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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2 [그라나다 맛집.1] 빠에야를 먹으러 카테드랄로 (14)

그라나다에 알함브라 이외의 볼거리가 많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어차피 평생 스페인에서 보낼 게 아니라면 선택은 불가피했다. 아무튼 그라나다에서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그것도 아침 일찍 기차에서 내려 좀 휴식을 취하고 나니 대략 오전은 다 지나갔다.

 

남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바로 호텔을 나섰다.

 

 

 

호텔 정문을 나서 바로 왼쪽 산길로 접어들면 이런 내리막길이 펼쳐진다.

 

 

 

앞에서도 말했듯 알함브라는 시내의 가장 높은 고지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식당-호텔 등이 몰려 있는 누에바 광장 Plaza Nueva 까지 가려면 약 1Km 정도 산길을 내려가야 한다. 위의 경로와 대략 일치한다.

 

지도가 커서 멀어 보이지만 약 10~15분 정도 산길을 걸어 내려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리막길이란게 매우 중요. 오르막이면 힘들다.)

 

 

 

산 위쪽을 바라보면 알함브라의 성벽 끄트머리가 숲 사이로 슬쩍 슬쩍 보이는 정도.

 

 

 

내리막이라 그렇지 만약 오르막이라면 꽤 힘들게 올라왔을 길이다. 경치는 참 좋지만 내리막으로 활용하는게 좋을 듯.^

 

 

 

시내까지 거의 내려오면 급수탑(?)이 나타난다.

 

산 위에서 내려오는 길 안쪽에선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알함브라 처럼 산 위에 대단위 요새를 구축하려면 물이 필수였을 터. 헤네랄리페를 봐도 알 수 있지만 고지이면서 물이 풍부하다는 점이 알함브라의 가장 핵심적인 입지조건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타나는 것이 알함브라의 메인 게이트.

 

 

밖에서 성을 향해 가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이 문을 통과하면 그때부터 알함브라 영역이다.

 

물론 진짜 알함브라 성문은 이 문을 통과해 산길을 1Km 정도 올라가야 나타난다. 

 

 

 

플라멩코 기타의 장인(?)이 운영하는 기타 샵.

 

사진으로는 별 느낌 없지만 이 거리에 있으면 굉장히 운치 있어 보인다.

 

 

 

그리고 계속되는 내리막길. 저 골목 끝으로 보이는 곳이 누에바 광장이다. 위의 기타 샵 처럼 골목 곳곳에는 고전적인 냄새가 풀풀 풍기는 다양한 가게들이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플라멩코의 발상지는 흔히 세비야라고 하지만 스페인의 온 도시에 파에야 가게 없는 곳이 없듯 플라멩코 공연장 없는 곳도 없다.

 

특히 그라나다는 집시들의 거주지역인 동굴 내에서 플라멩코를 공연하는 곳들이 유명하다고 한다. 동굴 플라멩코는 아니지만(그건 구 시가의 알바이신 지구에 있다고 들었다) 어쨌든 플라멩코 공연장이 여기서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큰길 도착.

 

 

 

이것이 누에바 광장의 상징인 분수대. 그리고 그리 넓지 않은 광장은 이미 각종 레스토랑들이 전진배치해 놓은 식당들의 야외 좌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목 좋은 곳에 있는 식당의 메뉴는 너무나 관광객용이다.

 

물론 지난번에 말했듯 프라이드 치킨, 햄버그 스테이크 등 관광객들이 고민하지 않고 먹을만한 메뉴 델 디아 의 향연이다. 뭔가 좀 전통 스페인식으로 보이는 음식을 시키려 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메뉴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그 음식은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메뉴 델 디아가 뭔가 싶은 분: 그란비아, 그리고 메뉴 델 디아란 무엇인가 http://fivecard.joins.com/1181 )

 

 

적당한 식당이 없어 그란비아까지 걸어 내려왔다.

 

 

 

그라나다 그란 비아의 이면 도로. 호텔에서, 그러니까 알함브라 궁전에서 누에바 광장을 거쳐 여기까지 걸어오는 데도 한눈 팔지 않고 걸으면 20분이면 충분하다. 서울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정말 아담한 도시다.

 

 

 

그리고서 바로 모퉁이만 돌아 골목을 빠져나가면 그라나다의 유명 관광 포인트 중 하나인 왕실 예배당 Capilla Real de Granada 이 나타난다. 그라나다라는 도시의 사이즈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라나다에선 모든 것이 가깝다.^^

 

 

 

이렇게 생긴 왕실 예배당. 바로 뒤에 그라나다의 카테드랄이 보인다.

 

거대한 카테드랄 옆에 있으면 소박해 보이지만 그래도 이사벨라 여왕의 묘소가 있는 곳이다. 여왕 자신이 그라나다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는 얘기. 아무래도 콜럼버스의 영광보다는 스페인 땅의 마지막 이슬람 영토였던 그라나다 정복이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혹은 새로 정복한 땅 그라나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자신이 이룩한 국토 통일을 헛되게 하지 말라는, 후손에 대한 경고의 의미일 수도 있을 듯 하다. 아무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는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카테드랄도 마찬가지. 그래서 안에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골목 안에 식당 하나. '세비야'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왠지 식당 간판의 느낌이 좋아서 바깥에 앉았다. 골목 안에 테이블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골목에서 바로 밖으로 나오면 바닥까지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세비야 샐러드 Ensalada de Sevilla(뭐 이런 이름의 샐러드가 어디 가나 있는 건 아니라고 한다. 그냥 식당 이름을 단 샐러드)'와 기본 파에야 주문. 음료까지 25유로 정도.

