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8.28 로그 네이션, '악당 국가'의 의미는? (3)
  2. 2009.01.28 작전명 발키리, 12.12가 생각난다 (45)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 뜻]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은 시리즈 5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시리즈 첫편이 극장에 등장한 것이 1996년이니 19년에 걸쳐 다섯 편이 나온 셈입니다. 1962년부터 53년 동안 24편이 나온 007 시리즈(거의 공식 작품으로 인정받는 왕년의 '카지노 로얄'과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까지 치면 26편)에는 턱없이 모자라고, 일반적인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도 상당히 무성의한 진행입니다.

 

시리즈의 위기는 오우삼이 연출한 2편 때 찾아왔습니다. 흥행에서는 상당히 큰 성과를 거뒀지만 결과적으로 이 시리즈가 다른 시리즈와 어떤 점에서 다른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었죠. 결국 6년을 건너 뛰고 J.J.에이브럼스가 투입되면서 사실상의 리부트가 이뤄집니다. 사이먼 펙과 빙 레임스(한국에선 흔히 라메스라고 불리죠)가 사이드킥으로 자리잡고, 4편에선 제레미 레너가 이단 헌트보다 좀 더 내근지향적인 요원으로 등장하면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5편은 이들 셋과 이단 헌트가 마침내 하나의 팀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5편은 지금까지 '미션 임파서블' 극장판 시리즈가 보여준 가장 완성도 높은 블록버스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주인공 이단 헌트와 그 조력자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도 완벽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스토리와의 조화도 찬탄을 낳게 합니다. 과연 이 안정된 체제하에서 몇 편의 시리즈가 더 나올 수 있을지.

 

 

 

 

물론 이 팀플레이의 완성이라는 점 외에도 5편은 상당히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톰 크루즈가 여자와 함께 등장해 뭔가 연인 사이처럼 보이는 케미스트리를 보인 작품이라면 개인적으로 '탑 건'을 마지막으로 꼽습니다. 네. 켈리 멕길리스가 마지막입니다.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 5'는 멕길리스 이후 그 어떤 여자와 마주 서도 통나무같기만 하던 톰 크루즈가 처음으로 뭔가 썸 타는 분위기를 내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라울 정도죠.

 

 

 

 

스웨덴에서 1983년 태어난 여배우 레베카 페르구손, 즉 레베카 퍼거슨이 이전까지 크루즈가 공연했던 여배우들, 즉 니콜 키드먼(그러고 보니 3편이나 같이 찍었군요), 데미 무어, 카메론 디아즈, 페넬로페 크루즈 등등을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을 압도하는 환상적인 미모를 가졌거나, 말도 못하게 연기를 잘 해서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 점에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의 손을 번쩍 들어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란도트'의 멜로디를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맥쿼리 감독은 퍼거슨의 인생 최고작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말이 믿기지 않는 분은 퍼거슨의 다음 영화를 기다려 보시길. 그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 6'가 아닌 한, 분명 퍼거슨이 여기서 보여준 매력은 재현되지 않을 거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정말 한 여배우에게 뽑아낼 수 있는 매력이란 매력은 모두 보여준 한 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면에선 왕조현의 '천녀유혼'과 비견될 만한 영화라고 할까요.)

 

여주인공의 매력 외에 '미션 임파서블5'의 가장 두드러진 점을 꼽자면 바로 '로그 네이션'이라는 설정입니다. 그렇다면 로그 네이션이란 대체 뭘까요. 아마도 그 의미를 한번에 설명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 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주의: '미션 임파서블5'의 스포일러가 다수 존재합니다. 뭐 이제 웬만한 분들은 영화를 다 보셨을테죠?

