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성'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3.09 아내의 자격, 사랑에 미친 여자들의 이야기 (19)
[아내의 자격 - 김희애, 이성재 주연 JTBC 수목드라마]

드라마 '아내의 자격'에서 서래(김희애)의 대사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미쳤어"입니다. 입으로는 계속 '미쳤어' '미쳤어'를 되뇌면서도, 마음이 몸을 어찌 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대치동 교육 현실을 본격적으로 파고 들었던 1,2부에 이어 이번주 3,4부에서 '아내의 자격'은 서래와 대오의 격정이 명진과 은경의 감시망에 걸려드는데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남성 시청자들에게는 한가지 의문이 생긴 듯 합니다. '과연 한번 빠지면 저렇게까지 될까?' 라는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3부. 서래의 집에 시댁 식구들이 다 와서 저녁을 먹고 서래 남편 상진이 진행하는 '생생경제학'이라는 뉴스 꼭지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양로원에 가서 서래 엄마의 치과 치료를 하고 돌아오는 태오가 계속 문자를 보냅니다. '전해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지금 배에서 내렸습니다', '터널 막 지났습니다'. 그 문자를 계속 확인하는 서래는 금방이라도 손에서 그릇을 놓쳐 깨뜨릴 사람처럼 보입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밝은 낮에 주세요' 이 한마디를 왜 못하나 화가 날 지경입니다. 마지막에 서래는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이 한마디를 못 하죠. '경비실에 맡겨 주세요'를 문자로 다 쳐 놓은 뒤에도 서래는 끝내 보내질 못하고 달려나갑니다. 그리고는 태오의 차 옆자리에 앉아 숨을 헉헉거리며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집에 시댁 식구들 다 와 있는데 거짓말 하구 나왔어요. 결혼해서 단 한 번두 안해본 짓이예요. 엄마가 치매라는 거두 숨기구 싶었지만 그러믄 내가 더 속상할 거 같아서 다 말했어요. 애 학원에선, 애 땜에 의논 좀 하자는데 그냥 내뺐어요. 그 학원 보낼려구 온갖 짓을 다 하구,원장 말이라믄 자다가두 벌떡 일어나야 마땅한데, 도망쳤다구요.  어떻게든 김태오씨 만나구 싶어서요. 지금, 원장이 전화 하라는데두, 안하구 싶어요. 내일 하구 싶어요. 말두 안되는 일이예요. 정신이 나간 거예요."

(정성주 작가님 존경합니다. 대사의 생생함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정말 미친게 맞습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지금 시댁 식구들 다 와 있어요. 다음에 주세요'라고 했겠죠. 태오야 뭐 사정을 알리 없으니 그냥 문자 계속 찍어 보내는 거고. 아무튼 얼마든지 미룰 수 있었는데 서래는 미루질 못합니다. 왜. 그냥 당장 보고 싶은거죠. 당장 그 사람 얼굴을 못 보면 안될 것 같은 거고. 애가 초등학교 5학년인 주부가 말입니다.

실제로도 그런지는 제가 알 길이 별로 없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금단의 사랑에 빠져드는 여자들은 흔히 '미친 것'으로 묘사되곤 합니다. 예는 많습니다. 영화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너무 남자(주진모)가 만나고 싶었던 전도연은 젖병에 수면제를 타 아기를 재워 놓고 달려나갑니다. 그 결과는... 유혈극이죠.



영화 '쌍화점'에서도 왕비 송지효는 왕의 심복인 무사 조인성에 대한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사고를 치고 맙니다. 이처럼 많은 작품에서 여자들은 '한번 사랑에 눈을 뜨면 세상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격정을 가진 존재들'로 그려지곤 합니다.

사실 속설로도 이런 얘기는 자주 등장합니다. '남자는 어쩌다 바람을 피워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그냥 한번의 바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가 바람이 나면, 남편이며 자식이며 다 버린다. 여자란 사랑에 눈멀면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맞는 얘기인지 알 수 없지만 참 많이 들은 얘깁니다.



제목은 저렇게 달았지만, 남자인 저로서는 참 궁금합니다. 왜 여자는 '스쳐가는 바람에 인생을 거는' 존재로 그려질까요. 왜 남자는 한번 스치고 지나가서도 흘러간 시절을 가끔씩 기억하며 잘 사는 반면, 여자는 평생을 잊지 못하고 한을 품는다고들 한 것일까요. 이런 건 정말 옛날, 여자들이 억압받고 살던 시절이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시절에나 통하던 얘기일까요?