 

 

 

작은 감자 샐러드를 먼저 전채 요리처럼 준다. 빠에야가 오래 걸릴 테니 기다리는 동안 맛보란 배려.

 

 

 

이 나라 사람들은 올리브유의 사용이 매우 자연스럽다. 신선한 올리브유와 흩뿌린 치즈,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잘게 썬 하몽이 샐러드 재료들과 어우려져 좋은 맛을 낸다.

 

신선한 야채와 함께 씹히는 짭짤한 하몽이 포인트. 통 올리브가 들어 있지 않은 점은 약간 아쉬웠다.

 

 

 

샐러드를 해치우고도 한참을 더 기다려 오너 셰프(?)가 직접 프라이팬을 들고 나와 보는 앞에서 각각 접시에 덜어 준다.

 

토마토 소스에 조갯살, 닭가슴살, 오징어, 새우, 그리고 각종 야채가 들어 있는 볶음밥이다.

 

 

 

흔히 리조또와 비교되는 것이 빠에야인데, 해외에서 먹은 리조또는 사실 맛있다고 하기가 힘들었다. 기본적인 리조또의 상식은 쌀을 반 정도만 익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리조또는 한국식으로 푹 익혀 조리하지만, 해외에선 그렇지 않다. 특히 이탈리아 본토에서의 리조또는 오독오독 쌀이 씹힐 정도로, 한국 사람의 입장에선 설익은 밥의 수준을 넘어 절반 정도는 생쌀의 느낌이다.

 

왕년에 라스베가스에서 한국인 손님 유치를 위해 식당에 한식을 배치했는데, 이탈리아 출신 주방장에게 밥 하는 법을 '설득'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물을 많이 붓고 쌀을 완전히 익혀야 한다'는 말을 해도 계속 설익은 밥을 가져오더라는 거다. '더, 더'하고 요구하니 '아니 그럼 그걸 어떻게 먹어'라는 식의 반응이더라는 얘기.

 

반면 빠에야는 몇번 먹어볼 때 한번도 쌀이 설익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즉 한국 복집에서 복 지리를 먹고 난 뒤 남은 국물에 볶아 준, 약간 죽 비슷한 볶음밥의 느낌. 밥 상태가 아니고 쌀 상태에서 조리를 시작하는 것은 리조또와 마찬가지지만 '쌀을 충분히 물에 불려 둔다'는 것이 중요한 레서피라고 한다. 이 쌀의 익힘 정도가 리조또와 빠에야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위 부분은 일천한 제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는 겁니다. 이 구별이 정확한 것인지 검증을 구합니다. '나는 설익은 빠에야도 많이 먹어 봤다' 하는 분,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빠에야가 만족스러워서 아저씨와 사진 한 컷. 잘 먹었어요~~.

 

 

혹시 찾아 가실 분을 위한 주소. 그냥 왕실 예배당 옆구리 골목을 찾으시는게 나을 수도.

 

 

 

 

못 들어가는 왕실 예배당 한 컷.

 

 

카테드랄 옆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색색깔의 상가가 이어진다. 꽤 정감있는 뒷골목이다.

 

 

카테드랄 안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작품화 한 듯 한 관광객용 소품.

 

 

 

 

그라나다는 본래 '석류'라는 뜻이라는데 석류는 아닌 희한한 가로수가 자주 눈에 띈다.

 

 

 

여기가 아까 식당 앞에 있던 왕실 예배당의 정문. 카테드랄과 나란히 붙어 있다.

 

 

고개를 돌려 보면 모습을 드러낸 카테드랄.

 

 

 

아까 그 노란 열매가 익으면 이렇게 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전히 정체 불명.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그라나다의 카테드랄. 세비야보다 작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웅장하다.

 

 

 

그런데 스페인의 다른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이런 거대한 카테드랄을 지어 놓고 건물 앞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놓지 않은 것은 그라나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뒤로 물러설 수 있는 데까지 물러서 봐도, 이 정도 뷰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무튼 독특한 양식. 짓기 시작할 때에는 그냥 고딕 양식으로 설계했다는데 막상 완상할 때에는 아랍 풍의 느낌이 추가되며 약간 희한한 모습이 됐다. 내부도 상당히 화려하단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쨌든 카테드랄의 개관 시간까지 기다리다간 알함브라를 못 볼 상황.

 

 

 

아프리카 대륙과 가깝다는 것을 상징하듯 아랍풍의 말린 과일과 향초 등을 파는 가게들 천지다.

 

 

 

 

야자수 가로수가 매우 인상적이다.