 

 

 

불량 국가

[명사] 일반적으로는 rogue state, 테러 행위를 지원하며 세계 평화를 해치는 주범이 되는 나라들을 가리키는 정치 용어. 반면 rogue nation이라는 표기는 힘이 있다는 이유로 다른 나라들을 무시하는 유일 최강대국, 미국을 뜻하는 말로 쓰인 적이 있다. 물론 rogue nation을 그냥 rogue state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시 한번 강조: 뒷부분에 영화 미션 임파서블5-로그네이션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특정 국가들을 가리켜 불량국가’, 혹은 깡패 같은 나라라고 부른 최초의 미국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다. 그는 1985년 한 연설에서 우리는 더 이상 범법 국가들(outlaw states)로부터의 공격을 참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불량국가(rogue nation, 공식적으로 불량국가라는 표현이 번역어로 더 널리 사용되지만, 이보다는 깡패 국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라는 표현이 공식 용어로 등장한 것은 빌 클린턴 대통령 때의 일이다. 당시 클린턴의 국가 안보 자문이던 앤서니 레이크는 1994포린 어페어즈기고를 통해 고집불통에다 무법적인 일부 국가들은 민주주의 국가진영에 합류하기를 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가치들에 해를 끼친다 5개국을 대표적인 깡패 국가로 지목했다. 바로 북한, 쿠바, 이라크, 이란, 리비아였다. 그 실체는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획책하고, 테러를 지원하며, 자국 국민들을 심하게 탄압하고, 특히 반미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으로 규정됐다.

 

 

 

정의의 마지막 부분에서 내게 맞서는 자를 나는 깡패라 부르겠다는 오만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21세기 초, 조지 W 부시 대통령시대의 미국에서는 또 하나의 불량국가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레이건 행정부 시절 통상관료였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는 2003‘Rogue Nation’이라는 책을 썼다(Rogue State가 아닌 Rogue Nation이란 표현의 기원으로 보인다). 이 책에 나오는 깡패 국가는 바로 미국이다.

 

아들 부시 대통령 시대의 미국은 세계 각국, 미국의 적대국가는 물론 우방들로부터도 일방주의(unilateralism)라는 비판을 받았다. 자유무역협정과 통상압력, 군사 파견과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미국의 국익을 앞세웠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서 시작된 깡패 국가이론도 한 단계 발전했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Axis of Evils)’이라는 표현을 통해 이란, 이라크, 북한을 3대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이후 부시 행정부는 악의 축의 배후 국가로 쿠바, 리비아, 시리아를 지목했고 이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독재 전초국가(Outpost of tyranny)’라는 이름으로 짐바브웨, 벨라루스, 미얀마를 우려 대상인 관심 국가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프레스토위츠는 남들을 깡패국가라고 부르기 전에, 다른 나라의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이 오히려 깡패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세계 평화에 기여할 생각이 있다면 동네 짱 먹는 형의 모습이 아닌 진정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권유다.

 

미션 임파서블시리즈 5편의 부제인 로그 네이션깡패 국가는 기존 미국 대통령들의 테러하는 놈들=깡패 국가개념과도, 프레스토위츠의 미국이야말로 깡패 국가이론과도 조금 다르다. 다만 굳이 말하자면 후자에 조금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의 악당들은 기존 테러국가 수준의 허약한 존재를 이미 넘어선 슈퍼 스파이 조직 신디케이트(Syndicate)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 세계의 정보를 쥐고 흔들며, 일개 국가 수준에서 감행할 수 없는 온갖 음모와 공작으로 경제와 군사의 흐름을 조작하는 존재다. 그리고 이 신디케이트는 기존 강대국(혹은 초국가적 규모의 다국적 기업)의 국익과 부합할 때에만 존재 가능하다는 것을 영화는 지적하고 있다.

 

제목의 로그 네이션이 악의로 이뤄진 초 국가적 존재인 신디케이트를 가리키는 것인지, 영화 속에서 신디케이트의 모태로 지적된 영국 MI6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현실로 고개를 돌리면 결국 신디케이트든 대량 살상 무기(실체가 있건 없건) 자신들의 물리적인 힘을 보유할 수 있는 명분으로 강력한 인류의 적을 지목해야 하는 존재는 결국 초강대국 뿐임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일반적으로 ‘rogue nation’‘rogue state’가 많은 경우 혼용되고 있지만, 굳이 더 보편적인 ‘rogue state’ 대신에 ‘rogue nation’을 제목에 사용한 것은 이런 함의를 읽어 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이 아닐지. ‘유주얼 서스펙트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대본을 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니까 톰 크루즈, 즉 이단 헌트 급의 요원이라면 이제는 얼마나 막강한 상대를 데려다 놔야 게임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결국 이단 헌트의 존재 목적은 '미국의 국익'인데 이게 과연 어디까지 '온 인류의 이익'과 일치하느냐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죠. 007이 전성기를 누리던 냉전 시대에는 '악의 제국' 소련이 건재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베를린 장벽이 사라진 뒤로부터 많은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싸우던' 영웅적인 스파이들의 그림자에서 다국적 자본가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신자유의주의의 냄새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로그 네이션', 즉 거대한 음모를 현실로 바꿔 놓을 수 있는 슈퍼 스파이가 한 발 삐끗하면 거대한 슈퍼 악당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설정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합니다.