그런데 정말 더 궁금한 건, '아내의 자격'을 보면서, 이 21세기의 다 열린 시대에도 여자들은 여전히 김희애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들 하는 겁니다. 과연 여자는 원래 그런 존재일까요?




P.S. 사실 김희애에 가려 잘 안 보이긴 하지만 '아내의 자격'에는 또 하나의 '미친 여자'가 있습니다. 바로 서래의 앞집에 사는 은주(임성민)입니다.

은주는 서래의 시누이인 명진(최은경)과 친구 사이지만 사실은 명진의 남편 현태(박혁권)를 공유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은주가 혼자 기르는 아들 재훈이 바로 현태의 아들인 것이죠. 한 동네에서 두집살림을 하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은 치밀한 구성이 숨어 있습니다. 3부에 나온 바로 이 대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은주-설마 당신 오늘 저녁 때 우리 앞집에 납실 건 아니겠지?
현태-돌았냐?!
은주-명진이가 늦더라두 오래던데?
현태-말이 그렇지!
은주-당신 명진이 말 잘 듣잖아. 좋은 남편 행세하느라 왔다가 재훈이랑 정면으루 마주치믄 참 볼 만 할거야,그치?
현태-얼른 가. 쓸데 없는 걱정 말구.  
은주-알았어...비루하지? 처남 집에두 맘놓구 못다니구.
현태-가라고!
은주-재훈이 국제중 들어갈 때까지만 참어. 나두 그 때 바라보구 참는 거야. 그리구,재훈이 아침 공부 매일 해 줘.일주일에 하루,거지한테 적선해? 나 그거 싫거든?
현태-아,아니,이거 봐,
은주-조현태씨. 재훈 아빠.나 당신 쫌 많이 알어. 나는 최후에 터질 폭탄이지만, 그러기 전에, 내 맘에 안들게 굴믄 터뜨릴 게 무수히 많다구...당신 별명이 2차 대마왕이라지?
현태-누가 그따위 소릴 해!
은주-당신 나 어디서 만났니...나 아직 그쪽 인맥 안 끊었어...왜냐,당신이 여전히 출입하구 있으니까.
현태-그,그거야 업무의 연장,
은주-뭐?
현태-아,알았어,일단 가.누가 보기 전에.

그러니까 이 대화를 통해 시청자들은 은주가 한때 룸살롱에 나갔다는 것, 현태는 여전히 룸살롱 업계의 큰 고객이라는 것, 두 사람은 호스티스와 손님 사이로 만났다는 것, 그리고 처음부터 한 동네였던 게 아니라 혼자 아들(재훈)을 키우던 은주도 바로 '교육 때문에' 현태와 명진이 사는 바로 그 동네로 왔다는 것 등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 은주 또한 미쳐 있는 거죠. 분명 현태가 유부남인 것도 알고 만났겠지만, 어쨌든 자기가 온전한 가정을 갖지 못한다는 불만이 늘 가득 차 있고, 그것 때문에 현태의 목줄을 쥐고 놓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 정도가 되면 사랑에 미친 것인지, 아니면 사랑 때문에 미친 것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지지만, 이 광기는 왜 은주가 서래와 태오의 관계를 폭로하지 못해 안달을 하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동기가 됩니다. 자기가 차지하지 못한 현태를 차지하고 있는 명진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명진이 늘 자랑하는 '완벽한 가족'을 파괴하고 싶은 것이죠. 아무튼 이런 광기 때문에 '아내의 자격'은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아내의 자격 - 김희애, 이성재 주연 JTBC 수목드라마]





신고
Posted by 송원섭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자哲民 2012.03.09 10: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좀 슬프네요.

  2. harryc 2012.03.09 11: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살짝 딴죽을 걸자면.. 분유에 수면제를 넣어 애를 재우고 나간건 보고싶어서가 아니라 안나오면 남편한테 폭로하겠다 협박을 해서였죠..ㅎ 이미 우리관계는 끝이야! 라고 선전포고후에..

  3. whatsupdude 2012.03.09 12: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단역들까지도 연기를 너무 잘 해서 맘에 듭니다...완전...
    첫 회에 카페에서 "직접 가르치겠다"는 김희애의 말을
    엿들은 동네엄마들의 리액션이라뉘...^^

    이번 포스팅은 좀 슬프네요...
    여자를 사랑에 미치는 존재라고 표현하신 것에 대해 슬픈건지...
    사랑에 한 번도 미쳐본 경험이 없어서 슬픈건지...;;

    • 쪽찝개 2012.03.09 15: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랑에 미치는존재라고 표현하신'것이 아니고 '사랑에 미치는 존재로 자주 표현된다'고 하신거죠.