 

구경을 하자면 두세시간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정적으로 시간이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알함브라로 향했다. 그란 비아 어디에서나 미니버스 32번을 타면 알함브라로 가게 되어 있다. 물론 그라나다처럼 작은 도시니까 가능한 일이지만, 이런 서비스는 매우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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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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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12 17: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기억이 (벌써) 가물가물한데 저게 뒷 문 아닌가요?? 기타 집 보니까 생각이 나는;;;; 암튼 그러니까 무려 점심을 드시고 알함브라를 가신 거군요. 여름이면 상상하기 힘든 (일사병으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정ㅋ

  2. halen70 2014.01.13 07: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러니까 리조토는 이태리음식 빠에야는 스페인 음식이란 말씀이시죠.. 식당주인이 키가 상당히 크네요.. 기자님도 큰키이신데 더큰걸보니..

  3. 후다닥 2014.01.13 13: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호라...
    얼굴이 갸름해지셨는걸요....

  4. 라일락향기 2014.01.13 15: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해산물 들어간 요리를 좋아하시는 듯 ^ 빠에야가 리조또나 필라프의 사촌쯤 되는 음식인가보네요. 저 사진들을 보니 우리나라는 점점 골목문화의 정취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는데 부럽네요.

  5. 2014.01.13 15:4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6. 2014.01.14 01:28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송원섭 2014.01.15 16: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불행히도 저는 지난 10월에 다녀왔습니다. 여행기를 늦게... 답변 감사합니다. 그럼 그 주방장이 동양인 취향에 맞게 푹 익혀준거였군요.^

  7. 사랑과평화 2014.02.05 17: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리조또만 그런게 아니라, 스파게티도 덜 삶더라구요...

    그리고 미국 남부에 가면 잼벌라야라는 음식이 있는데, 아마 리조또나 빠에야 같은데서 파생된 음식이 아닌가 싶어요...남부지역이 스페인과 프랑스의 오랜지배를 받아서...

    • 송원섭 2014.02.09 15: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잠발라야는 예전 파파이스가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에는 메뉴에 있었는데 아무도 주문을 안 했는지 금세 사라지더군요. 뭐 대표적인 케이준 푸드니까 영향이 컸겠죠.

    • 사랑과평화 2014.02.10 11: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랬군요...하긴 저도 먹으면서 애걔 이건 볶음밥 아냐? 전골집에서 남은 국물로 비벼주는 볶음밤 같아서...미국까지 와서 굳이 볶음밥을? 싶었었죠. 파파이스 경우에도 햄버거 집까지 가서 굳이 볶음밥 찾지는 않을테니...

  8. 아후라미트라스 2014.06.26 21: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설익은 파에야(쌀) 많이 먹어본 사람"? 바로 접니다!ㅎㅎㅎ~

    꽤 오래전, 신혼여행을 마요르카(Mallorca)섬으로 6박7일 갔었는데,
    조식은 매일 주고, 점심과 저녁 중 한끼를 선택하여 하루전에 예약하면 뷔페가 제공되었습니다.
    그 뷔페에서 다른 요리들과 더불어 파에야는 매일 나왔었는데, 항상 설익은 쌀!
    그래서 웨이터에게 물어보니 정상이란 설명!

    그후, 한 10년쯤 후인가 마드리드 레스토랑에서 파에야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곳도 설익은 쌀!

    우연히 송원섭님의 글을 보고 저도 궁금해져서 위키 뒤져보있는데...
    독일어 위키 설명에 따르면...(영어위키는 설명이 부실하고, 스페인어는 몰라서...ㅋㅋㅋ~)

    1. 외국인들이 파에야를 스페인"국민음식"으로 오해하는데
    정작 스페인사람들은 파에야를 발렌시아 "지방 특산 음식"으로 여길 뿐이다.

    2. 발렌시아 전통 파에야에는 해산물과 고기를 섞은 파에야(Mixta)가 없다.
    발렌시아 사람들은 그런 파에야는 관광객용이라고 비웃는다.

    3. 일반적으로 발렌시아 사람들은 파에야를 저녁에 먹지 않는다.
    파에야는 소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점심에 먹는 음식으로 간주된다.

    4. 파에야는 이탈리아 리조토와 종종 비교되는데... 사용하는 쌀이 전혀 다르다.
    리조토에 사용되는 쌀은 전분함량이 많지만 파에야 전용쌀인 아로스봄바(Arros Bomba)는
    전분함량이 매우 낮다.

    5. 따라서 아로스봄바를 구할 수 없다면, 리조토쌀을 사용하느니 보다는
    차라리 장립종 인디카(안남미)쌀을 사용하는 편이 오리지널 파에야 맛에 가깝다.

    6. 발렌시아 전통 파에야에서 쌀의 익힘 정도는 약간 설익은 정도가 옳다.
    (여기서 독일어 위키는 이탈리아어 Al dente의 번역어인 Bissfest를 사용)

    뭐 요정도가 독일 위키의 설명인데...

    스페인/이탈리아에서 저의 경험으로는,
    리조토는 소스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설익은 죽 같은 느낌이었고,
    파에야는 설익은 쌀로 만든 볶음밥 정도되는 맛이었습니다.

    그라나다는 못 가보았는데...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