 

P.S. 그런데 검색하다 보니 이런 레베카 퍼거슨도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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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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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후다닥 2015.09.03 10: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간만에 들어왔더니 글이 올라왔네요..
    잘지내시죠?
    당 영화를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저는 파앤드어웨이에서 보여준 니콜과의 케미가 참 좋았더랬습니다..
    물론 그영화를 당시 썸타던 처자와 봐서 그런거일수도 있지만 서두..
    여튼 저한테 탐형의 러브라인하면 파앤드어웨이가 젤 좋았습니다. ^^;;;

  2. 샐러리봉 2015.10.20 02: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깜씨 레베카는 노래가 찰지네요
    음주뒤 퍼뜩 생각난 스핑크스 간만에 들어왔지만, 느낌은 여전하네요
    좋슴다^^

'작전명 발키리' 흥행의 최대 강적은 일단 폰 슈타우펜베르크 대령(영화 속에서는 슈타펜버그라는 미국식 발음으로 나옵니다. 앞으론 슈타펜버그로 통일합니다)의 음모가 실패했다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슈타펜버그와 그밖의 음모가들이 꾸민 1944년 7월20일의 히틀러 암살과 쿠데타 시도가 실패했다는 건 모르더라도, 히틀러가 베를린 함락 직전인 1945년 4월30일 벙커에서 정부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했다는 건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일이죠. 정확한 날짜까진 모르더라도 최소한 '히틀러는 암살당한게 아니라 자살했다'는 것만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미 이 영화의 결말은 노출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봐야 할 가치가 있을까요? 물론 이런 경우는 한둘이 아닙니다. 워털루에서 나폴레옹이 패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거의 없고 트로이에서 아킬레스와 파리스가 모두 죽는다는 것 역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최근들어 줄고 있는 것 같기도 하죠^^), 이런 영화들은 모두 존재의 의미가 있습니다. 심지어 로미오와 줄리엣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극장을 찾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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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작전명 발키리'의 미덕은 무엇일까요.

먼저 줄거리입니다. 아프리카 전선에서 왼쪽 눈과 오른손, 왼손의 손가락 2개를 잃고 베를린으로 돌아온 슈타펜버그 대령(톰 크루즈)은 승전의 가망은 없다는 현실 인식 위에서 히틀러를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를 지켜보던 폰 트레스코프 장군(케니스 브라나)과 노장 벡(테렌스 스탬프) 등 반 히틀러 음모가들은 대령을 실제 작전 책임자로 영입하죠.

이들은 베를린 지역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때 예비군이 베를린 지역을 계엄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발키리(발퀴레) 계획을 이용, 히틀러를 암살한 뒤 베를린을 접수하고 임시 정부를 수립하는 계획을 꾸밉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현장에서의 변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틀어지기 마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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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를 암살하려고 시도한 사람들은 슈타펜버그 이전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히틀러도 암살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시로 계획을 변경했고 자신의 동선을 쉽게 눈치채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위협을 뚫고 히틀러 암살 직전까지 갔던 1944년 7월20일의 음모는 상당히 의미가 깊습니다. 만약 이들의 거사가 성공했다면 엄청난 변화가 있었겠죠. 독일이 아직 파리를 점령하고 있던 시점에서 나치 정권이 붕괴되고, 새로운 정부가 휴전 협상에 들어갔다면 최소한 동서 분단은 막을 수 있었을테고, 냉전시대의 양상도 상당히 크게 변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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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 양쪽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던 미국의 입장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유럽에서의 전쟁을 마감하고 태평양 쪽으로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싶었을 겁니다. 게다가 전후에 세워진 독일 정권을 공산주의의 서진을 막는 보루로 이용한다면 미국으로선 손해 볼 것이 없는 휴전입니다.