  4. kjhgjgcf 2012.03.09 18: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마디로 막장극
    울 나라에는 바람 안 피면 이야기 전개가 안됨
    더러운 치정극을 정
    상적인 교육열하고 덧돼서 이리저리 인기.이슈 얻어보려는 꼼수극
    점점더 자극적인데 익숙해져 버리게 하는 막장 드라마작가들 정신상태 궁금
    정작가님 .남편 죽어도 자기 안위만 생각한 이기적인 여작가랑 동급 막장작가 등급을 축하드립니다.

  5. 이지연 2012.03.10 02: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과연 한번 빠지면 저렇게까지 될까?' <==== 이건 드라마 보는 내내 여자인 제게도 끊임없이 떠오르던 의문입니다.
    비오는 한밤중에 아파트 사이를 줄기차게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던 김희애를 보며 "이건 완전 미친거구만~"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더라고요.
    사실 이런 상황은 한국 드라마에만 국한된건 아니던데요.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에서도 좋은 애인이 버젓이 있는 주인공 캐리가 결혼한 옛 애인 빅과 바람필 때도 비슷한 대사와 상황이 이어지던데요.
    그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성적으로 전혀 억압받지 않는 존재들인데도요.
    그렇게 본다면 정말 여자들은 사랑에 빠지면 앞뒤 안재게 되는 모양이예요.
    흠, 경험해 볼 수도 없고...^^

  6. 백민호 2012.03.10 20: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을 보아하니 별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7. 후다닥 2012.03.12 12: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뭐 남자라서 100%이해는 안가지만 그냥 저의 지난20대를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시절 미쳐서 했던 그 많은 행동들이 아우~~~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이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좀 부끄러운 듯한
    생각도 듭니다...

  8. halen70 2012.03.14 04: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야.. 정말 너무 재이있게 보고있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랐습니다.. 송기자님이 기획을 하셨습니다요.. 동명이인은 아니시죠?.. 그래서 요즘 너무바쁘셔서 정신이 없으신 모양입니다..

    • halen70 2012.03.14 04: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요즘은 드라마 거의 안보는데.. 이드라마 처음시작할땐 강남엄마 따라잡기인줄 알았는데요.. 3회때부터 엄청난 반전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릴적 TBC 추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 송원섭 2012.03.16 09: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기획'은 그냥 아무 의미 없습니다. 내용에 관여한 바 전혀 없습니다. (그냥 가만 있을까 생각도...ㅋ)

  9. isabel marant ankle boot 2012.04.24 16: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PARIS–isabel marant dewar suede ankle boots http://isabelmarant-sale.com/products/ISABEL-MARANT-Dewar-suede-ankle-boots.html around $82. 9 , 000, 000 around profits in 2009 and has now blueprints so that you can amenable half dozen innovative standalone knick nacks by ending with upcoming twelve months around Hong Kong, Seoul, Tokyo, Paris, france ,, London, uk plus New york, reported by a study around WWD. It’s unsurprising, making the ruler with French interesting includes fairly a knack to get building each one season’s “it” solution (find: the following year’s Willow wedge running shoe and also its particular innumerable imitations).
    Devotees of your make, that include a A-list roster with styles who seem to travelled while in the exhibit (like Carmen Kass, Anja Rubik, Joan Smalls, Iowa Muse, as well as variety keeps going), won’t often be upset by using fall’s Western-inspired tools. For the reason that mysteriously, Marant would make cowgirl floral padded a silk duvet control key downs glance huge interesting. Element of this cool-factor concerns all those styles who seem to dress yourself in the girl's attire either to the runway plus out of. (Most people overheard an account pertaining to a person photography who seem to reported your dog couldn’t convey to if Marant’s styles ended up being around initially appears to be like for the reason that all of reach a exhibit dressed in Marant initially).
    We’re dialing a cropped padded bluejeans together with the studded cowboy boot footwear when upcoming season’s ubiquitous must-haves. Extensive sleeved minis around frilly lace, fringed suede plus cut-out set needs to have perfectly, very. Reported by WWD, e-commerce is actually a precedence for any make. It’s time.
    isabel marant / cuba boot http://isabelmarant-sale.com/products/ISABEL-MARANT-%7B47%7D-Cuba-Boot.html
    (sads2012.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