭉 웃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K도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가슴이 콩당거리고 뛰었다. 한 술자리에 10여 명의 사람이 있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만 그와 몰래 의사소통을 했다는 쾌감이 밀려왔다. 술자리가 파하자 기자는 즉시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달렸다. 꽤 늦은 시간이라 약속 장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구에서 'K씨가 예약한 방'을 찾았다.

앞장선 웨이터가 문을 열 때 방안에서 여러 사람의 웃음 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방을 잘못 찾았다'는 것이었다. 방안에는 적게 잡아도 30명은 돼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었다. 60여 개의 눈동자가 내 몸에 꽂히자 술기가 확 달아났다. 입구 쪽에 앉은 한 사람이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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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금방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기자분이잖아. 몰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누나한테 얘기 듣고 오신 거죠?"

그러니까 방을 잘못 찾은 건 아니었다.

"누나한테서 좀 전에 전화 왔어요. 곧 도착할 거래요. 먼저 저희랑 한잔 하고 계시죠."

그들은 '제작부', 즉 촬영ㆍ녹음ㆍ미술ㆍ조명 등의 스태프였다. 흔히 퍼스트ㆍ세컨드ㆍ서드 등 숫자로 불리는 어시스턴트들은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박봉에 24시간을 근무하는, 육체적으로는 가장 혹사당하는 사람들이다. 화려한 100회 축하연도 그들에게는 남의 일이었지만, 그런 그들을 누군가는 챙겨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K와 함께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따로 회식을 해 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 K 이외의 다른 배우나 방송사 간부, 제작진의 우두머리들이 온 일은 없었다. 이들에게 술을 사 봐야 '누나'라는 친근한 호칭과 존경 외에 K가 얻을 것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매달 적잖은 개인 돈을 써 가며 스태프의 노고를 위로해왔던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짧지 않은 경력이지만 이런 얘기는 그 전에도, 그 뒤로도 들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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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하고 있는 사이 그녀가 도착했다.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들이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 찾아온 큰누나를 만난다 한들, 그보다 반가운 환호성이 터지진 않았을 듯 싶다.

잠시 후 기자는 이런 대단한 일은 결코 돈이나 배포만으론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됐다. 그녀는 그 자리의 30여명과 하나 빼놓지 않고 폭탄주로 건배를 했다. 물론 전부 원샷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기자는 어느새 의식을 잃었다. 얼마 전까지도 MBC TV <문희>가 방송됐다.  그는 나이를 잊은 듯 팽팽하고 아름답다. 과연 그의 젊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혹시 그 엄청난 주량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전생에 어느 나라 여왕이었을 것이 분명한 그 여장부스러움에서 온 것일까. 확실히 강수연에겐 대한민국의 다른 어떤 여배우도 감히 따를 수 없는 것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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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 보실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분을 직접 만나 보시면 누구라도 여왕으로 인정하고 싶어질 거라는 데 한표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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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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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OPIN 2008.10.19 12: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씨받이와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보고 영원한 팬이 돼었습니다 ^^

  3. 유머조아 2008.10.19 12: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그렇군요. 저는 첨 대하는 소식이어요.
    명연기자는 역시 성품도 고매하시네요~

  4. 강수연이 그런면이? 2008.10.19 14: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관심없었던 배우한테 호감이 생기는 순간이네요.
    그녀는 내가 초등일때 여고생이었는데
    문희에서도 여고생으로 나와서 허걱했었는데..
    (그래서 살짝 비호감이었다는...)

  5. 무면허 2008.10.19 15: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언젠가 읽은 것 같은데...' 하면서 끝까지 읽고 리플을 보니...
    하긴, 공중파도 일요일엔 재방을 하는데...
    제목에 『재방』이라고라도 표시라도 해 주시지.. ㅋㅋ

  6. Nes 2008.10.19 15: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송기자님께서 쓰신 글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보니 파이어폭스에서 위의 에드센스가 본문을 덥어버려 읽기가 힘드네요.
    혹시 수정가능하시면 부탁드릴께요~^^

    건필하시구요.

    • 송원섭 2008.10.20 08: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파폭 얘기를 하신 분들이 몇분 있는데 저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일단 전문가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7. hessie 2008.10.19 21: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째 내용이 낮이 익다 싶었어요..^^;; 중간쯤 읽다가 이거 읽은거구나.. 했네요;
    아참! 애드센스가 크롬에서도 글을 잡아먹더군요;ㅅ;
    그래서 송기자님 블로그는 익플에서 보거나 아니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파폭이나 크롬으로 걍 보거나.. 하고 있어요..^^;

  8. 무명 2008.10.19 21: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렇게 이쁜 분이 왜 혼자일까, 늘 궁금했는데...
    오늘 이 글을 보니, 정말 궁금합니다.
    저렇게 이쁘고 성격까지 끝내주는 분이 왜.....

    • 송원섭 2008.10.20 08: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 통을 감당할 남자가 없는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9. NeXTSTEP 2008.10.19 22: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30여명 중 한명으로 여왕과 한잔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10. 김성지 2008.10.20 00: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k......강수연 인줄 알았는데 정말이네요~

  11. 하이진 2008.10.20 01: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멋진 분이네요. 언젠가 어떤 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같이 일해 볼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그 주량은 정말 부럽군요.

  12. 못피어스 2008.10.20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행님 이 포스팅 낯이 익습니당.

  13. 후다닥 2008.10.20 09: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집에서 쓰셨던 포스팅 맞죠?
    여튼 강수연님 자주 영화나 드라마 출연좀 해주셨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이...

  14. umakoo 2008.10.20 09: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공리는 훼이크셨군요. 저도 예전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지만, 다시 읽어도 재밌네요.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15. 4beetles 2008.10.20 10: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지난번에 이어 두번이나 읽었지만... 읽을때마다 재밌네요~

    그런데 이런글 올리시면 사모님의 은근한 견제가 들어오지 않을까요?ㅋㅋ

  16. ikari 2008.10.20 10: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끌어올리신 것이군요. ^^

  17. 송원섭 2008.10.20 10: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합쳐서/ 처음 보는 분들도 많다고 얘기좀 해수셈;;

  18. smileann 2008.10.20 13: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머나, 멋진 이야기군요. 강수연에게 그런 면이...

  19. 푸우 2008.10.20 18: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따로 가서 한 잔 하실래요에서 이미 느낌이.. ㅋ
    그만큼 오빠의 팬이 꾸준하다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20. 민수엄마 2008.10.21 11: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처음보는 내용이에요..
    그럼 난 뉴팬...크크..
    강수연 너무 멋진걸요...
    다시보입니다 그녀가...

  21. 몹시화나있어 2009.04.04 18: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설마하고 읽어봤는데, 역시.. .. 결국 댓글까지 달게 만드시네요.. ㅋㅋ 저도 강수연님의 오랜 팬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영화 키노 창간호에 환상적으로 나온 모습을 사랑했고, 그때부터 그녀만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죠... 여왕폐하를 알현한 느낌이 너무 궁금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