하지만 하늘은 히틀러를 보호했고 수많은 위험을 넘어 살아남은 히틀러는 결국 조국을 미국과 러시아군의 발길 아래 짓밟히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9개월 동안 독일 전토는 연합군에 의해 철저하게 파괴됐고 나라는 44년 동안 분단되는 고통을 맛보게 됐죠. 지금도 부강한 독일을 보면 그게 그거랄 수도 있겠지만, 1960년대, 70년대의 시각에서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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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이 반드시 흥미로운 사건이란 법은 없죠. 더구나 이런 음모와 모의는 대개 담배 연기 속에서 남자들끼리의 은밀한 대화로 이뤄집니다. 스크린을 채울만한 볼거리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엑스맨' 시리즈를 만든 흥행의 귀재 브라이언 싱어가 이걸 모를 리는 없죠. 당초 싱어가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앞부분의 아프리카 전투 신도 없는, 저예산의 암울한 영화였지만 톰 크루즈가 스타펜버그 역에 관심을 느끼면서 규모가 갑자기 커져 버린 영홥니다. 그런데도 흥행에서도 제법 성공을 거뒀죠.

싱어는 다 아는 결말 대신, 음모가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좌절했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의 영상이 보여준 것은 쿠데타라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뤄지고 분쇄되는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이기적으로 움직이는가 하는 '쿠데타를 통해 본 인간의 단면'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장군들과 장교들은 총 대신 전화기를 붙잡고 전투를 벌이지만, 이 전투는 직접 몸을 날리는 싸움에 비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박진감을 제공합니다. (이보다 더 심한 영화도 있습니다. 시드니 루멧의 '12인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은 모든 영화가 방 하나 안에 앉은 12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되고 끝납니다. 하지만 결코 정적인 영화가 아니죠.) 그런 면에서 싱어는 자신의 재능을 다시 과시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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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작전명 발키리'의 운명은 관객이 이 사건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에 매달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독일 관객들은 미국 관객들에 비해 이 영화에 훨씬 더 관심을 보일 겁니다. 마찬가지로 '제5공화국' 드라마를 한국 아닌 다른 나라 국민들이 재미있어 할 여지는 별로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 영화가 예상을 뒤엎고 흥행에서도 꽤 성공한 것은 당연히 톰 크루즈의 힘일 겁니다. 슈타펜버그의 유족들은 "키가 너무 작다"며 불평했다지만 타고난 닮은 얼굴에 힘입어 크루즈는 배우로서 할만큼 했습니다. 아마도 목표로 했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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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발키리'의 매력은 아무래도 쿠데타라는 작업의 현실적인 묘사죠. 사실 이 영화를 보면서, 30대 이상의 한국 남성 관객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를 광경은 바로 12.12일 겁니다. 어느 나라나 쿠데타라는 것이 일어나는 과정은 비슷합니다.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이 있고, 그 음모를 탐지해 방지하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 사이에는 어느 쪽에 가담하는 것이 좋을까 저울질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음모를 눈치챈 사람의 수에 비해 적극적으로 이를 막으려는 사람이 항상 부족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누구라도 음모를 꾸미는 쪽이나 막으려는 쪽에 적극 가담하기 보다는, 음모의 결과에 관계없이 살아남는 쪽을 우선 선택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이 냉엄한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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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인들에게는 이런 정경이 매우 친숙합니다. 이미 해방 이후 두 번의 쿠데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해 가는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죠. 그러고 보면 두 차례 모두 쿠데타를 주도한 장군들은 대단히 관대했습니다. 쿠데타에 맞섰던 장군들 중 끝까지 항거하다가 죽음을 당한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인 걸 보면 말입니다.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어쩌면 그 '항거'의 진실성이 의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5.16 때에는 당시 육군 참모총장까지도 '긴가민가'한 태도로 일관했던 걸 보면 말입니다.

'작전명 발키리'의 홍보 담당자들이 왜 한국인에게 친숙한 5.16이나 12.12를 적극적으로 홍보에 이용하지 않았는지가 궁금합니다. 이 영화를 초기에 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가 '영웅' 톰 크루즈가 나타나 나치의 잔당들을 쓸어 버리는 활극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관객들은 영화의 수준에 대대적인 실망을 했을테고 최악의 입소문이 돌았겠죠.

톰 크루즈를 한국에까지 데려온 것으로 할 수 있는 홍보는 다 했다고 판단했다면 참 안이한 생각입니다. 5.16이나 12.12를 마케팅에 끌어들이지 않은 것은 영화에서는 쿠데타 세력이 '좋은 편'이고 한국의 현실에서는 '나쁜 편'이었기 때문일까요?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상의 논의가 지루한 분이라면, '작전명 발키리'는 전혀 볼만한 영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꼭 볼만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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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7월20일의 음모로 인한 가장 유명한 피해자는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 원수(위 사진)일 겁니다. 롬멜이 이 음모와 직접 관련이 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음모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롬멜의 유족들은 롬멜이 "이렇게 히틀러를 해치우면 전쟁을 끝내더라도 '내부로부터의 배신 때문에 이길수 있는(!) 전쟁에서 패했다'고 주장하는 히틀러 광신도들로부터 역습을 당해 반역자로 몰릴 것"이라는 이유로 가담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답니다. 실제로 히틀러는 "독일은 1차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내부의 적 때문에 패할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로 우매한 군중의 지지를 얻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히틀러는 1944년 10월14일 롬멜에게 자살할 것을 요구합니다. 공개 재판으로 가면 앞날을 알 수 없지만 자살하면 전쟁 영웅의 지위와 가족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밀약이 있었다고 하죠. 하지만 '작전명 발키리'에는 '혹시 롬멜일 지도 모르는' 장군이 아프리카 신에 등장했다가 죽을 뿐, 롬멜이라는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이렇게 유명한 장군이 등장하면 주인공 슈타펜버그에게 몰려야 할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요?

p.s.2. 잘 알려진대로 발키리(Valkyrie)는 북구 신화에서 전사한 용사들의 혼을 천국 발할라로 인도하는 여신들입니다. 전통적으로 바그너 악극의 제목인 '발퀴레'라는 표기로 알려졌죠. 이를 굳이 '발키리'라고 쓴 건, 스타크래프트 유닛 이름을 사용해서 10-20대 관객들을 끌어들이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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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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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후다닥 2009.01.28 10: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흠...
    발키리...
    볼까 말까 고민중인데 저는 괜찮은데 마눌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 chatmate 2009.01.28 11: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그거 배심원 영화 말인가요? 우연히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끝까지 보게 되었더랬죠.

  4. 흠흠흠 2009.01.28 12: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 꼼수가 맞는듯 싶네요!! 단, 발키리 버그를 조심해야겠지요!!!ㅎㅎㅎ

  5. la boumer 2009.01.28 13: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볼 예정인데 현재까지는 좀 지적인 분들만 아주 좋아하시고 아닌 사람들은 아주 싫어하더군요.
    근데 독일에선 이 영화를 아주 혹평했다는데
    독일이 사이언톨로지 문제로
    톰 크루즈에게 미운털을 단단히 박은 모양입니다.

    수리 아버지, 왜 일본에 안갔을까 했는데
    2차대전시 독일과 손잡은 일본이라
    안갔나봐요. 후후후
    톰 크루즈씨가 생각이 좀 있다니까요.

  6. 그레고리 2009.01.28 13: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중에 우리의 과거를 적극적인 홍보에 쓰지 않았는가의 해답은...대한민국에선 아직 기득패거리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영화는 주연, 영화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필패이기 때문이지요...헐리웃 영화라면 그 예외일지도 모르지만...어떤 영화가 과거 오류와 연계되어 다시끔 생각하는걸 원치 않는다는...주위를 둘러보면 꽤 있죠...그런 영화가...

    • 송원섭 2009.01.29 08: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화려한 휴가'가 대박난 건 당시의 '기득 패거리'와 정서가 맞았기 때문일까요?

  7. HJ 2009.01.28 15: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발키리' 하면 스타크래프트 전에 日애니 '마크로스' 의 전투 유닛이 먼저 생각난다는....

  8. 애독자 2009.01.28 15: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이런 영화에 관심있고 캐나다 일간지에도 영화평이 좋게 났지만 톰 크루즈때문에 안 보기로... 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독일인들이 백인중에서도 키가 큰 편이고 슈대령은 키가 아주 컸다던데 그 점을 감안해서 캐스팅을 했더라면... (대령의 자손들 마음이 이해됩니다.)

    • 송원섭 2009.01.29 08: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대신 얼굴이 닮았잖습니까.^

    • 애독자 2009.01.29 12: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좀 키 큰 사람이 나오고 얼굴은 그냥 독일 군복 입고 머리 스타일과 분장으로 좀 꾸미면... 설사 얼굴이 좀 달라도 진짜 슈대령보다 잘 생긴 사람이 나오기만 하면 대령 후손들이나 독일인들은 기분좋아서 다 보러갈지도... (그러면 저같은 여자들도 많이 보러 갈 것 같은데...)
      딴 얘깁니다만 군복자체만큼은 그 당시의 독일군복이 제일 멋진 것같고 독일군 철모도 가장 과학적인 디자인이라더군요. 사실 국군아저씨(국군아가씨와 국군아줌마도 마찬가지)들은 국민들을 위해서 목숨 걸고 가장 고생하시는 분들인데 그 분들이 긍지와 명예를 느낄 수 있도록 군복디자인을 좀 더 멋있게 해 주면 좋겠읍니다. 제가 군복 입어본 경험이 없어서 옷감이나 활동성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디자인은 개선할 여지가 많은 듯한데 군복입고 싶어서 병역기피할 생각이 안 날만큼 멋진 것으로요. 스포츠선수등 특기자를 병역면제해 줄 때 그냥 해 주지 말고 일정 기간 그들의 수입 중 최소한 생활비만 빼고는 국방비로 바치게 하고 그 기금으로 군복무하는 장병들의 군복 군장 등을 개선시켜 준다면, 그리고 전방근무같이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면 빨리 제대시켜주고 비교적 안전하고 수월한 일 하거나 병역면제받고 수입만 바치는 사람은 오래 복무하게 하면 더 공평할 것 같은데요.(이미 그렇게 하고 있는데 저만 몰랐나요?) 캐나다는 군복, 경찰복, 소방대복, 구급대원복 등 모든 유니폼이 다들 너무 멋있어서 아주 추남만 아닌 사람이 입고 있으면 다 홀딱 반할 것 같은데 한국군은 의무복무하면서 너무... 사실 군복디자인은 아무래도 좋으니까 군대 안의 비인간적인 처우만이라도 없어지기를 바라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그래도 심리적으로 좋은 군복을 입고 있으면 상급자가 하급자를 이유없이 괴롭히는 등의 불명예스러운 행동을 좀 삼가하지 않을까요?(한국에서 군복무 해 주신 분들 참으로 감사합니다. 지금 고생하고 계신 분들도 부디 힘내시기를. 지금의 경험이 사회에 나가시면 꼭 도움이 될겁니다.)

  9. zizizi 2009.01.28 15: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친절한 톰 아저씨' 때문에 난리가 났었던데, 거기 가려져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왔던 건 나중에야 알았다는.. 거참. 감독님 혼자 오셨으면 인터뷰도 좀 하시고 그랬을 텐데, 톰 아저씨의 절정 팬서비스에 가리셔서... 아까왔습니다.

    그리고 기자님 말씀대로 우리나라의 정치를 마케팅에 결부시키는 건 매우 위험하지요. 노이즈 마케팅이라도 일으켜보고자 하는 전략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팔고싶은 영화는 버려두고 논쟁만 하다가 끝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10. 헝그리언 2009.01.28 16: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10.26도 떠오르더군요.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실행했지만 정작 성공했다고 믿은 암살이 실패해 굴복하고만 슈타우펜베르크 대령과 암살에 성공했지만 이렇다할 계획이 없이 흐지부지하다가 또다른 독재를 불러오고만 김재규의 닮은 듯 차이나는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11. 아놔 2009.01.28 16: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스포일러 작렬이네요..

    적벽대전에서 주유가 이겼다는 내용에 스포일러질 한다고 악플을 날리던 분들이 이런 글을 보셨다간 가만히 계시질 않을 터

  12.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2009.01.28 17: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슈타우펜베르크" 라는 원작 독일 영화가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한번 보시고 비교해 보심도... 저는 아직 발키리를 안 봐서...

  13. 이름이동기 2009.01.28 18: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되어진 많은 사람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

  14. 송원섭 2009.01.28 20: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내이름으로 링크되있길래 봤더니 다른분..
    해킹당해서 이름바뀌는툴 걸린줄 알고왔는데
    댓글읽다가 주유가 이긴다는 소리듣고 열받아서가네요...
    11시에 심야로 보러갈예정이었는데 쩝..

  15. 스포일러? 푸핫~! 2009.01.28 2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위의 '아놔'라는 분과 '송원섭'(동명이인?)이라는 분... 유머 센스가 좀 있으신듯..ㅋㅋㅋ

  16. echo 2009.01.29 01: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미국 흥행 성공은 아마 유태인들도 많이 좌우했을 겁니다. 제가 아는 유태인들은 개봉 첫주에 거의 다 봤다고 봐야...
    5.16 이나 12.12에 연결하게 되면 자칫 쿠데타를 미화한다는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닐까요.

  17. still 러브 세리 2009.01.29 03: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국에선 탐 크루즈가 영화홍보차 방문까지 해서 이 영화에 관심이 좀 많이갔군요. 여기선, 그냥 그러려니, 테레비에 광고만 좀 나오다가 뭍혀져간 영화로 느껴졌는데.

    얼마전에 어 퓨 굿맨 참 재미있게봤는데... 그때만해도 이러진않았을텐데...

    연기력에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고, 작품도 나름 잘 선택하는것 같기도 한데, 다른 중년배우들에 비해서 참 정이안간다고 해야할까요?

  18. 유머나라 2009.01.29 08: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흐아.. 정말 멋진 영화평이네요. 유명한 사건인데, 꼭 한번 관람해야겠어요.

  19. 2009.01.29 09: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송원섭 2009.01.29 09: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새삼스럽게... '글래디에이터'에선 라틴어로 하던가요? 모든 감독이 멜 깁슨은 아니기 때문이죠.

  20. halen70 2009.01.29 09: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송기자님께서 전에 글올려주신 레니 리펜슈탈에 관한 영화를 만들면 크게 히트할것 같습니다.. 헐리우드의 막대한자본과 유명배우를 출연시키고, 최고의 감독을 뽑아서말이죠.. 여주인공은 .. 음 .. cate blanchett 만 아니라면 정말 좋겠습니다만..

    • la boumer 2009.01.29 04: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Cate Blanchett, 그러고보니 리펜슈탈역에 딱이로군요!
      ㅋㅋㅋㅋㅋㅋ 얼굴이나 이미지가 아주...ㅋㅋㅋㅋ

    • 송원섭 2009.01.29 09: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재미있는 영화가 되겠군요. 여주인공만 잘 고른다면.^

  21. 지나가다2 2009.02.05 09: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톰크루즈...
    이 영화는 아니지만
    송원섭씨의 영화평을 믿고 드디어 '트로픽썬더'를 봤어요.
    기대치가 낮아선지 나름 재미있게 봤답니다.
    미리 어떤 영화인지 안 것이 다행...^^;
    작정하고 웃기는 코미디와 시침 뚝 때는 패러디 사이에서
    끈질기게 줄타기를 하는 게 좀 아슬아슬하긴 하더군요.
    그런데 가장 재미있던 건
    바로 톰크루즈 등장하는 장면!
    전혀 몰랐는데 스탭롤 뜨는 것 보고 알았죠.
    본격적으로 코미디영화 찍어도 좋을 것 같던데요?
    거의 웨인즈월드의 포스를 느꼈답니다.